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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areth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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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최근연재일 :
2019.06.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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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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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4.0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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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 Prologue

DUMMY

( 2010년 8월 17일 )


시청 광장 근처를 걸어가다 허공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른 두 명의 키 높이 정도려나?

단순한 아지랑이로 치부하기엔 그 형체가 너무도 또렷했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무르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나는 신기한 마음에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그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그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설마 저게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이상하고 찝찝했다.

정말 찝찝했다.

혹시 내 눈이 이상한 걸까 하는 생각에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그곳을 바라보았지만 일렁임은 그대로 같은 장소에 있었다.

분명 내 눈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한참을 지켜봐도 바뀌는 게 없어서 일단은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도 한 번 봐야겠다.



( 2010년 8월 18일. )

그 일렁거림을 인지하고 신고한 이들이 있었는지, 교단과 정부의 정복을 입은 이들이 그 주변에 벽을 세우고 있었다.

그 일렁거림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벽의 높이도 덩달아 높았다.

아예 내부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벽은 어제 본 그것의 높이보다 더 높이 올리고 있었다.

내부가 궁금해진 나는 벽 주변을 한 바퀴 빙 돌다 틈새를 발견했다.

틈이라기 보다는 벽을 안전하게 세우려는 과정에서 생긴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맞았다.

틈새 사이로 일렁임이 있던 곳을 본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제 일렁임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선명해져 있었다.

틈, 이번에는 작은 틈이라 하는 게 맞겠다.

살짝 벌어진 틈 사이는 어두워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까지는 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려 하자 그 안에서 느껴지는 어둠도 무언가 불안정해 보였다.

어제의 그 아지랑이에서 생긴 것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몰라도 그 어둠도 일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걸까?

불길해 보이는 어둠에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괜찮겠지?


아. 한 가지 더,

사람들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직접 움직이는 이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기는 한다.

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임에도 누구 하나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거기엔 조금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아직 어린 나도 찝찝한데.

길을 오가다 마주쳤던 이들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 옆을 지나다니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정말 소름 돋았다.



( 2010년 8월 19일. )


아직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어제보다 저녁에 보았을 때보다 벽은 더 커져 있었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정복을 입은 사람들뿐 아니라 로브를 입은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탑에서 온 건가?


그들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슬슬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솔직히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왜 그런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의문은 아니었다.

저들이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걸까?

설마 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걸 보게 된 걸까?



( 2010년 8월 20일 )


신성기사단! 세상에, 신성기사단이 와 있었다.

번쩍이는 갑옷, 절도 있는 모습을 보니 며칠간 느꼈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도 된다.

그들은 최고였으니까.

그들 사이로 로브를 입은 이들도, 정부군 복장을 한 이들도 같이 경계를 서고 있지만, 그들보다는 역시 신성기사단이 더 믿음직스럽다.


아, 벽은 어제보다 높아져 있었다.

대체 그게 뭐였을까?

이젠 벽 주변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걸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두 평온한 얼굴로 그 주변을 지나친다.

그래. 저 사람들도 신성기사단이 있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역시.


그리고 자꾸 내가 그쪽을 보고 있으니 로브를 입은 어떤 잘생긴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문 뒤에 있는 게 보이냐고.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웃으며 대단하다고 말해줬다.

기분이 좋아서 나는 뭔가 일렁일 때부터 보았다는 것도 말했고, 아저씨는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칭찬이겠지 뭐.

그 아저씨가 이 일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나보고 한번 보자며 주소를 묻길래 알려줬다.

나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아직 엄마한텐 비밀로 해야겠다.



***


남자는 피식 웃으며 일기장을 덮었다. 일기는 거기서 끝이 나 있었으니까.


“그래. 대단하긴 했지. 아무리 균열의 영향 때문이라 해도 그 나이에 운명의 통제에서 벗어나다니 말이야.”


그는 일기장을 옆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대 위에 미동도 없이 엎어져 있는 소년을 바라보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알리, 남들과 다르다는 게 절대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이런 이상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지. 내부의 위험을 먼저 제거하는 게 당연하니까.”


탁탁.


남자는 손을 터는 것을 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임무를 마무리 짓고 방을 나섰다.


“뒤처리 부탁해.”


자신의 등 뒤, 허공에 한 마디를 남긴 채.


그에게 답이라도 하듯 순간 그의 뒤에 있던 공간이 흔들거렸다.



***


“그때 그 꼬마가 다시 내 앞에 서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


그의 옆에 있던 푸른 로브의 청년이 투덜대며 반박했다.


“도대체 몇 번째 듣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앞이 아니고 옆!”


“그렇지. 여하튼 미안하고 고맙다.”


“아 정말, 왜 이래요. 곧 죽을 사람처럼.”


“그럴 것 같은데?”


