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7,244
추천수 :
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5.20 19:45
조회
3,159
추천
56
글자
12쪽

1학년 S클래스(1)

DUMMY

“후아, 후아······.”


전신이 후들거린다. 뒤늦게 여운과 후유증이 노도처럼 밀려왔다. 등허리에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은 희뿌옇다. 내 손은 지진이라도 난 듯 덜덜 떨렸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부여받은 권능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그것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막연한 느낌에 기대다니.


두 사람 앞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토했을 거다. 아니, 아리아 앞에서 토할 뻔했다. 그때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참아서 다행이다. 못 볼 꼴을 보일 뻔했어.


벽에 기대어 주르륵 미끄러진다. 물론 힘든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권능을 사용한 직후, 순간 까무라칠 뻔할 정도로 피로감이 엄청났다.


체력 부족 때문이다. 어떻게 권능 잠깐 쓴 거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 운동도 더럽게 안 했네. 고개를 뒤로 젖히며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여러모로 개선해야 할 게 많은 몸뚱이다.


몇 번 숨을 고르니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공기도 엄청 맑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의 소리, 산새들의 지저귐도 듣기 좋다.


신기했다. 마치 힐링 캠프에 온 느낌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앞으로 권능을 쓰다 혼절하고 싶지 않으면 운동을 해야 했다. 운동을 곁들인 구체적인 목표도 짜야 했고.


눈을 뜬다. 다행히 오늘은 반배정 결과만 나온다니까, 보고 시작해도 늦진 않다.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선다. 나는 비척대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1학년 S클래스. 내 반이다. 클래스는 변동이 없었다. 에밀도 나와 같은 클래스였다. 작게나마 안도했다. 괴물녀도 있더라.


광범위 의사 소통 수단인 마나 팔찌도 받았다. 현관에 멀뚱히 서 계시던 교관님은 내가 안 돌아오길래 직접 가져다 줘야 하나, 백 번은 고민했다고 했다.


···귀여웠다.


1인 숙소로 돌아온 나는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뉘였다. 푹신하고 아늑하다. 고개를 틀어 창밖을 바라본다. 바람따라 넘실거리는 나무의 몸짓이 보인다. 와······. 빙긋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시 초엘리트 양성소답게 숙소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한 사람이 사는데 이렇게 큰 대저택이라니. 물론 가문의 위세 덕택인 것도 있다.


이솔렛의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면 이것도 다 그림의 떡이 되었겠지. 간담이 서늘했다.


주섬주섬 마나 팔찌를 착용한다. 마나를 이용해 생체 인식이 가능한 특별한 도구이며,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 고유의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또 현재 위치, 감정 상태, 수면 상태, 식욕, 개인 쪽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첨단 아이템이기도 했다. 게다가 고유의 개인 정보까지 저장되어 있어, 본인이 아니면 착용이 불가능했다.

장착한 마나 팔찌가 푸르게 빛나더니, 홀로그램 메시지를 띄운다.


[생도 식별 중...]


[식별 완료.]


식별 완료가 뜨자마자, 이번에는 메시지가 좀 더 길쭉해지며 크게 확장된다.


[환영합니다. 1학년 S클래스 생도 ‘노아 폰 볼프강’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홀로그램 왼쪽에는 두 팔을 벌린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람 형태의 하얀 마네킹이 있다. 오른쪽에는 각종 다양한 메뉴들이 둥글게 원을 그렸다. 여기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타 생도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락도 가능했다.


예를 들어서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를 누르고, 1학년 S클래스를 누르면 생도들 목록이 나오는데 개중 익숙한 얼굴인 괴물녀ㅡ나도 모르게 입에 달라붙었다.ㅡ가 아니라 이솔렛, 그녀의 사진을 누르면 홀로그램에 둥근 파문이 일며 연락이 간다.

물론 진짜 누르진 않았다. 굳이 건드려서 좋을 게 없으니까.


내가 마나 팔찌를 착용한 이유는 그 왼편에 있다. 신체의 균형도. 건강 상태 등······. 헬스장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체지방 측정기 비슷한 거다.

여기서 내 간략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모든 기본적인 훈련도 할 수 있다. 마나 훈련, 체력 훈련, 근력 훈련, 검술 훈련, 궁술 훈련, 정령 등 없는 훈련이 없다.


만약 마나 훈련을 하겠다, 그러면 마나 훈련을 누르면 된다.


[마나 훈련 ㅡ 제 1단계]


ㄴ 몸 안에 마나를 모으세요.(진행중)

ㄴ ???

ㄴ ······



이런 식으로 훈련은 단계 별로 이루어진다. 새삼 신기했다. 상상하며 글로 묘사했을 때랑, 실제로 볼 때랑 생생함의 굵기가 완전 달라서.


