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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최근연재일 :
2019.06.19 10:38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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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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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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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펜릴의 부활지 (3)

DUMMY

마력을 보충하고 보조마법을 거는 등 정비를 마친 일행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4, 50미터 정도를 움직였을까. 바닥에 자잘한 돌맹이들이 툭툭 걸려, 걷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준다.


펑,


다시 질서의 결정이 폭발했을 때 보이기 시작한 부분은 이전과는 달랐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길도, 벽도 누군가에 의해 다듬어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이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돌맹이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벽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곳도 있었다.


바위 뒤에서의 공격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며 앞으로 다가간 지훈은 다시 한번 질서의 결정을 날렸다.


펑,


이번에 확보한 시야는 확연히 짧았다. 날아가던 결정 대부분이 가운데가 크게 뚫려있는 벽에 가로막혔던 탓이다.


터저나간 질서의 조각들이 벽에 들러붙어 지금까지의 어둠보다 더 짙은 벽 주변의 어둠을 끊임없이 불사르고 있었다. 어둠과 빛이 뒤바뀌며 만들어 내는 그 틈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기묘한 문양들이 이 곳에 무언가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누가 안에서 이 벽을 터뜨렸나 본데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기가 진짜 봉인지 역할을 한 곳일 겁니다.”


“봉인의 문양이 이 벽에 그려져 있었나 보군.”


벽 너머의 어둠을 주시하며 던진 자크의 말에 크렌베리가 동조했다.


그의 말에 지훈과 리저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온 길도 혼돈에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실질적으로 혼돈의 마수가 이 너머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아두는 봉인이고, 여기부터 동굴의 입구까지는 새어 나오는 혼돈의 기운을 가두기 위한 완충 지역의 역할로 설계를 한 듯하네. 봉인을 한다 해도 이 정도의 혼돈이 새어 나온 걸 보면 그 판단이 맞았던 것 같구먼.”


“여기부터 더욱 조심해야 한단 이야기군요.”


자크의 손짓에 기사단원들이 더욱 밀집했고 지훈이 결정을 던져 폭발시키고 난 뒤 천천히 벽의 너머로 진입했다.


좁은 부분을 지나자 보다 짙은 어둠이 일행을 위협하고 있었다. 지훈이 질서의 결정으로 한 번 더 어둠을 제거하고 나서야 동굴 안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일행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행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벽에 패여 있는 무수히 많은 고랑들이었다. 마치 거대한 야수가 발톱으로 그 벽을 수없이 긁어댔던 것처럼.


“일단 더 들어가 보세.”


크렌베리가 침묵을 깼다.


“그런데 예전엔 봉인이 아니라 무덤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어둠이 중화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훈이 리저드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죽음에서 살아난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당시엔 혼돈의 존재들에 대해선 어느 하나 확실히 아는 게 없었으니까, 그저 죽은 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설명에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지 지훈이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죽은 줄 알았다면, 왜 굳이 이곳을 봉인한 거죠?”


듣고 나니 그럴듯한 의문에 리저드 역시 고민에 빠졌다.


“죽였다고는 하지만 확신이 없었던 게지. 게다가 시체라고는 해도 강대한 혼돈의 기운을 품고 있었을 테니 당시로서는 바로 처리하기도 힘들었을 게야. 어쩌면 그렇게 두고 시체에서 혼돈의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군.”



벽의 너머는 혼돈의 밀도가 훨씬 짙었다. 지훈이 같은 방식으로 혼돈의 어둠을 몰아내어 보았지만 기존에 비해 어둠을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었고 그만큼 일행의 발걸음도 더뎌졌다.


대신 지훈에게 좋은 점도 있었다.


“어? 리저드, 갑자기 안 쓰던 기술들의 숙련도가 올랐는데요?”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들의 숙련 분야를 선택하라는 창이 연달아 떠오르며 지훈의 시야를 가리자 지훈이 확인하며 리저드에게 물었다.


