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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54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7.06 23:56
조회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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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8쪽

블러드 카니발.(5)

DUMMY

···나는 지금, 베개를 껴안은 채 침대를 뒹굴고 있다.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뒹굴다, 문득 부스스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햇살이 창틀 너머로 기어들어와 사방을 들쑤셨다.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누가 내 욕하나. 새끼 손톱으로 귓바퀴를 훑는다. 후, 귓밥을 털었다.


멍하니 눈을 슴벅이다 머리를 짚는다. 날벼락이 떨어질 거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날벼락이 등에 푹하고 꽂혔다. 머리가 뜨끈뜨근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주무른다.


“하아······.”


저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나온다. 이 모든 건 어제 일 때문이었다. 하멜과 다툰 당일.


봉사활동을 마저 다 끝냈다. 네메시스는 아무 말이 없더라. 곤히 자고 있었다. 분명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과대해석을 했나보다. 아니면 다음 꿈이 궁금했다거나.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


열심히 2학년 생도들이 남긴 똥ㅡ한 페이지도 안 넘어간 책이라든가, 거꾸로 뒤집힌 의자 같은 것들ㅡ을 치웠다. 썩을. 그 이야긴 꼭 해야겠다. 어느 연 놈이 책상에다 커다랗게 낙서를 그려놨더라. 지우느라 고생했다. 퍽.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체력을 쓴 탓에 피로가 상당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나 팔찌가 울렸다. 어둠에 적응된 눈이 살풋 찌푸려졌다. 메시지였다. 발신인은 우리 클래스 교관. 메시지를 읽는다.


[노아 폰 볼프강, 2학년 B클래스 생도 하멜과 싸웠냐?]


“······.”


뜸을 들인다. 메시지 끝엔 뿔이 달려있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이모티콘이 붙어 있다.


작가였지만 월급쟁이기도 했던 내겐 PTSD가 하나 있다. 야근도 하고 초주검이 된 채 집에 돌아와서 쉬려 했더니, 돌연히 날아든 사수의 캐캐오톡 같은 거.


공적인 시간 외에 사수랑 연락할 일이 거의 없었던 나로선 그게 좀 무서웠다. 살짝 몸이 굳는다고 해야 하나. 스트레스가 심해진다고 해야 하나. 더군다나 사수의 급한 지시가 있으면, 집에서 밤을 새가며 작업을 해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네.]

[잘했다, 잘했어. 내 말은 귓등으로 들은 거냐? 그래, 근신 1주일. 봉사 활동 1달 더 추가다.]


어안이 벙벙했다. 봉사 활동이 추가되리라는 건 예상했지만 근신 1주일이라니.


급히 교관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내 시도는 불발로 돌아갔다. 교관이 더는 내 메시지를 읽질 않는다.


근신 1주일이면 편히 숙소에서 놀고먹으며 운동도 할 수 있으니, 개꿀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정 사이에 사냥 과제ㅡ블러드 카니발(Blood Carnival)ㅡ이 있다. 그건 무조건 참여해야 했다. 앞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주, 조연급 캐릭터들에게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만약 ‘대물흑인’ 독자님이 이 에피소드의 난이도를 더 상향시켰다면······?


그땐 정말로 큰일이 벌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필사적으로 궁리를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몰래 참여라도 해야 하나?


그래도 다행이다. 일어나서 본 메시지 중, 낙관적인 메시지가 있었다.


교관이 근신 처분을 취소한다고 했다. 이유는 하멜이 자수했고, 이사장님이 너무 과한 징계라고 한 탓이었다. 다만 봉사 활동은 그대로 1달 더 추가됐다.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찮을 때 복귀하라고 하시길래, 나는 내일 복귀하겠다 했다. 내일이 바로 그날, 사냥 과제를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 푹 좀 자두자.


그렇게 나는 뒹굴다 억지로 잠을 청했다. 낮에 봉사 활동을 가야하니 적당히 자둬야겠다.



*



일어나니 시간이 좀 많았다. 아카데미 식당에서 식사도 좀 하고, 운동을 하고 나니까 그제야 살 맛이 났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확인을 못했지. 또 다른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마나 팔찌를 작동시켜 보니까 엘레사르에게서 온 메시지가 꽤 많았다.


