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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48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7.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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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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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9쪽

블러드 카니발.(3)

DUMMY

“······.”


두 눈이 천천히 구른다. 이제 도서관에는 아무도 없다.


네메시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모두가 떠난 도서관은 한적했다.


얼마만이더라. 그렇게 북적이던 때가. 꽤 된 것 같은데. 노아 폰 볼프강 덕분에 오늘 잠시뿐이지만 도서관이 북적였다.


문 손잡이를 잡는다. 조심스레 밖으로 밀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이른 아침이었다. 키가 거인처럼 크고 장대한 생도가 도서관을 찾았다.


‘어서오세요오-.’

‘야, 네메시스. 그새끼 여기서 봉사활동 한다며?’

'그새끼?'

'어, 노아 폰 볼프강.'


그의 이름은 하멜, 2학년 B클래스 생도였다. 성정이 불같고 목소리가 우렁찬데다, 말투도 가시처럼 사납고 뾰족하다.


아마 B클래스에는 하멜의 눈치를 보는 생도들이 많을 거다. 불량스러운데 성적은 기이할 정도로 좋고, 강의 태도도 매우 좋았던 탓에 따르는 이들이 꽤 되는 걸로 안다. 불현 듯 생각난다.


비슷한 사람. 아니, 집안이랑 외면은 좀이 아니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반에서 눈치를 볼려나? 만만찮은 생도들이 한둘이 아니던데. 따르는 생도도 한 명이었던가.


일단 대답은 해야 했다. 네메시스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아, 응. 그 아이는 왜?’

‘맞군. 그새끼한테 볼일이 있어서.’


순간 네메시스의 표정이 급변한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구나. 단순히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 원한과 관련된 일임이 분명했다.


저 이글거리는 눈빛, 손을 가만두질 못하는 저 산만한 태도ㅡ이대로 두면 분명 사고가 터질 것이다.


찰나에 고민한다. 보고할지, 말지. 가급적이면 노아 폰 볼프강을 오래 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보고하지 않기로 한다. 하멜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할지 무척 궁금했다.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 소문대로 노아 폰 볼프강은 무재능이 아니라, 실은 재능을 숨겼다는 그 소문의 실체를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무시했다. 하멜의 무리에 이끌려 도서관을 나서는 노아 폰 볼프강을.


슬슬 따라갈까,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노아 폰 볼프강이 안 나가고 버티고 있더랬다. 잠깐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급히 시선을 회피했으니 못 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문 밖으로 빼곰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자가 이끄는 길로 천천히 따라가니ㅡ거친 욕지기와 함께 함성소리들이 들려온다.


코너에서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노아 폰 볼프강과 대치중인 하멜, 그리고 그들을 에워싼 2학년 B클래스 생도들이 보인다.


싸움은 하멜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었다. 노아 폰 볼프강은 피하기만 했다. 표정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


하멜이 이기겠구나, 싶었다. 여유가 없는 노아 폰 볼프강에 비하면 그의 얼굴은 여유로 가득하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



* * *



나는 상대의 능력을 복제할 수 있다. 그걸로 지금까지 몇 번 위기를 벗어났다. 되려 그 능력을 이용해 상대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복제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경험이다. 그것도 오랜 시간 차근차근 다져온 무겁고 묵직한 경험.


상대와의 능력 차이, 즉 능력 갭을 줄이기 위해 능력을 복제한다는 발상은 괜찮았다.


비슷한 능력을 쓰면 적어도 일방적으로 열세에 몰리진 않으니까. 엘레사르와 마나를 공유할 때도 그러했고, 아리아와 목검을 가지고 투닥투닥 다툴 때도 그러했다.


그러나 하멜은 나에겐 없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시간을 들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다져진 든든한 경험ㅡ그것이 내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정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다. 호흡이 자연히 가빠진다. 그야말로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이솔렛처럼 단발성에 그치면 모를까, 이렇게 몰아붙이니 자연스레 핀치로 몰려 피하기에 급급ㅡ그마저도 아슬아슬했다. 반응이 조금이라도 느렸으면 진즉에 얻어터졌을 것이다.


“저 새끼 피하는 것 좀 봐!”

“와하하하!”

“존나 웃기네.”