벽 이전의 어둠을 걷어낼 때는 숙련치가 전혀 오르지 않았지만, 벽 내부에서는 어둠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전체 숙련치가 소폭 오르고 있었다. 이 부분부터는 어둠 역시 본격적으로 제거 대상으로 인지가 되는 모양이었다.


늑대들이 어둠 속에 숨어있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등장하는 늑대들의 종류가 바뀌었다. 보통의 검은 털 늑대는 나타나지 않고, 대신 혼돈의 기운을 갑옷처럼 두른, 붉은 눈의 늑대들이 더해졌다.


새로운 늑대는 붉은 눈이 빛을 발할 때 그 시선이 닿는 누군가가 잠시 멈칫하게 만드는 기술을 사용했기에 중간중간 상처를 입는 이들이 발생했다. 늑대들도 서너 마리씩 팀을 짜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윽!”


붉은 눈의 늑대가 가장 먼저 시선을 주는 쪽은 지훈이었고, 지훈은 그때마다 그 자리에 멈춰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훈이 위험해질 일은 없어 보였다. 길이 조금 더 좁아진 데다, 갈림길도 없어 기사단이 보다 밀집 해서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발 수치가 지훈에게 튄 것이 오히려 기사단을 돕고 있었다.


처음에는 덜컥 마비되는 느낌에 놀랐던 지훈이었지만 자신에게 시선이 향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기꺼이 감수했다. 그 이상한 느낌을 은근히 즐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만큼 지훈과 늑대 사이에 격의 차이가 벌어진 것인지 지훈의 입장에서는 기사단원들이 사냥할 때 늦지 않게 숙련 분야를 고르느라 행복한 고생을 해야 했다. 그렇게 올린 마력 폭탄의 도달 거리는 15m에 육박해 있었다.


이전에 비해 터널은 좁았고 곳곳이 굽어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여섯 번의 중화 작업을 거쳤지만 갈림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여기가 끝인가 봅니다.”


진입하고 두 시간 가량이 경과 하고 나서야 일행은 벽이 좌우는 물론 위로도 확 넓어지는 곳에 서 있었다. 여전히 먼 곳을 채우고 있는 혼돈의 어둠 때문에 한 눈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벽이 확장되는 각도로 미루어 상당히 큰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지훈은 결정을 이용해 시야를 확보해 나갔다. 공터에서는 늑대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임무 완수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드디어 끝이라는 생각이 더해져 긴장이 살짝 풀렸다.


그러다 마주한 거대한 틈. 동공의 중앙에는 혼돈의 기운을 스멀스멀 토해내고 있는, 가로로 길게 찢어진 틈이 있었다. 틈에서 흘러나온 혼돈의 기운이 지훈이 흩뿌린 질서의 조각들과 반응하며 어떻게든 다시 어둠을 채워 나가려 하고 있었다.


“어째서 틈이 여기에!”


기사단장 자크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틈은 또 언제 열린 거지?”


크렌베리가 의문을 표했다. 틈의 너머에서 흘러들어오는 혼돈의 기운은 그 양으로 보아, 결계의 바깥, 혼돈의 공간 어딘가와 연결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


모두의 시선이 틈새, 어둠의 안쪽을 향해 있었지만, 지훈의 걱정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방금까지 틈의 바로 아래, 허공에서 부딪히던 혼돈과 질서의 기운 간의 경계선이 어느새 바닥에까지 내려와 있었다.


“저기, 이대로라면 얼마 못 버티겠는데요? 일단 한 번 더 정화 작업을 해 둘게요.”


혹시 모를 틈새로부터의 습격에 주의를 기울이며 앞에 선 이들에게 다가간 지훈이 다시 한 번 질서의 결정을 흩뿌렸다.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에 바로 뒤로 물러섰다.


반면 전면에 나가 있던 기사단원들은 자신들의 기운을 끌어올려 무기에 실은 채 자리를 지켰다.


쿵.


틈에서 시작된 울림이 동굴 전체로 뻗어 나가며 울림의 메아리를 만들어 냈다. 소리의 파도에 귀가 먹먹해진 이들이 머리를 흔들었다.


