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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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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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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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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3
글자수 :
1,738,667

작성
13.07.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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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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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8쪽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DUMMY

“나를 찾는 게냐?”


“역시 여기에 계셨네요. 덕범 할아버지.”


율하는 가볍게 한숨을 토해내며 정면을 바라본다.


아직 해가 온전히 뜨지 않은 어둑어둑한 하늘. 물론 동편의 하늘의 저 멀리서 부터 어슴푸레 하게 벌건 기운이 서서히 밝게 떠오르기 시작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방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금화산의 기슭 중턱의 정자가 있는 오솔길의 끝에 다다른 율하.


그가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다른 일이 없다면 거의 언제나 그 시간에는 그 자리에 앉아 저 아래 그들의 집이 있는 동네와 그 동네를 잇는 산길을 내려다보고 있는 덕범의 작지만 커다란 등.


율하가 찾아온 것을 아는 것인지 덕범은 그 정자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를 물었고 율하는 굳이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요새 많이 바빠 보이던데 이 늙은이에게 무슨 볼일이지?”


“저어, 할아버지. 한 가지 여쭈어 볼 게 있어서 말입니다.”


“뭐냐?”


“혹시...할아버지께서는 만상회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만상회?”


율하가 내 뱉은 그 한 마디에 격한 반응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율하를 돌아보는 덕범.

마치 화가 난 것처럼 그의 표정은 날카롭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으며 그의 온 몸에서 일어나는 기운이 마치 이 산 기슭 전체를 덮을 듯이 크게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그건 율하만의 착각이었을까?


“네. 만상회요.”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지?”


“초대를 받았어요.”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기운.

그 기운에 맞서 율하는 침착하게 영적 장막과 함께 마도력의 장막을 함께 일으켜 자신을 보호하며 답을 한다.


“초대라- 쿨럭.”


“괜찮으세요?”


갑자기 바튼 기침을 몇 번 쿨럭 거리는 덕범을 보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는 율하.


“괜찮지 않다면 어쩌겠느냐.”


“그, 그거야.”


“나이를 먹었으면 쇠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또한 쇠하면 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 또한 이치. 나는 그 이치에 따라 조금씩 쇠해 가는 것 뿐이다.”


“......”


“그건 그렇다고 치고, 어째서 만상회가 너를 초대했다는 거지? 너는 아직...아니, 그렇지 않구나.”


자신의 기운을 거두고 담담한 태도로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율하를 바라보는 덕범. 그는 율하를 덮고 있는 기운이 이전에 그가 알고 있던 그 애송이 꼬마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에게 어떤 영적인 감각이나 마도적, 도력적인 안목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정확하게 이 소년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일순 내 뿜은 거대한 기운에도 담담히 견디는 것을 보면 분명히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했는데...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 젓는 율하. 덕범은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 있는 그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보면 지난번에 요우, 그 아이의 일로 이 아이에게 진지한 일면을 보여준 이후로 얼마의 시간이 지났던가. 아니, 실은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시간에 대해 둔해진 지금의 자신이라고 해도 금방 눈치를 챌 정도로 이 아이의 지난번과 지금 사이에 놓인 시간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신의 앞에서 무릎 꿇고 있는 이 아이는 그 때의 그 아이와 같은 인물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훌쩍 커 있었다.


“그렇군. 천태석- 그 아이의 눈은 확실히 인성에 비해 날카롭기는 하지.”


덕범은 율하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금방 떠올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환, 그 아이를 대신하여 한궁의 일, 고리의 일을 대신 돕는다고 했던 이 아이는 아마도 고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유망해 보이는 이 아이에게 있어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상 아마도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의 임무가 있었을 것이고 아마 거기에서 이 아이는 태석, 그 녀석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자신조차 위험하다 생각하며 진짜 괴물이라고 인정하는 그 녀석의 유일한 제자인 태석의 눈에 들었다는 것, 그 이야기는 분명-


“원래는 혼자서 감당했어야 했지만 지난번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한궁 내에서 조심해야 할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 혹시나 하고 여쭈어 보려고요.”


“...그 조심성은 칭찬해 주도록 하마.”


“역시, 그런 모양이죠?”


율하는 덕범의 그 반응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쉴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손을 내밀어 보겠느냐?”


