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9,779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6.29 13:08
조회
244
추천
4
글자
12쪽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DUMMY

뒤통수를 단단히 맞은 정령왕이 군사를 급히 몰아 돌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왕정을 수비하고 있던 군사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견곤군에게 중과부적으로 이미 궤멸되어 버렸고,

견곤의 병사들에 의해 그곳이 마구 분탕질을 당하고 있진 않은가.


그 장면을 목도하고 격노한 정령왕과 그 군사들이 또 다시 들이닥쳐 견곤의 군사들과 혈투를 벌이자

정령의 왕정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갔다.


결코 왕정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정령의 병사들이 맹렬히 분투하고

흩어진 본진의 수비 병력들 일부가 다시 합류하며

정령왕은 겨우 자신의 왕정에서 견곤군을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먼저 보낸 군사들에 의해 정령의 왕정이 이미 점령된 줄로만 알고 있던 견곤왕이

훈을 공격하기 위해 정령군과 함께 연합군으로 참전하다 몰래 본진으로 귀환한 군사들을 직접 이끌고

훈과 함께 정령을 협공하기 위해 진군하다

그곳에서 쫓겨난 자신의 군사들과 합류해 나타난 것이었다.



정령군과 견곤군은 초원 한가운데서 진을 치고 일전을 겨루게 되었다.


훈과 밀약을 맺은 견곤왕은 그 상황에서부터 내심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훈의 군대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할 정령군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의 군대가 그들의 본진을 완전히 점령하기 이전에 멀쩡하게 귀환해

자신의 군사들을 쫓아낸 것부터가 심상치 않은 기미가 보였고,


그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령군의 배후를 협공해야 할 훈 쪽에서 아무런 동태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견곤왕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협공을 벌일 것을 요청하기 위해 훈군 쪽에 보낸 전령이 와서 하는 말이 실로 가관이었다.

묵돌이 이끄는 훈의 군대가 진채까지 거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아뿔싸’ 하는 순간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초원의 패자가 된다는 탐욕에 눈이 멀어 훈족이 발을 뺄 수도 있는 마지막 경우의 수를 놓친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이제는 함께 훈족을 치려던 정령과 자신들이 전쟁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묵돌의 계략에 말려 전쟁의 양상이

연합군과 훈족의 전쟁에서 두 연합군간의 전쟁으로 180도 바뀌어 버린 것이다.


상대의 농간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을 뺄래야 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정령측과의 연합을 어긴 것 정도가 아니라,

다름아닌 정령의 왕정을 분탕질해 원수가 되어 버렸으니 이미 상황은 도저히 물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와 버린 것이었다.


그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두 부족은 결판을 내야 했다.


등 떠밀려 억지로 하게 된 전쟁이라 해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

일단 상대를 무너뜨리기만 한다면 북쪽의 가장 큰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화로 두 왕들은 군사들을 독려했다.

견곤측은 정령이 저번 훈족과의 전쟁에서 피해가 컸다는 것에,

정령측은 불의의 일격을 받았으나 원래 자신들의 세가 강했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북쪽의 두 왕들이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고 있을 즈음,

정령왕이 본진으로 도주하며 남겨 놓은 전리품들을 거둔 후,

묵돌은 제장들과 유유히 귀환하고 있었다.


“형님. 왜 이번 기회에 정령놈들을 끝장 내지 않은 것이오니까?

전리품도 훨씬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 아니오.”

기환을 비롯한 장수들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말 견곤이 패자가 되면 어찌하겠느냐.

우리는 동호나 월지 못지 않은 상대를 한 명 더 두게 됨이 아니겠느냐.”

묵돌의 설명을 듣고 나자 기환은 왜 묵돌이 정령의 군사들을 그렇게 순순히 놓아 주었는지 이해가 갔다.


둘 중에 누가 강성해지든 훈족으로서는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저 두 부족이 전쟁을 한다 해도 결판이 나지 않고 힘만 낭비하게 될 것이야.”

