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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38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5.12 14:56
조회
5,882
추천
82
글자
5쪽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DUMMY

개전(開戰).


작금의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따사로운 햇살. 달아오른 공기. 자못 긴장된 발걸음으로 개선문(凱旋門)을 통과하듯, 교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생도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머리 스타일. 저마다의 의지와 확고한 목표를 품에 안고서, 설레는 첫발을 내딛는 그들처럼 나도······.


“하아······.”


움직여야 하는데, 발이 쉬이 떨어지질 않는다. 찬찬히 눈을 들어보니, 기다란 아치형의 문구가 망막을 가득 채운다.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망연히 그 문구를 중얼거렸을 때, 모두의 이목이 내게로 쏠렸다. 어느 무리는 수군거리기도 했다.


손바닥으로 안면을 연거푸 쓸어내린다. 지금 안면 세수를 몇 번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 전국 상위 1%만이 입학할 수 있는 초엘리트 양성소이자, 기라성같은 인재(人才)들이 자웅을 겨루는 곳.


신들의 연회장. 별들의 전쟁터. 있어 보이는 말들을 막 갖다 붙여도 될 법한 이곳에, 나도 한 명의 생도로서 입학했다.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살아생전 고생이라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새하얀 손바닥이다.


이름은 노아 폰 볼프강. 서토(西土) 굴지의 가(家) 볼프강 가문의 첫째 아들.


볼프강 가문은 대대로 재능이 뛰어난 인재(人才)를 배출해냈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명성이 자자했다.


그만큼 탄탄한 뒷배경에다, 상위 1% 초엘리트 양성소에 들어갈 정도니까 능력도 걸출하겠지.


만약 실로폰을 들고 있었다면 나는 딩동댕이 아니라, 땡을 쳤을 거다.


사생아(私生兒)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재능이 없다. 성적 최하위에, 열등감도 심한 양아치. 내세울 거라곤 얼굴 하나뿐인 그야말로 망나니 오브 망나니다.


그럼에도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던 건, 전부 가문의 입김 덕분이다. 들어가게 해달라고 땡깡을 부린 것도 한몫 했다. 한마디로 나는 낙하산이다. 더 길게 쓰면 낙하산 생도다.


갑자기 웬 자학이냐고?


“후우······.”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넘긴다. 이건 내 진짜 몸이 아니니까.


노아 폰 볼프강. 이 몸의 원래 주인은 내가 집필한 소설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120가지 방법’에 나오는 악당이다.


미천한 가문 출신이지만 착하고 올곧은 주인공이 승승장구할 때마다, 열등감으로 인해 지랄 발작을 하는 역할.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많은 악당 중, 질이 제일 나쁜 놈이기도 했다.


나는 그 악당의 몸에 빙의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건지를 떠올리니 힘이 주욱 빠진다.



*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120가지 방법’은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연재가 중단된 작품이었다.


장기간의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어찌저찌 연재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수많은 쪽지가 와 있었다. 그것도 단 한 명이 보내준 쪽지였다.


□ 보낸 사람 제목 등록일 읽은시간

□ 대물흑인 안녕하세요, 작가님.

□ 대물흑인 작가님!!

□ 대물흑인 작가님. 혹시나 해서···

□ 대물흑인 ······

······


보낸 사람은 ‘대물흑인’이라는 닉네임의 독자. 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정확히 일주일 후부터 매일 빠짐없이 쪽지를 보내왔다.


그분이 보내준 쪽지들을 하나씩 읽어봤다. 내 몸에 대한 염려와 작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첫 말문은 몸 상태가 어떻냐, 괜찮냐는 말로 시작해, 자기가 생각해봤는데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점들을 적어뒀더라.


악당에게도 적절한 개연성을 부여하고, 다음 에피소드는 이렇게 이끌어나가고, 또 주변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다음 플롯은 어떻게 짜며, 작품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만들 건지, 주인공의 능력도 어떻게 강화할 건지······.


보면서 감탄했다. 이렇게 내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독자님이 있구나, 하면서.


입매가 자연히 매끄러운 호선을 그렸다. 흐뭇했다. 기뻤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다.


아파서 손가락 하나 까닥대는 게 고작인 나를 대신해, 소설을 써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생기더랬다.


그러다 마지막 쪽지를 보았다.


제목은 정확히 ‘한번 작가님의 글을 더 써보았습니다. 부디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였다.


그 쪽지를 열었더니, 노트북 화면에서 새하얀 빛이 터지고······.


요 지경이 됐다.


흑인이 함정 카드를 들고 ‘YOU JUST ACTIVATED BY MY TRAP CARD’를 외치는 짤을 아는가? 딱 거기에 걸려든 심정이다.


독자님 탓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환장하겠다. 다시 한번 얼굴을 쓸어내린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길고 진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독자님과 소통하게 되어 가슴이 무척 떨리네요!


재밌고 보는 눈이 즐거운 작품을 쓰기 위해 매일매일 고민하겠습니다.


독자님들도 재밌게,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당! 감사합니다!


중간에 쪽지 부분에서 띄어쓰기 적용이 안 되네용 ㅠㅠ;; 당황;; 죄송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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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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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5 49 9쪽
12 마나 코어. (4) +2 21.06.10 2,372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2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4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59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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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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