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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최근연재일 :
2019.06.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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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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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펜릴의 부활지 (6)

DUMMY

“저희 일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크가 ‘저희 일’을 강조하며 눈치껏 답하자 자드키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긴 대충 해결이 된 것 같으니 이만 가 봐야겠다. 이 봉인지의 위험이 사라지면 가브리엘과 만나기로 했거든. 아, 그리고 저 틈, 완전히 닫지는 마. 여기가 닫히면 다시 어디가 열릴지 몰라. 아무래도 아는 곳을 관리하는 게 나을 거다.”


“예.”


자크가 답하자 그는 손을 흔들고 순식간에 동굴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가득했던 입구로 향하는 길의 어둠이 걷혀 있는 걸로 미루어 그가 그 쪽 방향으로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드키엘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지훈이 넌지시 리저드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비의 수호자라면서요? 그런데 어째서 말투가....”


리저드가 묘한 웃음과 함께 답해주었다.


“자드키엘 님은 자비의 헤세드와 통하는 문을 수호하셔서 자비의 천사라고 불리시는 거예요. 실제로 자비로우셔서 그런 게 아니고요. 게다가 오랜 시간, 말쿠트에서 정신계 업무를 담당해 왔던 마족의 피를 이어받으셨으니 마족 중 특유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이어받으셨다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훈이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낙천적인 게 아니라, 그냥 가벼운 것 같은데....”


“자드키엘 님의 도움 덕분에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구먼.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더 이상의 탐험을 진행하는 건 무리일 것 같네. 자, 일단 이곳을 정화하는 임무는 이걸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세. 중간에 옆쪽으로 난 터널들은 이후 다른 이들이 와서 확인할 거니 걱정들 말고. 모두 수고들 많았네.”


크렌베리가 공식적으로 정화 임무의 종료를 선언했다. 지훈도 거대한 늑대의 사냥이 끝나고 임무 완수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실감이 가질 않았었는데, 그가 저리 말하니 이제야 실감이 갔다. 그런데,


“어라? 크렌베리 님이 이번 임무의 담당자이셨어요?”


지훈은 정작 들러리인 줄 알았던 이가 이번 탐험대의 장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오는 길에도 남아있을 것이라 우려했던 혼돈의 기운은 먼저 간 자드키엘이 모두 처리한 것인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늑대들마저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덕에 일행은 편하게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모두가 빠져나온 걸 확인한 크렌베리는 자크의 도움을 받아 동굴 입구에 임시 봉인을 걸어두고 다시 한번 모두의 노력을 치하했다.


“자네들은 조금 더 있다 갈 건가?”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기사단원들이 모두 떠난 뒤 셋만 남자 크렌베리가 물었다.


“일단은 조금 쉬고 나서 생각해 보려구요. 일단 성장이 급하니 다시 사냥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훈은 그리 말하며 리저드를 힐끗 쳐다보았다. 리저드도 가벼운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그런 둘을 쳐다보며 젊어서 좋겠다며 툴툴거린 크렌베리는 자신의 애마를 소환해서 먼저 떠났다.


“에효. 진짜 힘들었네요.”


“그러게요. 그나저나 다시 봤어요, 단탈리안. 아까 보니 집중력이 상당하던걸요?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도 좋았구요. 이전에 말쿠트에서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정말로 궁금할 정도로요.”


“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었네요.”


그녀의 칭찬이 이어지자 지훈이 민망하다는 듯 어색한 웃음과 함께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숙련도가 많이 오르지 않았어요? 혼돈의 기운을 많이 상쇄시킨 덕에 사냥이 상당히 수월했었던 것 같은데요.”


“아!”


지훈은 바로 기술 창을 열어 숙련도를 확인했다. 모든 숙련도가 최대치를 찍어 다음 숙련 구간을 선택하라는 듯 확인 버튼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검사 운명의 기술들이나 보조술사 운명의 기술들은 물론이고 채집가 운명의 기술들마저도 모두 올라 있었다.


한 번에 대량의 숙련이 오른 덕인지 각 기술들마다 누적된 숙련 분야를 적어도 3회,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기술들에 대해서는 5회 이상의 숙련 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거, 너무 쉽게 올리고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기분이 좋아져서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린 지훈.


“뭐, 격의 차이가 심하게 나는데도 불구하고 반쯤 독식해서 타격을 입힌 거니 그럴 수밖에요. 대신 질서의 결정을 너무 사용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럴 거라는 기대는 마세요. 솔직히 이렇게 올릴 수 있는 경우는 정말로 드물거든요. 이런 거 맛보고 나면 다들 쉽게 해이해지던데, 단탈리안도 앞으로가 걱정이네요.”


리저드는 정말로 걱정이 되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지훈이 웃으며 수긍하자 리저드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면 안 돼요!”


동시에 ‘검류 무기 숙달’ 기술의 숙련 분야를 한 쪽으로 다섯 이상 올리라는 검사 길드의 첫 번째 임무도 완수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이 이틀 동안 많은 일을 겪었더니 또 하나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일이 그다지 뿌듯하게 와닿지 않았다.


새삼 리저드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잠시 앉아서 쉬던 지훈이 습관적으로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그나저나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이제 어디로 가죠?”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일단 마을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해야 할 일이 안 떠오를 땐 길드에 가서 새로 받을만한 임무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거든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리저드가 제안했다.


“그게 좋겠네요. 아, 리저드는 혹시 이번 정화 임무에 대한 보상을 받았어요?”


“아뇨. 아직.”


리저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빨리 가요.”


지훈이 웃으며 앞장섰다.



