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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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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8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7.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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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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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만리장성을 딛고

DUMMY

“진시황이 없다면 진나라는 허울뿐이고,

몽염이 죽은 이상 하남은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 막강한 진나라를 어떻게 친단 말인가.


동호를 합병한 이후 나라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것은 맞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방 초원에서의 일이었고, 남방의 진은 차원이 다르다.


전군을 동원해 진을 친다는 선우의 명이 떨어지자 우현왕과 좌현왕까지 부랴부랴 달려왔다.

“선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얼마 전까지 월지와의 일전을 주장했던 우현왕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양보를 하며 화평한 월지보다 엄청나게 더 강력한 진나라를 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다.


이전 동호 지역을 관리하고 있던 좌현왕 호연록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우, 지금 동호를 병합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불안하오. 이런 때 큰 전쟁을 일으키면 저들이 동요할까 걱정이오이다.”


그러나 묵돌이 아무 대책 없이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동호 부족도 우리 부족과 마찬가지로 저들에게 원한이 깊습니다.

그러니 이번 전쟁에 저들도 쌍수를 들어 참여할 것이고, 그리 되면 저들과 우리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단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시대 훈이 조나라와 많은 전쟁을 벌였다면

연나라와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동호는 그들에게 많은 땅을 빼앗긴 채 초원 북단으로 밀려났었다.

자신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동호와의 갈등을 공동의 적으로 돌리려는 선우 묵돌의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 진나라의 국력이 어마어마한데, 우리 쪽 희생도 크지 않겠습니까. 선우.”

호전적인 우현왕조차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또한 묵돌은 달리 생각이 있었다.


“두고 보아라. 진나라에게 정복당한 6국의 후예들이 진시황에게는 눌려 있을 것이나

그가 없는 이상 반드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시 무슨 변고가 생길 것이니 때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야.”


과연 묵돌의 예상대로 얼마 가지 않아

풍비가 보낸 간자들로부터 진승 오광의 난을 필두로 곳곳에서 6국의 후예로 자처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나

그야말로 황하 일대가 풍비박산이 날 정도로 전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지금이다! 전군은 바로 진격 태세를 갖추라!”

묵돌은 주저하지 않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던 군사들로 거병하여 진나라의 국경으로 진격했다.


동호에서 흡수한 병력까지 5만의 대군을 이끌고

묵돌은 곧장 몽골고원과 진나라 사이의 가장 가까운 경계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음산산맥으로 나아갔다.


그 음산산맥 위로 만리장성이 놓여 있었고,

그 너머로 이전에 자신들이 쫓겨났던 고토인 하남이 있었다.


황하 일대에서 발생한 급변으로 말미암아

묵돌이 구상하고 있던 남방 경영은 그렇게 예상보다 훨씬 일찍 찾아오게 된다.

진시황 사후 6국의 후예들뿐만 아니라 북방 대륙의 훈국 역시도 바야흐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던 것이다.



군사들을 몰고 진나라와의 가장 가까운 국경선이라 할 수 있는 만리장성에 도달하자

천하의 묵돌 역시 그 엄청난 위용에 적지 않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만리장성의 최북단이라 할 수 있는 음산산맥의 험준한 지형을 휘돌아 감는 성벽과 곳곳에 세워진 요새와 보루가 눈 앞에 드러나자

난생 처음 보는 웅장한 건축물에 훈 병사들은 모두들 입이 딱 벌어지고 있었다.


인류 최대의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은 서쪽 진나라의 경계라 할 수 있는 임조(현재의 감숙성 민현)에서부터 온 북방을 휘감으며

현재의 북경 아래 부분에 위치한 하북성 갈석산에 이르러 황해에까지 부딪힌다.


원래 보다 최소 열 배는 그 규모를 과장하는 황하인들이 습성상 무엇이든 그 규모를 의심해 보아야 하지만,

만리장성은 실제로 만리, 더 정확히 만리를 조금 넘어서는 길이를 갖고 있다.


기존 연나라와 조나라의 장성을,

훈족을 몰아낸 후 빼앗은 하남까지 그 안에 포함시키며 자신들 진나라의 장성과 연결한 대공사가 연인원 수십만 명이 동원되어 이루어지는데,

그러한 엄청난 역사인만큼 그것에는 많은 비극적인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훈국의 선우 묵돌이 그 만리장성을 돌파하기 위하여 최초의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대군을 이끌고 바로 코앞까지 당도했는데도 진나라쪽에서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대군이 들이닥칠 경우,

평상시라면 그 동향을 파악한 파수병들에 의해 이미 보고가 이루어져 상대측에서도 이에 맞설 병력들이 배치되었을 것이다.


훈군의 주력을 바로 앞에 두게 된 요새들마저

수비병들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군이 그 앞에서 완전히 진영을 갖춘 이후에도 한참의 시간이 흘렀건만,

진나라측에서 뭔가 움직임을 보이는 기색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오히려 더 초조해진 쪽은 공세를 취하려던 훈쪽이었다.

그대로만 있을 수 없었던 묵돌은 선봉을 몇몇 요새들 밑으로 보내 진나라측을 도발하게 했다.


선봉에 선 병사들이 요새 아래에서 아무리 함성을 지르며 활을 쏘아대기를 반복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예상과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상대를 무턱대고 공격할 수 없는 문제라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에도 여전히 상대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자 훈측에서는 정식으로 사자를 진나라측에 보내기로 했다.

