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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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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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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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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차원 전이.(6)

DUMMY

-퍽!


이번에도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그런데도 노아 폰 볼프강은 검을 놓긴 커녕, 버텨냈다. 아니,


“······!”


오히려 역습(逆襲)을 가해온다. 슈각, 눈앞에서 목검이 찔러들어온다. 아리아는 놀란다. 분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텐데.


피할 줄 알았다는 듯 더욱 깊이 밀고들어왔다. 휙, 휙, 휙. 아리아는 계속해서 피했다. 노아 폰 볼프강의 공격은 계속해서 무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노아 폰 볼프강의 표정은 변하질 않는다. 굉장히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적이다.

처음으로 아리아는 노아 폰 볼프강을 제대로 보았다.


당혹스러웠다. 이게 대체 무슨······.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명 검술(劍術) 명가 출신인 자신이 무재능 노아 폰 볼프강을 상대로 밀리고 있다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급히 눈을 굴린다. 이솔렛님이 보인다. 그분의 시선이 노아 폰 볼프강에게 박혀 떨어지질 않는다.


“······!”


무언가가 툭 끊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리아는 얼른 수세를 공세로 전환했다. 노아 폰 볼프강이 밀어붙였듯, 아리아도 밀어붙인다. 목검이 허공에서 수 차례 맞부딪힌다. 중간, 중간에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신없이ㅡ휘둘렀던 것 같다.


“하아, 하아······.”


숨이 가쁘다. 전신이 마치 용광로에 달궈진 듯 뜨거웠다. 눈앞에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바라본다. 노아 폰 볼프강의 목검은 벌써 반파됐고, 그는 두 손을 작게 올려 항복 의사를 표하고 있다.


“고생했어.”


이솔렛님이 다가와 격려해준다. 아리아는 땀을 닦으며 생긋 웃었다.


“아니에요.”


이 훈련은 목검을 부러뜨려 행동불능으로 만든 자신이 이겼다. 하지만 어쩐지 별로 개운치가 않았다.


아리아는 등을 진 노아 폰 볼프강을 바라보았다. 노아 폰 볼프강은 검술(劍術)을 잘 못 다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신과 호각이었다ㅡ는 이변이 발생했다. 게다가 체력도 좋아보였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다. 곁에 있는 이솔렛님까지도. 아리아의 눈살이 살풋 일그러진다.



* * *



역시 힘이 좋았다. 아리아는 마치 성난 황소 같았다. 아마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면 훈련을 지속하긴 커녕, 먼저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훈련은 내가 졌다. 결과에 깔끔히 승복했다. 두 손을 위로 들고 항복 의사를 전달했다.


물론 훈련은 졌어도, 내 목표는 달성했다. 아리아를 자극시키는 일 말이다. 예상대로 검격이 훨씬 매섭고, 움직임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다. 스피드까지 올라서 내가 역으로 수세에 몰렸다. 다행히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했다ㅡ그녀에게서 훔친 능력 덕분이다.


그런데 주변이 잠잠했다. 둘러보니까, 다들 그제야 주섬주섬 무기를 꼬나쥔다.


나와 아리아의 훈련을 죽 구경하고 있었나보다. 에밀과 이솔렛, 라헬과 엘레사르도 예외는 아니었다ㅡ심지어 엘레사르는 나를 보며 주먹을 힘차게 그러모으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준다.


아마 열심히 했다. 자신도 파이팅하겠다, 라는 뜻이겠지. 주변 빈 공터에 주저앉아 생도들이 하는 걸 지켜본다.


사방에서 딱, 따닥 무기를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개중에 엘레사르와 라헬의 훈련을 유심히 봤다. 둘 다 목검을 들고 있다. 라헬이 먼저 선공을 한다. 엘레사르도 나름 보고 배운 게 있었는지, 처음에는 그럭저럭 잘 대처하더니······.


“좀 더, 좀 더 열심히 해봐. 엘리!”

“히, 히이익!”


순식간에 두 사람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딱!


“하하, 엘리. 뭐야, 힘이 전혀 없잖아.”


라헬은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라헬의 분위기에 압도된 엘레사르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그저 뒷걸음질치기 바빴다.


-딱, 딱!


“겨우 이정도야?”


