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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areth 님의 서재입니다.

티페레트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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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최근연재일 :
2019.06.19 10:38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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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8
추천수 :
128
글자수 :
3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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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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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DUMMY

“혼돈의 세력 내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듯합니다. 레바나에서의 일을 보면 의도적으로 이곳저곳을 순차적으로 두드리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그 사이에 경계가 취약해진 영혼의 문으로 침입을 시도했어요. 그것도 문이 열리며 질서의 가루의 양이 가장 적은 순간을 노린 것으로 보아 시작의 마을 습격부터 모든 게 저들의 생각대로 진행이 된 것 같아요.”


“레바나 만이 아닙니다. 거대한 뱀의 안식처 역시 습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운명의 탑까지는 침입하지 않았지만, 대신 마을 곳곳을 들쑤셔서 그곳으로 시선을 모아두고 은밀히 안식처의 봉인을 해제했더군요.”


“북서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사단이 제국 남부에 자리한 시작의 마을 습격자들을 쫓기 위해 내려간 틈을 타 제국 북서부와 외곽의 혼돈 지역에도 균열의 틈을 열었어요. 그 틈으로 마수들이 출현하며 인근 마을에 살던 이들을 몰살시켰더군요. 기사단을 되돌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혼돈의 세력이 습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외곽지의 혼란이 상당합니다.”


“연합 역시도 이번에 대 봉인지 두 곳의 봉인이 풀린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틈의 갯수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요.”


“설마, 저희가 닫힌 문을 억지로 열어서 이런 이들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적어도 흩어놓았던 혼돈의 세력들이 다시 힘을 합친 건 확실한 것 같군요. 그것도 누군가의 명령 하에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가브리엘, 앞으로 한동안 문을 여는 것은 중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저도 그리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보다 저들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지금까지로 봐서는 문을 열어 질서의 결계를 흔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싶은데, 정확히는 알 수가 없군요.”


“일단 저들의 의도를 알 때까지 한동안은 제국 전역에 내려진 경계령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합시다. 일단 제국과 연합 외 지역에서 일어난 혼란 역시도 한 번 확인해 보고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언제든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제국의 안녕을 위해...”


목례와 함께 세 사람의 신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네 개의 수정구가 박힌 원형의 탁자만이 남겨졌다.


점검을 위해 차단되었던 통신망을 급히 복구하고 난 뒤 바로 이루어진 제국을 이루는 네 수호자 간의 긴급 회동이었다.


레바나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까지 이어진 동시다발적 테러에 제국 전체가 어수선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함인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것마저도 다른 곳에서 은밀히 진행하고 있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눈가림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가브리엘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털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수정구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맞은 편에서 영상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오래된 마수의 무덤에서 빠져나온 늑대 마수 펜릴을 상대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로 무덤을 빠져나온 진짜 펜릴이 두 여행자 혈맹을 급습할 때의 영상이었다.


다음으로 떠오른 영상에서 거대한 뱀의 안식처를 빠져나온 거체의 뱀, 요르문간드가 주변을 맹독으로 물들이며 사람들을 학살하는 모습이 보였다. 뱀을 저지하기 위해 급하게 소환된 여행자들이 독이 뿜어지는 곳을 피해가며 거대한 몸통 이곳저곳을 열심히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다 물 속성의 마법이나 꼬리에 맞고 날아나는 이들이 다수 보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영상에서는 완전히 파괴된 마을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산속 마을, 바닷가 마을 등, 위치가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파괴된 곳을 어슬렁거리는 이들은 검은 어둠을 온몸에 두른 채 자신들을 처단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을 맞아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티페레트에 혼돈에 의한 새로운 변화가 다가왔다.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한 것일 테다. 제국과 연합이 신념이란 이유로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밀고 있는 사이, 저들은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충분한 준비를 마친 저들은 우리 모두에게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신념을 건 싸움을 중지할 수 있을까? 아니, 어려울 것이다. 분명 저들이 그 틈을 파고들 것이라는 걸 모두는 알지만,’


영상을 보는 동안 가브리엘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왔다.


그녀의 말이 끝나고 흐려지는 화면의 중앙에 타오르는 금빛 불덩이가 움직이며 글씨를 써나갔다.


- 새로운 던전과 필드의 재편, 보다 강해진 혼돈의 세력.


그 다음 떠 오른 두 줄의 문장,


[ 티페레트 온라인, 그 첫 번째 변화. 혼돈의 발호 ]

[ The Tiphereth Online, Phase 1, The Domination of the Chaos. ]


금색으로 밝게 빛나던 글씨가 곳곳에서 시작된 어둠에 조금씩 잠식되며 화면이 어두워졌다.


직후 떠오른 회사의 로고도 마찬가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가브리엘, 혼돈의 힘이 강해진 만큼 저희 역시 맞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이 늘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에겐 비밀로 한 채 새로운 영혼 확보에 주력하세요.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난 여행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부탁합니다.”


수정구 위로 흐릿하게 떠오른 라파엘의 이야기로 전체 영상이 마무리 되었다.


***


정식으로 게임이 시작되고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야 이루어진 첫 대규모 업데이트, 그 시작을 알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게임 기대감을 알리는 글보다 업데이트가 느리다거나 돈을 더 쓰라고 한다는 등 악성 글들이 많았지만 옹호하는 댓글들도 많았다.


- 무슨 게임이 업데이트부터 하고 광고를...

- 원래 이상한 회사

- ㅋㅋㅋ 그건 인정

- 돈에 눈 먼 게임, 또 돈 달라고 하는 구나.

- 그래도 할 사람은 한다.

