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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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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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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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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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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DUMMY

옛 한나라 왕실의 후예로서 또한 개국공신으로서 손색이 없는 공로를 인정받고 한나라 땅을 하사받은

한왕 신은 황제 유방의 명에 따라 옛 조나라 땅인 진양으로 자신의 영지를 이동한다.


북방에 출몰한 변방 부족들의 공세를 방어하라는 황제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낙양 부근의 안락한 중심부에서 국경으로 이동해 이민족을 상대하는 일이 내킬 리 없었지만,

한왕 신은 오히려 가슴을 쓸어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자신과 동명이인인

초왕 한신이 토사구팽당해 회음후로 강등된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맡긴다는 것은 아직까지 자신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의미였고,

이 참에 큰 공까지 세운다면 자신의 자리는 그만큼 보전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진양에 당도해 보니 내전 와중에 진양은 많은 파손을 당한 이후라

당장 복구가 어려운데다 국경과 많이 떨어져 있으니,

좀 더 북쪽의 견실한 요새인 마읍으로 옮겨 그들을 대적할 뜻을 내비치자 황제 유방도 흔쾌히 수락했다.


키가 9척에 이르는 용장에다 그 치열했던 초한전쟁의 한 가운데서 혁혁한 전공을 올린 바 있던

한왕 신은 마읍에 진을 치고 때만 되면 국경을 어지럽히는 저 변방의 부족들을 쓸어버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한왕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게 된다.

상대를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읍성 앞에 진을 치고 공세를 취하려던 자신의 진영 정면에 무려 10만을 훌쩍 넘긴,

그것도 전 병력이 기마대로 구성된 군세가 그 위용을 드러내자,

그 장면 하나만으로 한왕 신과 부장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 규모도 규모거니와 각각의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 뒤로 대오를 유지하고 있던

그들의 진영은 정연하기 이를 데 없는 최상의 정규군이었던 것이다.


나름 백전노장이었던 한왕은 사태가 여간 심각치 않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마읍으로 몰려 오고 있던 군사들은 그저 때만 되면 국경을 어지럽히는 변방 부족 차원의 성가신 존재들이 아니었고,

지금 이 전쟁은 변경의 수비를 맡은 일개 번왕이 감당할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왕은 곧바로 모든 군사들을 마읍성 안으로 철수시키고, 황제 유방이 있는 장안으로 파발을 띄웠다.

지금 마읍성 앞에 당도한 상대방이 그저 변방에서 약탈이나 일삼는 무리들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협할 군세를 보이고 있으니

신속히 황제께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라는 간곡한 내용을 전했다.


이후 한왕은 오로지 마읍성을 굳게 지키며

장안에서 원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안의 유방은 가장 큰 위협이었던 항우가 사라지고,

얼마 전 껄끄럽기 그지 없던 초왕 한신마저 곁에 붙잡아 두게 된 상황이라 약간 느슨해져 있었다.


예전의 건달끼가 발동해 패현 동지들을 비롯한 신하들과 틈만 나면 잔치를 벌이며 주색잡기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었다.

뜻밖에 한왕의 서신이 도달했건만, 유방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원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란 엄살을 피우기 마련이 아닌가.

술에 취한 황제는 변방에서 노고가 많은 한왕을 치하한 후 지난날 있었던 그의 공로를 추켜 세우며,

저 변방의 하찮은 족속들의 버릇을 고쳐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답신을 보냈다.


한왕은 장안에서의 답신을 받고는 기가 차지 않았다.


황제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다시 파발을 보냈으나 이번에도 다를 바 없었다.


결국 훈국의 대군이 마읍성을 겹겹이 포위하기 시작하자, 성 내부는 공포에 휩싸이고 있었다.



한왕에게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측근인 만구신이 진퇴양난에 빠진 한왕에게 고했다.

“전하, 저들이 저렇게 몰려온 것은 단지 이곳을 약탈하고자 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도 같은 생각이올시다.”


왕항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장사치로서 눈치가 빠른 그들이 보기에

단순히 이곳의 물자를 빼앗으로 온 것이라면 마구잡이로 들이닥친 후에 원하는 바를 이루고 물러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저렇게 엄청난 군단을 이끌고 정연하게 진영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무언가가 필시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한왕은 그들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보아도 저들이 무뢰배들은 아닌 듯하니

공세를 취하기 전에 한 번 만나서 담판을 해 보십시오.”

한왕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성의 포위를 책임진 듯한 장수에게 회담을 제의하자 그들 또한 흔쾌히 응했다.


한왕이 직접 성문을 나와 상대 진영에 다다르자

나이가 꽤 들어 보였는데도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한 노장이 직접 한왕을 맞이했다.


“그대가 한왕이시오?”

“그렇소이다.”

“나는 훈의 좌현왕인 호연록이올시다.”


자신이 왕이라는 언급에 왕은 황제만이 책봉하실 수 있거늘

어찌 감히 함부로 그렇게 사칭하는지 따져보고 싶었지만, 한왕은 지금 그럴 형편이 못되었다.


“훈의 좌현왕께서는 나와 아무런 원한이 없거늘

무슨 연유로 이렇듯 많은 군사를 동원하여 이곳을 침범하시는게요?”

그러자 노장이 크게 웃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건장한 그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엇다.


“물론 나는 그대와 원한이 없소이다. 이것은 나라간의 일이요.

내가 모시고 있는 선우께서 그대의 황제께서 이제 그곳을 평정하셨다 하는 소식을 들으시고

앞으로 양국이 서로 화평하며 교류하자는 뜻을 전하려 친히 이곳에 납시었소이다.”


역시 이들은 단순한 약탈이나 일삼는 변방 부족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을 수비하는 자신이 아니라 궁국적으로는 황제와 상대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던 것이다.

