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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도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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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
작품등록일 :
2021.04.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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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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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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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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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튜토리얼

DUMMY

나는 소고를 향해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야지!”


“헌터가 돈을 벌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던전을 클리어하고 아이템 보상을 얻는 것입니다. 현재 주인님의 레벨과 스킬 등급으로는······ C 랭크의 던전을 클리어하실 수 있습니다.”


소고는 나의 상태창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주인님 D랭크 던전 클리어 등록을 하시겠습니까?”


소고는 처음부터 본론을 이야기하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그런데 주인님이라니 너무 거창하고 곤란한 이름이다.


“그 이야기 하기 전에 잠깐. 그런데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주인님 타령이냐?”


“저는 주인님을 돕기 위해 소환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는 주인님이시죠.”


“그런데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내가 악덕 노예주 같잖아.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주인님은 안돼.”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이래 봬도 내가 선진기업 사장이니까 사장님으로, 그런데 사장님은 너무 딱딱하고 사장 형님 어떠냐?”


“사장 형님···.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주인님을 부를 때는 사장 형님으로 칭하겠습니다.”


“아니다. 사장 형님 너무 길다. 남들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냥 형님으로 하자.”


“네. 그럼 앞으로 형님으로 부르겠습니다. “


“그래 소고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무릇 사장의 기본은 가까이서 함께 하는 비서의 존재 아니겠는가?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미녀 여비서가 아닌 작은 소고에서 나온 의문의 소환수이지만 드디어 나에게도 든든한 비서가 생겼다.


나의 작고 소중한 선진인력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한 걸음이 대기업으로의 도약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언젠가 대기업 오너가 되어서 자서전을 쓰게 되면 감격스러운 오늘 일을 반드시 적어야지. 그리고 소고 너는 나의 첫 번째 직원이 되는 거야.’


하지만 꿈을 꾸는 것도 잠시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며 헤벌쭉 웃고 있던 나를 보며 소고가 말했다.


“형님! 저는 헌터 온라인 사이트로 바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헌터 사이트에 접속해서 D랭크 던전 입찰을 검색해 볼까요?”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소고의 현실 발언에 대기업사장자리에서 취임사까지 준비하던 나의 마음이 금방 현실로 수직낙하 했다.


“우리 회사가 아직 현금이 넉넉지 않아서. 혹시 D랭크 던전 입찰 예상금액이 보통 얼마지?”


“지금 검색해본 평균적인 C랭크 던전 입찰 금액은 1,000만 원 정도입니다. 최근은 입찰 경쟁이 치열해서 2,000만 원까지 오르는 일도 있다고 합니까.”


내 생각보다 훨씬 높은 액수이다.


하긴 생전 입찰에 참여해 본 적이 없으니 금액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렇구나···.”


“오늘 오전 시간으로 올라온 C랭크 던전이 있는데 입찰 신청할까요?”


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이라니 당장 수중에 백만 원도 없는 내가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던전을 클리어할 능력이 없기도 했거니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금액적 여유도 없었기에 선진인력이 지금까지 던전 청소나 하고 있었다.


“돈이 없다.”


“네?”


“천만 원은커녕 수중에 백만 원도 없어. 전설직업도 좋고 D랭크 던전도 좋은데 일단은 현금을 좀 마련해야 할 것 같다.”


“C랭크 던전에 입찰 참여를 할 수 없다면 헌터로 고용되어서 일 하실 수 있습니다.

사이트 검색결과 현재 서울지역 C랭크 헌터를 구하는 곳이 45개소 등록되어 있습니다. 지원할까요?”


랭크가 낮아 아무도 고용해 주지 않았던 나는 한 번도 회사에 고용되어 일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튜토리얼을 통해 레벨업을 이룬 지금은 달랐다.


D랭크 정도의 헌터가 되면 던전 내에서 작은 역할은 가능하다.


작은 역할인 만큼 급여는 낮았지만 그만큼 쓸모도 많았다.


“그럼 C랭크 헌터는 일급이 얼마지?”


“C랭크 헌터는 일급 10만 원부터 15만 원까지입니다.”


15만 원···. 온종일 일하고 15만 원 벌어서 언제 던전 입찰에 참여하고 회사를 키울 것인가.


