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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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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75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0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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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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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7쪽

마나 코어. (3)

DUMMY

앞에서 말했듯, 엘레사르의 특기는 정령(精靈)이다.


따라서 타인처럼 마나 회로가 일차적이지 않고, 다양성을 띈다. 그녀가 다룰 수 있는 건 수(水), 풍(風), 지(地), 화(火) 이상의 대표적인 네 원소에 기반을 둔 정령들이다.


덕분에 마나 코어도 그만큼 알록달록한 색을 보이고 있다. 본래 일차적이지 않은 마나와 이렇게 융합을 시도할 경우, 상대도 그만한 마나 회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소환은 실패하게 된다.


“······.”

“음.”


내가 썼던 조별 과제 에피소드 당시, 엘레사르와 노아 폰 볼프강은 아예 시도도 못해보고 끝이 났다. 엘레사르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한 까닭이다. 재능 없는 노아 폰 볼프강은 당연히 뭘 하지도 못했고.


지금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 중이었다. 내가 제때에 손을 쓰지 않으면, 엘레사르와 나는 또 비웃음 거리가 될 것이다.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누구와 하더라도 엘레사르는 실패하게 될 터였다. 그녀만한 마나 회로를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아, 이솔렛은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롱펠? 데그르륵 눈을 굴려 본다. 턱을 긁적이며 멍하니 보는 그의 얼굴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러했다.


어렵다. 또 덧붙이자면 어려워.


소환학개론 담당 교관 롱펠이 그러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히 엘레사르의 마나 회로 때문만이 아니라, 폭풍처럼 요동치는ㅡ올 테면 와 봐라, 식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ㅡ마나 때문이었다.


엘레사르는 지금, 한껏 넣어보라는 내 말만 듣고 미친 듯이 마나를 주입하는 중이다.


솔직히···예상 밖이다. 하란다고 진짜 이렇게 마구 불어넣을 줄은.


벌써 나를 적잖이 믿는구나. 역시, 그녀는 착하다. 한 번 괴롭히고 싶다는 괜한 충동이 들 정도로.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예상 밖인 건 맞다. 어려운 상황도 맞다. 그래도 나는 자신이 없다.


못할 자신 말이다. 앞으로 있을 일에 비해 이런 위기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눈에 힘을 주어, 그녀의 능력ㅡ정령사(精靈士)의 윤무(輪舞)ㅡ를 카피했다.


기선 제압을 좀 해야겠다. 부담감도 팍팍 줄 겸. 에밀과 이솔렛, 아리아의 호승심도 깨울 겸. 그리하여 두 연 놈에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ㅡ해야 했다.


본래라면 나와 엘레사르 둘 중 하나가 마나를 끊겠다고, 혹은 끊어달라고 말을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소환 지속 시간이 엄청 짧겠지만 분명 해볼 만 했다. 꽤나 볼만 할 것이다.


엘레사르의 마나가 요동치는 마나 코어 안에, 내 마나를 천천히 불어넣기 시작했다.



* * *



모두가 멍하니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끊임없이 마나를 불어넣는 엘레사르와,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노아 폰 볼프강.


아마 대부분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겠지. 이솔렛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왜 불안한 걸까. 그녀는 더 참지 못했다.


“아리아, 네가 보기엔 어때?”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아리아에게 물었다.


“네?”

“저 두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어······.”


아리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짧은 침묵 후에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이솔렛님은요?”

“아, 나도.”


그렇지. 두 사람은 처음이다. 설마 될 리가. 그리 생각한 순간 두 사람이 손을 댄 마나 코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모두가 술렁인다. 모두가 똑똑히 보고 있다. 마나 코어 안에 두 사람의 마나가 뒤섞이는 광경을.


들불처럼 번지는 술렁임. 이솔렛도 예외는 아니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 *



될 리가 있나. 당연히 안 되지. 자메스와 루그닐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야, 노아 저 새끼 겁먹은 거 같다.”

“어. 완전 겁먹었어. 지금 등허리에 식은땀이 가득할 걸.”


둘은 낄낄대며 웃는다.


“새끼, 똥 폼은 다 잡더니.”

“야, 꺼져. 있으니까 끄지라구.”


자메스는 노아 폰 볼프강의 흉내를 내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그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린 둘의 표정이 찰나에 확 급변했다.


“어?”

“어라.”


그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이 알기로 노아 폰 볼프강은 재능이 없다. 스산함을 무언가를 느꼈던 그때도 착각일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 아니라고?


그들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착각이 아니었다면 재능이 없다고 알려진 이유가 뭐지?


아니 그것보다 알려진 엘레사르의 특기, 정령(精靈)과 그녀가 가진 회로의 가변성 때문에 뭔 짓을 해도 노아 폰 볼프강과 엘레사르는 실패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생각과 정반대로 굴러가고 있다. 마나 코어 안에서 두 사람의 마나는 마치 한 몸인 것 마냥 원활히 섞였다.

섞였다는 건 적어도 실패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노아 폰 볼프강이 눈에 띄게 힘들어 하고 있다. 엘레사르는 정반대다. 하이엘프 특유의 마나 친화성 때문이다. 한계가 있는 인간의 몸인 그로선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끊어야 했다. 적어도 엘레사르에게 말을 건네 끊으라고 말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아 폰 볼프강은 계속해서 마나를 불어넣는다. 마침내 마나 코어가 웅웅-거센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여기까지도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지금 같은 기세로는 롱펠 교관과 그의 시범 조교가 소환한 일품(一品)일 것 같았다.


그보다 한층 더 높은 계열ㅡ아스트라 계층ㅡ도 있지만, 저 둘이 소환하기엔 무리가 있다. 는 생각을 금방 정정했다.


아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소환에 필요한 시간과 마나가 점점 길어지고 많아지고 있다.


아스트라 계층에 해당하는 소환물은, 그들이 소환하고자 하는 사령(死靈)과 같은 계층의 소환물이다. 분명 소환 지속 시간은 짧을 테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


루그닐은 망연히 눈을 껌뻑였다.


······대체 뭘 소환하려는 거지? 뭘 하려는 거야?


자메스도 루그닐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둘의 입가에 드리운 미소가 처음으로 싹 가신다.


마나 코어에 가득하던 빛이 터져나온다.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빛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을 때, 눈부신 빛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을 때. 나타난 소환물을 본 그들은 더는 비웃을 수 없었다.


빙(氷)의 정령왕(精靈王) 트리슈라. 아스트라 계층에 해당되는 소환물이 지상에 현현(顯顯)한 것이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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