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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53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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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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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0쪽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4)

DUMMY

도서관을 나오면서 머릿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여러 책을 뒤적거리고, 거기서 나온 정보들을 모조리 취합해본 결과. 나는 단 한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이란격석(以卵墼石)ㅡ이름하여 계란으로 바위치기ㅡ라는 경우의 수다. 아무리 봐도 직접 파훼하는 건 어려웠다. 내가 놈들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 뒤에도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절대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어렵다. 그래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귀찮음을 조금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준비해야할 게 많았다.


우선 소환 지속 시간을 늘리기 위해, 마나의 양을 늘리는 연습을 해야 했다. 그건 어렵지 않다. 운동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체력처럼, 마나도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


할 때 당연히 마나 팔찌를 이용하면 된다. 마나 팔찌를 이용하여ㅡ마나 훈련을 통해 마나를 늘리면 목표까진 아니더라도, 적당한 마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늑하고 편안해서, 금방 잠이 쏟아졌다.


그러나 곧바로 눈을 떴다. 아직 잘 시간이 아니다. 더군다나 시간이 촉박해서, 당장 지금부터 마나 훈련을 시작해야만 했다.


운동복으로 재빨리 환복한다. 적막한 집을 뒤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도 호숫가에 왔다. 체력 훈련 제 1단계도 완료했다. 가슴이 벅차다.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눈앞에 뜬 메시지를 읽는다.


변함없이 근력과 체력, 순발력이 올랐다. 특성 ‘천려질(千慮質)의 신체’ 숙련도가 상승하여, 체력 회복 속도가 +0.15%만큼 빨라졌다.


확 체감이 될 정도는 아니다. 상승률도 미미한 편이라ㅡ꾸준히 해야만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마나 팔찌를 굴린다.


[마나 훈련 ㅡ 제 1단계]


ㄴ 몸 안에 마나를 모으세요.(진행중)

ㄴ ???

ㄴ ???


몸 안에 마나를 모은다. 모으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미지. 눈을 감으면 집중이 더 잘 된다.


이전에는 본능적으로 마나를 모았다면, 어느 정도 지식이 생긴 지금은 편하게 마나를 모을 수 있었다. 흐름이 더 이상 불안정하지 않다. 전보다 더 많은 양의 마나가 모여든다.


천천히 눈을 뜬다. 몸에서 얕은 푸른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나 훈련 ㅡ 제 1단계]


ㄴ 몸 안에 마나를 모으세요.(완료)

ㄴ 마나를 손으로 이동시키세요.(진행중)

ㄴ ???


마나 팔찌의 지시대로 마나를 움직여본다. 천천히 물이 흐르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손으로 가게끔 유도한다. 그 변화가 눈에 보였다. 마치 푸른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손에 쥔 듯했다.


[마나 훈련 ㅡ 제 1단계]


ㄴ 몸 안에 마나를 모으세요.(완료)

ㄴ 마나를 손으로 이동시키세요.(완료)

ㄴ 마나를 방출하세요. 특정 이미지를 떠올려도 무방합니다.(진행중)


마나를 방출한다. 나는 거기서 화르륵, 타오르는 화염을 연상했다. 몸 속의 무언가가 쑥 빠져나간 듯 공허함을 느낌과 동시에,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마의 불꽃이 손 전체를 모조리 휘어감았다.


[마나 훈련 ㅡ 제 1단계]


ㄴ 몸 안에 마나를 모으세요.(완료)

ㄴ 마나를 손으로 이동시키세요.(완료)

ㄴ 마나를 방출하세요. 특정 이미지를 떠올려도 무방합니다.(완료)

ㄴ 앞서 다룬 일련의 행위를 반복하세요.(1/10회)


이걸 아홉 번은 더 해야 했다. 벌써부터 기가 무진장 빨린다. 체력 훈련은 그래도 특성이 있으니까 할만 하지, 이건 아직 특성이 생성되지 않았다. 덕택에 피로도가 엄청날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꼬로록, 물방울이 둥둥 떠다닌다. 정확히 목표치의 절반 횟수, 다섯 번을 채운 나는 너무 지친 나머지 물에 얼굴을 처박고 쉬는 중이다. 하, 살 것 같다.



*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어느새 조별 과제 당일이 됐다. 주변을 둘러본다. 대부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엘레사르. 그간 그녀와 마나 코어로 연습ㅡ이라는 이름의 각종 실험ㅡ을 했다. 덕택에 전보다 훨씬 적절한 마나 분배가 가능해졌으며, 내가 궁금했던 것도 확인이 가능했다.


“오늘도 파이팅 하자!”


엘레사르가 주먹을 불끈 쥔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 아마리!”


롱펠이 생도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네!”

“네에!”


두 사람이 롱펠의 앞으로 올라간다. 앞서 다른 생도들이 크게 성공하고 내려갔으니, 둘의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다.


“룰은 다 알고 있지? 너무 긴장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너희들은 잘할 수 있다.”


그걸 알았는지, 롱펠이 눈에 띄게 긴장한 두 사람을 다독여준다.


“네, 알겠습니다. 잘해보자, 아마리. 우린 할 수 있어.”