후웅, 후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엘레사르의 표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자신감으로 가득했다가, 점점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ㅡ조별 과제를 했을 때처럼ㅡ변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완 상황이 다르다. 둘이 하는 조별 과제가 아닌, 혼자서 하는 훈련. 그것도 친하지 않은 다른 생도와 함께 하는 거라ㅡ많이 힘든 모양이다. 엘레사르는 크게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 그만할게.”


그리고 서둘러 목검을 놓는다. 마치 나를 보고 배운듯ㅡ두 손을 올려 항복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


라헬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한껏 흥을 내다가 안 한다니까, 진심으로 흥이 깨진 듯했다. 라헬은 느릿하게 눈꺼풀을 말아올린다.


“엘리.”

“으, 응?”

“내가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우리 훈련은 끝난 게 아니란다. 얼른 다시 목검을 안 쥐면 혼낼 거야.”

“그게 무슨······.”


라헬이 자세를 잡는다. 엘레사르는 잠깐 눈치를 본다. 그녀가 목검을 도로 쥘 기미가 안 보이자, 라헬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엘리이이!”


라헬이 뛴다. 엘레사르는 황급히 도망친다. 그녀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미친 듯이 뛰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끄, 끝났잖아! 나한테 왜그래애애애!”

“아하하하!”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엘레사르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가 종종 변할 때가 있다. 귀여운 데다 그 성정이 착하고 고와서, 어두칙칙한 작품의 분위기를 밝게 살리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고, 암울한 상황 속이었다. 그런데도 엘레사르는 언제나 긍정적이었다. 스스로 혼자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을 때, 에밀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더랬지.


지금도 그렇게 진행할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주인공 하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요 인물들의 성장이 중요하니까. 에밀이 손을 내밀 때까지 엘레사르의 성격과 성장을 죽여놓을 순 없었다.



*



훈련을 마친 후, 교관이 사냥 과제에 대해 언급한다. 몇몇 생도들이 환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냥 과제는 아카데미 내부에서 하지 않고 외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금 우리가 발로 딛고 선 평범한 대륙 내에서가 아니라, ‘차원 전이’라는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 특정 좌표로 이동한다. 그때는 규모가 대륙이 아니라 정말 커다란 차원으로 넓어지기 때문에, 이를 현장학습이라 생각하고 좋아하는 생도들이 많다.


차원은 무수히 많다. 사막처럼 뜨겁고 죽은 대지가 전역에 가득한 차원이 있는가 하면, 고온 다습한 기후가 연중 매일 이어지는 차원 등 정말 다양한 차원이 존재한다.


개중에는 절대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ㅡ이른바 금지 구역ㅡ으로 지정된 차원도 있다. 암흑(暗黑)세계도 개중 하나였다.


당연하지만 모든 것에는 인과율(因果律)의 법칙이 뒤따른다. ‘차원 전이’가 가능해지면서 역으로 불순한 목적을 위해 다른 차원을 점령하거나, 지식을 퍼뜨리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이 세계에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보통 우리가 악인(惡人) 혹은 악당(惡黨)이라 규정한 이들의 침입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차원을 넘나들며 테라포밍 비스무리한 행위를 일삼았다.


다행히 우리가 갈 곳은 충분한 관리가 이루어진 비교적 안전한 차원ㅡ그린 존ㅡ이다. 볼거리도 많고, 풍부한 동식물들이 생식하는 터라 생도들이 들뜰만 했다.


“과제 수행 방법을 알려주마. 팔목에 찬 마나 팔찌 있지?”


생도들이 눈을 빛내며 경청한다.


“확인해봐. 내가 백도어로 너희들의 마나 팔찌에 기능을 심어뒀거든.”


마나 팔찌를 확인한다. 교관의 말대로, 메시지 창이 떠오른다.


[특별 사냥 과제 입수!]


[푸른 뿔 아호크를 사냥하세요.]


요런 식으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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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학년 S클래스(1) +3 21.05.20 3,159 56 12쪽
4 설희(雪姬) 이솔렛. (3) +19 21.05.17 3,336 61 10쪽
3 설희(雪姬) 이솔렛. (2) - 수정 +5 21.05.14 3,732 74 14쪽
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2 8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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