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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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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35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7.0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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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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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블러드 카니발.(4)

DUMMY

기지개를 켠다. 으하암, 이솔렛은 짧게 하품한다. 옆얼굴이 따가웠다. 고개를 돌린다. 아리아가 아래턱을 괸 채 지켜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생긋 웃는다.


“이솔렛님은 하품 하시는 것도 아름다우세요.”

“뭐래.”


이솔렛은 눈을 흘기며 슬며시 뒤를 본다. 잠깐 보고 곧바로 앞을 본다. ···오늘은 왜 없지?


엘레사르 옆, 항상 뚱한 얼굴로 앉아 있던 남자 노아 폰 볼프강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누굴 찾으세요?”

“아니. 그냥······.”

“오늘은 노아 폰 볼프강이 안 보이죠?”


이솔렛은 속으로 뜨끔했다. 일부러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본다. 이제야 노아 폰 볼프강이 없음을 확인한 척 한다.


“어, 안 보이네. 무슨 일이 생겼나봐.”

“···간부 회의때 교관님이 말씀하셨어요. 이솔렛님에게 전달해달라고.”


간부 회의? 분명 이솔렛 본인도 참여했을 건데.


이솔렛은 자신의 행적을 거꾸로 되짚어본다. 마치 테이프를 되감듯······아, 설마.


“회의가 끝나자마자 급히 먼저 가셨잖아요.”

“응, 그랬었지. 교관님이 뭘 전달해달라고 하셨어?”


아리아가 입매를 비스듬히 비튼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속 시원하다는 듯이.


“노아 폰 볼프강이 또 사고를 쳤대요.”

“······!”


이솔렛이 놀란다. 그녀의 눈썹이 역 팔자를 그리며 확 휘었다. 기대했고, 또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아리아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것도 2학년 생도랑 주먹다짐을 했다더라고요. 2학년 생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고 하던데. 그에 비해 노아 폰 볼프강은 멀쩡했고요. 같은 클래스 내에선 다 쟁쟁하니 누구 괴롭히질 못하니까, 분명 만만하고 약한 2학년 생도 골랐을 거에요. 한마디로 제 본성을 드러낸 거죠.”

“······.”


이솔렛은 얼굴을 딱딱히 굳힌다. 팔짱을 낀다. 이건 명백한 하극상이었다. 한마디로 선배에 대한 예의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라는 의미인 그 행동은 결코 가볍게 묵과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만약 그대로 두면 교관에게도 하극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의미라,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불려나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솔렛은 이상함을 느꼈다. 아리아의 변한 태도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아 폰 볼프강을 언급할 때의 태도가, 이전과 다르게 많이 공격적이었다.


아리아가 질투하는 것 같다, 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마나 코어를 다룰 때였다. 근데 그때는 아리아가 좋은 쪽으로ㅡ호승심을 불태우며 열심히 했다면 지금은······.


이솔렛은 말없이 아리아를 바라본다. 그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었다. 말하자면 상대를 용납할 수 없고, 이해하기 싫은 감정. 불쾌감.


하지만 이솔렛은 그 느낌이 다소 옅어진 것 같았다. 노아 폰 볼프강이 되려 생도들을 구했다는, 믿지 못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런데 또 사고를 치다니. 더군다나 아리아의 말대로라면ㅡ만약 노아 폰 볼프강이 2학년 만만한 생도를 건든 게 사실이라면ㅡ이솔렛은 또 그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순간 누군가가 문을 발칵 열어젖혔다. 모르는 얼굴, 다른 클래스 생도였다.


“야, 대박. 니들 그 소문 들었냐?”

“무슨 소문?”


S클래스 생도들 모두가 멍하니 그를 쳐다본다.


“2학년 B클래스 생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1학년 S클래스 생도가 때려눕혔다던데? 너희들 아무도 몰라? 이름이······.”


생도는 생각하듯 말끝을 흐린다.


“노, 노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노아?”


대답한 건 엘레사르였다.


“어, 맞아. 노아! 노아 걔가 글쎄, 시비 걸어온 2학년 생도를 한방에 때려눕혔다니까!”

“······!”

“······!”

“저, 정말?”


