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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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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78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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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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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7쪽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DUMMY

엘레사르는 바보가 아니다. 알고 있었다. 몇 번 함께 연습하며 깨달았다. 노아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는 걸.


궁금했다ㅡ왜 굳이 자신의 제어권을 놓게 하려는지,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용을 쓰는지ㅡ그래도 묻진 않았다. 만약 악의가 있었다면 단박에 깨달았을 테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하이 엘프의 직감이라는 건 보통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니 지켜보기로 했다. 용기를 내서 함께 식사도 했다.


노아는 말을 무척 아끼는 편이다. 말을 많이 할 때도 있지만, 사색(思索)에 잠겨 멍해 보일 때도 있었다. 짧은 시간 지켜보며 엘레사르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노아에게 다른 의도는 있지만, 그게 결코 나쁜 의도는 아니라는 걸.


그리하여 평탄하게 흘러가리라 생각했던 아카데미 생활이······.


“······.”


오늘 다시 한 번 박살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엘레사르는 입을 떡하니 벌린다. 달아나는 노아의 뒷모습을 아연한 얼굴로 바라본다.


크게 기뻤다가, 크게 놀랐다가. 마치 조울증이라도 온 것 같았다. 옆에서는 롱펠 교관님이 오라며 소리를 지르고, 생도들은 노아의 돌발 행동에 야단법석을 떨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엘레사르도 무대 위에서 뛰어내렸다. 자신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무조건 노아를 따라가야 한다고.


마나를 크게 쓴 탓에 아찔함을 느꼈다. 그래도 견딜만 했다. 엘레사르는 발치에 경량화(輕量化) 마법을 걸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아이, 난 몰라. 엘레사르는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그녀는 일단 달리기로 했다.



* * *



숲 속 깊은 곳.


자메스와 루그닐은 마지막 과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들은 자신했다. 이 과정만 거치면, 마계의 파수꾼이자 간수라고 불리우는 죽음의 기사 테오도어 라르센을 소환할 수 있다.


그동안 남몰래 여럿 고생을 해야만 했다. 들키지 않도록 곳곳에 마나를 더해줄 무형(無形) 마법진을 만들고, 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작업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했다.


그야말로 철두철미(徹頭徹尾)하게 움직였다. 적당히 연막도 쳤고, 바람잡이도 심어뒀으니 방해받을 요소는 이제 없다.


고되진 않았다. 나날이 커져가는 증오심이 계속해서 그들을 몰아붙였다. 이솔렛에게 거절당한 것 때문도 있었다. 조바심에 서둘러 움직였더니, 전혀 원치 않는 대답까지 듣고 말았다.


“······.”


피로감으로 인해 그늘진 눈밑. 생기라곤 전혀 없는 두 싸늘한 눈동자가 새빨간 마법진을 응시한다.


이솔렛은 달라졌다. 어느 누구든 간에 관심도 없는 그 고고한 여자가 달라진 것이다. 이게 다 그 새끼, 새로 들어온 편입생 에밀이라는 놈 때문이다.


루그닐은 망설임 없이 작은 단도를 뽑았다.


-스릉!


그리고 손목을 확 그었다.


-투두둑!


붉디 붉은 선혈의 피가 비처럼 쏟아진다. 호흡이 가빠지고, 신체 내부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온 몸이 저렸다. 전신의 신경이 전부 팔로 쏠렸다.


그리고 위기를 느끼기 직전, 서둘러 마법을 이용해 치료한다. 루그닐의 눈밑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다.


그는 말없이 박도를 옆에 있던 자메스에게 건넸다.


“···받아.”

“루, 루그닐.”


루그닐의 눈이 비뚜름히 굴렀다. 겁쟁이 자식. 지금 무서워하고 있잖아. 목에서 가래가 들끓었다.


“내가 분명히 각오하라고 했지. 이제 와서 무서우니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마라.”

“······.”


이래도 망설여. 뭐하는 거냐, 이 새끼는. 루그닐은 냅다 자메스의 팔을 붙잡았다.


“자, 잠깐!”


그리고 팔을 그었다. 피분수가 치솟았다. 루그닐의 얼굴과 옷가지에 피가 잔뜩 튀었다. 숲속 깊은 곳에서 자메스의 비명이 메아리친다.


“끄, 끄아윽······.”


무릎을 꿇은 자메스는 팔을 붙잡고 볼썽사납게 울었다. 처음에는 좋아라하더니, 점점 시간이 갈수록 무서워하더랬다.


“시끄러워.”


루그닐은 자메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얼른 마법을 이용해 그의 팔을 치유했다. 아직 치유 능력이 낮은 탓에 잃어버린 피는 모두 되돌릴 수 없지만, 상처만은 말끔한 치유가 가능했다.


손을 뗐다.


“후아, 후아······.”


자메스가 팔을 붙잡고 숨을 헐떡였다.


“엄살은.”


루그닐은 자메스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았다.


“봐라.”


그들은 게걸스레 자신들의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진을 보았다. 마법진 위에 자신들이 마나를 담은 마나 코어가 혼탁한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성과다. 우리들의 피로 만들어진 존재들은, 분명 그 두 놈을 죽여주겠지. 그러니까 웃으라고, 자메스.”

“으, 으흐흐······.”


자메스가 기이하게 웃는다. 그들이 소환한 거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법진을 심어둔 곳에서 마나를 끌어모은 덕분에 소환 지속 시간에 제한이 없으며, 목표를 완벽히 척살할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일 것이다.


테오도어 라르센이 채 모습을 다 드러내기도 전이었다. 돌연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갑자기 길쭉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타난, 허공을 순식간에 가로지른 나무가 테오도어 라르센의 흉각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꺽! 따깍!


아직 갑옷이 생성되기 전 상태에서 테오도어 라르센의 몸뚱이가 기이하게 뒤틀린다. 갑작스런 방해를 받자, 테오도어 라르센의 남은 몸뚱이 절반이 그대로 마법진에 삼켜졌다.


그탓에 완벽한 소환이 아니라, 불완전한 소환이 되버렸다.


“······.”

“···뭐야!”


자메스를 놓은 루그닐이 기함했다. 물론 테오도어는 그정도로 죽진 않는다. 어떠한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테오도어는 끊임없이 재생할 터였다.


루그닐의 예상대로였다. 비록 반쯤 남은 몸뚱이라곤 하나, 테오도어는 자력으로 남은 몸뚱이를 수복했다. 동시에 가슴에 틀어박힌 굵직한 나무를 움켜쥐고 빼낸다. 그새에 칠흑의 검은 갑주들이 테오도어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건 분명 약한 틈을 노린 공격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를 텐데······. 대체 누가?


루그닐이 막 고개를 돌리려 할 무렵, 빠르게 튀어나온 거뭇한 인영이 루그닐과 부딪혔다. 루그닐의 얼굴이 핑-하고 어지러이 돌며 바닥과 합체한 찰나, 그와 부딪힌 인영이 잽싸게 그를 짓뭉갰다.


“잡았다.”

“노, 노아 폰 볼프강······.”


노아 폰 볼프강, 요근래 눈에 거슬리던 양아치였다. 에밀이 테오도어의 첫 번째 타겟이었다면, 노아 폰 볼프강은 두 번째 타겟이다.


“······!”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루그닐은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노아 폰 볼프강은 요지부동이다. 몸이,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고 무거웠다.


“빨리 돌려보내. 신고하기 전에.”

“뭘?”

“소환한 거. 돌려보내라고.”


당혹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머리가 새하얘진다. 이 양아치가 어떻게 안 거야?


“못해, 못한다고!”


괜히 윽박을 내질러댔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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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3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8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7 8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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