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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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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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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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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DUMMY

“경들, 바로 여기가 예전에 강태공이란 사람이 낚시를 했다는 그 곳이 아니요?”

“바로 그렇사옵니다. 폐하.”

“근데 말이요. 다들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일조했다고 해서 대단하다고들 하는데,

짐이 보기엔 인간적으로 뭔가 문제가 좀 있는 사람인 것 같소이다.”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태공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니요?”

강태공 여상이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육도삼략을 지은 대학자이자 주무왕을 도와

동이의 상나라를 멸하고 새로운 주 왕조를 개창하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대전략가가 아닌가.


여러 복잡한 정무에 매달려 있어야 했던 황궁을 벗어나 함께 시원한 위수 바람을 쐬며

또한 기분이 좋아진 패현 동지들은 유방이 오랜만에 무슨 재미있는 입담이라도 펼치려는 것 같아

은근히 관심이 가고 있었다.


“큰 공을 세워 제나라 왕이 되어서 임지로 떠나는데 예전에 도망간 아내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다들 알고 있지 않소?”

“예 폐하. 어찌 그 유명한 고사를 모르겠습니까.”


이른바 ‘엎질러진 물’이란 고사가 있는데,

그 고사가 유래한 사유는 이러하다.


강태공이 문왕에게 등용되기 이전 무명 시절,

낮이면 위수 가에서 낚시질만 하고 밤이면 책만 읽느라 전혀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그 동안 등골이 휘어져라 고생하다 도저히 견디다 못해 도망을 친 전 아내가

제나라의 제후가 되어 임지로 떠나는 전 남편 강태공의 행차 앞에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아내야 당연히 옛정을 잊지 말아 달라는 간청이었겠지만,

강태공은 그 자리에서 항아리에 있는 물을 바닥에 엎지른 후 다시 담으라고 했다고 한다.


어떻게 바닥에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었고,

이후 그러한 의미를 표시할 때 ‘엎질러진 물’이란 말을 쓰곤 한다.


“다들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 아내가 남편을 떠났기에 벌을 받는 것으로 알지마는,

짐은 말이요, 강태공이 속이 좀 좁은 사람인 것 같소이다.”


신하들은 세상 사람들이 그 의미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유명한 고사에

무슨 별난 생각이 있을런지 다들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아무 일도 않고 낚시질만 하는 자기 뒷바라지를 그렇게 했으면

뭐라도 좀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오.”

“폐하, 하지만 아내가 남편을 두고 도망을 친 것은 과한 것이 아닙니까?”

다소 성정이 꽉 막힌 왕릉이 그렇게 반문했다.


“그것도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지 않소.

오죽했으면 몇 십 년간 참고 살았던 조강지처가 그랬겠소이까.”


결정적으로 강태공의 아내가 도망친 계기가 된 일은 다음과 같다.


한 날 아내가 마당에 조를 펴놓고 말리고 있었는데

그 날도 책만 읽던 남편에게 잠시 나가야 할 일이 있으니

비가 오면 조를 좀 거두어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고매하신 강태공이란 분께서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도 그 보다 더 중한 책 읽기를 하시느라 그것을 다 물에 젖도록 내버려 두었고,

돌아온 아내가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그 길로 도망을 갔다고 한다.


“그렇게 파경이 난 것에는 본인이 분명 잘못한 것도 있고,

또 출세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전까지 다 그 아내가 고생하며 뒷바라지해준 덕도 있는데,

그랬으면 뭐라도 좀 보답을 하기는 해야 하는 것이 인지 상정이 아니겠소.

가진 것도 없는 사람도 아니고 한 나라를 다스리는 제후까지 되었으면 말이요.”

듣고 보니 일리가 아주 없는 말은 아니었다.


“사실은 말이요, 짐이 그 진짜 이유를 알고 있다오.”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하들은 유방의 이야기가 슬슬 재미 있어지며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를 기대했고,

역시나 유방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 다들 그것도 모르겠소.

이제 왕까지 된 마당에 얼마든지 젊고 고운 처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는데,

예전의 늙은 아내가 찾아오니 얼마나 성가셨겠소이까.”


황제의 앞에서 대놓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예의에 어긋났기에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신하들은 억지로 참고 있었으나,

이어지는 유방의 결론에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나 같으면 솔직히 내가 새 장가를 들고 싶어서 그러니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동안 고생한 값으로 그냥 좋은 땅이나 떼어주든지 재물이라도 내어 줄 것인데,

기껏 바닥에 물이나 뿌리고 말이요, 사람이 그렇게 야박하면 아니 되는 것이오.”


그렇게 황제라는 체통과는 거리가 먼 솔직한 언사에 결국 신하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하고야 말았다.


실제로 강태공은 그 후 재혼을 해 자식들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폐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신도 생각을 좀 달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은 폐하의 말씀이 실로 사리에 합당하다고 사료됩니다.”

웃음을 참다 못한 신하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유방은 원래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격이 없고 남들에게 잘 베푸는 성품이라

건달 시절부터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고 한다.


유방이나 신하들이나 오랜만에 고향 동지들끼리 함께 어울리니

예전 패현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경들도 이제 나와 함께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니

설사 예전에 좀 섭섭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너무 박절하게 대하지는 마시오.”

격이 없는 이야기 속에는 뭔가 뼈대 있는 뜻이 담겨 있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다들 짐의 술을 한잔 받으시오.”

유방은 동석한 패현 출신 신하들에게 일일이 술을 한잔씩 따라 주었다.