-그러니 맨날 돈지랄 게임들만 개발하는 거임.

- 게임 좀 해 보고 이야기 해라. 진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대박 게임이다.

- 로또나 카지노도 인생을 바꾼다.

- 잘 띄운 검 하나 열 외제차 안 부럽다!

- 개인 맞춤형 진행을 한 번 경험해 보고 지껄이지? 난 원래 완전 급한 성격이었는데 이 게임하면서 많이 고쳐짐. 이젠 조금 급한 성격ㅋ

- 222. 인정.

- 난 다른 사람들 만나면 부끄럼 때문에 말도 잘 못했는데, 게임 했더니 그거 고쳐짐

- 나도 해 봤는데? 안 되던데?

- 닥하사면 당연히 안됨. 닥사 즐!

- 뭐래? ㅋㅋㅋㅋ

- 이거 리얼. 옛날에 기사 났었음. 홍채 모양과 성격의 상관관계로 빅데이터 만들어서 단점 고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

- 돈 받고 쓰는 기사를 믿냐? ㅋㅋ

- 아. 쫌 닥치고 일단 해 봐라. 사람들이 왜 하는지 알 거다.

- 너나 닥쳐.

- 시나리오나 임무 따라서 움직이다 보면 확실히 조금은 바뀌어요. 대신 닥사나 쟁은 성질 버리기 딱 좋음.


이런 식의 댓글들이 주를 이루었다.


다들 돈 먹는 게임이라는 말에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지만 묘하게도 그래도 자신들의 의도가 먹혀 들었다는 점을 인지한 댓글들이 많이 달리자 제작자들과 운영진은 희망을 얻었다.



***


“사모님, 넘기고 나니 좀 홀가분하십니까?”


뒷자리에 앉아 손에 들린 태블릿 속 서류를 보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농장에서 기른 농산물의 양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에 여성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뭘 물어보세요. 당연하죠.”


하지만 직접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운전석에 타고 있던 노년의 집사가 뒤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업무 말고요. 지훈군 일 말입니다.”


“아, 모르겠어요. 언제 주어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 넘기니 홀가분하긴 한데, 솔직히 게임을 한다는 자체는 여전히 탐탁지 않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주변에서 다들 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이 엄마 눈치 본다고 안 하고 있었던 게 고마울 따름이죠.”


복잡한 심정을 얼굴에 드러내며 지훈의 어머니, 미정은 창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룸미러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집사는 물끄러미 그녀의 그런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훈군의 합류가 마지막이었으니 경쟁이 본격화될 겁니다. 영상을 보니 게임 내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더군요.”


“어차피 전 경쟁에서 이기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이미 경쟁에 뛰어들기엔 늦기도 많이 늦었고, 사실 우리 지훈이가 무언가를 이끌어 나가기에 적합한 아이는 아니지 않아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지훈군도 가능할 수도 있죠.”


“집사님, 지훈이 아시잖아요. 자상하면서도 할 일이 있으면 다 하려 하는 아이이긴 하지만,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요.”


“허허, 그렇긴 하죠.”


‘하지만 즐긴다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주변에서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요.’


괜히 그녀에게 걱정거리를 더해줄 필요는 없었기에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그런데 기기를 넘기고 나니 미리 하도록 해 주지 않은 거, 후회는 안 되십니까?”


대신 다른 말은 꺼낼 수밖에 없었다.


“말씀드렸잖아요. 괜히 무거운 짐에 짓눌리며 사는 건 원치 않아요. 전 그냥 지훈이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인생 즐기며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금도 특별히 이상한 데 돈을 쓰지 않는 이상 풍족하게 살 수 있잖아요.”


“예.”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차는 저절로 목적지로 설정된 미정의 집을 향해 달렸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동의 농산물 재배용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생산 센터 정문에 도착했다. 문 주변으로 2.5미터에 달하는, 사람이 쉽게 드나들지 못할 거대한 담이 세워져 있었다.


문이 열리고 천장에 태양전지판을 가득 단 농장 건물들 사이로 차가 들어서자 저절로 문이 닫혔다.


그 한 곳에 있는 자택의 앞에서 내린 미정은 열린 문틈으로 여전히 차에 타고 있는 양 집사의 모습을 쳐다 보았다.


“이제 양 집사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시 돌아가시나요?”


기기의 배정 확정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합류한 집사였기에 미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직은 좀 더 걸릴 겁니다. 그리고 저야 뭐, 이제 나이도 있으니 일이 완전히 마무리된다면 그만 둬야겠죠. 그래서 말인데, 농장에 자리가 좀 있을까요?”


미정의 얼굴이 환해졌다.


“있어요. 없는 자리도 만들어 내야죠. 집사님은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감사합니다.”



***


“연합장님, 업데이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업데이트라기보다는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라 함이 맞겠죠. 저들은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알고 있는 피 튀는 경쟁.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그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그 경쟁 말입니다. 그 경쟁에서 난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를 꼭 쟁취할 겁니다. 도와주세요, 삼촌.”


“옥좌를 향한 그 길로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저를 따르는 이들의 노고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모든 이들에 대한 경쟁을 늦추지 마세요. 새로 시작한 이에 대한 파악도 잊지 마시고요.”


“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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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8 0 12쪽
53 6. 펜릴의 부활지 (5) 19.06.18 52 0 13쪽
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1 0 13쪽
51 6. 펜릴의 부활지 (3) 19.06.14 72 0 11쪽
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9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5 0 15쪽
»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2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4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3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8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6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0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7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1 0 14쪽
38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1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35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7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9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3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5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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