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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도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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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
작품등록일 :
2021.04.05 15:34
최근연재일 :
2021.04.24 18:1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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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5
추천수 :
106
글자수 :
182,643

작성
21.04.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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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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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김복남

DUMMY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아이템에 정신이 팔려있던 미구엘은 내가 말한 조건이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 듯했다.


미구엘은 타고난 상인, 조건과 거래라는 말에 민감하다.


5억이 넘는 A급 아이템을 공짜로 주는 대신 원하는 조건이라면 보통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뭔데? 일단 들어나 보자.”


“회사를 다시 만들 겁니다. 청소나 하던 선진인력 같은 회사 말고요.”


“그래서? 동업하자고?”


“아니요. 입사하시죠.”


“뭐? 입사?”


미구엘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놀란 듯 크게 소리쳤다.


그것도 그럴 것이 미구엘은 암시장의 큰 손이었다.


유통되는 대부분의 불법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어 암시장에서 매출액으로는 일·이등을 다퉜으며 수많은 암시장 헌터들과도 친분이 있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고용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회사를 운영했다고는 하나 던전 청소나 하는 1인기업이었고 지금은 계좌조차 동결되어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였다.


누가 봐도 미구엘의 회사에 내가 입사를 하는 것이 맞는 상황에 대뜸 입사하라고 하니 미구엘이 황당해 하는 것이 당연했다.


“진심이가?”


“당연하죠. 전 항상 진지했어요.”


“돈은? 통장도 없는 게 무슨 창업이고?”


“돈은 형이 주셔야죠.”


나의 당당한 태도에 미구엘은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런 미구엘에게 역으로 되물었다.


“형은 장사 왜 하시는데요?”


“왜 하긴 돈 벌라고 하지.”


“많이 벌어요?”


“당연하지! 내가 암시장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래 봐야 암시장이지.”


“니 암시장에서 오가는 돈이 얼만지 알고? 내가 취급하는 물건들만 해도 하루에 1억도 넘는데 일 년이면 400억이다. 니 회사해가 1년에 얼마 버는데 5억은 벌었나?”


사실 선진기업은 1년 꼬박 일해도 5억을 못 벌긴 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래서 지금 버는 돈에 만족하세요?”


“이 정도면 다리 펴고 살지.”


“그런데 왜 폐쇄던전이니 뭐니 하고 있으셨어요? 그냥 아이템이나 밀거래하면 안전하게 돈 벌었을 건데.”


내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자 미구엘은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지금 하는 일보다 조금 더 큰 일을 하고 싶었잖아요. 암시장에 굴러 들어오는 시시한 아이템이나 몰래 팔아서 돈 버는 게 아니라,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폐쇄던전 찾았고 사람들 고용해서 클리어를 시도한 거잖아요.”


내가 핵심을 이야기하자 미구엘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뀐 듯 나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아이템 밀거래해서 하는 장사 말고 사업 좀 더 키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니 말대로 폐쇄던전 찾았던 거고. 근데 그게 왜 니가 창업을 할 이유가 되는데? 내 사업을 키우고 싶으면 내가 키우면 되지. 내가 미쳤다고 니 밑으로 들어가서 일하나.”


타당한 지적이다.


미구엘은 충분히 혼자서 사업을 더 크게 키울 능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수긍할 이야기라면 시작하지도 않았겠지.


“전 그 이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형이 어떤 이익을 상상하든 저는 그 이상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구엘은 한심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하! 무슨 자신감으로? 이거 똘똘한 놈인 줄 알았는데 영 허풍쟁이 구만.”


“형은 지금 하루에 1억. 월에 30억 정도를 벌고 있다고 하셨죠? 한 달 후에 하루에 10억, 1년 후에 하루에 100억씩 벌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니가 하는 그 말들이 다 현실성이 없다는 거다. 사업해본 적 없는 현실성 없는 방구석 망상가들이 하는 생각. 입으로 10억, 100억 말하는 건 쉽지. 니 하루에 사고 팔리는 아이템 규모가 얼만지는 아나? 하루에 유통되는 물량이 100억이 안 되는데 무슨 회사 일 매출 100억을 이야기하노.”


