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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도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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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
작품등록일 :
2021.04.05 15:34
최근연재일 :
2021.04.24 18:1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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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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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글자수 :
182,643

작성
21.04.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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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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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김복남

DUMMY

“그거는 별거 아니다. 니는 죽었다.”


“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미구엘이 앞뒤 다 잘라먹고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다고는 하지만 멀쩡한 사람을 보고 죽었다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망처리 된 거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사망처리라고 하니 집히는 것이 있다.


“자세하게 말해봐요.”


“저번에 니가 가지고 온 아이템 팔아 가지고 돈이 들어왔거든. 그래서 내가 수수료 떼고 남은 거 니 계좌로 보낼라고 계좌 확인 하니까 니 계좌가 정지되어 있드라고. 느낌이 이상해서 정부 사이트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까 선진인력은 폐업, 니는 사망처리 돼 있더라. ”


“누가요? 어떻게?”


“누구긴 누구야 니 죽일라고 한 정부 측 헌터들이지. 강 사장 말 들어보니까 니 던전 안에서 회사 이름하고 니 이름하고 다 말했다메. 아마 니 죽었다고 생각하고 나오자마자 바로 기록 삭제했을걸?”


“사망신고를 가족이나 보호자가 아니라 정부에서 직접 한다고요? 그것도 사망확인 없이? 그게 말이 돼요?”


“당연히 안 되지. 근데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거 그게 권력 아니겠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3분 전까지만 해도 미구엘을 스카우트해서 선진인력을 대기업으로 키우는 부푼 꿈을 꾸고 있었는데 선진인력이 폐업된 것도 모자라서 나는 사망처리 되었다고?


“그런데 왜 사망처리를 했을까? 던전에서 실종되는 헌터가 수도 없이 많은데 그냥 뒀으면 알아서 죽었겠거니 생각 했을낀데 굳이 나서서 정부에서 사망처리를 한 이유가 뭐겠노?”


나는 곰곰이 놈들의 의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를 죽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부터 나를 사망처리 할 때 일어나는 일.


그리고 내가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경고의 의미겠죠. 던전 안에서 나는 암시장 출신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놈들은 아마 내 말을 신뢰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사망신고를 함으로써 이미 죽은 나를 사회적으로 한 번 더 죽인 겁니다. 암시장에 경고하기 위해서요. ‘나는 너희를 육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고요.


“무서운 새끼들.”


“실제로 경고가 되었나요?”


미구엘은 경고라는 말에 발끈하며 말했다.


“웃기지 말라 케라. 그 새끼들은 니 몸을 죽이지도 못했고 또 뭐? 사회적인 죽음? 그것도 어림없다. 사망 신고해서 호적을 쥑이가꼬 경제활동. 사회활동 하나도 못 하게 할라고 한 거 같은데. 암시장이 왜 암시장인지 모르고 한 소리지.”


역시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암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구엘은 암시장에 대한 도전을 참지 못한다.


밑을 살살 긁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문제 해결이 가능 하다는 말?”


나의 물음에 미구엘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할 수 있지!”


“오! 역시 미구엘!”


“암시장에서 못 하는 게 어디있노. 위조 신분증 같은 거는 암시장 슈퍼에서도 판다.”


“슈퍼에서 파는 게 신분증이면 형은 그 이상이겠네요. 천하의 미구엘인데. 동네 슈퍼 수준은 아닐거 아니에요.”


“당연하지. 슈퍼에서 파는 가라 신분증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구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자존심과 흥분감 그리고 허세가 더해진 목소리였다.


거의 다 왔다.


“역시 우리 형 대단하다! 그럼 당장 도상욱을 살려봅시다!”


“근데 그게···”


당장 나만 믿으라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던 미구엘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왜요? 자신 없어요?”


“그게 아니고. 니가 말한 대로 도상욱을 그대로 살리는 건 좀 위험해서.”


“아까는 된다면서요?”


“도상욱으로 살아난다는 말은 아니지. 도상욱이 다시 살아날 방법은 이제 없다. 한번 사망 처리된 사람을 살릴 방법도 없고 혹시나 방법이 있다고 해도 니 이름이 정부에 다 팔린 이상 너무 위험하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이미 죽은 도상욱은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자.”


“또 무슨 헛소리에요?”


