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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areth 님의 서재입니다.

티페레트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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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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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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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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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페레트 온라인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은 각 세피라의 원주민이 아닌 티페레트에 머무르는 그들의 혼혈, ‘문의 수호종족’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선 아래 설정상의 이유로 멜라힘, 하쉬말림, 베네 엘로힘(초월자형), 베네 엘로힘(초월종 형), 케루빔의 다섯 종족이 선택 가능하다.



각 세피라들을 연결하는 통로, 그 입구를 ‘문’이라 칭하고, 그 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탑’이라고 칭한다.

탑 주변을 관리하고 때로는 지킬 수 있는 무력까지 갖춘 이들을 ‘수호종족’이라 했으며 그 수호종족을 이끄는 이를 탑의 관리자 ‘수호자’라 불렀다.


수호종족은 허락된 탑의 영향력 내에서 탑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특히 수호자는 탑 주변에서라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능력을 선보였다.



< 운명의 적용과 변화 >


결계가 형성되기 더 이전, 제 10 세피라, 말쿠트의 이쉼(인간 종족을 칭함)에게 운명이 적용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의 이야기다.



차츰차츰 늘어난 세피라가 10개로 늘어나고 7번째 세상의 주인공, 말쿠트의 이쉼이 창조신의 의지를 따라 운명의 지배를 받는 순간부터 각 세피라의 역할은 그에 맞춰 변화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제6 세피라, 티페레트가 가진 중간계로서의 역할이었다.


생명의 근원이자 타 세피라 간의 중심 통로 역할을 수행하던 제6 세피라, 티페레트 역시 그러한 변화에 직면해야 했다.


태초의 대지가 만들어 내는 생명의 힘을 통로(Path. 두 세피라 사이를 잇는 길)를 통해 다른 세피라로 전달하는 역할은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말쿠트를 제외한 8개 세피라의 중앙에서 그들 간의 연결 고리 역할에 그쳤던 기존과 달리 운명의 관리자들이 말쿠트로 향하는 경로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운명 시스템 유지를 위해 각기 다른 역할을 배정받은 타 세피라 종족들의 왕래가 점차 빈번해지며, 다른 종족들은 티페레트의 역할을 경유지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점차 심해졌다.


말쿠트로 내려가기 위해 티페레트를 경유해야 했던 종족들은 문화적 차이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기반 시설에 불만을 표했고, 그들의 불만을 인지한 각 세피라의 신들이 티페레트의 신, 엘로아 베 다트에게 ‘문’의 주변으로 숙박시설 및 마을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할 시설들이라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엘로아는 자신의 아이들(멜라힘)들이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종족이 자신의 대지에 계속해서 머무는 것도 원치 않았기에 그들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시간이 흘러 말쿠트의 인구가 늘어나며 운명 임무를 담당하는 다른 종족들의 업무도 가중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보아왔던 멜라힘은 운명 시스템의 유지를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었다. 피로 누적으로 예민해진 이들이 멜라힘들에게 불만을 표했고, 그게 종종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며 티페레트의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창조신에게 힘을 부여받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 멜라힘은 특유의 생명력을 제외한다면 특출난 재능도 없었고 무엇보다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능력은 부여받지 못했기에 멜라힘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통로를 이용하는 타 종족에 의한 말썽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엘로아는 다른 세피라를 지배하는 신들과의 정기회의 자리에서 그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예전에 했던 요청의 거절이 앙금으로 남아 있던 다른 신들의 무시로 그녀의 의견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고 그대로 묻혔다. 엘로아의 성향이 원래 순했던 것도 있지만 다른 지배자들의 생각 역시 자신을 따르는 종족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생명력의 분배를 잘 유지하고 있는 엘로아의 역할은 인정했지만, 운명 시스템의 유지에 있어서 멜라힘의 역할에 대해서는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회의가 끝나고 엘로아는 자신을 모시는 대신관을 비롯한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멜라힘이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이 되었겠지만, 종족별 특징이 너무나 명확하게 갈려 있었고, 준 신인 그녀라 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회의를 해 보아도 딱히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젊은 신관이 다른 종족과의 융합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듯 건넸다.


