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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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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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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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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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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8쪽

차원 전이.(2)

DUMMY

이솔렛은 당혹했었다. 갑자기 마나 코어를 들고 달려가는 노아 폰 볼프강. 약속이라도 한 듯 뒤따라가는 엘레사르, 그리고 뒤늦게 그들을 좇는 롱펠 교관.


롱펠은 술렁이는 생도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이솔렛은 찰나에 고민했다. 도서관에서 본 노아 폰 볼프강. 그는 분명 흑(黑)마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 서적을 읽고 있었다.


혹시 그것때문이 아닐까. 어둡고 음습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나 코어를 들고 달아나는 거라면? 이솔렛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진다.


진즉에 신고했어야 했는데. 조기에 막지 못한 자신을 질책했다.


아니,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발을 떼려던 이솔렛의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돌아본다. 아리아였다.


“아리아?”

“롱펠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대기하고 있으라고. 저희도 그렇게 해요.”


이토록 강하게 말하는 아리아는 처음이었다. 이솔렛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였다.


“아······응.”


그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엘레사르가 터벅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이 피와 땀으로 가득한 엘레사르는 넋을 잃은 얼굴이었다. 엘레사르와 친한 생도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생도들도 우르르 몰려갔다. 이솔렛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솔렛은 엘레사르에게 자초지종을 전해들었다. 노아 폰 볼프강과 자메스, 루그닐이 심하게 다투었으며 지금 세 사람은 롱펠 교관을 따라 양호실로 갔다고 했다.


이솔렛은 흑(黑)마법에 대해 물었다. 엘레사르가 놀란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역시 맞구나. 확신했다. 이솔렛은 자신이 본 것을 주변 모든 생도들에게 알려주었다. 노아 폰 볼프강이 왕립 도서관에서 흑(黑)마법 서적을 읽었다는 사실을.


아? 짤막한 탄성을 흘린 엘레사르는, 뒤늦게 그게 아니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노아 폰 볼프강을 욕하는 분위기가 들불처럼 번져서, 더는 엘레사르의 말이 통하지 않을 지경까지 갔었다.


이솔렛은 엘레사르에게 왜 그를 변호해주냐며 쏘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착하고 여린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았다.


갑자기 에밀이 나섰다. 실로 뜻밖이었다. 에밀까지 나서서 노아 폰 볼프강을 옹호하다니. 에밀 덕분에 생도들이 진정될 기미가 보였지만.


이솔렛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노아 폰 볼프강은 반드시 처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악당이다.


······라고 생각했으나, 1학년 생도 대표로서 자세한 사정을 들은 지금 엘레사르는 머리가 아팠다. 처음에는 부정했다. 그 노아 폰 볼프강이 오히려 자메스와 루그닐을 막았다니. 엘레사르의 말대로, 흑(黑)마법을 쓴 건 자메스와 루그닐이었다.


만약 노아 폰 볼프강이 적시에 막지 않았더라면, 생도들 중 대부분이 부상을 당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말이 안 된다. 대체 노아 폰 볼프강이 왜? 롱펠의 멱살을 붙잡고 거짓말이 아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롱펠은 교관이기 전에 뛰어난 마법사였다. 그런 그가 확언할 정도였으니 더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온갖 감정들이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당황했다, 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자신이 알던 노아 폰 볼프강은 약자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ㅡ전형적인 악당ㅡ다운 면모를 보여주던 남자였다. 하지만 편입하여 들어온 이후 노아 폰 볼프강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이솔렛은 심란했다.



* * *



봉사활동은 도서관 사서 보조로 정해졌다. 교관님이 나같은 애 필요한 사람, 하고 물어봤더니 도서관 사서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내가 마음에 든 것 같다고, 잘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강의가 끝났다. 자리를 뜨려던 순간이었다. 찰나에 이솔렛과 눈이 마주쳤다. 다른 살벌하게 쏘아보는 생도들보다 더 살벌하게 쏘아볼 줄 알았는데, 약간 멍해 보였다.


