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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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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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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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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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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DUMMY

멀리서 두 연 놈을 발견하고, 마법진을 보자마자 나를 따르던 대지의 정령왕 베히모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지끈!


지근거리에 있던 나무를 단숨에 뽑아서, 마법진에서 나오는 존재의 가슴을 꿰뚫으라고. 소환을 막을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을 택해야만 했다.


-후웅!


센 바람이 불어닥친다. 가공할 속도로 날아간 나무가 정확히 테오도어 라르센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소환을 저지하진 못해도, 완벽한 현현(顯顯)은 저지했다. 테오도어 라르센의 몸뚱이 반절이 도로 마법진에 집어삼켜졌다.


그러나 아직 반절이 남았다. 집어삼켜진 반절도 자력으로 수복이 가능했다. 물론 힘은 약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약해졌어도 쉬이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데스나이트들의 수장이자, 파멸을 불러오는 기사 테오도어 라르센은 불멸(不滅)의 존재다. 정확히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쉽게 죽지 않는다.


적어도 그에 준하는 등급의 소환물이 아닌 이상ㅡ내가 엘레사르에게 힘을 빌린 이유다. 굳이 테오도어 라르센이 아니더라도 에밀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굳이 가슴 졸여가며 지켜볼 게 아니라, 내가 여기서 막으려 했다.


또 다른 생도들에게 가해지는 이차적인 피해도 막으려 했다. 이건 내가 이타적이어서가 아니라, 개중 아마리처럼 에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도 있었기에.


하지만 느긋하게 싸울 시간은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벌써부터 숨이 가빠져 오고, 가벼운 근경련을 느낀다.


곧바로 루그닐을 덮쳤다. 마나 코어까지 든 채로 몸통박치기를 한 탓에 온 몸이 울렸다. 그러나 루그닐은 나보다 더한 충격을 느끼고 쓰러졌다.


땅에 얼굴을 처박은 루그닐의 등에 올라타 팔꿈치로 힘껏 짓누른다.


“빨리 돌려보내. 신고하기 전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나는 내 동요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침착하게 종용했다.


“뭘?”

“소환한 거. 돌려보내라고.”


분명 루그닐은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마법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지녔으니.


“못해, 못한다고!”


그러나 루그닐은 되려 발악을 한다. 나는 더 힘껏 짓누른다.


“···해라.”

“으, 으큭. 흐, 흐흐흐. 현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놈은 내가 정해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돌아가. 내가 정해둔 목표 첫째가 에밀을 죽이는 거고, 둘째가 바로 너다. 노아 폰 볼프강!”


역시. 두 눈이 우묵해진다. 루그닐이 벗어나려 온 몸을 뒤튼다. 나는 내 마나 코어를 녀석의 머리통 위에 들었다.


“루그닐, 내 마나 코어가 단단할까, 네 머리통이 단단할까. 어느 쪽이 더 단단할 것 같냐? 둘 중 단단하지 않은 건 감자 으깨지듯 으깨지겠다. 그치?”

“······!”

“나는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성격이 아니야. 빨리 돌려보내. 그렇지 않으면······.”


으름장을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자메스, 이 새끼야! 뭐해, 빨리 안 공격하고!”

“으, 으아아아!”


득달같이 달려든 거구 자메스가 나를 덮쳤다. 불시에 땅위에 나동그라진 나는 자메스의 일방적인 구타를 얻어맞아야만 했다. 손속에 사정이라곤 전혀 없는 일격들이 연거푸 몸뚱이에 꽂힐 때마다, 앓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더럽게 아프다. 이 자식. 괜히 몸집이 큰 게 아니었어. 나는 얼른 머리로 힘껏 자메스의 대가리를 찍었다.


-떵!


“크아악!”

“······!”


그 반동에 도로 고개가 땅에 처박힌다. 자메스는 뒤로 나가떨어졌으며, 나는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서려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 새끼가!”


하이에나처럼 달려온 루그닐이 내 몸을 힘껏 걷어찼다. 컥, 신음이 터져나온다. 몸이 계속해서 들썩인다.


“이 개새끼, 개새끼! 너만, 너만 아니었어도 에밀 그 새끼가 나대는 일은 없었을 건데!”


몸이 상당한 충격을 느꼈나보다. 정신없이 맞는 동안, 입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나왔다. 물론 영향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급속도로 빨려가는 마나 덕분도 있었다. 흐릿하게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테오도어 라르센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안 되겠다. 나는 서둘러 베히모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든 테오도어 라르센을 죽이라고. 그순간 대지가 커다랗게 흔들렸다.


곧이어 두 거체가 맞붙기 전에, 나는 두 연 놈들이랑 결착을 내야만 했다. 만약 체력을 기르지 않았다면, 특성을 배우지 않았다면 분명 지금쯤 벌써 골로 갔겠지. 다행이다.