당시엔 다른 종족과의 혼혈이 엘로아 여신의 힘을 일부 배척하는 부정적 행위라는 생각이 팽배했기에, 대신관은 그에게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하지만 정작 엘로아는 그 의견에 눈을 빛냈다.


“아니에요, 대신관. 그렇게 해서라도 모두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면 해야죠. 내재된 신성이 일부 줄어든다 해도 내 아이들임에는 틀림이 없는걸요. 혼혈을 통해 저들의 능력과 문명을 가져와요.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문을 통과하는 이들이 위화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처하라고 하는 거예요.”


티페레트를 거쳐 현계 말쿠트로 내려가는 이들 상당수가 자신들의 문화와 전혀 다른 이곳의 문화 때문에 불만을 토로했기에 나름 괜찮은 의견이라 생각이 된 것이다.


그건 예전에 신들이 말했던 ‘문 주위 마을’에 대한 자신과 그들의 일종의 절충안이기도 했다. 대신 자신이 거절한 적이 있었던 것을 이번엔 자신이 요청하는 것이라 한발 물러날 필요가 있기는 했지만.


하지만 대사제가 불안을 표했다. 여신의 힘이 너무 줄어들면 이 세상에 미치는 그녀의 영향력이, 그리고 그 영향력을 토대로 하는 그녀의 신성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말했잖아요. 내 아이들이라고. 어느 세상과 섞이더라도 그 안에는 멜라힘의 피가 섞여 있을 겁니다. 문제를 일으킨다면 저나 교단에서 나서서 해결이 가능할 거예요. 애초에 그러려고 혼혈을 생각하는 거니까.”


그녀가 통제만 가능하다면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았다.


“의견을 낸 건 라파엘이었나요? 다음 회의 때까지 혼혈 계획에 대한 장, 단점과 그 각각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안 두세 가지 정도를 준비해 오세요. 다른 분들은 혹시라도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 좀 부탁드리고요.”


그녀는 세세한 부분은 넘기고 회의를 끝냈다. 다른 이들에게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그곳에 있는 신관들은 그녀의 성격을 알았다. 아마 그녀가 꽂힌 그 방법대로 밀고 나갈 것이다.


갑자기 떨어진 업무에 라파엘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모두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빛의 대신전을 빠져나갔다.



< 탑과 수호자, 그리고 수호종족. >


엘로아는 라파엘에게 받은 계획서를 검토하고 다른 신관들과 논의해서 구체적인 안을 잡아 나갔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종족의 신들이 혼혈을 허락하느냐 하는 부분이었기에 그나마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미리 설득을 해 두었다.


“다른 종족들이 각자의 세피라와 다른 저희의 문화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들었습니다. 현계에서의 업무 처리도 스트레스일 텐데, 오가는 데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겠죠. 그래서 문 주위로 각 세피라와 저희 세피라, 양쪽의 문화를 골고루 섞은 지역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누군가가 물었다.


“문화를 섞는다고?”


“정확히는 문화만 섞으려는 건 아닙니다. 제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그 지역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니까요.”


“설마, 그 말은 종족끼리 섞겠다는 말이오?”


또 다른 신이 물었다.


“네. 혼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신들의 회의장이 어수선해졌다.


“대신, 문의 주위로 그들만의 자치 지역을 허용하겠습니다.”


“자치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대의 영향권 아니요.”


“만일을 대비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티페레트의 존속에 위협을 가할 정도가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보기엔 그저 우리 아이들의 힘을 나눠 가지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이오만?”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계속된 충돌로부터 저의 아이들을 지키고자 함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티페레트의 존속에 위협을 가할 정도가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 말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한 가지 더, 아무래도 정해진 종족 외의 다른 이들이 많아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이 되실 거예요. 그래서 문을 보호할 수 있는 건물을 같이 올릴까 합니다. 그 건물에 대한 호칭은 ‘탑’으로 통일하겠지만 그 형태는 각 문화에 맞게 지을 겁니다. 물론 탑은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모양대로 할 거고요.”


“그럼...”


누군가가 나서서 이야기를 하려하자 엘로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


“안 됩니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의 크기는 물론 탑의 규모에도 제한을 둘 겁니다.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요.”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그러오.”


