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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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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7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7.08 16:14
조회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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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태자 묵돌의 귀환

DUMMY

한 동안 충격에 휩싸인 두만은

모든 대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듯 다시 자신을 주목하자

그 때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오. 그래 태자가 아닌가.

네 월지에서 혹여 잘못되지나 않았나 걱정이 컸었는데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아들을 바로 눈 앞에 두고서야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게 어찌된 일인지 소상히 말해 보거라.”


묵돌은 월지에 머무르고 있던 자신의 처소에 갑자기 월지왕과 군사들이 들이닥치며

훈이 자신들을 침공했다며 해하려 하기에,

그 수하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월지왕의 말을 빠앗아 타고 도망을 나왔다고 했다.


이후에도 월지군이 계속 맹렬히 추격해와

그들과 맞서며 이곳 저곳을 피해 다니느라 이제서야 겨우 당도했다는 것이다.


과연 묵돌의 옷에는 심한 결투가 있었는지 핏자국이 선명했고,

한 눈에 명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묵돌이 끌고 온 말의 안장이나 고삐에는 서역에서 만든 것이 분명한 옥이나 보석 같은 장식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아

신분이 대단히 높은 월지인의 소유가 분명했다.



“오-“

다시 한 번 대인들의 감탄사가 동시에 터졌다.

아무리 묵돌의 무용이 빼어나다고 해도

도대체 그 적국의 한 가운데서 어떻게 탈출이 가능했단 말인가.


“소자 그곳에서도 우리 부족을 잠시도 잊을 수 없었사옵니다.

오로지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겨우 월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나이다. 선우.”


두만은 눈을 감았다.

아무리 먼 곳으로 보내 인연을 끊으려 했으나

이렇게 피로 얼룩진 모습으로 살아 돌아온 아들을 눈 앞에 마주하고서

애비라는 사람이 어찌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어떤 대인들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네 이리 무사히 돌아오다니 천만다행이다.

원래 부족들 간의 경계에 사소한 다툼이 있기 마련이거늘 그 자들이 참으로 경거망동을 하였구나.”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 두만은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새로이 태자를 세우려는 지금 다시 살아온 태자를 맞이한 이런 황당한 자리에서

두만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태자 묵돌의 장인 호연록이 먼저 나섰다.

“선우. 마땅히 적진에서 선우의 명을 수행하다

죽음을 무릅쓰고 귀환한 태자에게 그에 합당한 처사가 있어야 할 줄 압니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다른 유력 가문의 대인들 역시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은 채 모두 찬성하고 나섰다.

“그러하옵니다. 선우. 태자에게 합당한 처사를 내려 주소서.”


아무리 선우인 두만이라 하지만 이 상황에서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오늘 부로 태자 묵돌을 좌현왕으로 삼고

1만의 군사를 줄 것이니 그리하면 되겠소.”


훈족은 자신들의 영역을 중앙과 좌우 3부로 나누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중앙은 선우가 좌우에는 각각 좌현왕과 우현왕이 통치하고 있으며,

좌를 중요시하는 혼족의 관습상 좌현왕이 바로 선우 다음의 위치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태자가 좌현왕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바로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우의 명이 실로 합당하다고 사료됩니다.”

하후씨 일족에서 붙어먹은 자들을 빼고는 이제 대부분의 대인들은 거리낌없이 환영하고 나섰다.


선우 두만을 등에 업은 저들의 위세에 눌려 달리 어쩌지 못하였으나

원래 태자였던 묵돌이 버젓이 살아 돌아온 마당에 뭐라고 한들 누가 어찌하겠는가.


그 동안 외척 행세나 하며 권세를 부리던

하후씨 일족이 크게 당하는 꼴이 되니 다들 속으로 고소해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태자를 추대하려던

대인회의는 오히려 살아 돌아온 묵돌의 태자 자리를 굳건히 해 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좌현왕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가도록 하라.”

두만은 더 이상 돌아온 아들을 마주할 낯이 없어 책봉 받은 좌현왕의 임지로 떠날 것을 명했다.



두만은 대인회의가 끝나자마자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막상 돌아온 맏아들 묵돌을 대면하고 나자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만한 정신이 든 것이었다.


뭔가에 정신이 나가 버린 애비라는 사람이

기껏 속임수나 부려서 충성스런 아들을 제거하려 했으니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부끄러워지고 양심에 찔렸던 두만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반면 묵돌이 볼모로 가 있던 적진 한 가운데서

탈출해 귀환했다는 소식은 얼마 가지 않아 전 초원에 퍼지게 되었고,

부족민들 사이에서 태자 묵돌의 명성은 높아져만 갔다.



그러나 묵돌이 월지를 탈출한 사정에는 그렇게 단순치 않은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아무리 천하의 묵돌이라 한들 수 많은 군사들로 둘러싸인 적국의 한가운데,

더군다나 엄중한 감시를 받는 태자의 신분으로서 무사히 빠져 나오기란 거의 불가항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묵돌이 여전히 월지에 볼모로 있던 때였다.