“15만 원 일당의 헌터로 지원하시겠습니까? 현재 경쟁률이 높아 빨리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니다! 하루 15만 원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전설직업을 얻은 만큼 우리는 빠르게 간다.”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내일은 JK상사에서 의뢰한 C랭크 클리어 던전 청소를 하는 날이다. 내 전직 이전에 이미 계약된 일이지. 내일은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클리어던전 청소의 수익은 15만 원가량으로 고용 헌터의 최고 일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클리어던전에서는 레벨업도 할 수 없어 훨씬 비효율적입니다.”


“아니. 소고 너는 나만 믿고 따라오도록. 흙수저의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도록 하지.”


“네. 그럼 형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그럼 오늘 튜토리얼 진행으로 피곤하실 테니 이만 댁으로 들어가셔서 편하게 쉬십시오.”


“집에 가긴 어딜 가. 여기가 집인데.”


나는 소고 근처에 있는 접이식 침대를 펴며 말했다.


“소고 너도 특별히 갈 곳 없지?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출발한다.”




******


소고는 잠을 자지 않았다.


아니 잠을 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어제 짧은 회의가 끝나자 소고는 원래의 작은 북 모양의 소고로 돌아갔고 그 모양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고를 가방에 넣고 클리어 던전 청소를 위해 JK상사가 오늘 새벽 막 클리어한 던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소고를 꺼내며 작게 말했다.


“소고 일어나!”


“펑!”


그러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모여 소고는 다시 어제의 작은 아이 모습이 되었다.


“푹 쉬셨습니까. 형님”


“그래···. 잘 쉬긴 했는데 어째 어감이 좀 그렇구나. 어찌 되었든 일하러 가자.”


“네. 형님.”


우리가 도착한 던전의 입구는 막 작업이 끝나 어수선했고 헌터가 아닌 많은 작업자가 모여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하청업체의 서류작업을 전담하는 담당 직원의 자리로 향했다.


귀찮지만 대기업과 일할 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서류업무들이 있었다.


그리고 던전 앞 간의 천막에 앉아 서류작업을 하는 내 담당 관리인 김 대리에게 미리 작성한 서류뭉치를 내밀며 말했다.


“등록번호 KHE-0416 선진인력입니다.”


“선진인력.. 도상욱 님 이십니까?”


나는 목에 걸린 명찰을 앞으로 보이며 대답했다.


“네. 선진인력입니다.”


내 이름을 듣자 김대리가 갑자기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짜. 선진인력 매번 왜 이렇게 늦게 오십니까?”


“네? 작업은 10시부터 시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잖아요.”


“아니 작업 시작 시각이 10시고요. 하청업체들은 1시간 전에 미리 와서 서류도 제출하고 안전체조도 하고 그렇게 하셔야지. 무슨 하청업체가 제시간에 맞춰서 오려고 하세요?”


김대리는 대뜸 화를 내며 쏘아붙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때까지···.”


“이때까지가 아니고 저희가 하청업체 편의를 어떻게 봐 드립니까? 업체들이 저희에게 맞춰야죠. 선진인력같이 30분 전에 오고 하시면 저희가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잖아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매번 올 때마다 그냥 서류보고 사인만 하는 요식행위면서.


10분 아니 5분도 안 걸리는 일을 가지고 아침부터 사람을 잡는다.


'그리고 안전체조는 너희 회사 작업자들이 하는 거잖아!’


라는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하청업체 직원인 죄로 나는 그만 말을 삼키고 말았다.


“다음부터 늦지 마세요. 이번 한 번만 넘어가 드립니다.”


“네······. 일단은 알겠습니다.”


인상을 찌푸린 김대리는 내 옆에 있는 소고를 보며 물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그 꼬마는 누구입니까?”


“오늘 저랑 같이 일할 보조 작업자 김소고입니다. 서류에 등록해 두었습니다.”


“무슨 청소에 보조작업자야. 일단 그만 가보시고 시간 되시면 다시 입구로 오세요. 다음부터 일찍 오시고요.”


김대리는 마지막까지 구시렁거리며 말했다.


그때 멀리서 한 손에 믹스커피를 든 신기산업의 박 사장이 보였다.


