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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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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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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7.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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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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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DUMMY

묵돌이 다시 훈으로 귀환하고 있을 즈음,

묵돌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던 아우 기환은 선우정과 멀리 떨어진 한 부락에 피신해 있었다.


초원보다 더 척박한 산자락에 위치한 그 부락은 호거의 외가였다.

통상 초원에서도 방목이 잘되는 지역은 유력 부락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 외 열세인 부락들은 보다 척박한 주변 산자락으로 밀려나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호거의 아우임을 밝히자,

그곳 사람들은 흔쾌히 기환을 받아주었다.

다소 성정이 우락부락했지만 소탈한 부락 사람들과 기환은 곧 잘 어울렸고,

한 동안 그곳에 의탁하며 선우정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거의 외가 사람들과 자주 사냥을 나서곤 했던 기환은 그날 따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어디서부턴가 자꾸만 자신의 뒤를 따라 붙는 듯한 누군가가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부락 사람들의 무리와 슬쩍 길을 달리하며 빠져 나와 적당한 곳에 매복해 있으니,

과연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한 녀석이 나타나 계속 그 뒤를 쫓는 것이 아닌가.


기환은 자신에게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이놈!”

상대는 예상치 못한 기환의 등장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후씨 놈들이 보냈느냐?”


무장은 결투를 벌이기 전에도 상대방의 무공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을 해 볼 수 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날렵해 보이는 것이 보통 내기가 아니다.

그러니 훈의 최고 무장이라 자부하던 자신에게 이렇게 단기로 덤벼들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용케 나를 찾은 것은 가상하나 오늘이 네 제삿날인줄 알아라.

내 그 동안 쌓인 것이 많아 네 놈을 아주 갈기갈기 도륙을 내야 속이 좀 풀리겠구나.”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 그렇게 일갈했으나 역시 보통 놈이 아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뜻밖에 큰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형님, 여전하시구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목소리가 낯이 익다.

얼굴을 가린 복면을 치우자 기환이 익히 알던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넌··· 려군이 아니냐?”

“예. 형님. 려군이올시다. 그 동안 무탈하셨소이까.”

설마 이곳에서 려군을 만나리라 생각지도 못한 기환의 놀라움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 이 녀석, 살아 있었구나!”

기환은 부리나케 려군에게 다가갔고,

반가움으로 두 사람은 그대로 말 위에서 함께 손을 힘껏 움켜 잡았다.

“바로 여기 계셨구료. 형님 찾느라 애먹었소이다.”


그렇다면!

호위 무사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다면!


일말의 기대와 희망이 기환의 머릿속을 치는 것 같았고,

기환의 표정을 읽은 려군이 애타게 듣고자 하던 답을 주었다.


“태자께서도 무사하시니 아무 걱정 마시오.”

기환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질렀다.

“야아! 그러면 그렇지,

역시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묵돌은 호연록의 부락 근방 은밀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


영리한 행보였다.

호연록은 바로 묵돌의 장인이었고,

호연씨는 묵돌의 처가였기에 안심하고 앞으로의 일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이 사람이 바로 우리 형님이신 묵돌이란 말이오.”

기환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묵돌과의 재회에 감격에 겨워 묵돌을 부둥켜 안았다.

“그렇다마다. 이 묵돌이 아우를 두고 어딜 가겠는가.”


기환과의 극적인 재회의 기쁨도 잠시, 묵돌이 이상히 여길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

“호거는 왜 같이 오지 않은 것이냐.”

짐작대로 멀리 떨어진 호거의 외가에 숨어 있었다면, 마땅히 있어야 할 사람이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기환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리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려군까지도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 아닌가.


뭔가 불길한 예감에 묵돌은 기환을 다그쳤다.

“호거는.. 호거는 어디 있는 것이냐.”


기환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글썽이더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호거 형이··· 호거 형이···”



묵돌을 월지에 볼모로 보내고 두만이 전쟁을 일으킨 이후,

결국 설마설마하던 묵돌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아우들과 부하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심한 충격에 빠진 묵돌의 부하들이 호거와 기환을 찾아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으나

그들 역시도 이 판국에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했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저 울적한 마음이나 달래기 위해 사냥이나 나서곤 할 뿐이었지만,

권력에 눈이 먼 마수는 그런 그들이라고 해서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묵돌의 오른팔이자 군사들에게 신망이 높았던 호거마저 쓰러진 것이었다.


마침 그 전날 술에 만취한 기환이 함께 나서지 못한 날이었다.


몇몇 부하들과 사냥에 한창이던 호거의 일행 옆으로 갑자기 어디선가 한 떼의 인마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족히 그 수가 수십에다 다들 복면을 한 채 좀처럼 볼 수 없는 살기를 들고 있는 모양으로 보아

호거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 놈들이 아주 끝장을 보려고 하는구나.’


그러나 그런 자객들을 두려워할 호거가 아니었다.

“네 이 놈들! 나는 두만 선우의 아들이자, 묵돌 태자의 아우인 호거 장군이다. 썩 물러나지 못할까!”


이미 그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맨 앞장 서서 달려 들었던 몇 놈을 호거가 그대로 단칼에 베어버리니 자객의 예봉이 꺾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꺼번에 악귀야차처럼 호거에게 동시에 달려 들었다.


평소에 인정을 베풀어 주었기에 호거의 부하들까지 죽기를 각오한 채 호거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자

여지없이 자잭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불가항력임을 알았는지 서슬이 시퍼렀던 자객들이 두려워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부하들이 끝까지 추격하려 했으나 호거는 그들을 자제시켰다.

“그만! 그만 돌아가자.”


