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45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5.28 23:12
조회
2,634
추천
53
글자
9쪽

1학년 S클래스(4)

DUMMY

벽에 기댄 채 눈을 질끈 감았다.


“······.”


나중가서 내 개인적으로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며 의문을 그린 장면이 몇 개 있다.

극초반부 에밀 괴롭힘 사건도 개중 하나다. 에밀의 선한 성격과 여러 특징점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집어넣은 건데, 지나고 나니 왜 그랬을까 싶더랬다.

너무 발암 전개라고 욕도 좀 먹었다. 독자님들께 미안했다.


나는 완벽한 작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120가지 방법’도 완벽한 소설은 아니었다.


고로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갈 생각이다. 단순히 다른 캐릭터들에게 유리한 방향이 아닌, 내게 어엄청 유리한 방향으로. 이유 없이 도와주는 건 없다. 내가 하는 행동들은 전부 다 이유가 있다.


“야, 너 좀 마음에 안 들더라.”

“다시는 이솔렛님이랑 말하지 마라.”

“······.”

“어, 뭐야? 얼굴을 구기네?”

“와···좀 맞자. 어디 운 좋게 들어온 거지 새끼가 감히······.”


지금 에밀을 도와주는 것도 그러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시야가 한결 또렷해질 즈음.

냉큼 코너를 돌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노아 폰 볼프강’ 캐릭터 본연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ㅡ그야말로 악당 엑스트라 다운ㅡ연기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만들었던 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


눈썹을 한껏 일그러뜨린다.

벽에 등을 잇댄 채 멱살을 잡힌 에밀과, 막 주먹을 내지를 듯한 자세를 취한 루그닐이 보인다. 그 옆에는 자메스가 벽을 짚고 에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오글거린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그때를 떠올린다. 이솔렛이 얼음처럼 차갑고 싸늘하게 나를 노려보던 광경을.

뜨거운 피가 차갑게 언 듯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한여름인데도 전신이 사늘해진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나도ㅡ입 밖으로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꺼져.”

“······.”

“······.”

“······!”


셋 다 어벙하게 입을 벌린다. 루그닐은 에밀을 놓았다. 에밀은 벽에서 미끄러지며 털썩 주저앉는다.


“어?”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는지, 루그닐은 바보같은 소리를 낸다. 두 놈은 잠깐 눈을 슴벅이더니, 뒤늦게 헛웃음ㅡ자신이 잠깐 쫄았다는 것을 인지한 웃음ㅡ을 짓는다.


“야, 아 너 그때 봤지? 유명한 양아치 새끼. 왜, 너도 이 새끼한테 용건 있냐?”

“있으니까 꺼지라고.”

“하, 하하······.”

“와, 존나 살벌하네.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이 새끼도 어지간히 운이 없네.”


자메스는 웃으며 에밀의 옆구리를 걷어찬다. 윽, 에밀의 몸이 작게 일렁인다.


“흐흐, 간다.”

“우리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땐 마탑이랑 전면전쟁이다. 볼프강 가문도 멀쩡하진 않을 걸.”

“······.”


놈들이 잽싸게 사라진다. 남은 건 우묵히 바닥을 내려다보는 에밀과 나.

나는 천천히 에밀에게 다가간다. 그의 어깨를 짚었을 때, 미세한 떨림이 손끝을 통해 전해진다. 내가 저들처럼 해코지를 할까봐 떠는 듯했다.


툭툭, 그의 어깨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다.


“······!”


에밀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엄청 얼떨떨한 얼굴이다.


“괜찮냐?”

“아, 응. 이정도야 뭘······. 너도 나한테 용건 있는 거 아니었어?”


탁탁, 탁탁. 옆 어깨, 머리, 오른 어깨. 나도 모르게 더 신경 써주게 된다.


“거짓말이야.”

“······.”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선 에밀이 새하얗게 웃는다.


“좋은 친구네, 너.”

“······아니.”


냅다 그의 몸을 돌리고는, 등을 팍 밀었다.


“강의에 늦기 전에 빨리 가라. 앞으론 맞고 다니지 말고.”

“너는?”

“늦게 들어갈게. 같이 들어가면 의심하니까.”

“의심?”

“어, 너 봐준 거 아니냐는 의심.”


에밀이 아, 입을 벌리더니 감동받은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인다.


“너 진짜······.”

“쓰읍. 가라 빨리. 그리고 나 그렇게 좋은 놈 아니야. 여기서 밍기적거리면 진짜 가만 안 둬.”

“아, 알았어. 갈게!”


에밀이 뒤도 안 보고 도망친다. 벽의 그늘진 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나는 강의에 늦었고, 교관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편입 생도가 벌써부터 자리 비우고 지각하면 되겠냐고. 아, 노아 폰 볼프강이냐. 그럼 그렇지. 라는 모멸에 가까운 발언을 들었다.


