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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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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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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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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인과 배신자

DUMMY

패현에서 겨우 정장 자리를 맡아 일을 보던 시절.

자신의 집 근처를 지나가던 한 노인이

밭을 갈던 유방의 부인 여치에게 물을 얻어 마실 수 없냐고 하길래,

우물물을 떠다 주는 여치의 상이 앞으로 참으로 귀하게 될 상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여치가 자신의 아들과 딸까지 보여 주었더니

후에 한의 2대 황제 혜제가 되는 남자 아이로 인해 여치가 귀하게 될 것이라 했고,

후에 노원공주가 되는 딸아이도 귀한 상이라 했다고 한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와 그 말을 들은 유방이 그 자를 쫓아가 자신의 관상도 좀 봐달라고 하자,

자신이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한 상이며 다들 자신을 닮았기에 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유방이 그리만 된다면 그 은덕을 잊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잠깐 뵈었사온데, 소인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하다 뿐이겠소. 내 그 동안 공을 그리 수소문했건만 어찌 이제서야 나타난 것이요.”


어려운 시절 큰 위안이 되었던 일인데 어찌 잊을 수가 있었겠는가.

유방은 황제가 되자마자 그 때 관상을 봐준 노인을 찾으려 애썼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하오나 다 때가 있는 법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 아니겠사옵니까.”


여하튼 이렇게 다시 좋은 인연과 재회하게 되었으니 유방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반가울 데가 있나 그래.

마침 지금 패현 시절 사람들과 위수에 갔다 오는 길인데 또 공을 만나게 되는구려.”

“소인 또한 폐하를 다시 뵙게 되어 큰 광영입니다.”


노인은 마침 장안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고,

유방은 바로 다음 날 정중히 사람을 보내 그를 궁으로 불렀다.



노인은 강산이 한 번 변한 세월 속에서도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고,

당시에는 그냥 길가에서 지나치듯 만났으나

정좌하여 보니 떠돌이 관상쟁이가 아니라 도인의 풍모가 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런 난리통에 무사하셨구료.”

“소인 일천한 재주가 있어 이곳 저곳 옮겨 다니다 보니 다행히 큰 화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십여 년 전 말단 정장이었던 시절이 떠오르며

격세지감이 일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그 때 그대의 말대로 짐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소이다.”

“참으로 감축드립니다. 폐하.”


담담하게 축하의 인사를 올렸지만,

난세의 세파 속에 살아왔던 노인 역시

그 동안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세월이 이심전심 가슴에 와 닿는 것만 같았다.



유방이 이왕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자신이 세운 나라의 길흉도 좀 봐달라고 하자,

한나라는 진나라나 초나라처럼 단명하지 않고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한 대대로 태평성대가 계속될 것이라 했다.


항상 진시황이나 초패왕처럼 되는 것이 걱정이었던 유방에게 패현 시절의 우연한 일만큼이나 큰 위안이 되었고,

그런 것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길흉을 봐준 사람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아주 흡족해진 유방이 복채로 큰 재물을 하사하려 하자

노인은 대신 한가지 청을 들어 달라고 했다.


곧 유방의 앞에 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났다.

“이 여인은 누구요.”

“예, 소인의 여식입니다.”

그다지 의복을 잘 차려 입지 아니했건만,

한 눈에 보기에도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공에게도 이렇게 고운 딸이 있었단 말이요?”

“사실은 소인의 친딸이 아니라 전란 통에 어려서 부모를 잃은 불쌍한 아이인지라,

지금까지 시종 겸해서 딸처럼 데리고 있었습니다.”


힘든 세파에도 노인이 제대로 키웠는지

여인은 반듯해 보였고, 뭔지 모를 기품까지 풍기고 있었다.


“이제 장성해서 출가할 때도 되었사온데,

애비라는 사람이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처지라

어디 적당한 혼사처를 알아볼 수도 없고 해서 그러하오니

폐하께서 거두어 좋은 배필이라도 구해 주시오면 소인 그보다 더 큰 은혜가 없겠사옵니다.”


노인의 청이 십분 이해가 가는 것이

유방이 보기에도 혼기가 차서 형편 되는 대로 배필을 정하기엔 너무 아까운 처자였다.

필시 좋은 가문 출신인 듯한 여인이건만

시절을 잘못 만난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다.


“아, 뭘 그런 걸 은혜라 할 수 있겠소. 그런 일이야 얼마나 좋은 일이요.

저 정도 미모에다 공이 참으로 잘 키운 것 같으니 탐을 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겠소이다.

짐이 늠름한 젊은 장수나 선비들 중에서 한 명 골라 보리다.”


그런 일에야 유방은 도가 통한 사람이었다.

“이 늙은이의 근심을 덜어 주시니 참으로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유방은 궁에서 천문이나 제식을 보는 관직에서 일할 것을 권했지만, 노인은 극구 사양했고

장안 가까운 곳에 머물고 있으니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했다.


노인의 딸에게 궁중의 처소를 잘 마련해 주어 머물게 하자

그 때서야 안심이 든 것 같은 노인이 궁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뭔지 모를 듯한 말을 남겼다.


“폐하께서 혹 곤란한 일이 있으실 때

이 아이가 큰 소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리를 물러나는 와중에 지나치듯 던진 말이라 별 생각 없이 흘려버렸지만,

노인이 떠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유방은 자신에게 곤란한 일은 무엇인지 또 저 젊은 여인이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 된다는 것인지

마지막 말이 갈수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것 하나로 사람을 궁에 다시 부르기가 뭐하니

달리 황실의 대사가 있을 때 따로 불러 넌지시 물어볼 참이었으나,

더 이상 그런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 곧 터졌다.