“어! 구 사장님 왔는가?”


“아! 박 사장님 반갑습니다.”


신기산업은 JK상사가 일할 수 있도록 단전 앞 임시 건물부터 조명까지 시설 일체를 설치하는 회사였다. .


박사장님은 던전 청소를 할 때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성격이 털털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김대리가 뭐라고 하지? 나한테도 얼마나 지X인지.”


역시나 내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신다.


“원래도 까칠한데 오늘따라 더 심하네요. 무슨 일 있나요?”


“어제 여자친구랑 헤어졌대. 간 쓸개 다 빼주면서 그 여자친구.”


“아 빽 사주고 옷 사주던 그 여친이요?”


“그래.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만만한 하청한테는 볼 때마다 지x이야.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구 사장이 참아.”


“하청이 안 참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냥 웃고 말아야죠.”


“그래. 젊은 사람이 시원시원해서 좋구먼. 그럼 수고해.”


“네. 들어가세요.”


박사장님을 보내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내가 이상했는지 옆에 있던 소고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형님 저 사람은 헌터도 아닌데 왜 이런 모욕을 당하고 참고 있습니까? 형님이 상대하시면 5초면 죽일 수 있을 텐데요.”


“뭔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저 정도 일에 사람을 죽일 수는 없지. 그리고 여기서는 내 힘의 크기보다는 내가 일하는 회사의 힘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사의 힘이 없는 내가 일단은 참아야지.”


“그럼 모욕을 당하시고 넘어가시는 겁니까?”


“그냥 넘어간다고는 안 했는데.”


“그럼 죽이지도 않고 어떡하십니까? 뼈를 부수실 건가요?”


“아니 육체적 상해 말고···.”


나는 허리 밑으로 손을 모으고 작게 외쳤다.


“풍! 술!”


그러자 던전 근처에서 불고 있던 바람들이 나의 손으로 모이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걸로 저자를 날리실 건가요?”


“아니. 그 정도 나쁜 놈은 아니니까 그냥 작은 벌을 좀 주지.”


나는 손안에 바람을 모은 후 김대리가 일하고 있는 간의 천막의 책상으로 조용히 날렸다.


“목표는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서류다!”


내가 일으킨 바람은 김대리가 작성 중이던 그리고 작성했던 서류만을 골라 하늘로 날려버렸다.


JK상사는 서류작업이 많기로 유명하며 서류 작업으로 직원의 실력을 평가했다.


그런 서류들이 밤새 작성한 그 서류들이 지금 바람에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어! 이거 왜 이래! 내 서류!”


김대리는 황급하게 날아가는 자신의 서류를 잡으려고 했지만 나는 김대리가 가는 반대방향으로만 서류를 요리조리 날렸다.


마치 금방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손만 뻗으면 닫을 수 있을 것처럼


“거기 서류 좀 잡아주세요!”


김대리는 황급히 주변의 작업자에게 외쳤지만, 아침부터 김대리의 개소리를 들은 작업자들은 아무도 김대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리저리 김대리를 능욕하며 복수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김대리가 지쳐 움직임이 둔해졌을 때 나는 강한 바람을 일으켜 더는 찾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곳으로 서류를 날려버렸다.


물론 내가 제출한 서류들은 날아가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서류들이······.”


김대리는 흙먼지를 잔뜩 집어 마시고 온몸에 흙이 묻은 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마 어제오늘 꼬박 만들고 받아온 서류들일 텐데. 다시 만들고 결제받고 어느 세월에 하겠냐.오늘 야근 좀 해봐라.’


“봤냐?”


나는 소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형님? 풍술로 종이쪼가리를 날리는 것 말입니까?”


“그래. 너는 사람을 죽이고 뼈를 부러뜨리는 살벌한 복수를 말했었지. 하지만 그건 아프고 세련되지 못해.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가장 소중한데 시간은 돈이고 나는 놈의 시간을 빼앗았어.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복수지.


“썩 이해되지는 않지만, 형님의 기분이 풀리셔서 다행입니다.”


나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웃으며 소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소고야. 기분이 아주 좋구나. 그럼 자본주의 마음으로 던전으로 돈 벌러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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