내 시선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뭐지? 오늘 뭐 잘못 먹은 듯했다.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


도서관 앞. 시간은 낮부터 밤까지라······. 근손실 올 것 같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서오세요오-.”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내가 별 말 없이 서 있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새하얀 단발 머리. 알이 동글동글한 안경. 호기심 가득한 얼굴ㅡ전형적인 사서 캐릭터인, 하지만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이중인격 캐릭터ㅡ2학년 S클래스 생도, 네메시스다.


겉모습에 속아선 안 된다. 밤이 되면 그녀는 평범한 도서관 사서가 아니라, 암흑(暗黑)세계의 총아이자 유명한 암살자가 된다. 별호는 ‘걸어다니는 그림자 군단(群團)‘.


그러니까 내 말은, 안경으로 인해 순하게 보여도 절대 무시해선 안 되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구성(九星)은 아니지만 암흑(暗黑)세계는 알려지지 않은 실력자들이 천해의 별처럼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네메시스는 낭중지추(囊中之錐)형 천재(天才)다.


“아, 맞다! 그때 책에 얼굴 박고 잘 자던 생도 맞지?”


얼굴 박고 자던 생도? ···그게 한 둘은 아닐 건데.


“유명하고 이쁜 여자 친구랑 알콩달콩 싸우던데. 으음, 분명 이름이 이솔렛이었지, 아마.”

“···여자 친구 아닙니다.”


나른하게 엎드려 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쭉 지켜보고 있었던 듯했다. 역시 암살자 출신이 아니랄까봐.


“봉사활동 왔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네메시스의 눈꼬리가 휜다.


“긴장하네?”

“도서관 봉사활동은 처음이라서요.”

“아하, 여기는 내 집 안방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도 돼. 나도 그냥 심심해서 부른 거니까.”


슬쩍 네메시스의 시선이 수북히 쌓인 책 무덤으로 향한다.


“물론 일 조금만 도와주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겠지?”

“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내 도서관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



봉사활동이 끝나자마자 운동복으로 환복하고 뛴다. 목마름을 방지하기 위해 수통도 챙겼다. 밤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엄청 좋았다. 이따금 날아드는 날벌레들 때문에 가끔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것 빼고는.


한참을 달리니 체력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떴다. 좀 더 갈까, 고민했으나 오늘은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밤공기가 시원해서 땀 흘릴 겨를도 없었다. 다시 도로 돌아간다. 집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이제 메시지가 주로 언제 뜨는지 알았다. 아침, 낮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를 지켜본다는 메시지가 떴었다.


그러나 밤에는, 마치 숙면을 취하듯 밤에만은 메시지가 안 뜬다. 실험해본 지 꽤 됐다. 이걸로 안심할 순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아카데미 주변은 무척 을씨년스럽다. 크게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가로등만이 비추는 길, 그 길 위를 조심스레 걷는다.


주변을 둘러본다. 가로등에서 멀어지면 어둠이 곧장 나를 삼키려 들었다. 그만큼 주변이 어둑했다. 고요한 적막감이 사방에 내려앉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아슬란 왕립 도서관. 다른 말로는 천혜의 보고(寶庫). 종종 국왕이 방문한다고 알려진 이곳은 정말로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혹은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고서(古書)들이 도서관 안쪽 깊은 곳에,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있다. 봉사활동을 하며 틈틈이 벽면을 두드려 봤다. 확실했다.


다만 알려지지 않은 함정들이 있을 거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실에 걸려 사지가 절단이 될지도 모른다. 괜히 손아귀에 땀이 난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그 고서(古書)들이 필요했다. 현관 문을 잡고 잠깐 망설인다. 굳이 이게 아니더라도 빙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몇 개 있는데······. 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도전하기로 한다. 성공만 하면 달콤하디 달콤한 지름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입술을 꽉 깨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본다. 현관 문을 천천히 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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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희(雪姬) 이솔렛. (1) +8 21.05.13 4,677 79 12쪽
1 프롤로그. 악당의 이야기 +5 21.05.12 5,885 8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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