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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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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37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5.2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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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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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10쪽

1학년 S클래스(3)

DUMMY

엘레사르는 지금 엄청난 대공황 상태다.


어떡하지?


하우우······.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엄청 쓰인다. 엘레사르는 시야가 핑글핑글 어지러이 돌 것만 같았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남자 생도, 노아 폰 볼프강 때문에.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엘레사르의 머리는 꽃밭이었다. 가슴도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올랐다.

어떤 생도가 들어올까 하며ㅡ심지어 그녀는 먼저 들어온 생도로서, 편입한 생도를 열심히 돕겠다는 파이팅 넘치는 의지가 가득했다ㅡ하지만 기대감과 의지는 머지 않아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산산 조각이 났다.


그날 오후에 붙었던 큼지막한 대자보.


“노아 폰 볼프강······.”

“얘가 우리 클래스네?”

“무능한 데다 악명이 자자하던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능력 있지.”

“무슨 능력?”

“착한 놈 골로 보내는 능력. 그거 하난 지리잖아.”

“아, 맞네. 하하하······. 야, 근데 자리가······.”


그때까지는 두 생도들의 대화를 특별한 생각 없이 흘러들었다. 그런 생도도 있겠구나, 했다. 어쩐지 무서운 성격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대자보를 보러 걸어가던 중, 뒤를 돌아본 생도와 눈이 마주쳤다.


“이야, 씨······.”


그리고 그와 마주 대화하던 생도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가 헛웃음을 흘렸을 때.


“하필···걸려도 그런 성격 더러운 놈이랑.”


엘레사르는 자신의 직감이 알려준 정답을 믿지 않았다.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직접 보았다. 옆자리에 앉게 될 생도의 이름을. 함께 아카데미의 뜨거운 여름을 보낼 생도가 누구인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노아 폰 볼프강, 그 이름 여섯 자가 또렷히 보인다.


보자마자 방긋 웃었다.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으니, 감정적인 동요를 보이지 않으려 했다. 태연히 돌아섰다.


“음, 전 세상에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없다 생각해요.”


겉으로는 헤실헤실 웃으며,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자리에 돌아온 엘레사르.


하이엘프 종족의 미래라는 무거운 사명감을 등에 업고서, 종족의 재건을 위해 당찬 포부로 이곳, 영웅들의 터전이라 불리우는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했던 그녀는,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울상을 지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저 어떡해요. 무서운 사람이 옆자리에 앉는대요.


···그리하여 꿈 많고 여린 하이엘프 소녀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엘레사르는 밤새 자기최면을 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괜찮다고 잘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그녀는 태도의 변함 없이 잘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돌고 돌아서 소환학개론ㅡ이론(理論) 강의 시간, 그녀는 옆자리 무서운 생도가 보내온 눈빛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애를 썼다. 짧은 눈빛도 아니었다. 길고 무서운 눈빛이었다.


어제 왜 다른 생도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건지 단박에 이해했다. 더군다나 풍기는 분위기도ㅡ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기 힘들 만큼ㅡ무서워서 지금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어머니······ 저 무서워요. 빙글빙글, 빙글빙글. 그녀의 눈이 어지러이 돌았다.


“이번에 들어온 편입생들이 있으니 처음부터 간략하게 말해준다. 일단 소환학개론은 초론, 중론, 종론으로 구성된다. 소환의 의의와, 개요, 역사, 준비해야할 것들을 다룬 게 초론. 소환물의 종류, 소환 시에 사용할 매개체, 적절한 마나의 분배, 술자가 유의해야할 것들을 다룬 게 중론. 다시 한 번 유의사항을 되새기고, 또 한 번 되새기는 게 종론이다.”


교관은 손가락을 접으며 간략한 설명을 했다.


“그렇게까지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 잘못 쓰면 팔 다리 간수는 커녕,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특히 너희들 중 태생적으로 마나 빵빵하고 회로 묵직한 놈들 있지? 조심해라 진짜. 욕심부려서 차원종 뭐 이딴 거 소환하면 한방에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소환물은 자기보다 격이 낮은 주인은 싫어하거든.”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던 교관은 이솔렛을 보며 느끼하게 웃었다.


“물론 우리 이솔렛 양은 제외. 이솔렛 양의 빙결(氷結)계 회로는 엄청 특별하니까.”

“······.”

“롱펠님.”


아리아가 눈을 낮게 치뜬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적의(敵意)도 장난이 아니다.


“미안, 미안. 하하. 그래, 어제는 어디까지 했지?”

“롱펠님의 명줄은 얼마나 짧은가에 대해 입니다.”

“이상한 소리 말고.”


소환학개론 담당 교관 롱펠은 잠시 생각하더니 음, 짧은 침음성을 냈다.


“기억났다. 소환 시에 사용될 매개체랑 분배할 마나량. 소환물의 소환 지속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매개체의 질이 더 좋아야 한다는 거랑, 적절한 마나 분배가 필요하다고 했지. 적절한 마나 분배를 하지 못하면 회로가 꼬이고, 소환물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고. 여기서 깜짝 질문. 이번에 조별 과제로 내줄 마나 코어, 그게 뭔지 아는 사람?”