“네? 아. 네.”


갑자기 율하에게 손을 내밀어 볼 것을 요구하는 덕범. 율하는 잠시 흠칫했으나 지난 번 복덕방의 안에서도 한 번 그런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순순히 자신의 오른손을 덕범에게 내밀었다.


“흐음.”


스며들듯 밀려들어오는 덕범의 기운.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른 것이 있다고 하면-


“조금 더 열어둘까요?”


“아니, 되었다.”


마치 제집 드나들듯 마음껏 드나들었던 지난번에 비해 지금의 율하의 허락이 없이는 안으로 쉽게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놓은 다음 고개를 내 젓는 덕범. 그의 눈에는 기이한 감각이 떠올랐다.


“무언가 이상한가요?”


“이상하기는 하지. 네 녀석의 몸에 쌓인 그 기운. 그거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니까. 지난번에 느꼈던, 그래...최가 녀석이 늘 영적인 기운이라고 운운하는 그 기운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것이 느껴지는 구나. 아마도 만상회에서 네 녀석을 초대한 것도 그것 때문이더냐?”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흠...그게 네 녀석의 답이고 말이냐?”


“네. 지금으로서는 그래요.”


율하는 약간은 쭈뼛 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번 영적인 감각과 영적인 힘을 통해 세상을 보겠다고 선언했을 때 크게 혼났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율하의 말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깊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되는 덕범.


“그건 무엇이라 부르는 힘이더냐.”


“마도의 길입니다.”


“마도?”


“네. 지금까지는 제대로 이 힘을 쓰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저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그런 것이기도 하지요.”


“호오?”


“하지만 환주, 즉 제 상관인 태석은 제가 지닌 이 힘을 한 번에 알아보았고 한궁의 내에 관련된 정보도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건 아마도...”


“네가 만상회에 대해 염려하고 내게 도움을 청하는 이유는 알 것 같구나.”


“덕범 할아버지.”


“네 짐작대로 내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괴물, 한궁의 숨은 실권자가 바로 그 만상회의 회주라 불리는 녀석이다. 그리고 동시에 네 상관이라 하는 환주, 즉 태석 녀석의 스승이기도 하지.”


“만상회의 회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그 녀석이 상대라면 나라고 해도 단지 그 조언 밖에는 해 줄 수 없구나. 아니, 그래도 한 가지 정도는 더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구나.”


“네?”


“만상회의 초대를 받았다는 건 신시로 올라간다는 것 아니더냐?”


“네.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 그러하기로 했어요.”


“올 때는?”


“그 때는 수아대장이...”


“수아? 아, 그 아이 말이구나. 그렇다고 하면 잠시 기다리도록 해라.”


그렇게 말을 하고는 품 안에서 무언가 쪽지 같은 것을 꺼낸 다음 그 위에 손가락 하나를 얹어 기운을 방출하여 쪽지의 한쪽 끝을 변화시킨 다음 다시 곱게 접어 율하에게 내미는 덕범.


“할아버지, 이건 뭔가요?”


“수아, 그 아이에게 미리 그것을 건네면 알아서 할 게다. 그런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만약의 경우 그 녀석을 견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테니까.”


“네?”


”네 녀석은 만상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한궁의, 아니 제국의 검은 두뇌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단면적인 이야기로구나.”


“죄송합니다.”


“아니, 책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일반인들은 만상회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것. 왜냐하면 그것은 한궁 내에서 인정한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라 한궁, 아니 제국 내에서 마음에 맞는 자들끼리 만든 사적인 집단에 가까우니 말이다. 다만 그 일원들의 면면을 보면 제국 내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올라있는 자들이 많을 뿐.”


“그건...위험한 것 아닌가요?”


“위험하지. 암, 위험하고말고. 하지만 한궁으로서도 그들에게 별 다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


“그만큼 그들의 힘이 강하기 때문인가요?”


“그런 것도 있기는 하지. 하지만 그것 보다도 한궁의 황족들 내에서도 거기에 속해 있는 자들이 꽤 있거든. 황자와 황녀를 포함해서 말이다.”


“......”


“하지만 세상에 독주란 있을 수 없는 법. 한궁 내에는 그런 만상회에 대항 할 수 있는 반대의 세력 또한 있다.”