묵돌은 이미 견곤과 정령의 전쟁 결과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형님,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동호와 월지만 신경쓰면 되는 것이요?”

묵돌의 의중을 짐작하고 있던 호거가 거들었다.

“그렇다마다. 저 둘은 이제 원수를 지게 되어 서로간에 경계할 것이니

북쪽의 일은 근심할 바가 아니다.”


곧이어 묵돌의 야심 찬 일갈이 이어졌다.

“이제는 우리가 힘을 길러

이번에 우리를 침공하다 저 꼴이 난 두 부족놈들을 발 밑에 엎드리게 하는 일만 남은 것이야!”

행렬의 선두에서 나란히 말을 몰며 귀환하고 있던 아우들과 장수들이 하나 둘씩,

모두들 통쾌하다는 듯 호방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백전백승은 최선이 아니다. 최선은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최상책은 적의 계략을 깨는 것이고,

그 다음은 외교를 깨는 것이며,

그 다음이 적군을 치는 것이다.


적의 심중을 꿰뚫고 분열시키는 묵돌의 계책으로 훈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대승을 거둔 셈이 되었다.



묵돌의 예상대로 초원에서 몇 번이나 치고 박는 결전을 치루었지만,

그다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전쟁에 곧 지쳐버린 두 부족은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많은 병사들과 물자들만 잃은 채 각자의 본진으로 귀환하고야 말았다.


“아, 내 저 묵돌이란 놈에게 속아 실로 처참한 지경이 되었구나!”

견곤왕과 정령왕은 군사를 다시 돌이키며 이구동성으로 한탄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전쟁으로 말미암아 입은 큰 손실은 물론이거나

이후로도 철천지 원수가 된 두 부족은 때만 되면 서로 간에 분쟁이 벌어짐에 따라

남쪽을 넘보기는커녕 이전보다 초원에서의 세력이 크게 줄어 들고 있었다.




태자 묵돌과 아우들이 별다른 아군 측의 손실 없이 또 한번 정령과 견곤의 대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에

훈국 백성들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선우가 머무르는 곳으로 부족의 수도격이라 할 수 있는 선우정 입구에는

개선하는 묵돌의 군사들을 맞이하러 온 부족민들이 모여 들었고

친히 그곳까지 행차한 두만 선우의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대들은 모두 들으라!

내 아들 묵돌이 이렇게 우리 부족의 근심을 덜어주니 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우리 부족이 지금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장차 천하의 대업을 이루지 않겠는가!”

모여든 부족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내 크게 잔치를 베풀 터이니 모두들 마음껏 먹고 마시라!”



어떠한 큰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갈피를 못 잡고 주저앉는 경우가 있는 반면

오히려 한층 더 단합하며그것을 극복하고 일취월장하는 경우가 있다.


진시황에 의해 초원 지역으로 쫓겨난 후

사방으로 적들에게 둘러 싸인 형세가 되어

자칫 다른 부족에게 복속될 수도 있는 그러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었던 훈국은

선우 두만의 지휘 아래 더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앞에 놓인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그 선봉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그의 맏아들인 태자 묵돌이었니 두만의 자긍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후로도 묵돌은 선우정을 지키는 두만 선우를 대신해 아우들과 젊은 장수들을 이끌고

초원의 여러 부족과의 전투에 선봉으로 나서며 맹활약 한다.




“형님, 형님도 이거 하나 가지시오,”

선우를 알현한 후

기환이 동호와의 전쟁에서 전리품으로 챙긴 호피들 중 하나를 묵돌에게 건네주려 했다.


“난 괜찮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하거라.”

“매번 우리들만 다 가지면 미안하지 않소.”

“그렇소이다. 우리가 형님께 드리는 것이니 이번에는 사양치 마시오.”


호거까지 옆에서 거들자 그 때서야 묵돌은 기환이 건네는 호피를 하나 받아 들었다.