에밀은 미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자메스와 루그닐, 두 연 놈은 히히덕거렸다. 이솔렛과 아리아는 새삼스럽다는 시선. 옆에 있는 엘레사르는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미안해. 급한 일이 생겨서.”

“아니에요. 저를 도와주셨으니 당연히 저도 도와드려야 했는데······.”

“신경 안 써도 돼.”

“···힝.”


순간 그녀의 앙탈에 웃을 뻔했다. 그래도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루 아카데미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큰 흐름 외에는 제멋대로 흘러가는 세상이라 그런지, 모르는 내용이나 학술적인 용어를 꽤 많이 들었다.


그걸 열심히 기록했다. 맨 뒷자리라 어차피 그걸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 엘레사르가 가끔 힐끔거리더랬지.


“후우······.”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밤이 됐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 이따금 들려오는 쌀쌀한 밤의 소리. 운동복 옷깃을 여민 나는 하얀 가로등 빛에 의지해 거리를 내달렸다.


[훈련을 재시작합니다.]


[체력 훈련 ㅡ 제 1단계]


ㄴ 10km 달리기를 시작하세요(0km/10km 진행중)

ㄴ ???


물론 마나 팔찌를 조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침에는 준비, 땅하고 달리자마자 엄청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편하다.

새로 얻은 특성, 천려질(千慮質)의 신체. 그리고 조금이나마 올랐던 체력 덕택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하고, 안주할 생각은 없다. 알다시피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곳. 당연히 기본적인 능력치는 일반인을 훨씬 상회하는 애들이다.


지금 내 능력치는 일반인 중에서도 엄청 허약한 일반인에 가까웠다. 더 노력해야 했다.


“하아, 하아······.”


규칙적인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뛰었다.

목표는 10km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전혀. 살아남으려면 그정도는 해야 했다. 힘들어 뒤질 것 같아도, 죽지는 않으니까.



*



[체력 포인트가 0.185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체력 포인트 0.095를 얻었습니다.]


[근력 포인트가 0.055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근력 포인트 0.0255를 얻었습니다.]


[순발력 포인트가 0.1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순발력 포인트 0.05를 얻었습니다.]


[체력 훈련 ㅡ 제 1단계]


ㄴ 10km 달리기를 시작하세요(10km/10km 완료)

ㄴ 10분간 휴식을 취하세요.(완료)


가쁘던 호흡이 차츰 진정되어간다. 어느 이름 모를 호수 근처에 앉아, 넘실거리는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세계에는 정말 많은 생물들이 산다. 어룡(魚龍)이라든가, 해수종(海獸種), 세이렌, 어인종(魚人種), 바다의 악마 크라켄 등······.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정말 내가 소설로 묘사한 것만큼 생겼을까.


홀린 듯이 호수로 걸어간다. 달빛이 잠긴 그곳에 손을 뻗었다. 시원했다.


그리고 오늘 느꼈던 감각을 재차 상기한다.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윽고 전신의 피가 싸늘해짐을 느끼며ㅡ내 손에서 새하얀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잔잔하게 요동치던 호수가 서서히 새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이것도 궁금했다. 과연 내가 얼마나 많이 얼릴 수 있을지. 내 마나통은 얼마나 큰지.


육체적인 체력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노도처럼 팔을 따라 흘렀다. 정신이 급속도로 피로해지고, 입은 금새 바짝 마른다.


“하아, 하아, 하아······.”


연거푸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온다. 심장의 고동이 크게 들리고, 경각심을 느낄 즈음 급히 손을 뺐다.


“······.”


그리고 내가 만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단박에 구겨진다.

처참했다. 호수라서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곤 하나, 이건 아니지. 그만큼 심각했다.

내가 만든 건 겨우 조금 큰 웅덩이 수준이었다.


······아직 갈 길이 어엄청 멀구나.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블러드 카니발.(5) +6 21.07.06 991 33 8쪽
28 블러드 카니발.(4) +3 21.07.05 958 30 7쪽
27 블러드 카니발.(3) +3 21.07.04 1,063 32 9쪽
26 블러드 카니발.(2) +4 21.07.02 1,195 29 6쪽
25 블러드 카니발.(1) - 수정 +5 21.06.30 1,295 39 9쪽
24 차원 전이.(6) +2 21.06.29 1,432 34 8쪽
23 차원 전이.(5) +6 21.06.28 1,465 33 8쪽
22 차원 전이.(4) +4 21.06.27 1,573 38 8쪽
21 차원 전이.(3) +4 21.06.26 1,687 41 8쪽
20 차원 전이.(2) +3 21.06.25 1,797 42 8쪽
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18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5 21.06.19 2,089 48 9쪽
17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3 21.06.18 2,052 45 7쪽
16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4) +1 21.06.17 2,124 49 10쪽
15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3 21.06.15 2,182 47 9쪽
14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2) +2 21.06.13 2,251 51 7쪽
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6 49 9쪽
12 마나 코어. (4) +2 21.06.10 2,373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2 53 8쪽
»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5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60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4 8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