누가 손을 번쩍 치켜든다. 루그닐이다. 모두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루그닐을 바라본다.


“어, 루그닐. 이야 우리 마탑 유망주.”

“일종의 마나 융합 장치이자,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도구입니다. 술자 혼자서는 불가능한 소환도 둘 이상의 술자가 마나 코어를 사용하면 가능해지죠.”

“그렇지. 맞아. 아주 잘 아네.”


루그닐은 이솔렛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시선을 주지도 않는다.

루그닐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

“루그닐의 말대로 마나 코어는 혼자 소환이 불가능한 소환물을 소환할 수 있어. 차원종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단순 조별 과제에 그런 위험한 걸 쓸 순 없겠지? 따라서 우리는 생도 교육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마나 코어를 쓴다. 자 그럼 여기서 또 질문. 두 사람이 마나 코어를 딱 잡았다. 마나의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또 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번에는 두 명, 자메스와 루그닐이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지목한다. 너무 둘만 시키긴 그러니까. 어디 보자······.”


자메스와 루그닐, 이솔렛과 아리아를 제외한 모두가 눈치 보기 바쁘다. 지목당할까봐 긴장한 것이다. 매의 눈으로 사냥감을 노리던 롱펠은 빙긋 웃었다.


“거기, 엘리짱. 우리 엘리짱이 대답해보자.”

“······!”


엘리짱. 그건 롱펠이 엘레사르를 부르는 애칭이다. 난데없는 호명에 엘레사르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눈이 어지러이 돌았다.

···마, 마나 코어. 마나 코어에 필요한 마나의 분배······.


순간 그녀의 팔찌가 엷게 빛난다. 쪽지였다.


“아, 마나 회로의 등급이 높은 사람이 우선으로 대략 칠, 팔 할 가량을 넣으면 등급이 낮은 사람은 그 나머지를 채, 채우면 됩니다.”


말하면서도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오, 맞아! 이야, 마나의 황금비. 그걸 어떻게 알았지. 공부 좀 했나보네. 얘들아 우리 엘리짱한테 박수 한 번 쳐줘라.”


갑자기 생도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요지부동이던 이솔렛도 고개를 꺾어 엘레사르를 쳐다봤다.


엘레사르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쪽지의 주인을 응시했다. 노아 폰 볼프강.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남자는 심드렁한 얼굴로 롱펠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들었던 소문과는 전혀 다른 그의 행동 덕분에 그녀의 놀라움은 무척 컸다. 그래서 뚫어지게 바라보고야 말았다.

스륵, 노아의 눈이 굴렀다.


“왜?”

“아, 아뇨!”


엘레사르는 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소문이 잘못된 건가?



* * *



강의가 끝나자, 엘레사르 주위로 생도들이 몰려들었다.


“엘레사르, 어떻게 안 거야?”

“미리 공부 좀 했나봐?”

“아, 그게······.”


엘레사르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쪽지에 어떻게 말하라고도 써야 했나. 뭐, 어련히들 알아서 하겠지. 이 세계는 온전히 내 생각대로 굴러가진 않으니까. 이솔렛과 다툰 것도 그렇고.


편입 생도는 장비를 받으러 강당에 오라는 쪽지를 받았다. 몸을 일으킨 나는 뒷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저기, 어디 가세요?”


나가려는 내 발목을 누군가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엘레사르였다.


“······?”

“그게···오래 비우면 어디 갔는지 물어보실 것 같아서······.”


아, 내가 농땡이를 피우리라 생각한 듯했다. 자리에 없으면 교관이 물어볼 테고, 그리하여 그녀 자신이 곤란해질 것을 염두한 말이었다.

옅게 웃었다.


“장비 받으러 강당 간다.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으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아, 아···네!”


또 놀란 표정이다. 아까도 그러더니. 새삼 깨닫게 된다. 노아의 평판이 얼마나 나쁜 지를.


아무튼 내 눈이 앞문으로 빠져나가는 이의 뒤통수를 좇았다. 에밀.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일어나서 따라가는 두 놈도.


자메스, 루그닐. 그 둘은 편입 생도가 아닌 데도 강당으로 가려 했다.

놈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맘에 안 드는 에밀 조지기. 초장부터 반쯤 죽여놔야겠다는 심리였다.

···노아 폰 볼프강은 밥 먹듯이 하던 행동이었다.



*


강당.


편입 생도들이 바글바글 들끓는다. 벌써 눈에 띄게 친해진 애들도 보인다. 나는 그들 사이를 헤집으며 걸어갔다.


“1학년 S클래스, 에밀. 어디 있나요?”


에밀이 무대 위로 오른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검을 집어들었다.


“1학년 S클래스, 노아 폰 볼프강.”


나도 뒤따라 오른다. 그때 에밀과 잠깐 눈이 마주쳤다.


“너도 편입생이구나. 반가워.”

“···그래.”


역시 사람 좋은 녀석이다. 미소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기 앞에 선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무난무난하게······.


“안 받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받기로 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무기는 오히려 짐덩이만 될 뿐이다.

내가 강당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에밀을 조지려는 두 연놈 훼방 놓기.


“어, 어어, 정말?”

“네.”


빠르게 무대를 내려갔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당 ㅠㅠ 연재가 너무 힘드네요;;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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