말도 안 되는 숫자들을 언급하자 작게라도 관심을 가지고 듣던 미구엘의 표정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현실성 없는 방구석 망상가


미구엘이 지금 나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일 것이다.


그 생각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뭔가가 또 필요하다.


“소고야. 아까 가지고 온 A급 아이템 다른 거로 하나 더 꺼내봐.”


“A급 검 말씀이시죠?”


“그래 보스가 허리에 차고 있던 그거.”


그러자 소고는 봇짐에서 1M도 넘는 거대한 크기의 일본도를 꺼냈다.


역시나 똑같은 주황색의 A급 아이템.


코웃음을 치며 나에게서 몸을 반쯤 돌리고 있던 미구엘은 또다시 나타난 A급 영웅 아이템에 깜짝 놀라 나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 이거는 어디서 난거고?”


하루에 A급 아이템만 2개.


암시장에서 오래 일했던 미구엘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A급 아이템은 쉽게 볼 수 없으니까.


“이건 얼마나 할까요?”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미구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적어도 5억···.”


이 상황에서도 거짓말이라니.


역시 미구엘은 미구엘이다.


갑옷이 5억이라면 무기는 1.5배 아니 2배를 받을지도 모른다.


방어구에 비해 무기가 귀한 편이기에 둘 사이의 가격 차이는 극명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구요. 나도 들은 게 있는데, 정확하게 말해봐요.”


미구엘이 크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못해도 8억. 잘 팔면 10억 아니 상대에 따라서 15억까지 받을지도 모른다.


15억은 나도 상상하지 못한 가격이다.


“요즘은 A급 무기는 물량이 아예 없어서 거의 부르는 게 값이다.”


“그래요? 잘 알았습니다. 소고야 그럼 이거 다시 집어넣자.”


“네. 형님.”


소고는 금세 일본도를 다시 봇짐에 집어넣었다.


미구엘은 눈이 빠지라고 일본도를 바라보고 있다가 일본도가 소고의 봇짐으로 사라지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자. 간단한 수학입니다. 아까 꺼냈던 갑옷이 못해도 5억, 그리고 지금 일본도를 작게 잡아서 10억. 둘 합치면 15억이죠?”


“그··· 그렇지···”


“게다가 이것만 가지고 오는 게 아니죠. B급, C급 아이템도 엄청나게 가지고 왔는데 그 가격까지 하면 한번에 20억은 되겠죠. 그런데 하루에 얼마 버신다고요?”


미구엘은 말이 없었다.


눈앞에서 오고 가는 말도 안 되는 아이템에 돈까지 미구엘은 상상해 본 적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나? 이번 한 번만 운 좋게 얻은 게 아니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말이지.”


미구엘의 눈빛이 다시 진지해졌다.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있습니다. 저는 이번 폐쇄던전에서 그 기회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실력도 저에게 있고요.”


내 당당하고 확고한 말투에 미구엘은 흔들리는 듯했다.


“이걸 믿어 말아···”


“두 번 제안은 없습니다. 암시장에 A급 아이템을 노리는 상인은 많으니까요.”


물론 다른 사람과 동업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미구엘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조건이 뭔데?”


“어떤 조건이요?”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되물었다.


“입사하라메! 신입사원으로 고용하지는 않을 거 아이가. 이야기 잘해라. 들어보고 택도 없으면 안 할 거다.”


됐다!


“입사라고 이야기했지만 공동창업 수준으로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주식도 40% 드릴 구요. 급여도 월급에다가 수익의 30%를 인센티브로 드리겠습니다.”


상상 이상의 관대한 제안에 미구엘은 놀란 듯했다.


“이 정도면 스카우트가 아니라 공동창업 수준이 맞는데. 왜 굳이 입사라고 한건데?”


“뭐 기본적으로 형 실력을 믿으니까 대우해 드리고 싶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은 경영권은 100% 니한테 있다는 말이가?”


“네. 형이 지금까지 매장을 운영했던 방식처럼 회사를 운영하지 않을 거니까요.”


