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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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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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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새벽달의 평원 (6)

DUMMY

리저드가 급히 나가려 하자 켄터베리도 무언가 이상을 느낀 것인지 같이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기절과 혼돈에의 오염을 겪고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잘 따라주지 않은 탓인지 비틀거렸다.


“감독관님, 몸을 좀 추스르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훈이 그를 부축하며 말하자 켄터베리도 그 사실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작은 카드 형태의 물건을 하나 내밀었다.


“그게 나을 것 같군. 이건 내 애마를 소환하는 소환키 라네.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양도할 테니 이걸 이용해서 빨리 가 보게. 건물 아래에서 소환해서 사용하면 될 거고, 2인승에 잔여 마력도 있으니 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야. 키는 아드리안 님께 반납하면 되네. 꼭 반납 부탁하네. 그리고 구해준 은혜는 이 일이 해결되고 나면 꼭 갚도록 하겠네.”


지훈이 키를 받아 들고 꾸벅 인사를 건네고는 몸을 돌려 먼저 내려간 리저드의 뒤를 따랐다. 켄터베리의 말을 전하자 그녀가 반색했다.


소환키를 사용하자 지훈의 앞에 두 사람의 키만한, 달걀을 아래위로 길게 늘인 것 같은 모양의 탈것이 생겨났다. 땅 위에 살짝 떠 있는 그것은 앞쪽이 조금 뾰족한 느낌이고 뒤쪽으로 갈수록 지름이 커지는 형태였다. 그 가운데 부분이 살짝 얇아져 있는 데다 손잡이 역할을 하는 돌기가 그 위에 있어 그곳이 운전석임을 알 수 있었다. 앞부분에는 매의 얼굴과 비슷한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색상과 전체적인 모양 때문인지 매의 느낌보다는 날렵한 병아리의 느낌이 더 강했다.


하지만 그건 지훈의 생각일 뿐, 리저드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와, 옐로우 니들, 신형 디자인이네.”


“좋은 건가요?”


그 모습에 지훈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리저드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이런 개인 운송 수단은 마법 공학의 집약체인걸요. 신형일수록 속도는 빠르면서 각종 편의 사항이 대거 등록되어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일단 타 보면 알아요.”


그녀가 먼저 올라가 앞자리에 앉자 지훈도 조심스레 올라가 그녀의 뒤에 앉아 그녀의 옆쪽 옷을 잡았다. 둥둥 떠 있는 느낌이 생각보다 묘했고, 딱딱했던 몸체와는 달리 좌석 부분만큼은 편한 느낌을 주었다.


“단탈리안, 출발합니다. 신형은 처음이라 잘 몰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걱정된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한껏 들떠 있었다. 속도가 서서히 붙었다. 머리카락이 거칠게 휘날렸고, 어색함에 살포시 옆구리의 옷을 잡았던 지훈의 손이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저드가 탈것에 내장된 ‘바람의 가호’라는 마법을 이용해 주변 공기의 흐름을 조정하자 이내 흩날리던 머리카락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잦아들었다. 신기한 마음도 잠시, 지훈이 궁금했던 걸 물었다.


“리저드 아까 그 소리가 뭐였기에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는 건가요?”


“예소드에서 혼을 소환할 때 나는 소리일 거예요. 강제로 연 문이 닫힐 때 저런 소리가 난다고 알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추측이지만 시작의 마을 습격 건으로 모아두었던 혼을 모두 잃었으니 제국은 그걸 보충해야 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마을 근처에서 혼돈의 기운이 발견된 이 시기에 문을 열다니, 성급했어요.”


문이 막힌 이유는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흐르는 질서의 기운 때문이다. 상극인 혼돈의 결정을 길게 이어 그 기운 사이로 찔러 넣음으로써 영혼이 들어올 작은 틈을 만드는데, 틈이 유지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호수 전역에 혼돈의 가루를 뿌린다. 아무래도 그 순간만큼은 질서의 신성 역시 약화 될 수밖에 없는데, 탑의, 그리고 레바나의 신성은 문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 그 호수!’


지훈은 게임의 오프닝 영상을 떠올렸다.


의도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타이밍에 혼돈의 기운을 숨긴 이가 레바나에 접근했으니 탑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더욱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저드, 아까 저도 레바나 안으로 들어가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는걸요?”


