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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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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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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새벽달의 평원 (3)

DUMMY

임무를 완수했다는 보고의 대가로 보조술사 길드와 채집술사 길드에서 받은 보상은 총 40 동이었다. 다만, 케른 나무의 껍질을 채집하는 임무는 돈돈의 무기 상점에 가서 직접 처리하자는 리저드의 조언을 따라 연금술 길드는 들르지 않았다.


그리 많지 않은 금액에 지훈의 입이 살짝 나와 있자 리저드가 지훈을 타박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요. 게다가 다중 임무를 선택해서 총 완수된 임무의 수는 채워야 해요. 이제 하나씩 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대로 이제 완수한 임무는 마법사, 보조술사, 채집술사 길드의 임무 각각 한 개뿐이었다. 검사 길드의 임무는 한 방에 죽어 나가는 동물들 덕에 검을 휘두를 기회조차 없어서 전혀 진행하지 못했고. 그나마 마법사 길드에서 여우와 멧돼지의 소탕 임무를 받아낸 게 추가된 임무의 전부였다.


두 번째로 들른 채집술사 길드에서도 여우와 멧돼지의 부산물을 채집하는 임무를 받으려 했지만, 담당자는 사냥 관련 임무는 같은 대상에 대해서는 중복해서 받지 못한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며 임무를 주는 것을 거절했다.


지훈은 문득 계산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질문했다.


“어라? 돌발 임무는요? 아까 완수를 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지훈의 억울해하는 표정에 리저드가 웃었다.


“계속 이어지는 연계 임무 같은 경우는 전체를 완료했을 때 그걸 1회로 취급해요. 대신 각 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1급 임무로 쳐주고요. 단탈리안 같은 다중 운명 사용자는 그 1회를 어느 운명에 속한 임무로 취급할지 선택할 수 있어요. 해당 길드에서 직접 받지 않은 임무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 선택은 보류도 가능하지요.”


“아, 정말 이 세상은 뭔가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지훈의 한숨이 이어졌다.


“단탈리안은 이제 겨우 이틀 차 인데요? 처음이니 복잡한 건 당연한 거고, 충분히 잘 따라오고 있어요. 조금만 더 하면 익숙해질 거예요. 그나저나 가죽과 꼬리털의 전달 임무가 아직 남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들렀다 가기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요.”


모아둔 토끼 가죽을 전달하는 것은 레바나의 서문 인근의 하층민 구역이고 꼬리털은 동문 인근의 서민층 구역으로 정반대의 방향, 게다가 자신들의 목적지는 북문 쪽이었기에 리저드는 바로 북문으로 가기를 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북문으로 가요. 어차피 여러 개를 모아뒀다가 나중에 10개씩 내면서 임무를 받고 바로 완료하고 받고 바로 완료하면 되지 않나요?”


지훈의 말에 리저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방식으로 임무 개수를 쉽게 채우려는 분들이 많아서 임무를 받아서 완수하기까지 적어도 20여 분 이상의 간격은 두도록 바뀌었답니다.”


“그렇군요.”


지훈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케른 나무 껍질 임무를 받았던 돈돈의 무기 상점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케른 나무 껍질을 넘기고 소량의 보상금과 공적치를 받고 새로이 임무도 받았다.


상점까지 간 김에 지훈이 각인소에 가서 아드리안에게 얻은 초급 마법 증폭 마법진을 리저드가 가진 검에 각인시키려 하자 리저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금 자신의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며 더 나은 무기를 구하면 그때 하자고 말렸다.


토끼와 여우를 사냥하며 이내 조금 전 여우의 꼬리털을 얻었던 곳에 도착한 둘이 탐색 임무를 시작했지만, 아까 잡았던 여우와 같은 혼돈의 흔적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어, 이건 다른 달빛풀의 꽃과 좀 다른데요?”


지훈의 말대로 꽃의 주변으로 군청색의 기운이 옅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네요. 아까 그 여우에게 있던 혼돈의 기운이 옮겨갔나 봐요. 아까 받은 질서의 가루로 정화를 해요.”


오염된 풀 위로 질서의 가루를 하나 사용하자 반짝이는 가루에 덮인 연한 군청색의 기운이 사라지고 꽃잎이 원래의 빛을 되찾았다. 그 모습을 보던 지훈은 아까 받았던 질서의 가루 개수가 10개였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오염된 것들의 수가 10개인 건 아니겠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달그림자 꽃은 세 송이, 달빛풀의 꽃은 두 송이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꽃들이 발견된 장소에 있었다. 혼돈에 물든 꽃을 하나씩 더 찾아낼 때마다 리저드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말수가 줄었다.