호거는 빨리 이 소식을 기환과 다른 부하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하면 그들도 위험할 수 있는 문제였다.

부하들을 진정시키고 귀환하기 위해 말머리를 돌리려는 찰라.


갑자기 뭔가가 휙휙거리며 날라오는 소리가 들리며 호거는 가슴팍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어디선가 여러 발의 화살이 자신을 향해 쉴 새 없이 날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호거의 무예가 일당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하후중의 무리가 이중으로 살수를 매복시켜 놓았던 것이다.


호거는 가슴팍에 화살을 맞은 후에도 고통을 참아가며

계속 자신을 향해 집중적으로 날라오는 화살들을 창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호거의 부하들이 매복한 곳으로 돌진해 닥치는 대로 베어 버리며 다시 자객들을 쫓아버렸지만···



전날 과음으로 늦은 시각에서야 일어난

기환의 막사에 호거의 부관이 헐레벌떡거리며 도착했다.


호거가 사냥을 나간 도중에 화살에 맞아 중태라는 것이다.


또 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기환이 급히 달려 가 보았으나

겨우 들것에 실려 귀환하고 있던 호거는 이미 여러 발의 화살로 인한 치명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고,

아우 기환이 찾을 때까지 겨우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형님! 이게 어찌된 일이요!”

“그래 기환아. 내 너를 못 볼 줄로만 알았다.”


호거는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었다.

“도대체 저 자들의 무도함이 끝을 모르는구나..”


이전부터 기회를 엿보고 있던 자객들이 마침 기환이 사냥을 함께 나서지 못한 때를 노린 것이었다.

누구의 짓인지 알아 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런 쳐 죽일 놈들!”


숨을 더욱 가쁘게 몰아 쉬며 호거는 기환의 손을 힘껏 잡았다.

“기환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바로 들어야 한다.”

“말씀하시오. 형님.”


“내 다음이 바로 누구겠느냐.

너는 아무 것도 돌아보지 말고 곧장 이 길로 로가 부락으로 가거라.

그곳까지 하후씨 놈들이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로가 부락은 호거의 외가로 선우정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알았소이다.”

저들이 노리는 것은 분명했다.

자신들이 세우려는 아들을 선우의 후계자로 삼는데 방해가 될만한 유력한 다른 형들을 기어코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묵돌 형님이 저렇게 갈 사람이 절대 아니다.”

이전부터 호거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고, 마지막을 앞두고는 그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너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 몫까지 묵돌 형님을 도와야 한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니 내게 약속하거라.”

“알았소이다. 내 분명 그러하리다.”

그 때서야 호거는 마음을 놓이는지 숨소리가 진정되었다.


“내 우리 형제가 함께 대업을 이루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한이 되는구나...”

겨우 기환에게 마지막 당부를 마친 호거는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형님! 형님···”

그 동안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호거까지 숨을 거두자 기환은 눈앞에 캄캄했다.


“이 놈들.. 야, 이놈들아!”

기환은 당장 선우정으로 돌진해 하후중 패거리들을 요절을 내고 싶은 심경으로 벌떡 일어나 창을 움켜 쥐었다.


그러나, 그러나 호거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따라야만 했다.

자신마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후중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내 언젠가는 네 놈을 갈아 마셔 주마!”

치솟는 분노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말에 오른 기환은 이를 갈며 그 길로 곧장 호거의 외가가 있는 곳으로 피신했던 것이다.




“호거 형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오.”

묵돌과 재회한 기환은 그 동안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며 통곡하고야 말았다.


사지에서 겨우 귀환한 묵돌에게 장인인 호연록은 차마 그 소식을 전할 수 없었던 것이었고,

그 때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묵돌 역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충격으로 비틀거리며 곁에 있던 려군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마치 한쪽 팔이 잘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호거야말로 모든 대사를 의논하고 믿고 맡길만한 오른팔이었던 것이다.


“형님! 아버님께서 우리 형제들에게 어찌 이러실 수가 있단 말이오.”

그런 하후씨 일족이 마음대로 만행을 저지르고도 멀쩡한 배후에 누가 있었겠는가.


오로지 부족을 위해 충성하고 어질기만 했던

형제의 죽음까지 접하게 된 묵돌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그렇게 질질 짜고나 있을 때가 아니다!”

묵돌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아직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우에게 일갈했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말 듣거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일가는 다 죽은 목숨이거니와 우리 부족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느냐!”


이미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앞으로의 모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대로 죽느냐 살아나느냐는 갈림길에서

살아 나야만 하는 것 외에는 지금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월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던 묵돌의 애도기간을 적당히 끝낸

선우 두만이 사랑하는 연지와의 막내 아들을 새로운 태자로 책봉하기 위한 대인회의를 소집한 날,

드디어 묵돌은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묵돌이 적진 한가운데서 살아 돌아와

부족의 모든 대인들과 선우정의 많은 백성들이 모인 자리에 당당하게 들어서자

아무리 선우라한들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엄연히 태자가 이렇게 눈앞에 살아 있으니

새로운 태자를 책봉하는 일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때 맞추어 묵돌의 장인이자 유력 부락의 수장인 호연록이 앞장서서 무사히 귀환한 묵돌을 치하할 것을 건의하자

두만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좌현왕이 된 묵돌의 태자 자리는 더욱 확고해졌고, 휘하에 군사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그렇게 묵돌이 좌현왕의 임지로 떠나며

그 동안의 얼토당토 않은 모든 일들은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곧이어 초원에 불어 닥칠 끔찍한 피바람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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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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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27 북벌 21.08.03 125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7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3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8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5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5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8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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