당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대신해 바깥 사정을 알아보곤 하던

호위무사 려군이 무슨 긴급한 일이 있는지 태자의 처소로 헐레벌떡 뛰어들어 왔다.


“태자. 어서 이곳에서 몸을 피하소서!”

시간이 나면 무예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던 묵돌은 평소와는 다른 려군의 모습에

뭔가 일이 터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당시 서역과의 무역이 한창이던 월지의 저잣거리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주변의 정황을 알아 보던 려군의 귀에

두만 선우가 월지를 침공하려 군사를 일으켰다고 장사치들이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곧 이어 묵돌이 거처하는 곳의 바깥을 지키는 병사들의 수가 눈에 뜨게 불어나고 있었다.

우려하던 바가 현실이 되어 가는 형국이었다.


“태자!”

려군이 앞으로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몰라 안절부절하였건만, 묵돌은 오히려 태연자약했다.


“려군아.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아니된다.”

묵돌은 의관을 제대로 차려 입더니 곧바로 처소를 나섰다.


“태자. 지금 어디로 납시는지요.”

묵돌의 처소에 배치된 장수가 어김없이 앞을 가로막았다.


“내 그대의 왕을 뵙고자 함이니 어서 길을 여시오.”

“아니됩니다. 이곳에 그대로 계시옵소서.

소장은 태자께서 이곳을 비우시게 하지 말라는 명을 받았사옵니다.”


그러자 묵돌이 일갈했다.

“내 일국의 태자로 그대의 왕과 나라간의 중요한 국사를 논하려 하거늘

어찌 감히 앞을 가로막는단 말인가!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 그대의 왕에게 목이라도 달아나고 싶은 것인가!”


어디론가 피신하려는 눈치가 아니라

막상 자신들의 왕과 국사를 논한다고 하니 그곳을 지키는 장수 또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대가 앞장 서서 나를 호위하면 될 것이 아닌가!”

전혀 흐트럼 없는 당당한 모습에

처소를 지키는 장수는 혹시나 묵돌이 딴 마음을 먹을까 철통 같이 군사들로 주위를 에워싼 채

월지왕의 궁으로 묵돌을 호위해갔다.



목축은 물론 농사까지 지을 수 있는 풍요로운 하서주랑에 자리를 잡으며

또한 서역과의 무역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월지는 일반적인 유목민족과는 달리 그들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기련산 부근에 화려한 궁전을 짓고

남방의 한족 황실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태자를 볼모로 보내면서까지 화평을 구하던

훈의 선우 두만이 뜻하지 않게 자신의 나라를 침공하려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에

격노한 월지왕은 무엇보다 먼저 지금 볼모로 와 있는 묵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신하들과 한창 논의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도 아닌 묵돌이 도망은커녕 제발로 찾아와 자신을 알현하려 한다는 것이 아닌가.


“소식은 들었소이까?”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전하.”

이제 교전국이 된 나라의 태자라 예전과 달리 아주 퉁명스럽게 대했지만,

묵돌은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한 모습이었다.


“내 말이요, 그대의 부친께서 나라 간의 호의를 이렇듯 헌신짝처럼 저버리니

그대를 어떻게 할까 논의하고 있는 중이었소.”


“하오면 왕께서는 어떻게 하실 참이십니까.”

“신하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하나 같이 본보기로 그대를 주살해야 한다고 하니

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소이다.”


바로 당사자의 면전에서 그러한 겁박을 했건만,

사색이 되어야 마땅할 묵돌이 오히려 크게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가.


다들 눈이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일이 이 지경이 되었거늘 뭐가 그리 좋아서 웃는 것이요!”


겨우 웃음을 참은 묵돌의 다음 언사 또한 가관이었다.

“왕께서는 영명한 분으로 알고 있사온데,

저렇게 아둔한 신하들을 데리고 어찌 이런 나라를 일으켜 세우셨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아니, 뭐라!”

월지왕의 신하들이 모두 펄쩍 뛰었다.


아비인 두만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에

가뜩이나 화가 잔뜩 나 있는 자신들에게 목숨을 구걸하지는 못할망정 대놓고 저리 험담을 해대니

월지왕 또한 화가 머리 끝까지 나게 되었다.

“도대체 지금 그대가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된다고 보는가!”


그러나 묵돌은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전하, 한치 앞만 더 생각해 보면 될 일을

다들 이리도 헤매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한치 앞만 더 생각한다?”

“그렇습니다. 전하.”

여전히 묵돌이 태연자약하기 그지 없자

월지왕은 도대체 저 자가 뭘 믿고 저러는지 궁금해졌다.


“그래, 어디 그 한치 앞의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일단 한 번 들어나 봅시다.

그 후에 내 바로 결정하도록 하겠소.”


단단히 화가 난 월지왕은 묵돌의 언사가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신하들의 의견을 좇아 묵돌을 그 자리에서 끝장내버릴 듯한 심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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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7.08 18:03
    No. 1

    월지왕이 현명하녀 태자를 숨겨주고 일부러.
    죽인것처럼 꾸몄을것우로 생각했었눈데
    그게 아니라 태자가 스스로 살 길을 개척하고
    월지왕을 깨우쳐준것 이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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