‘훈국의 선우 묵돌이 직접 여기에 왔으니 진의 장수는 당당히 관문을 열고 나와 한 번 겨루어 보자’

는 묵돌의 선전 포고를 상대방에게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묵돌의 진영으로 귀환한 사자의 보고가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전투 병사가 아닌 사자까지도 외면할 수는 없는 문제였건만,

요새 바로 밑에 도달해 사자가 도착했다는 기별을 아무리 알리려 해도 진나라측은 묵묵부답이었다.


하다 못해 사다리를 놓고 요새 위로 올라가 보니 그곳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아닌가.


사자의 말을 들은 묵돌은 다른 요새와 보루 아래 있는 병사들에게도 그곳에 오를 것을 명령했다.

그랬더니 그곳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모든 요새와 보루가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훈측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다름 아닌 막강했던 진나라에서 이런 전략적 지역에 이렇게 많은 적군이 몰려왔는데도

이리도 아무런 대비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그 다음 날 요새와 보루를 점령한 병사들에게서 아무런 적의 동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후에야 묵돌은 군사들에게 장성에 오를 것을 명했고,

훈국의 군사들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결국 만리장성을 넘었다.


우여곡절이야 어쨌든 진시황의 만리장성을 넘은 최초의 인물은 훈의 묵돌이 되었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묵돌은 만리장성의 각 요새와 보루 주변에 군사들을 배치한 다음 척후를 보내 장성 안쪽을 정탐하게 했다.


척후병의 보고를 기다리는 동안

묵돌은 부하 장수들과 함께 가장 높은 망루에 올라 만리장성을 내려다 보았다.

험준한 음산산맥을 깎고 메워가며 동쪽과 서쪽으로 끝이 없이 굽이치는 성곽을 보며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넘보지 못하도록 이런 역사까지 벌였단 말인가?”

직접 그 현장을 목격하고나니

다들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몽염이 자결하며 장성을 만리나 쌓아 지맥을 끊어 놓은 죄로 자신이 억울하게 죽는 것이라 한탄했다 합니다.”

풍비가 간자들을 통해 전해 들은 일을 묵돌에게 고했다.


“참으로 그럴만도 하구나.

그러나 어디 그 때문이었겠느냐.

이런 일을 벌이느라 백성들의 고혈을 얼마나 짜내었겠느냐. 그 자는 그 때문에 죽은 것이다.”


진시황의 사후 진나라가 급격하게 몰락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훈족을 몰아 낸 후 다시는 넘보지 못하도록 만리장성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공사를 한 것도 한가지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진나라 붕괴의 시발점이 된

진승 오광의 난 역시 북방의 수비를 위해 징발되어 이동하던 이들이 도중에 폭우를 만나 기일을 못 맞추게 되자 결국 반란을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진나라의 패망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훈은 그 이면에 지대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었다.



뜻하지 않게 장성을 그대로 넘은 훈국의 군사들은 상대방이 혹 고도의 계략을 펼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야밤에도 철통같이 장성 주변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움산산맥 아래 지역을 정탐하고 돌아온 척후들 역시 하나같이 같은 상황을 보고하자,

백전노장 호연록이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듯 묵돌에게 아뢰었다.


“선우, 아무래도 진나라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상치 않은 것 같소이다,

저들이 이곳을 방비할 여력이 없지 않고서야 이런 요지를 이대로 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소이다.”

풍비가 파견한 간자들에게 익히 들은 바가 있었던 묵돌 역시 짐작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승 오광의 난을 필두로 6국의 후예들이 들고 일어난 것에 겹쳐

간신 조고의 농단으로 내정 또한 어지러웠던 진나라는 눈에 띄게 쇠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하는 것에는 오랜 시일과 노력이 걸리나

망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묵돌은 전 군사들을 이끌고

만리장성이 놓여 있던 음산산맥을 내려와 본격적인 남하를 개시했다.


언제 진나라의 대군과 맞딱드릴지 모른다는 긴장으로 정연한 대오를 갖춘 채 진군하던 그들 앞에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다름 아닌 훈족 백성들이었다.


몽염이 이끄는 진나라 군사들에게 그곳을 빼앗길 때 미처 피신하지 못한 채

그곳에 남져졌던 훈족 백성들이 동포의 군대가 당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앞다투어 맞이하러 나온 것이었다.


“선우! 이렇게 살아서 다시 선우를 뵈옵니다.”

그들은 당시 태자였던 묵돌이 선우가 되어

군사들을 이끌고 이렇게 고토를 되찾기 위해 자신들이 있는 곳까지 진주하는 모습을 보고 감개무량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묵돌은 친히 말에서 내려 일일이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 동안 고생이 많았소. 이제 우리가 왔으니 별일 없을 것이요.”


그 동안 진나라 군관들에 의해 그곳에 억류되어

하남을 진나라의 영토로 개간하는 역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노역에 동원되었던 훈족 백성들의 몰골들이 말이 아니었고,

묵돌은 그들에게 의복과 양식을 내어주었다.


훈의 백성들이 입을 모아 이르는 하남의 상황은 짐작한 대로였다.

얼마 전 진나라에 대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들린 후로 진나라 군사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사라지더니

어느 새인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나라의 내부 상황은 이곳을 지킬 여력조차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 동안 노역에 고생한 훈의 백성들에게 앞으로는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라 안심시킨 후,

묵돌은 말 그대로 무인지경이 된 하남 땅을 거침없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막 진군을 개시하던 묵돌 부대의 앞에 또 한 떼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감개무량하며 그들을 맞이한 훈족 백성들과는 달리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묵돌의 모습을 보자마자 모두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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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6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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