***


“크렌베리에게 두 사람의 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고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


레바나로 돌아간 둘은 가장 먼저 아드리안을 만나러 갔다. 영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맞은 아드리안이 금화 10개와 최상급 팔찌 도안을 건네며 말했다. 지훈의 공적치가 500만큼 올라갔다는 메시지 역시 떠올랐고.


“리저드의 소속 계층을 올리는 건은 이미 요청되어있다. 조금 있으면 아마 승인이 떨어질 테니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한 번 들르거라.”


“감사합니다.”


지훈이 먼저 감사를 표했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단탈리안이 청아한 질서의 결정을 예상보다 너무 많이 소모한 것 같아요. 조각도 아니고 결정을 150개 가까이 사용했다고 하던데...”


리저드는 감사 인사 뒤에 목적을 감춘 약간의 불만을 덧붙였다.


리저드의 말에 아드리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말도 마라. 안 그래도 자드키엘 님께서 오셔서 그 일로 한바탕 휘젓고 가셨다. 어찌나 역정을 내시던지 가브리엘 님도 나도 진땀을 뺐다. 우리 사정을 대충 아시면서도 그러시다니.”


아드리안이 더욱 초췌해진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래서,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하지만 리저드는 굴하지 않고 용건을 밀어붙였고 아드리안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래. 있으셨다. 안 그래도 이야기하려 했다만, 에잉. 나도 몰라. 뭐가 있어야 주던가 하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데는 별수 없었다.


“그냥 여쭤본 거예요.”


게다가 뭔가 더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기는 데 굳이 더 나설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리저드는 한발 물러섰다.


“그래도 조만간 도안을 더 만드실 테니, 기대하고 있을게요.”


순간 지었던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이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드리안은 그녀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고개를 내밀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지훈은 둘의 실랑이를 한 걸음 뒤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쳐다보았다.


“아, 그리고 승급은 한시적이다. 알지?”


“네. 언제까지요?”


“승급 요청은 가브리엘 님께서 직접 하신 거라 나도 잘은 몰라. 적어도 단탈리안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만.”


“생각보다는 기네요.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뵐게요.”


아드리안이 말없이 손짓으로만 인사를 건네자 둘은 길드 연합 건물을 빠져나왔다.



“단탈리안, 미안한 데 승급 문제 때문에 레바나에 조금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아요.”


“괜찮아요.”


한참을 걸으며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검사 운명의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 가는 길에 지훈은 유독 말이 없었다.


“단탈리안, 혹시 아까 아드리안 님 앞에서 제가 한 행동 때문에 그래요?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은 움찔거림으로 답을 대신했다. 리저드는 잠시 멈추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단탈리안, 노력한 게 있고, 고생한 게 있고, 또 손해 본 게 있다면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보상은 요청하는 게 좋아요. 무조건 양보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요.”


지훈이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자 리저드가 말을 이어 나갔다.


“원래 이런 건 단탈리안이 직접 나섰어야 했어요. 단탈리안도 결정을 150개나 사용했잖아요. 그 정도면 저쪽 예상보다도 훨씬 많이 사용한 걸 거예요. 게다가 결정을 8천여 개나 차관해 준 상태잖아요. 그러니 요구할 게 있으면 더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동맹 관계인데...”


지훈이 다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항변했지만 리저드는 칼같이 끊어 냈다.


“단탈리안, 동맹이란 건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에요. 서로가 원하는 게 있어서 맺어지는 거죠. 단탈리안은 이리저리 지원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좋고, 가브리엘 님이나 하니엘 님은 복수할 수 있어서 좋아요. 행여라도 단탈리안이 창조신 님의 첫 번째 사도가 된다면, 가브리엘 님도, 하니엘 님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죠.”


“...”


단호한 그녀의 어투에 지훈은 바닥만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리저드는 조금 전 사냥할 때와는 전혀 다른 지훈의 모습에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톤을 낮춰 말을 이어 나갔다.


“단탈리안, 착해서만 될 건 아니에요. 낮은 자세로 나오고, 상대가 손해를 감수하려는 모습이 보이면 일부러 더 강하게 나오는 이들도 많아요. 적어도 그런 이들에게 이용당하진 말자구요. 자신이 노력한 만큼 또, 손해 본 만큼 상대에게 요청하는 것, 그건 당연한 거라는 걸 명심해 주셨으면 해요.

당장은 바라지 않지만, 이러는 절 보면서 단탈리안도 그런 부분에선 조금씩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원히 옆에서 챙겨줄 수는 없잖아요.”


부드럽게 달래듯 말하는 리저드였지만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노력... 해 볼게요.”


멍하니 그녀의 표정을 쳐다보던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없는 것,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내보이는 그녀의 그 눈빛이, 그 모습이 멋있다고 여겨졌다. 부러웠다.


“좋아요. 그 마음, 그거면 돼요.”


리저드도 생긋 웃으며 지훈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미안해요. 예른 님에게 하던 게 습관이 되어서....”


지훈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고. 잠시의 침묵이 둘 사이를 감돌았다.


“단탈리안은 착해요. 그런 단탈리안이 제 반려가 되는 순간 그런 성향을 조금 보완할 수 있도록 제 운명도 조정되었답니다. 아드리안 님도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아시기에 제가 이렇게 나가도 받아들여 주시는 거고요. 그러니 걱정 말고 목적을 이루러 가요.”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리저드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지훈은 이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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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9 0 12쪽
53 6. 펜릴의 부활지 (5) 19.06.18 52 0 13쪽
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1 0 13쪽
51 6. 펜릴의 부활지 (3) 19.06.14 72 0 11쪽
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9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5 0 15쪽
48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2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4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3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8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6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0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7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1 0 14쪽
38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1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35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7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9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3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5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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