머쓱해진 남성이 투덜댔다. 그에 대한 답은 다른 이가 내어놓았다.


“뻔하지요. 뭐. 엘로힘 기보르께서 제일 큰 탑을 지으시려는 것 아닙니까.”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처음 의견을 말할 때 보다 밝아져 있었다. 그들의 반응에 엘로아의 표정도 조금 밝아졌다. 흘러 나오는 목소리 역시 조금은 부드러워졌고.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양측의 특징을 융화시킨 이들을 그 탑 주변으로 이주시킬 거예요. 그 탑 주변 지역을 살아갈 그들에게 탑을 지킬 힘을 부여하고 의무를 부여할 겁니다. 그들은 탑의 수호종족이 되고, 수호자라는 그들의 수장을 뽑게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모든 행위의 결정권은 그 수장이 갖도록 하려 합니다. 그들은 제가 아닌 문의, 그리고 탑의 힘을 받아서 살아가는 이들이니까요.


모두가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머리 좀 아프셨겠소.“


한결 부드러워진 어투에 엘로아도 미소로 답했다.


”제가 하나요? 엘 님도 참. 아시면서 그러세요.“


이어지는 모두의 웃음.


엘로아는 그것으로 각 세피라의 관리자들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엘로아의 요청에 언제나 그랬듯 그들이 회의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창조신 아인 소프 오르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계획이 최종적으로 승인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개입하진 않을 거야. 새로운 생명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엘로아도 이번에 한 번 겪어봐. 네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 새롭게 느껴지는 게 있을 테니까.“


엘로아는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 진행하되 세부적인 사항은 이어서 조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각각의 신에게서 원하는 탑의 형태와 그 영역에 대한 제안서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과잉 경쟁을 우려해 세부 내용은 비밀에 부친 채 진행되었지만 대부분 자신들의 세상이 반영되기를 원했기에 크게 중복되는 부분은 없었다.


그리고 작업이 시작되었다.


직접 그 계획을 진행해야 하는 티페레트의 멜라힘들은 바빠졌다. 마법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다른 신들의 마음에 들게 그 지역을 꾸민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의 진행률이 어느 정도 동등한 수준으로 맞춰쳐야 했기에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여신이 꿈꾸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로 그들은 웃으며 작업에 임했다.


한 편 엘로아 베 다트 역시 두 종족을 융합시키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생명의 힘을 가진 그녀에게도 인공적인 융합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가장 힘든 것은 멜라힘과 다른 종족의 육신이 적절히 섞인 채, 다른 종족의 능력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한 실패작들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져야 했고 그녀의 성향상 그렇다고 직접 처리할 수도 없었기에 이후 생명의 연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녀 자신만의 공간에 격리시켰다.


반복된 실험으로 곧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한 번이 어려운 것이지, 한 번 성공하니 그 후는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탑의 영역의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운명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세계와 티페레트, 그리고 말쿠트를 오가야 했던 운명 시스템의 실무자들이 그 변화를 먼저 체감했다. 지금껏 허용되지 않았던 제대로 된 숙박시설의 건립과 더불어 탑의 건설과 같이 진행된 도로의 재정비 덕에 이동에 따르는 피로도가 확연히 줄었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탑이 완공되자 각 세피라의 신들은 자신의 소관인, 문의 힘을 탑에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수호종족으로 내정된 이들에게 탑의 영역 아래서 보호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그들의 피에 탑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 덕에 수호종족들은 자신들의 탑의 영역 아래서라면 패배하지 않을 만큼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부여받을 수 있었다.



< 혼돈의 침공과 결계 >


그리고 혼돈의 침공이 발생했다.


아인 소프들(추방되었던 첫 번째 아이들)은 현계 말쿠트와 더불어 자신들의 고향이자 다른 세상의 에너지원이 되는 티페레트에도 혼돈의 세력을 침투시켰다.