남자가 손을 뻗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참으로 창의적으로 기괴한 외양을 가진 생명체들, 혼돈의 마물.


그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지닌 힘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 저들을 대하기가 꺼려지는 건 저들의 몸에서 흘러내려 대지를 오염시키고 있는 저 검은 기운의 존재였다.


자신들의 기운과 상극인 저 혼돈의 기운 때문에 전쟁 초기에 저들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목숨을 잃은 이들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남자가 가리킨 건 저들이 아니었다.


이쪽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저들은 단지 머릿수만 많았을 뿐, 위협적인 대상은 아니었으니.


그들의 선봉 너머로 보이는 검붉은 색 광택의 거체, 대지를 진동시키며 우아하게 걸어오는 그들을 보며 옆에서 누군가의 탄식이 들렸다.


“용족이 저렇게나. 정말 여기서 끝을 보려 하는가.”


하나하나가 강대한 마력을 지닌 데다 그들의 마력에도 혼돈의 성질이 섞여 있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의 마력으로는 그들의 숨결을 막아내기조차 어렵다.


그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가 하나도 아니고 여럿.


게다가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용족을 지배하는 이들도 함께 나왔을 것이다.


청년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그래도 시작도 하기 전에 사기를 떨어트리는 말은 하지 맙시다..”


청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군의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더니 따스한 기운이 몸을 덮었다.


“이제 시작이군.”


청년은 앞을 바라보며 지팡이 끝으로 마력을 한 올 한 올 뽑아내며 자신의 기운을 특정 파동에 동조시켰다.


혼돈의 힘을 지닌 저들에게는 기존의 마법 체계, 신의 언어와 문자를 이용한 마법이 통하지 않았으니 번거롭더라도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남성도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의 등 뒤로 여섯 장에 달하는 빛의 날개가 가득 펼쳐졌고 머리 위에 떠 있는 광휘의 고리, 헤일로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빛을 더했다.


“아, 쫌만 살살해요. 내 마력이 다 끌려가잖아요.”


남자를 보며 투덜대는 청년.


말하는 동안에도 열 가닥으로 나누어진 그의 마력은 빠르게 진동하며 허공에 그 각각의 마법을 구현해 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시선을 돌리자 그의 눈에 남자의 뒤에 도열 해 있는 다양한 종족들이 들어왔다.


이 세계의 주인인 인간만이 아니었다.


검은 날개를 가진 이들도, 반쯤 투명해 보이는 이들도, 이마에 뿔을 가진 이들도, 자기 키만큼 큰 붓을 들고 있는 이들도, 심지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들도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결연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눈에 담은 청년이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적들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알잖냐. 내가 무식하게 힘만 센 거.”


구박에 가볍게 응수하는 순간 남자의 몸에서 빛이 사라졌고 이내 적이 있는 방향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각종 마법의 향연이 이어졌다.


분진과 피비린내, 화염 마법에 의한 매케한 냄새가 전장을 뒤덮고 흘러내린 핏물이 호수를 이루었다.


허공에서 어우러졌던 환수와 용들, 마수들의 신체며 시체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면서 그 아래에 있는 이들을 잔인하게 유린했다.



그리고 그 전투를 마지막으로 인간들의 세상, 현계 말쿠트는 세상에서 지워졌다.



그렇게 인류는 패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77 하무린
    작성일
    19.04.13 07:42
    No. 1

    아름다운 글 잘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Tipheret..
    작성일
    19.04.13 22:00
    No. 2

    (_ _) 미흡한 글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dkskry
    작성일
    19.05.17 02:33
    No. 3

    왜200억현질이 있는지 모르겟다 진지한 이념대립이야기를 적고싶은대 어그로는 끌어야하니까ㅡ? 200억만 없었어도 봐줄만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Tipheret..
    작성일
    19.05.18 09:55
    No. 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진지한 이념 이야기는 아니에요.
    200억에 대한 변을 하자면, 티페레트 온라인에서의 현금성 재화 소모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려야 했고, 엄마빠 사망 보험금이나 재벌3세 컨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려 고민하다 그렇게 설정하게 되었네요. 막상 하고 나니 200억은 너무 많긴 한 것 같아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고덕상남자
    작성일
    19.05.28 08:48
    No. 5

    초반부에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 부분이 좀 긴거 같아요 설정들이 많이 들어갔는데 잘 모르겠고요, 꼭 필요한 내용인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소설이 아니라 설정집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Tipheret..
    작성일
    19.05.29 00:11
    No. 6

    의견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능력은 부족한데 공모전 분량인 30화 안에 이것저것 욕심껏 채우려 하다보니 설명도 많고 진행도 느리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줄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30화 넘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40화가 되어도 설정집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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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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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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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9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5 0 15쪽
48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1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4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3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8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6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0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7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1 0 14쪽
38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1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35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7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9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3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5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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