불쑥 손을 내밀어, 루그닐의 다리를 넘어뜨렸다.


“으악!”


마나 코어를 놓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루그닐의 몸뚱이 위에 올라탄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그리고 짧게 호흡하고, 루그닐의 얼굴을 후려친다. 나는 당한 만큼, 아니 당한 것보다 배는 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이건 노아 폰 볼프강의 성격이 아니라, 내 현실 성격이기도 했다. 짧은 새에 루그닐의 입에도 피가 튀었다. 콧뼈가 으스러지고, 이빨이 박살난다. 그야말로 얼굴이 풍비박산난 루그닐은 그때 보여준 독기는 어디로 가고, 하지 마라고 울음을 터뜨린다.


심장이 마구 두근거린다. 가슴이 뜨겁다. 녀석이 뒤질 것 같길래 주먹 쥔 손을 멈췄다. 하지만 곧바로 뒤통수에 커다란 충격을 느끼며 힘없이 쓰러진다.


“······.”


내 뒤통수를 쪼갠 거, 뭔지 알겠더라. 흉기나 다름 없는 단단한 돌을 써먹다니. 아, 빌어먹을.


“하아, 하아, 하아.”

“자, 자래써······. 저, 저 마나 코어도 얼른 부, 부서······.”


젠장. 움직여야 하는데. 손가락을 까닥대는 순간, 어느새 몸을 튼 루그닐이 돌로 내 손가락을 찧었다.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괘자식······.”


총체적 난국이다. 눈알이 느릿하게 굴러간다. 자메스가 마나 코어를 부수려 하고 있었다. 막아야 하는데······. 루그닐이 돌로 내 팔을 찍었다.


“컥······!”

“이제 보니 조나 대단흔 노미네. 어덯게 신음 한 번 안 흘리다가 이제야 흐, 흐리냐. 그 끈질긴 근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뭐든 됐겠다, 이 양아치 쇄끼야.”


이판사판이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능력을 쓰려고 할 즈음이었다.


“노, 노아!”


갑작스레 들려온 새된 비명소리.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부드러운 순풍이 불었다. 동시에 크게 떠밀려나간 루그닐이 데굴데굴 구르다 나무에 처박고 쓰러진다. 마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바람이 불었다. 자메스가 힘찬 함성을 내지르며 크게 날아간다.


마법의 주인은 엘레사르였다. 몸을 뒤집으니, 그녀가 잽싸게 다가와 나를 내려다본다.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보다.


“괜찮아?”


엘레사르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왜 왔냐고 하고 싶은데,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해야할 것 같았다.


“···어, 고맙다.”


어찌나 놀랐는지, 토끼눈으로 내려다보는 엘레사르였다. 겨우겨우 호흡을 갈무리한 그녀가 내게 묻는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들이 왜 여기 있고, 대체 왜 싸우던 건지······. 그리고 저건 대체······.”

“···온김에 나 좀 도와줘.”

“뭐, 뭘 도와줘야해?”


힘없이 손가락을 내뻗는다. 그곳엔 여전히 반짝이는 마나 코어가 있다.


다행히 베히모스가 테오도어 라르센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곤 하나, 힘이 절반 가까이 날아갔으니 당연히 약해질 수밖에.


절호의 기회였다.


“저거 좀 가져와줘.”

“아, 응!”


엘레사르가 있으니, 더는 소멸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둘이 계속해서 마나를 넣어주면 되니까.


그렇게 우리는 베히모스를 다뤄, 두 연 놈들이 소환한 테오도어 라르센을 완전히 사멸시켰다.


엘레사르의 마법에 의해 온 몸이 꽁꽁 묶인 둘에 대해서는······. 뒤늦게 달려온 롱펠 교관에게 처우를 맡기기로 했다.


사정을 전해들은 롱펠 교관이 물었다. 그들이 뭔가를 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기에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간 지 보았고, 평소 그들이 하던 이상한 행동을 보았던 탓에 수상함을 느끼고 급히 달려왔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엘레사르가 증인이었다.


그리고 롱펠은 현장에서 흑(黑)마법의 잔해를 확인하고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사르와 함께 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당분간 강의를 쉬며 숙소를 나오지 말라고 들었고.


쉬는 동안, 엘레사르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줬다. 고마웠다. 자메스와 루그닐은 퇴학 처분을 당했다. 나는 다행히도 퇴학이 아닌 봉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간 여럿 소문이 돌았다더라. 노아 폰 볼프강이 자메스와 루그닐을 보냈다고. 역시 무서운 남자라고. 엘레사르는 적극적으로 그게 아니라며 해명했다는데, 나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쨌거나 내가 보낸 건 맞으니까.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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