자세한 내막은 들어본 적 없었다. 이솔렛과 아리아는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놀랐다. 돌연 엘레사르가 뛰쳐나온다. 그 소문이 정말이냐고.


“마, 맞다니까. 내가 아는 선배한테 들었다고. 여기 걔 없어? 이 클래스가 아닌가.”


갑자기 생도의 뒤에서 누가 나타났다. 두터운 종이를 든 교관이었다. 그가 힘껏 생도의 뒤통수를 내려친다. 커다랗게 퍽 소리가 났다.


악, 머리가 눌린 생도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씨근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때린 상대가 교관이라는 걸 확인하자, 어색하게 웃는다.


“아이, 교관님이셨습니까.”

“강의 시작할 시간이다. 빨리 가라.”

“예!”


생도가 잽싸게 도망친다. 엉거주춤 서 있던 엘레사르도 서둘러 자리로 돌아간다.


1학년 생도가 2학년 생도를 상대로 대련에서 이긴 전례는 적잖이 있지만, 때려눕혔다는 전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만큼 2학년 생도가 쌓은 경험과 1학년 생도가 쌓은 경험의 무게는 달랐다. 더군다나 2학년 생도들은 보다 더 많은 일들을 체험하고, 직접 경험했을 것이다. 아마 몇몇은 실전에 투입되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소식을 알려주러온 생도는 대박이라고 했으리라.


이솔렛은 생각한다. 또 오해가 있었구나, 하며. 잠깐 뜸을 들이다 슬쩍 아리아를 바라본다. 노아 폰 볼프강이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아니었고, 약하고 만만한 상대를 노린 것도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아냐.”


정보가 부족했으니 그럴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아마 아리아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내심 놀라웠다. 노아 폰 볼프강이 2학년 생도를 상대로 이기다니.


오늘도 어김없이 조끼리 친목 다짐 활동이 시작됐다. 엘레사르는 카르멘, 오스틴과 마주한 채 앉는다.


“······.”

“······.”

“······.”


역시 분위기는 어색했다. 어제 서로 입을 연 게 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실 엘레사르는 아침부터 기운이 없었다. 노아가 식사를 하러 오지 않은 까닭이다. 메시지를 보내봤다. 그런데 답장이 없더라. 무슨 일이 있었나?


그의 소식을 접한 건 뒤늦은 오후, 우연히 클래스에 들어선 다른 생도의 입을 통해서였다. 다툼이 있었구나. 살짝 걱정하긴 했는데, 무사하다니 다행이었다.


그래도 선배와 주먹다짐을 한 건 명백한 하극상, 잘못된 일이었다. 아무리 선배가 시비를 걸어와도 그렇지······. 엘레사르는 괜히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으나, 겨우겨우 억누른다.


지금 노아는 없으니까. 멀뚱히 자신만 보는 카르멘과 오스틴뿐이다.


후으읍, 그녀는 속으로 심호흡한다. 노아를 대신해서라도 이들을 열심히 이끌어야 한다.


더군다나 노아가 말했다. 조 리더는 엘레사르가 하는 게 낫다며, 지나가는 말로 그랬다. 엘레사르는 자신이 하기 싫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탁한다고 했다.


힘내야지. 엘레사르는 주먹을 불끈 쥔다. 갑자기 카르멘이 정적을 깼다.


“엘레사르, 노아 그 인간한테 뭐 잡힌 거 있지? 순 나쁜 새끼 아냐? 방금 누가 지껄이고 나간 것도 구라같은데.”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노아의 뒷담화로.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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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차원 전이.(6) +2 21.06.29 1,431 34 8쪽
23 차원 전이.(5) +6 21.06.28 1,464 33 8쪽
22 차원 전이.(4) +4 21.06.27 1,573 38 8쪽
21 차원 전이.(3) +4 21.06.26 1,687 41 8쪽
20 차원 전이.(2) +3 21.06.25 1,797 42 8쪽
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18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5 21.06.19 2,089 48 9쪽
17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3 21.06.18 2,052 4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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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3 21.06.15 2,182 47 9쪽
14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2) +2 21.06.13 2,250 51 7쪽
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5 49 9쪽
12 마나 코어. (4) +2 21.06.10 2,372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2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4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2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59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2 8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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