“단탈리안, 생각보다 오염이 발견되는 지역이 넓어요. 아까 그 여우만으로 이렇게 오염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른 오염 매개를 의심해 봐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저희가 본 여우들에는 오염이 없었잖아요. 다른 동물들의 영역도 아니고.”


지훈의 말대로 그 꽃들이 발견되는 지역은 모두 여우들의 서식처였다.


“아무래도 찝찝한데요. 그러면 몇 마리만 더 잡아볼까요?”


멧돼지를 마저 잡고 탐색 임무를 마치고 싶은 지훈이었지만 리저드가 저리 말하니 그녀의 의견을 거절하기도 그랬다.


‘설마 뭔가 나오진 않겠지?’


어째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묘하기에 지훈은 걱정이 앞섰다.


“단탈리안, 저 녀석이 원인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지훈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수풀 너머 리저드가 가리킨 곳에는 한때는 희미한 회색 여우였을,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생명체가 있었다. 길게 찢어진 입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 곳곳이 터져 털 사이로 삐져나온 피가 비치는 울긋불긋한 피부 덩어리 등 외부로 발산되고 있는 검은 오러의 흔들림 너머로 언뜻 보이는 모습은 기괴했다.


“혼돈의 기운에 오염, 아니 완전히 잠식된 것 같아요.”


걸음걸이도 들려오는 숨소리도 모두 불규칙했다. 심지어 목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 역시 중간중간 끊어지듯 들렸으며 그 소리는 고통스러운 듯 들렸다.


그런 그 여우를 적으로 인식한 듯 주변을 지나가던 다른 여우 한 마리가 그 여우를 공격해 들어갔다. 물린 곳에서 피가 터져 나왔지만 오염된 여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을 공격한 여우의 목을 물어 바닥에 패대기쳤다. 튕겨진 여우는 그 공격만으로 잿빛이 되었다. 그제야 여우의 주변으로 잿빛으로 물든 여우들이 여럿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단탈리안!”


애처로운 눈빛으로 여우를 바라보는 지훈을 리저드가 작게 불렀다. 뒤로 빠지라는 손짓과 함께.


둘은 여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심히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거리가 있어서인지 오염된 여우는 따라붙지 않았다.


“잡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평소와 달리 그녀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지 않았다.


“얼핏 보니 반응속도가 느려요. 회피만 잘한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공격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예요. 일전에 말했듯이 혼돈의 기운을 저렇게 두르는 것만으로도 마법사의 마법이 상쇄되어 그 위력이 줄어들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죠? 마을로 돌아가서 보고를 해야 할까요?”


리저드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되겠지만, 자칫 흔적을 놓칠까 걱정이 되네요. ‘도움의 외침’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겨우 여우 정도에 그러기는 아쉽고.”


“도움의 외침이요?”


처음 듣는 단어에 지훈이 묻자 리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돈에 물든 마수의 등장은 상당히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요. 발견자들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는 걸 알 때가 있죠. 그런 때 도움의 외침을 통해 주변에 마수의 출현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요. 그건 각자의 영혼에 각인된 의무이자 권한이랍니다.”


도움의 외침을 사용하면 일정 반경 이내에 있는 이들에게 지금 위치와 혼돈에 물든 마물의 등장이 알려지고, 그 호출을 받은 이들은 저절로 마물 소탕 임무가 부여된다. 또한 가까이에 다가가면 저절로 파티가 짜여지기까지 한다.


“대신 긴급 임무라 일반 임무에 비해 공적치가 많이 주어진답니다. 그래서 선호하는 이들이 있죠.”


“그럼 그걸 사용하면 되겠네요.”


지훈이 반색하자 리저드가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하지만 공적이 나뉘죠. 발견자라는 공적은 인정을 받겠지만, 사냥에 대한 공적은 나뉘어요. 심지어 지금 우리 같은 수준의 참여자라면 전리품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요. 저 녀석 반응속도를 보니 해 볼 만 할 것도 같은데, 일단 둘만 한 번 시도해 볼까요? 어차피 죽어도 조금 아프긴 하겠지만, 레바나의 영혼탑에 등록이 되어 있잖아요.”