지훈은 자신 역시 혼돈의 씨앗과 혼돈에 잠식된 마수의 시체를 들고 혼돈에 오염된 채 들어갔던 것을 언급했다.


“그러니까 더 문제에요. 보통 혼돈의 세력에 속한 이들은 혼돈의 기운을 흩뿌리고 다니거든요. 혼돈에 잠식된 여우처럼요. 만약 아까 봤다던 그 자가 혼돈의 기운을 숨기고 단탈리안과 같은 방식을 이용한다면 탑의 가호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그가 만들어 낼 혼란을 전혀 막아낼 방법이 없어요.”



저 멀리 성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 대기소의 앞쪽에 마력차가 세워져 있었다. 가까이 도착한 리저드가 탈것에서 뛰어내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 마력차가 언제쯤 도착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오래지 않았소. 한 30분 정도 되었을게요.”


그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도착 시간이 다였다. 마차가 도착할 당시 들어간 인원이나 지훈이 목격한 멜라힘에 대해 물었지만 많은 이들이 오가는 길목이라 아쉽게도 그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달려온 두 사람이 마력차의 도착 시간을 묻자 무슨 일인지 궁금해진 경비병이 되물었다. 차마 혼돈의 기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었기에 마차에 무언가를 두고 내린 것 같아서 그런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데 이 옐로우 니들, 켄터베리 감독관님 것이 아니요? 무슨 일 있소?”


“네. 마력차에 물건을 뒀다고 말씀드리니 감독관님께서 흔쾌히 빌려주셨습니다. 게다가 오늘 연락이 되지 않는데 일이 좀 남았다며 급하게 편지 전달도 부탁하시더군요.”


“아, 그런 일이 있다는 보고는 받았소. 그런데 이걸 빌려주시다니, 정말 그분께는 별일 없는 것이지요?”


리저드가 경비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지훈이 눈치껏 마차로 다가가 물건을 찾는 시늉을 했다.


마차 위에 올라서서 이곳저곳을 힐끔거리는 동안 지훈은 문득 질서의 가루가 이런 상황에도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질서의 가루 하나를 사용해 그가 앉아있던 자리에 ‘사용’해 보았다.


주변으로 떨어지던 가루는 정작 가장 마지막이 아닌 그 바로 앞자리 쪽으로 움직이더니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졌다. 마치 꽃을 중화시킬 때와 비슷하게.


한편, 경비병이 얇은 눈으로 쳐다보며 살짝 떠보자 리저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 그저 저희는 배달 임무만 부탁받은지라 남으신 이유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리저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흰 빨리 배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지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단탈리안, 가요”


그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닫았다.


레바나 내에서는 탈것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에 그저 열심히 발을 놀려 연합 길드의 건물로 향했다. 그동안 지훈은 아까 마차에서 혼돈의 가루를 사용했을 때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설마, 마차 위에서 혼돈의 씨앗을 사용한 건 아니겠지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정작 그가 앉아있던 자리에서는 반응이 없으니 그게 더 걱정이네요.”


지훈의 질문에 리저드가 굳어버린 표정으로 고심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추측할 따름이라 확신은 없어 보였다. 질서의 가루가 반응하지 않았다면 지훈이 본, 그리고 켄터베리를 습격한 존재는 혼돈의 세력이되 혼돈의 기운에 전혀 잠식되지 않은 것일 확률이 높았다. 혹은 모종의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지워진 혼돈의 기운을 일시적으로 숨길 수 있거나.


“그래도 만약 혼돈의 씨앗이 농장 일꾼들의 몸에서 싹틔웠다면 경비병들이 눈치를 챘을 거예요. 그 상태라면 레바나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힘이 들었을 거고요. 그저 활성화되지 않은 혼돈의 씨앗을 그들의 소지품 속에 넣어둔 게 아닐까 하네요.”


“그렇게 한 이유가 뭘까요?”


“저도 짚이는 바가 없어요. 지금까지의 혼돈의 세력들은 사실 각자도생이라 그 힘을 하나로 모으질 못했어요. 만약 시작의 마을부터, 북문 쪽의 혼란, 그리고 동문을 통한 잠입이 그들의 큰 그림대로 흘러간 것이라면 그들에게도 어떤 변화가 온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요.”