실질적 다툼이 일어날 상황이 아니었기에 신들의 과시용으로 평가되었던 수호자로서의 그 능력들이 혼돈의 침공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탑의 파괴와 문의 작동 중지, 그리고 티페레트의 단계적 침탈이었지만, 탑 주변에서 무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게 된 수호자들이 그들의 침략을 어렵지 않게 격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라도 강대한 힘을 지닌 혼돈 진영의 상위 존재들이 직접 침공해 왔을 때는 혼돈의 신성을 부여받은 무구들의 공격 앞에서 많은 피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탑의 건축 이후 어느 정도 힘을 비축했던 멜라힘들도 탑을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들 역시 흩뿌려진 혼돈의 조각들로 인해 탑 인근에 도달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힘을 절반은 상실한 채 전투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들의 희생, 그리고 각 세피라로부터의 지원 덕에 문은 지켜낼 수 있었다.


티페레트를 향한 혼돈의 침략으로 각 종족이 문의 수호에 집중하는 동안, 10번째 세상, 말쿠트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 직후 창조신의 힘이 담긴 결계가 완성되었고 명운을 건 전쟁이 일시적으로나마 중지되었다. 그제야 티페레트의 여러 종족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곳곳에 뿌려진 혼돈의 조각들은 물론이고, 침공 시 사용되었던 혼돈의 신성이 담긴 거대 병기나 혼돈의 기운이 응축된 적들의 시신들은 티페레트에 남겨진 채 지속적으로 주변을 오염시키며 질서의 힘을 가진 이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심지어 그것들이 만들어 낸 혼돈의 결정체에 혼이 깃들어 새로운 종이 창조되었고, 잔당이나 혼돈의 힘에 오염된 생명체들의 습격도 꾸준히 이어졌다.


혼돈을 바로잡을 수 있는 창조신은 결계를 위해 스스로를 가뒀고, 결계의 생성을 보조하며 힘을 잃은 준 신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은거했다. 혼돈을 억누를 만한 강한 능력을 지녔던 이들은 말쿠트 방어전에 지원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차츰 잦아들긴 했지만, 티페레트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혼돈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 신성제국 건국, 그리고 수호종족의 합류 >


결계의 유지 때문에 그 힘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탑의 영역 아래에 있던 수호종족들은 탑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계가 형성된 이후 엘로아가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지만 이들의 자치권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멜라힘과의 관계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딱히 거주에의 제한을 받지 않는 멜라힘들은 타 종족에 비해 짧은 수명과 강한 번식력으로 빠르게 수를 늘리며 다시 자신들의 문화를 구축하고 힘을 비축했다. 하지만 세대의 주기가 긴 수호종족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수가 많아지면 필요한 자원의 양 역시 늘 수밖에 없는데,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나갈 경우 자칫 멜라힘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보호받을 수 있는 지역인 탑의 영역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도 꽤 있었다.


멜라힘들과 다른 종족들 간에 힘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세력이 커진 멜라힘이 자신들의 힘을 하나로 규합하지 못하고 여러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서로 다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 외부로 눈을 돌릴 여유는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서로 간에 교류가 끊긴 것도 아니었다. 멜라힘들은 수호종족들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지만 수호자들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되었다.


하지만 빛의 탑 탑주를 맡게 된 라파엘이 멜라힘에게 허용된 지역 대부분을 하나로 통합하며 신성제국을 세우자 그런 관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라파엘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른 종족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혼의 윤회, 그리고 운명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궁극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선 운명을 읽고 쓸 수 있는 엘로힘(제 7 세피라 연결, 운명의 탑 수호종족)과 혼을 윤회시키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케루빔(제 9 세피라 연결, 영혼의 탑 수호종족)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행해오던 임무가 말쿠트의 파괴로 중지된 후 묘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던 두 종족은 라파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나아가 제국에 한 축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며 그들은 자신들의 혼 역시 윤회 시스템을 함께 하고 싶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우리도 운명 시스템의 피적용자 입장이 되어보고 싶었소. 사실 언제나 궁금했거든.“


운명의 탑 수호자 하니엘의 말에 라파엘은 그들의 조건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들의 도움으로 운명 시스템을 만들어 제국 사회의 기틀을 다진 라파엘은 다른 수호자들에게도 제국과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티페레트와 같은 중위 3 위계(4~6 세피라)에 속한 정신의 탑(제 4 세피라와 연결) 수호자 자드키엘과 힘의 탑(제 5 세피라와 연결) 수호자 카마엘은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다만,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카마엘의 경우 제국과 함께 하지만, 자신의 종족들은 혼의 윤회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그 의견에 난색을 표한 라파엘은 예외를 두고 싶지 않다는 말로 카마엘의 조건을 거절했다.


