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56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27 23:57
조회
1,573
추천
38
글자
8쪽

차원 전이.(4)

DUMMY

여인은 살금살금 옥상 위를 걷는다. 피 묻은 단검을 털었다. 투둑, 피 묻는 소리가 났다. 살점도 딸렸나보다. 무게가 확 줄어든다.


차분히 아슬아슬, 위태로운 걸음으로 용마루 끝단에 선다. 내려다본 거리는 빛들로 번들거린다. 이따금 왁자하게 웃으며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거나하게 취한 이들이 니탓이니 내탓이니 하며 다투는 소리가 났다.


그 광경을 무관심한 눈으로 바라본다. 여인은 귀에 손을 댄다. 그리고 자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이에게 말한다.


“여기는 넴. 목표 처리 완료.”

“어어, 고생했어. 네메시스, 아니. 넴. 내일도 부탁할게.”

“응.”

“그나저나 오늘은 어쩐 일이야?”

“어쩐 일?”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번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보고해주잖아. 근데 오늘은 먼저 연락도 하고, 보고도 해주네?”

“······.”


그랬던가, 네메시스의 눈이 데글 굴러간다.


“말해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네메시스는 계속 침묵한다. 사실 매일이 반복되는 지루한 삶이었다. 낮에는 도서관 사서라는 직위를 가진 평범한 생도. 밤에는 암살자. 서로 다른 시간대가 되면 마치 스위칭을 하듯, 생각과 인격을 바꿔왔다.


낮에는 밤에 겪은 일을 잊고, 밤에는 낮에 겪은 일을 잊는다. 그래야만 네메시스는 부서지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겪은 일들이 영향을 주지 않게끔,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려왔다.


그런데 오늘,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바로 루시우스의 목숨을 끊을 수 있었음에도, 목숨을 끊기 전에 잠깐 망설였다. 낮에 있었던 일이 네메시스를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 탓이다.


돌연 살심(殺心)이 분연히 솟구친다. 네메시스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응? 으응?”


통신 장비 너머의 여인, 홍련(紅蓮)의 2인자 사브리나가 집요하게 물어온다. 사브리나는 궁금증이 많은 성격이다. 네메시스도 그녀에게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더군다나 궁금증을 제때에 해소하지 않으면ㅡ엄청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ㅡ가끔은 곤란하기도 했다. 아마 말해주지 않으면 내일도, 다음날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넴, 넴, 넴. 어서 말해봐.”

“···그냥 재밌는 인간이 생겼어.”

“재밌는 인간?”


재밌다고 해야 할지, 흥미롭다고 해야 할지. 네메시스는 갈피를 못 잡았다. 과거에 인연이 있던 건 아니다. 흥미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었을 뿐이다.


“이름이 뭔데?”


노아 폰 볼프강. 그는 과거가 화려한 인간이었다. 좋은 쪽이 아니라, 엄청 나쁜 쪽으로 화려하더랬다. 굳이 정보를 찾아본 건 아니었다. 은발에 큰 키. 반반하게 생긴 얼굴. 입에서 입으로 흔히 굴러다니는 정보들. 다들 걔 만나면 조심하라고 낄낄 웃었다.


처음 본 건 도서관에서였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싶은 인상이길래 슬쩍 곁눈질로 쳐다봤다. 순간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는 책을 베개 삼아 우스꽝스런 얼굴로 자고 있었다. 심심하니 한동안 지켜봤다. 자다 깨어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길래, 급히 자는 척 늘어졌다.


그래도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도서관 사서는 모두를 쉽게 볼 수 있는 자리에 있으니까.


침을 닦는 것도 봤다. 그후로는 엄청 집중하며 읽길래, 마냥 신기했다. 소문이 틀렸나? 더러는 노아 폰 볼프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인사할 새도 없이 들어온 백금발의 생도ㅡ그녀가 누군지 모를 리 없었다. 구성(九星) 중 하나라 알려진 유명한 생도ㅡ이솔렛이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노아 폰 볼프강, 이라고. 그 말에 확신했다. 노아 폰 볼프강이 맞구나.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다 들었다. 흑(黑)마법 서적에 대한 이야기. 공교롭게도 그날 이후 1학년 S클래스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는 내용의 보고를 엿들었다.


외부인 및 내부인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흑(黑)마법 소환 사건ㅡ명백한 살의(殺意)가 담긴 행동. 더군다나 그 사용자들이 마탑의 유망주라, 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마탑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감안하여 주요 인물에게만 알리고 묻기로한ㅡ사건에 노아 폰 볼프강이 얽혀 있었다.