“헛소리가 아이고 암시장에서 돈 빌리고 못 갚아서 자기 신분증 팔아넘긴 사람이 많거든 거기에 니 나잇대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는 기지. 이름, 얼굴, 지문은 내가 새롭게 만들어서 정부 사이트에 정식으로 딱! 등록해줄 수 있다.”


솔깃한 제안이다.


“어차피 한 달 전에 도상욱이랑 지금 도상욱이랑 아예 다른 사람 아이가? 이참에 이름도 바꾸고 신분도 바꾸고 해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지.”


미구엘이 제안한 방법이라 조금 찝찝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 이상의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계획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떳떳한 신분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죠. 얼마나 걸리겠어요?”


“뭐 이 정도는 맘 먹으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 5분 후에 등본도 뗄 수 있을걸?”


“그럼 당장 부탁하겠습니다.”


“Ok. 근데 돈은? 이거 위험한 일이라서 1억은 줘야 한다.”


“그게 무슨?”


“정부 사이트 해킹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나? 잡히면 사형이다. 사형. 그 위험한 일을 하는데 1억이면 싸지. 내가 니랑 친해서 해주는 거다.”


역시 미구엘.


흥분해 날뛰어도 바보는 아니다.


당연히 이런 좋은 사업 기회를 맨입에 할 사람은 아니지.


“선불인거 알제? 니 계좌도 동결됐으니까 지금 당장 돈 내라.”


“통장도 없는데 돈이 어디 있겠어요. 일단 해줘요.”


“어디 돈 없다는 소리를 당당하게 하노. 방금 던전 갔다 왔잖아. 아이템 내놔라.”


뱀 같은 놈


“소고야 ‘협곡’ 아이템 꺼내봐라.”


나는 ‘협곡’에 강하게 힘을 주며 말했다.


소고 너에게 눈치가 있다면 책 속에서 가져온 아이템을 꺼내지는 않겠지.


“네. 형님. 알겠습니다.”


소고는 협곡에서 곤충들에게서 습득한 아이템을 꺼냈다.


대부분이 D등급의 매직아이템으로 하필이면 가장 돈이 안 되는 곤충의 부속물들이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아서 획득한 C등급 고급 아이템도 있었지만, 인간형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귀금속류가 아니어서 큰돈이 되지는 않을 듯했다.


“이거 뭐 부피만 크고 잡동사니밖에 없네.”


“그건 형이 열었던 던전이 구려서 그런거고.”


미구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고가 꺼낸 아이템을 대충 눈대중으로 계산했다.


“다 합쳐도 1000만 원도 안 되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보스몬스터 잡고 가져온 희귀아이템도 있는데.”


“그 풍뎅이 등껍질 같은 거 돈도 안 된다. 그거 누가 사간다고.”


큰일이다.


이건 완벽하게 미구엘의 페이스다.


“안 되겠다. 폐쇄던전 리셋 할 테니까. 더 갔다온나. 돈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확실하게 말려들었다.


미구엘은 신분이 불확실한 내가 의지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저렇게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이다.


아마 폐쇄던전을 가서 뼈가 부서져라 일해서 1억치의 아이템을 주워 온다고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먼저 아쉬운 소리를 꺼낸 내가 완벽하게 약점을 잡힌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끌려다닐 수는 없다.


이렇게 빨리 사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다.


“소고야. 책 속에서 가지고 온 갑옷 꺼내봐.”


“여기서요?”


“그래. 마지막에 챙긴 그거.”


“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소고는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봇짐에 들어있던 책 속의 사무라이가 입었던 갑옷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상대했던 보스 몬스터가 입었던 사무라이 갑옷.


영롱한 주황색의 아이템


바로 A급의 영웅 아이템이었다.


“감정 안 해봐도 색깔만 보면 뭔지 알겠죠?”


미구엘은 주황색으로 빛나는 갑옷을 보고는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니.. 이거 어디서 났노?”


“아까 제가 도사가 사업 기회가 좀 있다고 했죠? 자세한 사항은 사업 비밀입니다.”


미구엘에게 넘어간 페이스를 나에게로 가지고 올 시간이다.


“그 폐쇄던전은 C랭크라서 A랭크 아이템이 있을 리가 없는데.”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아이템을 다시 소고의 봇짐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당황해서 땀까지 흘리고 있는 미구엘의 얼굴을 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서 얼마?”