결국 정신의 탑 수호종족 하쉬말림은 제국에 합류했지만, 힘의 탑 수호종족인 세라핌은 우호관계는 유지하되 합류는 보류되었다.


반면 상위 3 위계(1~3 세피라) 소속의 수호자들은 모두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그나마 환상의 탑(제 2 세피라와 연결.) 수호자 라지엘 만이 관심을 표했을 뿐이었다.


함께 하는 것을 두고 종족이 둘로 나뉜 경우도 있었다.


초월의 탑 수호종족 베네 엘로힘이 그러했다.


(초월계의 수호종족은 초월자와 초월종을 통칭해서 베네 엘로힘으로 칭한다. 운명에서 벗어난 이쉼(말쿠트의 원주민)을 ‘초월자’로 칭하며 그들은 멜라힘과 동일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반면 종의 한계를 뛰어넘은 동물에 자아를 가진 혼이 생겨난 경우 그들을 ‘초월종’으로 칭한다.)


애초에 초월자가 된 이들은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이들이라 상당수가 운명 시스템의 적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초월의 탑(제 8 세피라와 연결) 수호자 미카엘의 공식적인 입장 역시 합류 불가.


하지만 기존과 달리 다소 포괄적인 운명 인식 범위와 자발적 평등의 유지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것과 다른 세상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읽은 이들은 제국이 내건 이념을 보고, 제국의 국민들이 짓는 그 표정을 보고 하나, 둘씩 합류하기 시작했다. 합류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들을 수호종족에서 제명했지만 그건 그저 더 이상의 이탈을 막아보려는 형식적인 행동에 불과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에게도 제국과의 연락의 끈을 남겨두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으니까.



그리고 운명의 적용을 거절하며 제국으로부터 이탈한 이들이 혼돈의 힘 뒤에 숨어 자유 연합을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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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6. 펜릴의 부활지 (6) 19.06.19 109 0 12쪽
53 6. 펜릴의 부활지 (5) 19.06.18 52 0 13쪽
52 6. 펜릴의 부활지 (4) 19.06.17 61 0 13쪽
51 6. 펜릴의 부활지 (3) 19.06.14 72 0 11쪽
50 6. 펜릴의 부활지 (2) 19.06.13 99 0 13쪽
49 6. 펜릴의 부활지 (1) 19.06.12 75 0 15쪽
48 Interlude 4. 혼돈의 발호 19.06.11 72 0 12쪽
47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8) 19.06.10 64 0 14쪽
46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7) 19.06.06 53 0 15쪽
45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6) 19.06.05 59 0 14쪽
44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5) 19.06.04 66 0 14쪽
43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4) 19.06.03 70 0 13쪽
42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3) 19.05.31 52 0 14쪽
41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2) 19.05.30 58 0 13쪽
40 5. 오래된 마수의 무덤 (1) 19.05.29 127 0 16쪽
39 4. 새벽달의 평원 (7) 19.05.28 51 0 14쪽
38 4. 새벽달의 평원 (6) +2 19.05.27 59 1 13쪽
37 4. 새벽달의 평원 (5) +1 19.05.24 41 1 14쪽
36 4. 새벽달의 평원 (4) +2 19.05.23 81 1 14쪽
35 4. 새벽달의 평원 (3) +2 19.05.22 47 1 13쪽
34 4. 새벽달의 평원 (2) +1 19.05.21 52 1 12쪽
33 4. 새벽달의 평원 (1) +2 19.05.20 69 1 13쪽
32 3. 여러 개의 운명 (7) +2 19.05.17 73 1 14쪽
31 3. 여러 개의 운명 (6) 19.05.16 65 0 11쪽
30 3. 여러 개의 운명 (5) 19.05.09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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