아무튼 전부 다른 아카데미에서는 불가능한 훈련이다. 이름하여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 생도 특화 교육. 괜히 최우수 아카데미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다 어떻게 잘 써먹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내가 하려는 건 체력 훈련이다. 그전에······. 지금은 체지방 측정기 비스무리한 거라면, 이번에는 좀 더 세부적인 능력치를 확인하기로 했다.


마나 팔찌를 접고, 능력치 창을 부른다.


[노아 폰 볼프강][계약자 : 데우스 엑스 마키나(神) - 영웅(英雄)급]


「능력치」

[근력 0.5]

[순발력 0.3]

[지력 0.8]

[체력 0.2]

[마력 0.5]


「재능」

∵빠른 성장과 흡수

ㅡ빠른 성장

남들보다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 한계치가 없기에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

ㅡ흡수

남들보다 정보에 대한 이해도 및 흡수력이 빨라진다. 성장 능력을 높여준다.


「특성」

X


「권능」

∵능력 복제

[중상급][무(無)속성][불변형]

ㅡ상대의 능력을 복제할 수 있다. 복제한 능력은 별도 탭에 추가되며, 추가시 제일 낮은 등급이 된다.


∵고대 문명의 화신(化神)

[중하급][암(暗)속성][가변형][숙련형][숙련도 0%]

ㅡ고대 문명의 수많은 병기들을 다룰 수 있다.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등급의 병기들을 취급 가능.(최대 : 신화(神化)급)

ㅡ모든 병기구에 있어 일정 등급 이상의 숙련도 보너스를 받습니다.(검, 창, 도검, 활 등)


∵고대 문명의 기원(冀願)

[중상급][무(無)속성][불변형]

ㅡ번영과 번창을 바라던 고대 문명의 기원이 담긴 힘. 매일 일정 포인트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복제한 능력」

∵아이시 프린세스(Icy Princess) - 하급 마나 회로(氷)

[하급][빙(氷)속성][가변형][숙련형][숙련도 0%]

ㅡ······


와, 뭐가 많이 뜬다. 천천히 읽다가 복제한 능력 탭에서 눈이 멈춘다. 아이시 프린세스?


“······.”


순간 얼굴이 엷게 달아오른다. 너무 유치하다. 대충 설정해둔 게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설정집에 있어서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가만, 그럼 앞으로 능력을 복제하면 복제할수록 내 흑역사 설정집도 대방출되는 건가?


으아······. 얼굴을 감싸쥔다. 그대로 베개에 대가리를 박았다. 푹신푹신, 몽글몽글. 수면 앞에서는 장사가 없나보다. 부끄러움이 순식간에 싸악 가신다.

눈을 감으니 몸이 빳빳하게 늘어진다. 나는 수마가 이끄는 어둠 속으로 홀린 듯이 빨려갔다.



*



[체력 훈련 ㅡ 제 1단계]


ㄴ 10km 달리기를 시작하세요(1km/10km 진행중)

ㄴ ???


“허억, 허억······.”


나는 지금, 개처럼 허덕대며 달리고 있다.


잘 때는 분명 햇빛이 쨍쨍한 낮이었는데, 깨어나니 다음날 이른 새벽이더라. 엄청 많이 잤다. 아카데미 등교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길래, 옳다구나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조금 뛴 결과.


죽을 것만 같았다. 눈앞이 흐릿하다. 입에서는 연신 단내가 폴폴 나는 단숨이 흘러나오고, 사지는 곧 뒤엉켜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당장 드러눕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었다.


그래도 억지로 이를 악물고 달린다. 이대로 드러누웠다간 말짱 도루묵이 되니까. 땀이 비오듯 뚜둑 뚜둑 흘러내린다. 털어낼 기력도 없다. 그저 목표 하나만 보고 좀비처럼 뛰었다.


[······]


마침내 목표를 달성하자, 나는 그대로 수풀 속에 몸을 내던졌다.


[체력 훈련 ㅡ 제 1단계]


ㄴ 10km 달리기를 시작하세요(4km/10km 진행중)

ㄴ ???


드디어 달리기 거리 4km를 달성했다. 하지만 내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따로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약하게 웃는다.


[허약한 육체로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해냈습니다!]


[이는 실로 대단한 업적입니다!]


[새로운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천려질(千慮質)의 신체]


[체력 포인트가 0.115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체력 포인트 0.065를 얻었습니다.]


[근력 포인트가 0.025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근력 포인트 0.0625를 얻었습니다.]


[순발력 포인트가 0.05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순발력 포인트 0.0225를 얻었습니다.]