노아 폰 볼프강은 일관된 진술을 주장했다ㅡ두 사람이 평소에 이상한 행동을 했고, 어디로 가는지 보았다며ㅡ그렇게 사건은 일단락이 됐다. 더군다나 그는 수많은 생도들을 구했다. 비록 급작스럽게 행동했다곤 하나, 분명 그 행위는 칭찬받아야 한다고 여겨진 듯했다.


하지만 보고문 그 어디에도 그들이 흑(黑)마법을 쓰리라는 걸 알았다는 내용은 없었다.


보고문을 작성한 교관이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은 것임이 분명했다. 아니면 대충 얼버무렸다거나. 그렇다면 그는 대체 왜 흑(黑)마법 서적을 읽고 있었던 걸까? 마치 그럴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것마냥······.


이 말은 즉 노아 폰 볼프강에겐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의미했다. 뿐만 아니라 성적도 좋다고 한다. 소문이 엄청 나쁜 노아 폰 볼프강이 되려 교관에게 신임을 얻다니. 흥미로웠다.


그가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는 소리를 접했다. 아침 조회에서 필요한 부서가 없냐고 하길래, 냉큼 손을 들었다.


도서관에서 두 번째로 마주쳤다. 그때는 이솔렛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긴장했는지 태도가 딱딱했다. 마치 자신을 건들면 안 된다는 듯ㅡ행동하길래, 지금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


물론 도서관 봉사 활동이 처음이라서 그렇구나, 하며 훌러덩 넘어가긴 했지만.


암살자로 지내온 본능이 자꾸만 말해주고 있다. 그는 위험한 존재라고.


“넴? 진짜 말 안해줄 거야?”

“응. 이건 말해줄 수 없어.”

“···쳇, 두고봐. 넴의 그사람 꼭 알아내고 말테다.”

“······.”


네메시스는 통신을 끊었다. 일도 마무리했으니, 숙소로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도서관에서 자고 싶었다.



*



네메시스는 문 손잡이를 잡았다.


“······.”


이질적인 감각을 느낀다.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축축했다. 땀이었다.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땀이 왜 안 말랐지?


네메시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얼른 문을 열었다. 안쪽 문은 안 열렸다.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그래도 들어가봐야 했다.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강렬한 생각이 그녀의 몸을 이끌었다.


삑 소리가 났다. 네메시스는 얼른 안으로 진입했다.



* * *



“후우······.”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地)속성 정령 노움의 경고가 없었다면 분명 들켰겠지.


스윽 나무 뒤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전신을 새까맣게 두르고, 마스크를 쓰긴 했어도 그녀의 정체를 안다. 네메시스. 그녀가 곧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말 다행이다. 만약 걸렸으면 어찌 됐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능력을 복제하게 해준 엘레사르에게 또 고마워해야겠다. 여러모로 그녀는 내 은인이다.


아참, 제일 중요한 소득.


당연히 있었다.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낸다.


책 제목은 ‘마나 하트 제작 방법에 관하여’. 신체의 일부ㅡ몸 내부도 가능했다ㅡ를 마나 하트로 만드는 공정과 필요한 과정들이 전부 집대성된 책이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이 책은 분명 내게 그 솟아날 구멍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블러드 카니발.(5) +6 21.07.06 992 33 8쪽
28 블러드 카니발.(4) +3 21.07.05 958 30 7쪽
27 블러드 카니발.(3) +3 21.07.04 1,064 32 9쪽
26 블러드 카니발.(2) +4 21.07.02 1,196 29 6쪽
25 블러드 카니발.(1) - 수정 +5 21.06.30 1,296 39 9쪽
24 차원 전이.(6) +2 21.06.29 1,432 34 8쪽
23 차원 전이.(5) +6 21.06.28 1,465 33 8쪽
» 차원 전이.(4) +4 21.06.27 1,574 38 8쪽
21 차원 전이.(3) +4 21.06.26 1,687 41 8쪽
20 차원 전이.(2) +3 21.06.25 1,798 42 8쪽
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18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5 21.06.19 2,090 48 9쪽
17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3 21.06.18 2,052 45 7쪽
16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4) +1 21.06.17 2,125 49 10쪽
15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3 21.06.15 2,182 47 9쪽
14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2) +2 21.06.13 2,251 51 7쪽
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6 49 9쪽
12 마나 코어. (4) +2 21.06.10 2,373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3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5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60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7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5 8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