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41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10 23:50
조회
2,372
추천
50
글자
8쪽

마나 코어. (4)

DUMMY

엘레사르는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하아, 하아······.”


마나 코어서 두 손을 떼고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가슴팍을 짚으며 한 번 숨을 몰아쉰다.


솔직히 그녀는 무섭고 두려웠다. S클래스의 모든 생도들에게 주목을 받았을 때부터 그랬다. 더군다나 처음으로 나선다니······. 그때부터 머리가 새하얘지고 정신이 아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련하다. 허파에 밀려드는 공기와 바람이 시원했고, 피부에 와닿는 생도들의 따가운 시선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변한 건 없다. 그저 성공했을 뿐이다. 처음으로 지목을 받고 나와서, 남들 앞에서 당당히 성공했을 뿐인데······.


가슴이 뛸 듯이 벅차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뿌듯함의 물결이 노도처럼 샘솟듯이 솟구쳤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눈앞의 남자 덕분이다. 악명이 자자한 데다, 엘레사르가 그토록 무서워하는ㅡ성격이 나쁜ㅡ사람에 해당되었던 노아 덕분이다.


엘레사르는 자신할 수 있었다. 아니, 확신했다. 노아는 적어도 그녀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간 의도치 않게 지켜보아서 안다.


노아에겐 재능이 있었다. 그것도 남 부럽지 않은 재능. 또 그에겐 오해가 있다. 성격이 나쁘고 최악이라는 깊은 오해가.


마나는 소유자의 성격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마나는 분명 온유하고 부드러웠다.


어쩐지 자신만이 아는 비밀을 하나 알게 된 기분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수많은 조별 과제를 함께 해야 할 짝꿍이라, 이 순간이 무척 각별하게 느껴졌다.


짝꿍이랑 당당히 성공도 했지, 짝꿍에 대해서도 알게 됐으니 마구 방방 날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건만.


그 마음과 생각을 행동으로 풀진 못했다.


“후우······.”


엷은 숨을 몰아쉬는 노아는 어쩐지 차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쉽사리 날뛰질 못하겠다. 잘못한 건가?


노아와 두 눈이 마주친다.


그가 입을 연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잘했어.”


그의 부드러운 칭찬에 두 볼이 엷게 달아오른다.


“응.”


엘레사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 순간, 롱펠이 바람잡이 역(役)을 소화했다.


“얘들아, 뭐하냐. 빨리 박수 안 치고. 이게 바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거다. 처음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멋지게 성공한 두 사람에게 박수!”

“······.”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엘레사르는 노아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 *



롱펠이 말했다.


두 사람은 엄청 잘했으니 푹 쉬어도 된다, 라고. 거기에 다른 생도들이 땡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는 동안, 아름드리 나무 아래 그늘에서 숙면을 취해도 된다, 라는 말을 덧붙였다.


“······.”


묘한 취급에 자존심이 확 상했다. 이솔렛은 괜히 그쪽을 쏘아보았다. 노아는 지금 교관 롱펠의 말대로 대(大)자로 몸을 눕힌 채 숙면을 취하는 중이며, 엘레사르는 다리를 까닥대며 바닥을 보는 중이었다.


···솔직히 놀랍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 클래스에는 노아 폰 볼프강을 모르는 이가 없다. 또 그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아마 전부 다 비슷하게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해내다니.


떠오른 수많은 의문들이 머릿 속을 헤집는다.


분명 대면 첫 날 보여준 그 힘엔 마나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마나를······? 설령 마나가 있었다 하더라도, 엘레사르의 마나랑 어떻게 호응한 건지, 또 어떻게 마나 배분을 한 건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이것도 숨겨둔 힘이란 건가?


“이솔렛님······?”

“아, 응.”


이솔렛은 아차, 싶었다. 저도 모르게 엉뚱한 데 신경을 쓰고 말았다.


주변에서 앓는 소리들이 메아리친다. 어렵지 않게 성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실패하는 이들도 있다. 뛰어난 인재들이 수두룩함에도 분명한 희비(喜悲)가 갈리고 있었다.


그만큼 어려웠다. 마나의 황금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의 감각이 탁월하지 않고서야······.


이솔렛은 곧바로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지금 뭘 생각하는 거야.


지금은 그래, 눈앞에 집중할 때. 심호흡을 하고, 마나 코어에 두 손을 댄 순간.


“이솔렛님.”