[······]

[······]

[······]


무슨 일이지? 메시지를 하나씩 본다. 처음에는 짧은 문장들이 주를 이뤘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메시지가 점점 길어진다. 가장 최근에 보낸 메시지는 길이가 다른 메시지들에 비하면 엄청 길었다.


내용을 떨떠름한 눈으로 읽는다. 엄청 화가 났는지 군데군데 오타가 보였다. 카르멘과 오스틴이 내 욕을 했다며, 어떻게 자리에도 없는 사람에게 그럴 수가 있는지······. 두 사람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화를 냈고, 카르멘과 말다툼이 있었다고. 결국 카르멘이 사과했다고 한다.


진심어린 사과는 아니었지만 엘레사르도 마냥 꿍할 수는 없으니 일단 사과도 받고, 자신도 사과했다고. 덕택에 상당히 친해진 모양이다.


뒷담화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모두의 취향을 다 맞출 순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노아 폰 볼프강의 몸은 여러모로 편했다.


애매하게 욕 먹고 다니지 않고, 시원하게 욕 먹고 다니니까. 한마디로 남의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어째 현실의 나와 노아 폰 볼프강 사이의 갭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다.


기분 탓이겠지.



*



도서관.


오늘도 어김없이 봉사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평소와 달랐다.


도서관 분위기? 아니다. 나? 나는 달라진 게 없다. 평소와 다른 건 단 하나, 네메시스 뿐이다.


“이거, 먹을래?”


네메시스가 내 앞에서 막대사탕을 흔들었다. 좀 의아했다. 평소엔 항상 늘어져서 잠만 자던 네메시스가 몸을 일으키다니.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막대사탕에 독이 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눈앞의 천진한 웃음을 보니 더더욱 그러했다. 더군다나 나는 네메시스의 뒷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색히 웃으며 받는다.


“감사합니다.”

“요즘 봉사 활동은 좀 어때?”

“······?”


갑자기 왜?


“아, 내가 좀 못해준 것 같아서.”


음, 잠만 자긴 했죠. 잡스러운 일은 전부 저한테 맡기시고. 라는 생각을 겉으로 드러냈다간 다음날 저승에서 눈을 뜰지도.


“괜찮아요.”

“그 소란이 있었는데도?”


그 소란이라 함은, 하멜과 있었던 일을 말하는 듯했다. 네메시스는 나와 눈을 마주치질 못한다. 분명 내가 나갈 때 본 건 맞나보다. 구경했는지,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어깨를 으쓱인다.


“어차피 잘 넘어갔으니까요. 봉사 활동 시간은 더 길어졌지만.”

“······.”


빨리 벗어나고 싶다.


“책 무겁지?”

“아뇨.”

“이리 줘 봐. 같이 해.”

“괘, 괜찮습니다······.”


나와 네메시스 사이에 작은 알력 다툼이 벌어진다. 부담스럽게 왜 이래. 그래도 네메시스가 필사적으로 설득한다. 자기도 일을 해야 한다면서.


혼자서 하던 일을 둘이서 하게 되니까 한결 편하고, 수월해졌다. 다만 조금 무섭다.


“노아, 청소도 같이 하자!”

“네?”

“나 한가해.”


네메시스가 생긋 웃는다. 미소가 마치 흐드러지게 피는 꽃 같았다. 속에는 치명적인 독성을 머금은 꽃. 걸어다니는 그림자 군단(群團)이라 불리우는 네메시스의 친절이, 내겐 너무 낯설었다.


작가의말

당분간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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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블러드 카니발.(1) - 수정 +5 21.06.30 1,296 39 9쪽
24 차원 전이.(6) +2 21.06.29 1,432 3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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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차원 전이.(4) +4 21.06.27 1,573 38 8쪽
21 차원 전이.(3) +4 21.06.26 1,687 41 8쪽
20 차원 전이.(2) +3 21.06.25 1,798 42 8쪽
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18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5 21.06.19 2,090 48 9쪽
17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3 21.06.18 2,052 4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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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3 21.06.15 2,182 47 9쪽
14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2) +2 21.06.13 2,251 51 7쪽
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6 49 9쪽
12 마나 코어. (4) +2 21.06.10 2,373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3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5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60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5 8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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