하멜이 숨을 씨근거리며 웃는다.


“쥐새끼처럼 잘 피하네.”


라헬에게 압도당하던 엘레사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렇게 위기를 느끼며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도 질 것 같지가 않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게도 그간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훈련들이 있다. 더군다나 훈련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나는 뒤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보다 너무 힘드니까. 중간중간 포기하고 드러누울까, 하는 마음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억지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결과 적잖은 신체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거기에는 꾸준히 오른 능력치와, 내 특성이 크게 도움됐다. 만약 능력치가 오르지 않고 특성도 없었다면 체력 훈련 1단계를 완료하는 것도 힘들었겠지. 내가 직접 얻은 걸, 경험하며 체득한 걸 전부 활용했다.


예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살기 위해 전력투구(全力投球)를 다한다. 저 하멜의 우악스러운 손에 박살나기 싫으면, 내 가진 걸 전부 활용한다.


능력의 스위칭ㅡ서늘한 입김이 흘러나온다. 주먹에 바람이 휩싸인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동시에 흐름을 파악하는 아리아의 능력.


하멜의 능력은 강화된 상태다. 한마디로 몸 전신에 한 겹이 아니라, 두 겹의 보호대가 덧대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두터운 두 겹의 보호대, 경험으로 차근차근 쌓아올린 보호대를 파괴하기 위한ㅡ라헬의 능력을 쓴다.


몸 내부의 피가 빠르게 돈다. 근육이 일순 탄력적으로 늘어난다. 빠른 능력의 스위칭 때문에 어마어마한 피로감이 밀려온다. 그런데도 나는 이를 악물고ㅡ어디 한 번 쳐보라며 다리를 쩍 벌리고 선 하멜의 가슴팍을 친다.


-팡!


작지도, 크지도 않은 소리가 터졌다. 손이 짜르르 울렸다.



* * *



-팡!


네메시스는 꿀꺽, 침을 삼켰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낮에는 평범한 생도로서, 밤에는 암살자로서 살아온 지금까지 이렇게 놀란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분명 조금 전만 해도 노아 폰 볼프강은 열세였다. 하지만 일격에 상황이 바뀌었다.


“······.”


주르륵, 하멜이 피를 쏟아낸다. 두 눈이 까뒤집힌 그는 서서히 뒤로 쓰러졌다.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소리지르고 열광하던 생도들도 더는 말하질 못했다. 그들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들만큼이나 네메시스도 믿기지 않았다.


단순히 하멜을 한방에 쓰러뜨렸다는 이유때문이 아니다. 노아 폰 볼프강이 사용한 힘은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수 개의 힘이 함축된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노아 폰 볼프강이 갑자기 뒤를 돌아본다. 네메시스는 급히 몸을 숨겼다.


“···기절한 것 같은데. 데려가세요.”

“······.”

“······.”


하멜을 따라온 2학년 B클래스 생도들은 대답이 없다. 흘깃 고개를 내민다. 노아 폰 볼프강은 상당히 지쳐 보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설마 또······?


“아니면, 저랑 또 싸우실 분?”

“어, 어어. 아니 그게······.”

“데, 데려갈게.”

“어, 어차피 하멜이 싸운다고 했으니까. 애초에 우리는 너랑 상관이 없어.”

“그렇지, 뭐. 가, 가자.”


전부 어찌나 놀랐는지 말을 더듬는다. 도서관에서 보여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풀 죽은 강아지처럼 생도들이 서둘러 하멜의 몸을 추슬린다.


숨은 채 지켜보던 네메시스도 서둘러 종종 걸음으로 빠져나간다. 헛소문이 아니었다. 노아 폰 볼프강에겐 숨겨진 재능이 있다는 소문 말이다.


그리고 네메시스는 자신의 직감에 더 큰 확신을 가졌다. 노아 폰 볼프강, 그는 재능이 하나가 아니라 다수였다.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인물이다. 이전에는 추측이었다면, 지금은 확신으로 변했다.


흥미진진했다. 지루한 일상이라는 유리에 커다란 금이 가는 듯했다. 앞으로 깊이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노아 폰 볼프강,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꾸준히 관찰하고 판단하여 그 여하에 따라 이쪽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네메시스는 생각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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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2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5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60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5 8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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