장량, 진평과 같은 뛰어난 책사들을 제외하고는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고 조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실세들은 대부분 동향인 패현 출신들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떤 주의 주지사가 선출되어 대통령이 되면

그 주의 많은 참모들이 백악관의 실세가 되는데, 이를 해당 주의 이름을 딴 마피아라고 한다.

이를 테면 조지아 출신이 대통령이 되어

그 지역 참모들이 요직을 차지하면 이를 조지아 마피아라고 부른다.


그렇게 놓고 보면 한나라를 세운 사람들은

패현 마피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짐이 지금 이 자리에 어떻게 있을 수 있었겠소.

어려운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따라 주어서 참으로 고맙소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다들 술잔을 비우고 나자 승상 소하가 한마디 올렸다.

“하오나. 폐하. 신들이야 말로 폐하가 아니었사오면 어찌 이 자리에 있었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승상은 너무 겸손이 지나치시구려.”


“아니옵니다. 그 때 패현에 폐하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신이야 지금도

현에서 말단 관리나 하고 있을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하옵니다, 폐하. 신은 아직도 감옥이나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망탕산에서 도둑의 우두머리가 되어 있던 자신을 맨 처음 패현으로 불러들인 두 사람,

승상이 된 소하는 현의 서기였고, 이후 소하의 자리를 잇는 조참은 감옥을 지키는 간수 출신이었다.


그리고 동서 번쾌는 개백정, 관영은 비단 행상이었고, 주발은 누에치기, 하후영은 마부, 왕릉은 백수 건달이었다.


하나 같이 패현 마피아들은 가문이니 학벌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밑바닥에서 굴러 먹은 인생들이었던 것이다.


“미천한 재주를 가진 신들을 폐하께서 합당한 자리에 놓으시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게끔 하시오니

폐하께서 대업에 다가가실 수록 신들 또한 그만큼 안목이 달라지는 것 같사옵니다.”


“승상의 말이 실로 합당합니다.

폐하를 모시고 함께 대업에 참여하면서 신들이 경영하는 정도가 갈수록 예전 같지 않사오니

폐하께서는 참으로 명군이십니다.”


유방은 무엇보다 사람을 보고 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도자의 덕목으로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알아 보고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덕목이라면,


그런 패현의 굴러 먹은 인간들이 일국을 함께 경영할 수 있는 인물들로 이끈 유방이야 말로

최고의 지도자였고 능히 한 왕조를 창업할만한 역량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렇게들 생각해 주니 고맙소이다.

헌데 경들, 짐은 말이요, 진시황이나 항우처럼 되고 싶지는 않소.”


그날 유방이 가장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는

패현 동지들과 위수가로 이렇게 함께 나온 이유는 따로 있었고, 다들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시황은 그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지만 2대도 가지 못했고,

패왕 항우 역시 채 몇 년을 채우지 못하고 패망했던 것이다.


“경들도 그런 나라의 신하가 되고 싶소이까,

아니면 대대로 태평성대를 이루는 나라의 개국공신이 되고 싶소이까.”

신하들은 다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시오소서, 폐하.

저희 같은 촌부들이 폐하를 만나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데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대대손손 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성심을 다 하겠나이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자손 만대로 태평성대가 이어지도록 신들이 보필하겠나이다.”


유방이 바로 이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내 경들만 믿고 있겠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소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다들 잘 해 주시기 바라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유방은 다시 신하들에게 일일이 술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구려.

그곳도 어떻게 변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소.

아직은 이르나, 이 나라가 완전히 안정이 되면 우리 다 같이 고향에나 한 번 가봅시다.”


떠난 지 한참이나 지난 고향에 가보자는 말에 다들 가슴이 설레었다.

“신, 그 때 꼭 데려가 주시오소서.”

“신도 절대 잊지 말아 주십시오. 폐하.”

“다들 알았으니 걱정 마시구려. 자, 그럼 오늘은 그 시절로 돌아가 한 번 마음껏 취해 봅시다.”


밤이 늦도록 패현 마피아들은 밑바닥 인생이었던 그 시절 있었던 이야기들로

담소를 주고 받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들 패현 마피아들은 끝까지 유방과 함께 하며,

유방의 사후에도 나라를 잘 경영해 한나라가 수백 년간 이어지는 기틀을 다진다.


어떠한 가문이나 재물 같은 뒷배경도, 그렇다고 빼어난 학식도 없는 밑바닥 인생들이

한족의 근간이 되는 나라를 세운 일은 거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료들과 시원한 위수 바람을 쐬고 다소 위안을 얻은 유방이 황궁으로 돌아오고 있을 때,

뜻밖에 패현 시절 인연이 있었던 사람을 또 만나게 된다.


장안성 안으로 황제의 행차가 들어서며

주위에 늘어선 백성들 중 먼발치에서 보아도 평이한 사람들과는 다른 행색의 노인 한 명이 유방의 눈에 띄었다.


남루한 차림이었으나 도복에다 지팡이를 든

뭔가 범상치 않은 모습뿐만 아니라 왠지 낯이 익었다.


유방은 행차를 멈추고 호위대장을 시켜

그 노인을 자신의 앞으로 불러 오게 했다.

“그대는 나와 예전에 무슨 안면이 있는 사람이오?”

공손히 예를 올린 노인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그러하옵니다. 신 오래 전에 패현을 지나친 적이 있었사온데,

그 때 폐하의 관상을 봐 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러자 유방의 머릿속을 번뜩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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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0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3 1 11쪽
»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2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19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27 북벌 21.08.03 126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8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6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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