“응.”


두 사람이 마나 코어를 다루기 시작할 무렵, 내 허리 소매가 살짝 당겨짐을 느꼈다.


“······?”


뭔가 해서 봤더니, 엘레사르가 슬며시 내 허리 소매를 잡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 긴장한 얼굴로.


다음 차례가 우리라서 그런가보다. 방금 본인 입으로 파이팅 하자더니, 오히려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내가 몇 번이고 긴장하지 말라고 말해뒀으니,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스스로 긴장하지 않겠다고 말도 했으니까 괜찮겠지.

······아니, 그래도 말은 해둬야겠다. 내가 생각한 걸 하기 위해선, 엘레사르가 긴장해선 안 된다.


“엘레사르. 어제처럼만 해.”

“아, 으응! 앗.”


뒤늦게 눈치챈 모양이다. 엘레사르는 황급히 손을 뗐다. 실례라 생각했는지, 엘레사르가 사과한다.


“미, 미안······.”

“···뭘 그런 걸로.”


에밀과 아마리 쪽을 바라본다. 두 사람이 쥔 마나 코어가 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마리, 지금이야!”

“응!”


에밀의 지시에 아마리가 마나 흐름을 끊는다. 저쪽도 우리 조랑 비슷했다. 아마리에 비해 마나가 적은 에밀. 비록 마나가 적지만 에밀은 아마리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적절한 마나 분배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가 눈앞에 나타났다. 롱펠이 칭하길,


“음, 화염 거인 타르타로스인가. 이정도면 S등급이지. 축하한다.”


화염 거인 타르타로스, 제일품(第一品) 소환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이품(第二品)을 소환하더니, 오늘은 크게 해내는 구나.


“우와!”

“잘했다, 에밀!”

“축하해!”


내가 쓴 소설 속 에밀과 아마리는 제이품(第二品) 소환물이 한계였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마인드가 다르다지만, 확실한 건 에밀이 성장했다는 것. 그게 내겐 엄청 긍정적인 요소로 보였다.


이 상황에 기뻐하지 않은 건 엘레사르다. 아직 에밀과 친하지 않은 엘레사르는 지금,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패닉 상태에 접어들었다.

몸이 딱딱히 굳고, 두 눈은 안 굴러가고, 마치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사람 같았다.


“가자.”


나는 툭, 팔꿈치로 엘레사르를 건드렸다. 얼어붙었던 엘레사르가 흠칫, 몸을 떨며 깨어난다.


“벌써 너희들이구나. 엘리짱, 노아. 어서 올라와라.”

“네.”



*



“후우······.”


눈을 감는다. 엘레사르는 폴짝폴짝 뛰며 좋아라한다. 축하해주는 생도는 에밀을 비롯 몇 명 말고는 없다. 그래도 대부분이 놀라워하고 있다. 롱펠은 아낌없이 칭찬세례를 퍼붓는다ㅡ그마저도 엘레사르를 향한 사심이 잔뜩 들어간ㅡ칭찬세례였다.


슬쩍 곁눈질로 우리 다음 조를 찾는다. 이번 조별 과제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리라 예상되는 둘이 안 보인다. 어딜 보더라도 그렇다. 가슴이 천천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실험해본 결과, 나 혼자서 소환물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은 채 오 분도 안 된다. 그마저도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후유증이 상당했다.


그래도 오 분이면 충분하다. 오 분이면······.


“둘은 내려가도 좋아. 다음 자메스, 루그닐!”


롱펠이 호명하는 순간, 생도들 사이에 숨어있던 스파이ㅡ다른 말로는 그들이 심어둔 바람잡이ㅡ가 뛰어나와, 황급히 고한다.


“교, 교관님! 실은 두 사람이 급히 화장실에 간다고 해서······.”

“화장실에 갔다고? 언제?”

“그, 그게······. 방금 전에요.”


바람잡이 생도를 빤히 쳐다본다.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아, 이거 참.”


롱펠이 뒷머리를 긁적인다.


“그래, 일단 두 사람은 수고했어. 이제 내려가도 돼. 마나 코어도 놓고······.”


이제부터 달려야 한다. 더 늦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달려야 했다.


“교관님.”


나는 롱펠 교관의 말을 끊었다. 엘레사르도 잠깐 쳐다봤다. 엘레사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리란 걸 눈치챈 듯했다.


“응?”

“마나 코어 좀 빌리겠습니다.”

“어, 어어······?”


냅다 무대 위에서 뛰어내린다. 쿠웅, 시야가 진동한다. 얕은 모래 폭풍이 거꾸로 투확 일었다. 전신에 흐르는 마나 덕택에 신체도 강화된 탓이다.


위에서 롱펠이 소리를 내지른다. 지근거리에 있던 생도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동시에 하이톤의 비명이 터져나온다. 내가 조작한 소환물이, 나를 따라 함께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 코어를 꽉 움켜쥔 채 땅을 박찬다. 우스꽝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이건 정식 소환도 아닌 임시 소환이며, 그 흔하디 흔한 마법진도 쓰지 않았던 탓이다.


나는 두 연 놈들이 있을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마나덕분인지 달리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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