“그래 알았다. 고맙구나.”


“그리고 이번에도 부하들에게 다 나누어 주지 마시고 형님도 가질 건 좀 가지시오.”

기환이 답답하다는 듯이 묵돌에게 권했다.

“그렇소이다. 매번 싸움은 형님이 다 이겨 놓고 그러시면 아니되오.”

두 아우의 말에 묵돌은 그저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두 분 형님들께서는 너무 걱정 마십시오.

태자께서는 장차 선우가 되실 분인데,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항상 묵돌의 곁을 지키고 있던 려군이 대신 답을 주었다.


“뭐, 그렇게 되는가? “

일견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두 아우는 더 이상 보채지는 않았다.


“한 며칠 푹 쉬고 내 선우께 허락을 구해

이번 승전을 기념하는 무예 시합을 열 터이니 다들 그거나 준비 잘하거라.”

“그거 좋지요.”

“알았소이다.”

보나마나 묵돌은 또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전리품들을 이번 시합에 참가하는 무사들의 상금으로 내 걸 것이다.


어김없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려군을 대동한 채

가족들이 있는 막사로 돌아가는 묵돌 형님의 모습이 아우 기환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거 형님, 그런데 묵돌 형님은 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소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렇지 않소. 재물도 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술이나 여색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나는 참 알 수가 없소이다.”


일단 전쟁이 끝나고 가족들이 있는 막사로 돌아가면 묵돌은 오로지 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평소에도 선우정을 수비하는 병사들을 돌아보거나

장수들과 모여서 전술 같은 것을 논한다든지

아니면, 그들과 함께 군사 훈련을 겸한 사냥을 나가는 것 말고는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난들 알겠느냐.”

그나마 묵돌과 가장 잘 통하는 호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 호거 형님이 모르면 누가 저 속을 안단 말이요?”


바로 손아래 아우 호거는 묵돌의 이복 형제였다.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야 알게 된 배다른 아우였건만 한동안 유심히 관찰한 이후로,

묵돌은 친아우와 다를 바 없이 호거를 대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아우들에게도 호거를 친형처럼 여기도록 엄히 단속했다.

호거 역시 그런 뜻을 알고 묵돌의 뒤를 묵묵히 잘 받쳐 주고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묵돌 형님이 앞장서서 잘 하시니 그냥 우리도 잘 따르기만 하면 오늘 같이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 아니더냐.”

그것은 평소 호거의 지론이기도 했다.

“맞는 말씀이긴 하오만···”

호거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기환의 의문은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




부족이 어느 정도 초원에서 안정을 이룬 이후

선우의 명으로 태자 묵돌은 선우정에서 전체 부족의 대소사까지 보좌하게 되었고,

그 아우들 역시 이전보다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선우 두만의 선정에 힘 입어

훈국은 진시황에게 패배해 근거지를 잃고 초원으로 쫓겨난 위기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었다.


태자 묵돌과 그 아우들 또한 성심을 다해 선우를 보좌하며 부족민들의 신망을 얻게 되자,

그만큼 두만 선우의 위상도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며···

이제 초원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훈국은

그 누구도 호락호락하게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예전의 위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 동안에 다져온 결속력과 내실을 바탕으로 이제는 뻗어 나갈 일만 남았고, 위기를 극복한 부족의 앞날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크나큰 위기가 또 다시 그들에게 찾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호시탐탐 훈국을 노리는 사방의 세력들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얼마 가지 않아 대(大)화염으로 번지게 되는

그 불씨는 정작 바로 자신들의 발 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는가,

그리고 또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가.


그들의 앞길에 엄청난 먹구름에 이어 비극적인 파국이 밀려올지 당시로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2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101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4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2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21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8 1 13쪽
27 북벌 21.08.03 126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9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2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2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4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4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2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7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7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3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30 4 13쪽
»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5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8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