천려질(千慮質)의 신체. 이 특성 하나만 보고 달렸던 거다. 특별한 특성은 아니다. 그저 체력 회복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육체적인 활동 시 피로도가 다소 경감할 뿐이다. 초반에는 다소 비루하지만 후반에는 크게 도움될 때가 있다.

얕은 웃음을 흘리며 몸을 뒤집는다. 이걸 얻을 수 있을 줄이야.

주인공 에밀은 엄청 고생하며 얻은 특성을, 나는 허약한 육체 하나라는 디메리트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 * *


아침, 새하얀 생도복을 입은 아리아가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솔렛님,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 아리아.”

“에헤헤······.”


아리아가 푼수처럼 웃으며 이솔렛의 뒤를 따랐다. 앞서가는 이솔렛은 심란했다. 아슬란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 후, 여지껏 단 한 번도 수업 내용을 빠트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와 다퉜던 어제, 배웠던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구겨진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대체 그 힘은 뭐였을까. 마법? 정령? 흑마법? 강림? 도저히 감을 잡지를 못하겠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그의 힘이 무엇인지를 알기만 하면 어떻게든 대응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자신이 모르는 힘이 있다니. 그게 괜시리 짜증이 났다. 왕실 장서관에 들러야 하나.


아카데미 전용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선 이솔렛은 갑작스러운 감탄성을 들었다.


“우, 우와······.”

“이솔렛님······.”

“가까이서 보니까 더 이뻐보여.”

“능력도 대단하시잖아. 무려 최연소로 구성에 입단하신 분이야.”

“아, 정말?”


보아하니 편입해서 들어온 생도들과, 기존 생도들이 친해진 모양이다.

대부분이 호의로 가득한 시선들이다. 존경과 흠모, 부러움으로 꽉찬 눈길.


“그래도 쉽사리 다가가긴 힘들지.”

“포스가 있으시니까······.”

“또 예리하시기도 하고.”

“멋지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뭔가 미묘하다. 분명 그는 정반대의 반응일 테지. 괜스레 이긴 듯한 기분이 든다. 이솔렛의 입매가 살짝 올라간다. 그녀는 머리를 우아하게 쓸어넘겼다.


아, 맞다. 에밀도 있을까? 편입 생도들도 같이 식사하는 거면, 에밀도 있을 것 같은데. 둥그렇게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던 이솔렛은, 방금 막 씻은 듯 상쾌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 심유한 눈동자였다. 방금까지도 그녀의 머릿 속을 차지하던 남자, 노아 폰 볼프강.

다급히 시선을 회피한 그녀는 얼른 집게로 파스타를 집었다.


···저 자가 원래 저런 분위기였던가? 아니, 쏘아봤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피하고 말았다. 딱 먹을 만큼만 담고 돌아선 이솔렛은 노아의 등을 쏘아보았다.


작가의말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블러드 카니발.(5) +6 21.07.06 991 33 8쪽
28 블러드 카니발.(4) +3 21.07.05 958 30 7쪽
27 블러드 카니발.(3) +3 21.07.04 1,063 32 9쪽
26 블러드 카니발.(2) +4 21.07.02 1,195 29 6쪽
25 블러드 카니발.(1) - 수정 +5 21.06.30 1,295 39 9쪽
24 차원 전이.(6) +2 21.06.29 1,432 34 8쪽
23 차원 전이.(5) +6 21.06.28 1,465 33 8쪽
22 차원 전이.(4) +4 21.06.27 1,573 38 8쪽
21 차원 전이.(3) +4 21.06.26 1,687 41 8쪽
20 차원 전이.(2) +3 21.06.25 1,797 42 8쪽
19 차원 전이.(1) +2 21.06.23 1,981 44 9쪽
18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6) +5 21.06.19 2,089 48 9쪽
17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5) +3 21.06.18 2,052 45 7쪽
16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4) +1 21.06.17 2,124 49 10쪽
15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3 21.06.15 2,182 47 9쪽
14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2) +2 21.06.13 2,251 51 7쪽
13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1) +3 21.06.12 2,376 49 9쪽
12 마나 코어. (4) +2 21.06.10 2,373 50 8쪽
11 마나 코어. (3) +5 21.06.08 2,378 55 7쪽
10 마나 코어. (2) +5 21.06.03 2,471 46 8쪽
9 마나 코어. (1) +7 21.05.30 2,572 53 8쪽
8 1학년 S클래스(4) +5 21.05.28 2,634 53 9쪽
7 1학년 S클래스(3) +2 21.05.27 2,653 53 10쪽
6 1학년 S클래스(2) +5 21.05.24 2,864 59 11쪽
»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60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4 8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