나름의 원인을 찾아보는 동안 둘은 길드의 앞에 도착했다. 공동 농장의 근무자들이 퇴근하기에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아드리안은 아직도 길드 연합 건물에 남아 있었다.


“편지는 전했는가?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설마 보수를 받지 못한 겐가?”


생각지 못한 질문에 지훈이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보수를 받지 못한 건 맞았다.


“아. 그러네요.”


“그렇긴 한데, 그것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리저드는 오염된 켄터베리를 발견한 일부터 그와의 대화, 탈것을 타고 온 것까지 공동 농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드리안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켄터베리는 괜찮은 게냐?”


“오염된 지 오래지 않았으니 괜찮으실 겁니다.”


“다행이군. 좋은 친구거든. 리저드, 네 말대로 오늘 또 다른 혼을 받아들였을 게다. 그런데 참, 애매하구나. 혼돈의 기운을 가진 이가 이 시기에 맞춰서 침투를 시도하는 것이 우연인 건지, 아니면 어떻게 알고 들어오는 것인지 말이다. 우연이라면 잡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되겠지만, 후자라면 생각하기도 싫구나.”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난 일단 너희들의 말을 상부에 전하고 경계 수준을 높여 달라고 당부할 계획이다. 켄터베리도 같이 왔으면 더 좋았겠다만, 어쩔 수 없지. 그도 사안을 아는 만큼 돌아오면 바로 보고하러 갈 것이야. 다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구나. 아무래도 혼돈의 출현은 소요가 일어날 우려가 있어 확실하지 않은 혼돈의 존재에 대해서 밝히는 건 상부에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일이거든.”


“어쩌면 잠입한 이가 원하는 것이 그런 혼란일지도 몰라요. 음모는 혼란스러울 때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드리안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지훈을 쳐다보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나저나 검은 머리의 멜라힘이라. 얼굴이라도 알 수 있으면 모르겠다만 단서가 그 둘 뿐이라면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나. 그래서 말인데 내가 잠시 다녀오는 동안 너희들도 수색에 참여해 줄 수 있겠느냐? 감별초를 줄 테니 동문 쪽에서부터 확인해 줬으면 한다.”


그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를 건네며 요청했다. 혼돈의 기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지되는 곳에서는 연한 빛을 발하기에 감별초라 불리는 ‘아르망의 풀’이었다.


이번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에 리저드 역시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훈이 임무 제안을 수락했다.


[ ‘임무: 파고드는 혼돈 (V)’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 은화, 공적치 10을 받았습니다. ]


새로이 임무를 맡자 켄터베리가 아닌 아드리안을 통해 임무 완수 보상이 들어왔다. 동시에 새로운 임무의 내용이 떠올랐다. 다시 아드리안을 찾아오는 임무가 누락되어 여섯 번째의 임무는 빠진 채 일곱 번째 임무로 바로 넘어갔다.


[ 임무: 파고드는 혼돈 (VII) - 혼돈의 흔적을 찾자.

농장에서 혼돈의 씨앗을 퍼뜨리는 자의 흔적은 레바나 안으로 이어졌다. 감별초를 들고 레바나 동부의 서민층 구역을 돌아다니며 동문을 통해 레바나 내로 파고든 그의 흔적을 찾아내도록 하자.

- 시간: 1: 00: 00

- 보상: 은 3, 공적치 15 ]


지훈이 창의 내용을 확인하는 걸 본 아드리안이 먼저 간다며 방을 나섰다. 지훈은 그가 가는 것도 모른 채 내용을 읽고는 당황한 듯 물었다.


“어라? 리저드, 이번 임무에는 제한 시간이 있는데요?”


“계속 수색할 수는 없으니까요.”


“혹시 그 시간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일단 동문으로 가요.”


리저드의 말을 따라 둘은 다시 동문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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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8 0 12쪽
53 6. 펜릴의 부활지 (5) 19.06.18 51 0 13쪽
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1 0 13쪽
51 6. 펜릴의 부활지 (3) 19.06.14 72 0 11쪽
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8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5 0 15쪽
48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1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3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3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8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5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0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7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1 0 14쪽
»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1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35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7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8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2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5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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