“이··· 이거.. 못해도 오천은 하겠는데.”


“하! 오천? 지금 장난해요?”


“아··· 오천이 아니라··· 칠···.천?”


“이거 영 못 쓸 사람이네. 거래 여기서 못 하겠구만.”


“아.. 아이다. 1억! 1억. 내가 1억에 팔아 줄게. 니 지금 민증도 없어서 직접 팔지도 못하잖아. ”


“1억이요? 안 되겠다. 같이 던전 갔다 온 강 사장님한테 가야지. 강 사장님이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꼭 갚는다고 했으니 명의 빌려서 팔아야겠다. 암시장에 널린 게 장사꾼인데 뭐 어딜 가도 1억 보다는 더 주겠지.”


이로써 주도권은 완벽하게 나에게 넘어왔다.


그것도 그럴 것이 B랭크가 넘는 아이템은 정부와 대기업이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암시장은커녕 정부에서 운영하는 옥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B랭크도 아닌 A랭크의 아이템을 눈앞에서 실물로 보고 있으니 온전히 정신 붙잡고 있기 힘들 것이다.


“2억···.. 아니··· 얼마를 원하는데?”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였다.


정확한 감정을 받아야 알겠지만, 영웅 아이템이라면 최소 5억은 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제 신분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시고요.”


“아니. 그거는 선불인데.”


“성의 표시부터 하셔야죠. 그래야 제가 미안해서라도 이 ‘A랭크’ 아이템을 형에게 팔 수도 있지 않겠어요.”


미구엘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 그거부터 시작합시다. 1억이면 완전 바가진데 워낙 위험한 일이라고 하시니 내가 정가로 드릴게.”


“지독한 새끼. 알았다. 그래도 1억은 내가 확실하게 받을 거다.”


“저도 신뢰 하나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말이나 못 하면.”


미구엘은 책상 밑 의자에서 노트북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신속하게 일을 시작했다.


미구엘은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가득 찬 화면을 능수능란하게 옮겨 다니며 작업을 했다.


순식간에 정부나 은행 같은 몇몇 익숙한 홈페이지들이 스쳐 지나갔고 미구엘은 빠른 속도로 역시나 알 수 없는 키워드를 노트북에 채워 넣었다.


그리고 채 5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다 했다.”


“벌써요? 진짜요?”


“아 이 자식 속고만 살았나?”


“많이 속였잖아요. 확인시켜줘요.”


미구엘은 아무 말 없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정부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관리자 페이지로 들어간 뒤 정부 사이트에 등록된 호적등본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내 얼굴로 등록된 새로운 호적이었다.


“김··· 복남? 이름은 이게 뭔데요?”


“이거는 이전에 이 호적 쓰던 사람. 지금은 죽은 사람이다.”


“확실해요?”


“의심 많네. 정 의심되면 이거 봐라.”


미구엘은 김복남으로 등록된 호적의 지문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본인의 노트북에 지문인식 패드에 내 엄지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호적상의 지문과 스캔 된 지문이 일치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봤제? 내가 지문부터 유전자 정보까지 다 니껄로 정부 사이트에 등록했다. 니는 김복남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난기다.”


“그런데 촌스럽게 김복남이 뭐에요?”


“나중에 개명하든지 아니면 닉네임을 쓰든지 그건 니 맘대로 하고.”


미구엘은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이 상황에 상당히 화가 나 있는 듯했다.


“나는 약속 지켰다이. 니도 말한 거 그대로 지켜라.”


“고마워요. 그 정도 신의는 내가 가지고 있지.”


“그러면 아까 그거 다시 꺼내봐라.”


나는 다시 A랭크 사무라이의 갑옷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얼마나 주면 이거 팔기고?”


미구엘은 아이템에 정신이 홀려 말까지 더듬었다.


“그냥 드릴 수도 있어요.”


갑작스러운 나의 제안에 미구엘의 작은 눈이 3배는 더 커진 듯했다.


“뭐?”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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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폐쇄던전 21.04.10 220 4 13쪽
10 암시장 21.04.10 237 3 14쪽
9 도사! 21.04.09 231 4 13쪽
8 도사! 21.04.08 228 5 12쪽
7 도사! 21.04.08 2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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