“뭐지?”


하지만 울림은 그 한 번으로 끝이 났고 여전히 틈은 혼돈의 기운을 흘려대고 있었다.


“전열, 조심스럽게 전진해 현상을 확인한다.”


자크가 크렌베리와 함께 선두에 서 있던 이들을 이끌고 틈 주변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대열의 중앙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지훈이 크렌베리를 가리키며 리저드에게 속삭였다.


“이 울림, 그때 레바나 근처에서도 들어본 것 같은데 맞지 않아요?”


크렌베리를 처음 만난 공동 농장에서 들었던 그 울림이 아니냐는 지훈의 손짓. 그에 리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의 문을 닫고 결계를 회복시킬 때 그런 울림이 나타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서도 그런 울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네요.”


얼핏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려는 찰나, 앞에서 크렌베리의 외침이 들려오며 지훈의 생각을 끊어 냈다.


“단탈리안, 이 틈을 향해 아까와 같이 한 번만 더 부탁하네.”


정화 작업 요청에 지훈이 알겠다며 다시 결정을 날렸다.


“모두 음파 중격에 대비!”


지훈이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보고 자크가 외쳤다.


그리고 마력 폭발로 파쇄된 질서의 조각들이 날아가 틈의 일부와 부딪혔다.


일순 틈새가 흔들리며 좁아지는 듯했다.


쿵.


다시 퍼지는 울림. 다행히 지훈도 마법을 사용한 직후 바로 귀를 막은 덕에 머리에 오는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약간의 울렁거림은 남았다.


크릉.


벽에 반사되어 남아 있는 울림 사이에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 있자 일행은 틈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뒤에!”


후방을 담당하던 이의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일행의 뒤, 공동의 입구 쪽에서 붉은 눈의 늑대가 당당한 자세로 걸어들어왔다.


“어, 큰데요?”


“설마, 지배자 급?”


오늘 이곳에 들어와서 본 늑대 중 가장 덩치가 커 보였다는 점은 일순 일행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해 보였다.


머리까지의 높이만 해도 3미터는 넘어 보였으니까.


크르르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낮게 그르렁거리는 그 늑대의 뒤로 붉은 안광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투 준비!”


기사단원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있었다. 다행히 늑대들이 접근하기는 했으나 경계 태세를 갖춘 채 서서히 다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섰고, 바로 충돌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우리가 먼저 싸움을 시작한다면 단탈리안 군은 틈을 건드리지 말고 주변으로 정화 작업을 좀 해 주게나. 자칫 혼돈의 기운에 둘러싸이면 저들을 상대하는 게 정말 어려워질 걸세.”


거대한 망치를 꺼내 왼손에 든 크렌베리가 시선을 늑대에게 고정한 채 지훈에게 지시했다.


얌전해 보이는 이가 한 손에 자신의 상체 만 한 머리의 망치를 들고 있는 그 이질적인 모습을 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훈이 알겠다고 답했다.


지훈이 살금살금 뒤로 물러서며 틈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결정들을 흩뿌리는 동안 늑대들과 기사단 사이의 긴장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지배자 급의 늑대는 처음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다른 늑대들이 먼저 공격하려는 듯,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쿵.


그 순간 지훈이 던진 결정이 실수로 틈과 현실의 경계를 건드리자 다시 한번 울림이 동굴을 휩쓸었다.


“돌진!”


그리고 그 울림이 신호탄이 되어 기사단이 선공을 시작했다.


갑작스런 큰 소리에 정신차리지 못하는 늑대들을 향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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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9 0 12쪽
53 6. 펜릴의 부활지 (5) 19.06.18 52 0 13쪽
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2 0 13쪽
» 6. 펜릴의 부활지 (3) 19.06.14 73 0 11쪽
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9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6 0 15쪽
48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2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4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4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9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6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1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8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2 0 14쪽
38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2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35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7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9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3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6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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