미구엘이 조금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 있나? 아무리 1인기업 운영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니는 이 바닥에 초짜인데.”


“물론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가 가지고 가고 싶다는 거죠.”


미구엘의 표정이 조금은 복잡해졌다.


조심스러운 성격이니 생각이 많을 것이다.


“소고야 아까 그 아이템 다시 꺼내봐.”


소고는 봇짐에 넣었던 갑옷과 칼을 꺼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렸다.


“믿음의 증거로 이 아이템은 다 형에게 드릴게요. 창업 밑천으로 쓰시죠.”


빛나는 A랭크 아이템을 보자 미구엘의 눈이 빛났다.


“대신 최대한 고가에 팔아주셔야 하고 금액은 투명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저는 뒤통수 칠 고객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니까요.”


“알겠다. 내가 책임지고 마련해볼게. 그건 그렇고 니가 말한 그 비전이 뭔데? 지금처럼 큰돈 니 혼자 벌어도 될 건데 왜 굳이 회사 창업해서 어려운 길 가려고 하노?”


“엿 먹이고 싶어서요.”


“뭐?”


“재미없잖아요. 헌터 사회. 던전은 모조리 정부에서 독점해서 대기업들만 들어갈 수 있고 그래서 레벨업을 못 하니까 고랭크 헌터들도 모조리 대기업에서만 일하고. 또 그 많은 아이템은 어디로 가는지 아이템 중에 분명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도 많을 텐데 그런 아이템 일반 시장에서는 볼 수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암시장이 아무리 크다 해봤자 정부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 먹고 사는 건데 고급 아이템들은 다 자기들끼리만 돌고 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요. 얼마 전 폐쇄던전 들어갔을 때 강 사장이랑 그 직원들이 레벨업을 했는데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람들 분명히 강해질 수 있는 사람들인데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그런 기회를 얻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기회를 주고 싶다고?”


“뭐 꼭 그렇게 유니세프 같은 마음으로만 하는 건 아니고. 그렇게 레벨업 못하던 흙수저 헌터들을 잔뜩 모아서 판을 키우겠다 이 말이죠. 판이 커져야 돈도 커지잖아요?”


내 말을 들은 미구엘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새끼들이 만들어둔 판에서 장기 말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제 말이 딱 그 말입니다. 장기의 규칙이 불리하다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야죠!”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뭔데? 나랑 스카우트 하면서 원했던 역할이 있을 거 아이가.”


역시 미구엘. 정확한 지점을 짚을 줄 안다.


“형이 새로운 게임판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선은 지금처럼 정부가 모르는 폐쇄던전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해요. 돈이 많이 필요하다면 제가 벌어오겠습니다. 그래서 확보한 폐쇄던전으로 암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헌터들을 안정적으로 레벨업하는 겁니다.”


“그래! 그러면 선순환이 만들어지겠네. 우리가 던전 찾아서 헌터들 레벨업 시키면 가들이 돈 벌어오고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던전을 찾고.”


“맞아요. 그겁니다.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을 육성하는 일을 형이 담당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아직 폐쇄던전은 확실한 게 없어서 나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헌터들 레벨업 하기에 충분한 숫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낀데?”


“그것도 생각한 게 있습니다. 아직은 가설이지만 가능성이 큰 가설이니까 형이 도와만 준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니 말을 들으니까 나도 의욕이 좀 생기네. 대신에 내 돈은 니가 꼭 책임져야 된다. 아이면 언제든지 계약파기다.”


미구엘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그라면 계약서는 좀 있다가 쓰고 잘 부탁합니다. 도사장님.”


미구엘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당분간은 김복남 사장으로 합시다. 잘 부탁해요 미전무님.”


“그래 김사장! 앞으로 잘해봅시다.”


미구엘은 힘차게 악수를 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미구엘에게 나는 튜토리얼에서 획득한 [고려사절요]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했다.


“그럼 첫 번째 우리 일을 해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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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사! 21.04.08 228 5 12쪽
7 도사! 21.04.08 2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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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튜토리얼 21.04.07 2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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