“그건 대체?”


“신산회라고 하던가? 아무튼 내가 들었을 때는 분명 그런 유치한 이름으로 모임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 그런 아이들일 것이다.”


“파벌...인가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 아니, 그렇다고 봐야겠지.”


“한궁에서는 그걸 허락하나요?”


“이용한다고 하는 게 옳을 게다.”


“......”


“어차피 한궁으로서는 나라를 전복시키고 한궁의 황족들에 대한 반역이 아니라면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건 가만히 놔둘테니 말이다.”


“정치란 어려운 거군요.”


“하- 어린 놈이 별 말을 다 하는 구나. 그래, 정치란 어렵지. 그리고 역겹기도 하고.”


“할아버지께서는...아니, 아니에요.”


율하는 무언가를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으며 포기한다.


“분명한 건 만상회의 회주, 신산회의 회주. 전부 다 한 때는 내 친구 녀석들이었다는 것만을 말하고 싶구나.”


“그래서 이건 그 신산회의 회주인 할아버지의 다른 친구분께 도움을 청하는 건가요?”


“도움? 이상한 소리 마라. 그저 예전의 빚을 받아내려는 것뿐이다.”


“......”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


“하지만 저 때문에 그런 건 조금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요.”


“괜찮다. 젊은...아니, 어린애가 도움을 청했으니 그것을 들어주는 것 또한 우리 늙은이들의 도리. 이제는 세상에 대해 할 일을 다 마친 우리가 정당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덕범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등을 돌렸다.

어느 덧 동쪽 위로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하는 하늘.

그 빛은 그들이 있는 정자의 안쪽으로도 조금씩 스며들어 오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그 정도면 도움은 될 거다. 하지만 그게 널 지켜주는 건 한 번 정도, 그 다음은 나도 자신을 할 수 없구나.”


“아니에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려요.”


율하는 무릎을 꿇은 그대로 덕범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처럼 근원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면피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꽤나 큰 힘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미안하구나. 도와 줄 수 있는 게 그런 것 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도움이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이것은 저의 일. 제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일은 도와주시는 거잖아요?”


“그래. 하지만 그게 큰 것이다. 만약 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떠한 상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네 녀석은 내게 도움을 요청했지. 거기에 응하는 것은 나 같은 늙은이의 도리이자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그것이 내 지론이란다.”


평소에 비해 조금은 부드러워 진 인상으로 율하를 바라보는 덕범.


“할아버지.”


“보통 어린애들은 그걸 잘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을 혼자서 하려고 하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간섭 내지 방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의 명환도 그러했고, 내가 보아주었던 많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런 치기를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너는 확실히 다르구나.”


“그냥 겁이 많을 뿐이에요. 그리고 자신도 없고요.”


“그런 것을 두고 다른 말로 현명하다고 하는 거란다.”


“그, 그런가요?”


“그래. 용기란 다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몇 초 정도 더 버틸 수 있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현명함 또한 다르지 않단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이전에 한 번 정도를 더 생각하고 조심하는 것. 그것이 현명함이란다.”


“아하하.”


“그리고 나는 용기있는 아이 만큼이나 현명한 아이를 좋아한다. 네가 나를 움직인 것은 그런 현명함이다. 그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네. 기억할게요.”


“그러면 원하는 답은 되었느냐.”


“아, 할아버지. 한 가지만 더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무엇이냐?”


“그 만상회의 회주라는 분과 할아버지는 친한 친구셨나요?”


“친한 친구?”


“네.”


“글쎄다. 그 보다는 그냥 악우라고 하고 싶구나.”


“악우요?”


“그래. 그 녀석과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 사이가 좋았다고 할 수 없구나. 워낙 성향이 맞지 않아서 말이지.”


“그런가요?”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녀석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그 만큼 그 녀석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정도 인가요?”


“그 녀석에 대해 내가 내릴 수 있는 평가는 단 하나란다. 천재. 그 말 외에 다른 어떤 말도 그 녀석에 대해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말이라 할 수 있지.”


“......”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한다. 조심하도록 해라. 그 녀석이 마음을 먹고 수를 쓰면 우리 가운데, 아니 제국의 그 누구도 막기 힘들다. 그러니 내가 이런 조언을 한다고 해도 큰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하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원래라면 네 녀석에게 내 뒤를 잇게 할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보아하니 너의 길과 나의 길은 다른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네 녀석을 조금 인정하기로 했다.”