진정 이것은 국가 간의 대사였다.


“나라간에 그런 일이라면 미리 기별을 줄 일이지 이렇듯 군사를 동원할 일이 무엇이오이까?”

“그렇지 않아도 그대의 황제께 기별을 보내려 하였으나,

그대 나라의 국경에 있는 장수들이 하나같이 무시하고 이를 들어 주지 않으니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소이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 국경의 장수들이 함부로 대하며 이를 내치자

훈국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그 동안 국경이 소란스러웠던 것이었고,

결국 지금 이 사태까지 온 것이다.


“알았소이다. 그 동안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으니 내 대신 황제 폐하께 그대들의 뜻을 정식으로 전해 올리겠소이다.”

훈국이 원하는 바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물자가 부족한 그들은 교역을 원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금옥이나 가축 같은 것들을 남방의 곡식이나 옷감과 바꾸자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한왕은 지금 이 엄중한 사태의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황제에게 고해 적당히 남아도는 곡식이나 옷가지만 이들 손에 쥐어 주면

극단의 상황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이 아닌가.


“내 우리 황제 폐하께 분명 그대로 고할 터이니,

그 동안 성에 대한 포위를 풀고 서로 적대하지 않는 것이 어떻소이까.”

그러자 훈국의 좌현왕은 흔쾌이 이를 수락했다.


한왕은 돌아오자 마자 부리나케 다시 전령을 띄우며,

아직도 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있는 듯한 황제를 설득시키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 왕항까지 함께 보냈다.


그러나 장안의 황제 유방은 도리어 왕항을 향해 버럭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한왕은 그 따위 변방의 부족들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어찌 이리 수선을 떠는 것인가!”

왕항이 일단 사자라도 보내서 저들의 의중을 알아보라는 간곡한 요청도 소용이 없었다.


“도대체 싸울 생각은 않고 짐더러 저 변방의 부족들을 상대하라니, 이 무슨 무도한 일인가.”

세상 경륜이 보통이 아니었던 황제 유방이었건만

이민족에 대한 무지와 오만으로 가득 차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감조차 전혀 잡지 못하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한왕이 다시금 측근까지 대동한 전령을 보냈으나 오히려 황제의 노여움만 샀고,

다른 신하들까지도 한왕이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하는 기색까지 보이고 있었다.

천하를 통일했다고 여기며 장안에 자리잡고 있던 그들에게는 저 변방의 일이란 도무지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 국경을 침범한 저들을 다시 그 너머로 쫓아 내지 않으면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질책만 받게 되자

한왕은 완전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 되었다.


앞에 놓은 저 막강한 군세와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울 수도 그렇다고 황명을 어길 수도 없었던

한왕은 결국 마지막으로 저들과 전쟁에 임할 것이니 구원군을 파견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담은 전령을 보낸 후,

오로지 성문을 굳게 닫은 채 방비에 몰두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황제 측에서 뭔가 기별도 없을뿐더러 한왕 마저도 성문을 걸어 잠그고 대화를 거부하자,

결국 대노한 좌현왕이 마읍성을 다시 포위했다.


갑자기 마읍성의 하늘 위로 기분 나쁜 굉음 소리와 함께 뭔가가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더니

성안 온 곳에 박히는 것이 아닌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군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며,

단 몇 차례의 공격으로 성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형양성 전투에서 항우와 대적한 바 있었던 한왕은 군사들을 독려해 본격적인 수비전에 진입했다.



그 후로부터 약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한왕은 나름 훈의 대군을 맞아 선전했다.

그러나 갈수록 마읍성의 한나라군은 절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주로 기마전에 강했던 훈군이었기에 공성전에는 익숙치 못한 모습을 보여 그 동안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점차 훈군의 공성전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었다.

한나라에서 붙잡혀 온 병사들을 통해 공성전에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었다.


훈군은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고 있었다.

흔들림 없이 진영을 갖추고 마읍성을 포위한 채 자신들이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장안은 어떠한 기대도 할 수 없었다.

원군은커녕 이쪽 사정에 관심이라도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참다 못해 장안을 다녀온 왕항이 한왕에게 아뢰었다.


“한왕께서는 지금 황제께서 이리 모른 척 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난데없는 왕황의 언급이 한왕은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대가 보기에는 황제께서 무슨 다른 연유가 있어 일부러 모른 척 하신다는 말씀이시오.”

“소신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장안에 있는 황제가 변방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할 뿐이라고만 여기고 있던

한왕은 처음에는 왕항의 말을 수긍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왕항의 말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초왕의 일을 알고 계십니까?”

왕황은 초왕 한신이 토사구팽된 사실을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왕께서는 공로가 초왕보다 더 많다고 보십니까?”

절대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 역시 공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항우와의 본격적인 초한전쟁의 서막에서 한나라의 성 10여개를 다시 찾았으며,

형양성에 포위당한 황제 유방을 피신시키고

그곳을 끝까지 사수하려다 항우의 포로가 되기까지 했지만,

어찌 초왕 한신에 비할 수 있겠는가


북벌을 개시해 위나라, 조나라, 연나라, 제나라를 차례로 격파하고

마지막 해하 전투에서 항우를 죽음으로 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초왕 한신이다.


“그런 초왕도 붙잡혀 회음후로 강등되어 어찌될 바를 모르는 판국인데,

하물며 한왕께서야 황제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왕항의 말에는 이런 전쟁으로 한왕을 내몰고 모른 척하는 것이

이성제후인 한왕을 버리기 위한 일종의 토사구팽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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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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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0 1 13쪽
»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3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1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19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19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6 1 13쪽
27 북벌 21.08.03 125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7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3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8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2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5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5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8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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