재차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아리아의 얼굴이 굳어 있다. 자꾸 집중을 안 하니 화난 듯했다.


“미안해.”

“아뇨. 저희도 할 수 있어요. 이솔렛님과 제가 힙을 합치면 분명 저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를 소환할 수 있어요.”


아리아의 두 눈동자에서 마치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솔렛은 그녀의 눈빛에서 강렬한 호승심을 보았다. 또한 얼핏 어린 듯한 질투도.


······질투?


“그래.”


이솔렛은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아리아의 말대로, 둘이서라면 당연히 할 수 있다. 당연히 더 강한 존재를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자극받은 이솔렛이 전신의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주변이 얼지 않았다. 힘을 방출(放出)하지 않고, 고스란히 두 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ㅡ스으으······!


이솔렛과 아리아가 두 손을 잇댄 마나 코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말도 안 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질 못하겠다.


정령왕(精靈王)을 소환하다니. 예상한 대로 소환 지속 시간은 짧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롱펠 교관의 말대로, 처음 소환했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만 했다.


합을 맞추는데 수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연습이 필요한데, 그들은 그럴 필요 없이 단 한 번에 소환해냈다. 그것도 어중이 떠중이 계층이 아닌, 고위급으로 분류되는 아스트라 계층의 소환물을.


더군다나 자메스와 루그닐은 마탑의 유망주다. 그들을 제치고 그런 성공을 보였으니, 자존심이 구겨지지 않을 리가 있나. 심지어 몇 명은 지나가는 말로 호박씨를 까기도 했다.


당장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으나, 교관이 지켜보고 있다. 부모님의 명성에 누가 될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보는 눈이 있는 지금은 절대로.



* * *



장시간 주어진 연습이 끝났다. 나는 자는 척하며 주요 인물들을 모두 지켜보았다.


소환물에는 여러 등급이 존재한다. 보통의 소환물들이 속한 제삼품(第三品)부터 일반적인 소환물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제일품(第一品)까지.


제일품(第一品) 이상 소환물은 몸에 내재된 힘과 잠재성이 제일품(第一品) 이하 소환물보다 아예 파워 규격 자체가 달랐다.


때에 따라서는 수십, 수백의 소환물이 달려들어도ㅡ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아예 상대조차도 안 되는ㅡ그런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에밀과 용종(龍種) 소녀 아마리는 제이품(第二品) 소환물 화염용(火焰龍) 이그니스를 소환했고, 이솔렛과 아리아는 제일품(第一品) 소환물 웅혼(雄渾) 시그마를 소환했다.


···자메스와 루그닐 두 연 놈은 아스트라 계층 소환물, 광(光)창 루 라바다를 소환했더라. 다들 예상한 활약이었는지, 별 다른 반응이 없다. 롱펠이 고개를 주억이며 그렇지, 한 것 말고는 무척 무미건조하다.


그만큼 엘레사르와 내 활약이 인상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첫 날 그때처럼 생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내가 아닌, 엘레사르에게로.


내게는 따가운 시선들뿐이더라. 내 활약이 기껍지 않은 자들의 시선이다.


큰일이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몸을 일으킨 나는 천천히 강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내 뒤로,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엘레사르가 당혹성을 흘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블러드 카니발.(5) +6 21.07.06 991 33 8쪽
28 블러드 카니발.(4) +3 21.07.05 958 30 7쪽
27 블러드 카니발.(3) +3 21.07.04 1,063 32 9쪽
26 블러드 카니발.(2) +4 21.07.02 1,195 29 6쪽
25 블러드 카니발.(1) - 수정 +5 21.06.30 1,295 39 9쪽
24 차원 전이.(6) +2 21.06.29 1,432 34 8쪽
23 차원 전이.(5) +6 21.06.28 1,464 33 8쪽
22 차원 전이.(4) +4 21.06.27 1,573 38 8쪽
21 차원 전이.(3) +4 21.06.26 1,687 41 8쪽
20 차원 전이.(2) +3 21.06.25 1,797 42 8쪽
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18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5 21.06.19 2,089 48 9쪽
17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3 21.06.18 2,052 45 7쪽
16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4) +1 21.06.17 2,124 49 10쪽
15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3 21.06.15 2,182 47 9쪽
14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2) +2 21.06.13 2,250 51 7쪽
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6 49 9쪽
» 마나 코어. (4) +2 21.06.10 2,373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2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4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59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4 8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