이익을 위해 죽음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려 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경우는 보통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냥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일단 보조 마법을 모두 걸어 주세요.”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는 그녀의 말에 지훈은 이속, 체력, 지능, 마력을 증가시키는 마법들을 둘 모두에게 걸었다. 중간에 마력이 고갈되어 집중을 걸고 쉬려 하자 리저드가 말리며 마력 보충 물약의 복용을 권했고 다시 회복된 마력으로 남은 마법을 걸었다.


“일단 ‘마력의 방패’를 걸고 나면 제가 바로 선공을 하고 달릴 거예요. 그동안 단탈리안은 둔화와 약화 마법을 걸어 주세요. 그러고 나서 공격 마법을 사용하면 돼요. 그러다 만약 여우가 단탈리안을 쳐다보면 절 부르고 달아나요. 제가 부를 때까지요. 이걸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할 거예요. 아, 그리고 저도 마력 보충 물약 하나만 부탁드려요.”


다시 집중을 걸고 마력을 회복하는 동안 리저드가 계획을 설명했다.


“마력이 떨어지면요?”


“둘 모두의 마력이 떨어질 때까지도 사냥을 못 끝낸다면 달아나야죠. 무조건 붙으면 안 돼요.”


혹시라도 칼 들고 휘두르라고 하진 않을까 걱정했던 지훈은 안도했다.


계획대로 마력의 방패를 거는 것으로 혼돈에 잠식된 여우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리저드의 얼음 송곳이 여우에 적중함과 동시에 지훈의 마력 폭발이 바로 앞에서 일었다. 하지만 폭발의 여파로 밀려나던 다른 여우들과는 달리 오염된 여우는 그 자리에서 버텼다. 그리고는 바로 리저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런, 생각보다 빨라요!”


오염된 여우의 반응속도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리저드와 여우 사이의 거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대상을 특정해서 사용하는 약화와 둔화는 속도와 무관하게 걸 수 있었지만 먹히지 않았고 그나마 익숙해진 마력 폭발 역시 여우의 속도 때문에 정확하게 맞히기가 힘들었다.


이지를 잃어 단순해진 여우의 움직임 덕에 리저드는 방향을 꺾어가며 잘 피해내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타격이 들어가지 않자 지훈은 초조해졌다.


순간 지훈의 머리로 질서의 가루를 이용해 달그림자 꽃의 혼돈을 정화 시켰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훈이 경로 가까이로 이동하자 리저드가 흠칫하며 방향을 꺾었다. 지훈은 여우가 근처로 지나가는 순간을 노려 질서의 가루를 사용하고 이어 ‘둔화’를 걸었다.


[ ‘혼돈에 잠식된 여우’ 가 둔화에 걸렸습니다. ]


이번에는 둔화가 먹혔다. 하지만 좋아할 틈도 없이 달아나야 했다. 붉은빛을 줄기줄기 흘리는 여우의 눈이 지훈을 향했기 때문이다.


“리저드!”


뒤늦게 약속한 대로 리저드의 이름을 외쳤다.


“뛰어요!”


그녀의 말이 들리기 이전부터 지훈은 방향을 꺾어 달렸다. 퍽퍽 하며 리저드의 마법이 적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했지만 돌아볼 수는 없었다.


“단탈리안!”


그리고 이어지는 리저드의 부름에 지훈이 돌아서서 마법을 사용했다.


지훈과 리저드는 도발 수치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리저드와 지훈의 사이에 공격 성공률이나 마법의 위력의 차이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질서의 가루로 인한 도발 수치의 증가율이 높았던 덕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마력.


지훈이 남아 있던 질서의 가루를 모두 사용하고 리저드가 이동 중 집중을 걸고 마력 보충의 물약까지 사용해 모은 마력을 모두 사용하고 나서야 겨우 여우는 검은빛으로 변하며 바닥에 몸을 뉘었다.


“운이 좋았네요.”


그녀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몸을 뉘었다. 육체적 피로는 없었지만, 자칫 한 대라도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썼다.


“힘든 건 알지만 이것부터 처리하고 쉬어요.”


괴물같이 변한 여우는 죽었지만, 그 시신에선 여전히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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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9 0 12쪽
53 6. 펜릴의 부활지 (5) 19.06.18 52 0 13쪽
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2 0 13쪽
51 6. 펜릴의 부활지 (3) 19.06.14 73 0 11쪽
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9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6 0 15쪽
48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2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4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4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9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6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1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8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2 0 14쪽
38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2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8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9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3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6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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