“조금 부끄럽네요.”


“조금만 부끄럽냐?”


“아하하하.”


“그럼 이제 슬슬 내려가 보도록 해라. 네 녀석을 기다리는 녀석도 있는 것 같고 말이지.”


“네?”


“거기에 언제까지 숨어 있을 참이더냐.”


“에헤헤, 아, 알고 계셨어요?”


어리둥절할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율하.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덕범이 고개를 돌리며 바라본 나무 그늘의 너머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며 애교 섞인 웃음을 흘린다.


“어, 어라? 요우 너 언제부터?”


“한 10분 전부터 기회를 엿 보는 것 같더구나.”


“꺄, 꺗. 하, 할아버지.”


덕범의 그 이야기에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양 손을 내 젓는 여자아이. 율하는 생각지도 못한 시간,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그녀, 요우를 보며 눈을 껌뻑거릴 뿐이였다.


“크흠, 그럼 슬슬 시간도 되었고...이 늙은이는 자리를 비켜주도록 하마.”


그렇게 말하며 휘적휘적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는 덕범.


“몸은 좀 괜찮은 거야?”


그렇게 둘 밖에 남지 않은 그 산 속에서 율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요우를 바라보았다.


“응. 이제는 거의 다 나았어. 에헤헤.”


그리고 그런 율하의 웃음에 조금 과장되게 방방 뛰며 멀쩡하다고 과시해 보인다. 며칠 전 병원에서 보았던 것을 보면 확실히 많이 나아진 모습. 그러고 보면 율하는 조금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녀가 그렇게 된 것에는 분명 자신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녀에게 크게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미안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율하. 하지만 요우는, 율하보다 2살이 어린 그 소녀는 밝은 표정을 지은 채 율하를 향해 다가온다.


“그래, 다행이네.”


“응. 그런데 오빠는? 요새 많이 바빠 보이던데.”


“아아. 조금은 말이야.”


“아직도 바빠?”


“그, 그게 말이지.”


“흐응...다른 일로 바쁜 건 아니고.”


“큼, 크흠.”


“...아, 왠지 열받아.”


요우는 그렇게 입술을 조금 실룩 거리더니 작게 앙다문 주먹으로 바로 옆의 나무를 쿵 하니 친다.

후드드득.

단지 가볍게 주먹으로 나무를 내려쳤음에도 불구하고 무성한 잎사귀가 후두두둑 떨어지며 나무의 기둥이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아하하.”


예전과 같은, 아니 어쩌면 예전보다 좀 더 강해진 것 같은 그녀의 괴력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율하.


“그렇게 얼버무리려 하지 마. 정말인지...”


“미안.”


“...아냐. 오빠는 오빠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조금은 어두워 진 것 같은 요우의 표정.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그러지 못했어.”


“바빴을 테니까. 응. 이해는 해.”


그렇게 여전히 그늘진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요우.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쏴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사이를 흘러가는 녹음 섞인 바람.

둘은 그렇게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오빠.”


“어?”


“혹시, 오늘 약속 있어?”


“음...그, 그게 말이지.”


“있다는 거구나.”


“미안.”


“아니, 예상은 했어. 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은 아니지?”


“아아. 그거야 뭐.”


“그러면 되었어. 그러면 오빠...오늘 있는 약속 끝나고 잠깐 나 좀 볼 수 있을까?”


“약속 끝나고?”


“응. 약속 끝나고.”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힘든 이야기야?”


“힘든 건 아니지만...별로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까.”


“알겠어.”


“에헤헤. 그럼 약속한 거다.”


“응.”


조금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요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율하.


“에헤헤. 그럼 나중에 봐. 나 지금 운동중이라.”


“아아. 알겠어. 그럼 나중에.”


율하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을 기약한다. 정말로 올지 오지 않을 지 자신조차 확신 하지 못하는 나중을.


작가의말

으앙, 댓글이 별로 없었어...


는 다음 화에는 다시 또 진도와 함께 오글거림을 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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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8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5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8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8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7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6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1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0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2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2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1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58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19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6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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