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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악당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8
최근연재일 :
2021.07.06 23:5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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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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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
글자수 :
111,089

작성
21.06.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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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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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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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두 명의 엑스트라 악당.(3)

DUMMY

제목부터 인상적인 책을 집었다. 목차를 죽 보고, 빠르게 훑어넘기며 내가 찾던 내용인지 확인한다. 아니면 도로 꽂고. 맞으면 왼팔에 얹는다.


그런 식으로 팔바구니에 몇 개 담았다. 좀 더 둘러보고 싶은데, 이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아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소환에 대하여(상) - 저자 : 안토니오 라그란트]


[소환에 대하여(하) - 저자 : 안토니오 라그란트]


[소환이란 무엇인가? - 저자 : ······]


[소환······]


[읽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소환······]


[1분이면 충분한 소환······]


뒤에 얹은 책 두 개는 제일 먼저 내 시선을 끌었는데, 의외로 내용이 꽤 알찼다. 보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책의 저자는 현대에 태어났어도 이런 식으로 돈 잘 벌었겠다. 하면서.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나른한 듯 몸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사서말고는, 아무도 안 보인다.


앉을 자리 책상 위에다 책을 놓는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안으로 도로 기어들어간다.


이번에는 마법진과 수인(手印)에 관련된 책들을 집어서 먼저 가져다둔 책들 옆에다 두고.


마지막으로 좀 더, 더 깊이 들어가면ㅡ경고ㅡ라고 적힌 곳에 내가 찾던 또 다른 책들이 보인다. 흑(黑)마법ㅡ그마저도 정도가 심하지 않고 약해서, 책 대부분이 이론 위주였다.


진짜 심각한 영향을 끼칠 정도면 아예 장서 도서관 안에 안 들여왔겠지.


내가 한 종류의 책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책들을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두 연 놈들이 만든 무형(無形)의 마법진과 수인(手印). 그리고 흑(黑)마법과의 연관성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쌓아두니 제법 양이 많다. 다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


순간 얕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안면을 쓸어내린다.


사실 나는 글 쓰는 건 좋아해도, 읽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읽더라도 진짜 좋아하는ㅡ이를 테면 자극적인 맛이 가득한 판타지같은ㅡ글을 읽지, 이처럼 두텁고 따분한 내용들이 가득한 책은 정말 싫어한다.


그래도 억지로 읽어야만 했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가볍게 심호흡을 한다. 제일 먼저 페이지가 가장 짧은 책ㅡ1분이면 충분한 소환! 당신도 할 수 있다.ㅡ를 먼저 읽는다.


우선은 그나마 좀 자극적인 책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 * *


이솔렛은 결국 왕실 장서 도서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혼자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때 노아 폰 볼프강이 보여준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게다가 요즘은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마나를 못 다룰 줄 알았는데, 멀쩡히 마나를 다루고. 심지어 마나 회로도 특별한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엘레사르랑 어울릴 것 같지 않더니 갑자기 식사도 같이 하고. 이건 엘레사르가 분명 약점을 잡힌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가 그와 식사를 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긴장한 것도 직접 두 눈으로 봤으니······.


아무튼 얼른 도서관의 힘을 빌리고 싶었다. 흘러내린 앞머리를 부드러이 쓸어넘긴 그녀는 막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던 참이었다.


“······!”


돌연 그녀의 눈이 엄청 커진다. 혹 잘못 본 건가 싶어, 두 눈을 후비고 다시 보았다.


그래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솔렛은 한참을 멍하니 서서 보았다.


수많은 책에 둘러싸인 채, 미간을 좁히며 독서를 하는 노아 폰 볼프강의 모습을.


저 남자가 독서를 하다니. 어찌나 집중을 하는지,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 * *



중간에 지루했나보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파묻고 자버렸다. 얼굴에 침 자국도 남았다. 젠장.


입술을 닦고 다시 집중한다. 그래도 한 번 자고 나니까 기분이 상쾌하다. 뭔가 시야도 탁 트인 기분이다.


그렇게 한창 눈 빠지게 집중할 무렵이었다.


[덜떨어진 머리로 정신적인 고통과 지루함을 극복해냈습니다!]


[이는 실로 위대한 업적입니다!]


[새로운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빠른 속독(速讀)과 독해(讀解)]


[지력 포인트가 0.1525 상승했습니다.]


[재능 ‘빠른 성장’ 보너스로 추가 지력 포인트 0.085를 얻었습니다.]