국경에서 파발이 온 것이다.

한(韓)왕 신(信)이 북방의 훈에게 투항해 버렸다는 것이다.


유방은 물론 조정의 대소 신료들 역시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했다.

한왕이 어떻게 훈족에게 투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전국 7웅 중 하나인 한나라 왕실의 후예로서,

낙양 바로 부근에 위치한 중원 중의 중원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의 귀족 중의 정통 귀족 출신인

그가 어찌 야만족에게 항복한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한왕 신은 황제 유방에게 최초로 땅을 하사받은 이성제후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전 왕족들이 아니라 각기 공을 세운 공신들이 분봉을 받았으나

한왕 신만은 유일하게 한나라 왕족으로서 이전 한나라 땅을 하사받았다.


그만큼 유방에게 신뢰를 받고 있던 인물이었던

한왕은 키가 9척이 넘는 거구에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터라 그의 무용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유방이 쫓겨난 촉에서 치고 나와 관중을 손에 넣고 동쪽으로 나아 갔을 때는

자신의 손으로 옛 한나라 땅 10여성을 빼앗았으며,

팽성 대전에서 대패해 형양성에 갇혀 있던 유방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킨 후

그 무지막지한 항우에 맞서 끝까지 성을 사수하다 포로가 되었지만,

얼마 안가 자신 역시 탈출하여 대업을 이루는데 끝까지 참전했던 인물이었다.


누구보다도 제국을 세우는 것에 큰 역할을 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 노장이라고 할 수 있었던 그가 그렇게 무참하게 무너질 리가 없었다.


그러나 곧 이어 한왕이 훈의 앞잡이가 되어 태원 일대를 유린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한나라 조정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그 때서야 한왕이 막상 훈과의 일전을 앞두고

뭔가 석연치 않은 기미를 보이고 있었던 점이 의혹을 불러 일으키며 도마 위에 올랐다.



북방의 훈족이 또 다시 출몰하자

당시 유방은 한왕의 봉지를 옛 한나라 땅인 영천에서 북쪽의 태원 방면으로 옮겨 그곳을 방비할 것을 명했다.


이전부터 계속 변방에서 있어왔던 일이기에

이성 제후 중 적당한 자를 골라 방비하게 하면 별 탈 없으리라 여겼던 것이었다.


그에 따라 태원의 진양으로 도읍을 옮긴 한왕이 훈을 상대하기가 취약한 진양보다는

요새로 둘러싸인 좀 더 북쪽의 마읍으로 옮겨 달라고 자청하며 적극성을 보인 바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열의를 보이며 최전방인 마읍으로 옮겨 달라고 할 때는 또 언제고,

막상 그곳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부터는 자꾸만 훈과의 화친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사단이 난 것을 놓고 보니,

좀 더 북쪽인 마읍으로 옮겨달라고 한 것조차

필시 배신을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전국 시대에도 왕왕 북쪽의 조나라와 연나라는 훈족의 군대를 끌어 들여

타국과의 전쟁에 이용하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 조정에서는 한왕 신이 자신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훈과 작당해서

지금 반기를 드는 것으로 결론 내렸고, 유방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왕 이 놈이! 제 공을 생각해서 왕까지 삼았더니 어찌 감히 짐에게 칼을 들이댄단 말인가!”


조정의 다른 대소신료들도 다를 바 없었다.

이제 겨우 내전을 끝낸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고 다들 매진하고 있는 마당에

개국공신으로 왕까지 된 자가 기껏 유목이나 하는 야만족까지 끌어들여 반란을 획책하다니.


“폐하! 신이 이 자를 토벌하게 해 주시오소서!”

“신에게 맡겨 주시오소서! 폐하!

신이 저 자를 반드시 잡아오겠나이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배신에 격분한 장수들은 제각기 선봉에 설 것을 요청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유방은 이 사태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해야 할지 냉철하게 생각했고, 곧 복안을 떠올렸다.


항우가 사라진 후 가장 위협이 될만한 대장군 한신이 붙잡혀 있는 마당에

다른 이성 제후들이야 자신의 선에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들이니 그다지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한왕이 저렇게 대 놓고 반기를 들어 주니 명분도 생기고 차라리 잘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이성 제후들을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 놈부터 아주 요절을 내 그 본보기로 삼아야겠다.


유방은 대군을 동원해 친정할 것을 결심했다.

이전부터 제국의 걸림돌이 될 이성 제후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제거하려던

그의 정치적 복안을 실행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당장 전군을 동원하고 장수들도 모두 출정할 채비를 하라! 내 직접 이 자를 벌할 것이야!”

격노한 중신들도 모두 전쟁을 치를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제국의 통치에 골몰하던

유방과 그의 신하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한왕은 누군가를 끌어들여 반란을 획책한 것이 아니라 진짜 투항을 한 것이었고,

그들이 맞닥뜨려야 할 상대는 배신한 이성제후 한 명 정도가 아니었다.



이성 제후니 외척이니 하는 성가신 존재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위협,

천신만고 끝에 그가 물리친 초패왕 항우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끈질기고 교활한 존재들이

천하의 진정한 패자가 되고자 하는 야망을 불태우며 그들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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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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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0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4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2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20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27 북벌 21.08.03 126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8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2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3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2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6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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