······별 게 다 위대한 업적이다. 이걸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아무튼 새로 얻은 특성 덕분인지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하는 양이 더 많아진다.


덕택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계속해서 읽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환 꿀팁 열 번째. 굳이 알려진 대로 용을 쓰지 않아도, 특별한 방법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소환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형(無形) 마법진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형(無形) 마법진은 보통 마법사들이 위기 상태에 처한 경우, 혹은 긴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다만 따르는 댓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때 쓰이는 수인(手印)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이 있으며, 어느 목적을 위해 사용되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수인(手印)의 양이 달라진다.]


[소환에 사용할 경우ㅡ가급적 그런 경우는 없길 바란다. 왜냐하면 소환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경우여야만 하므로.]


[흑(黑)마법 계통의 소환은 무형(無形) 마법진에 쓰일 때 그 위력이 극대화될 때가 있다. 이를 테면, 몸의 부위를 터뜨리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대인전에서 흑(黑)마법의 살상력 및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던 전례가 있다.]


책 하나만 보지 않고, 두 개를 동시에 본다. 덕택에 알고자 했던 내용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렇구나.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두 연 놈들은 내 예상대로, 질 좋은 매개체인 마나 코어에다 무형(無形)의 마법진까지 써서 소환을 하려는 듯했다.


소환 대상은 흑(黑)마법 계통ㅡ다른 말로는 암(暗)계통이다.ㅡ소환물이었고. 그게 테오도어 라르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걸 좀 알고 싶었는데.


그래도 흑(黑)마법을 쓴다는 건 변함이 없다는 걸 알았다. 불현 듯 어느 생각이 떠오른다.


파훼 방법은?


혹시나 해서 파훼 방법을 찾아봤다. 차라리 파훼가 가능하면 아예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딜 봐도 그런 건 없다.


가슴이 사늘하다. 알고는 있었다. 늘 그렇듯 내가 원하는 답을 전부 알려줄 책이란 건 없으니까.


“······.”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다시 또 거기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려 고개를 숙일 무렵이었다.


“노아 폰 볼프강.”


불현 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이 돌아간다.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창백한 피부의 여인ㅡ이솔렛이었다.


나도 모르게 흠칫하게 된다. 깜짝이야.


“···이게 뭐죠?”


그녀는 정확히 흑(黑)마법에 관한 책을 짚었다. 이런. 눈을 질끈 감는다.


“잘못 가져왔어. 도로 가져다 놓을 거다.”

“···방금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요. 당신이 읽었다는 걸 알아요.”


방금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고? 책 읽고 분석하느라 내 감각 체계가 잠깐 망가졌나보다. 하필 이 괴물녀의 시선을 못 느끼다니. 아니면 익숙해져서 그런가.


슬쩍 그 책을 그녀 쪽으로 밀어준다.


“별 내용 없던데? 너도 궁금하면 가져가서 보던가.”

“아뇨. 저를 당신이랑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줄래요? 저는 이런 거 안 궁금해요.”

“아니면 말고. 갖다 놔야해.”

“······.”


다시 도로 책을 가져오려 했다. 그런데 괴물녀가 놔주질 않으려 한다. 우리 둘 사이에 묘한 힘 다툼이 이어진다.


“볼거야?”

“아뇨.”


그럼 어쩌자는 건데.


“무슨 용건이라도 있냐?”

“당신, 엘레사르에게 무슨 짓을 했나요?”


엘레사르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말의 뉘앙스가 꼭 내가 엘레사르한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 같았다. 느릿하게 눈꺼풀을 말아올린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거짓말. 엘레사르가 당신같은 사람이랑 왜······.”

“왜, 내가 협박이라도 한 것 같아?”

“네.”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확실히 입학 첫 날에 비해 기세가 많이 누그러졌다. 그간 내가 별 다른 짓을 안 하니까 지켜보기만 했는데, 엘레사르에게 손을 댄 것 같으니 좀 강하게 나오기로 했나보다.


“장담하는데, 나는 그 아이에게 아무 짓도 안 했어.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 이런 식으로 나 따라다니지 말고.”

“······!”


이솔렛의 얼굴이 엄청 붉어진다. 일단 자리를 떠야겠다.


“누, 누가 당신따위를 따라다녀요!”


너님요, 너님. 지금 너님이 그러고 있잖아. 나는 이솔렛을 무시하고 책을 도로 꽂으러 갔다.


“흐응······.”


그리고 이 광경을 재밌다는 듯 지켜보는 한 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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