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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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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4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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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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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묘한 전쟁

DUMMY

호거와 기환의 예감대로 이후 선우정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묵돌이 순순히 월지에 사신으로 간 이후,

하후씨 일족들에 의해 부족의 대인들을 상대로

선우의 어린 막내 아들을 태자로 옹립하려는 논의가 은연 중에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불을 보듯 뻔했다.

자신들 일족의 연지가 낳은 막내 아들이 차기 선우가 된다면야

자신들의 부귀영화야 따놓은 당상이 아니던가.


선우 두만이 어린 연지와 막내 아들에게 기운 것을 눈치 챈 후

약삭빠르게 들러붙는 몇몇 대인들을 끌어들인 하우중은 그들과 함께 선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족민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태자 묵돌을 제치고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어린 막내 아들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것을

대부분의 대인들이 탐탁하게 여길 리 만무했고,

하후씨 일가의 의도는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월지에 도착한 묵돌은 사신의 임무를 다한 후,

다른 사절 일행이 모두 귀환했는데도 불구하고

호위무사인 려군과 함께 여전히 월지에 머무르고 있었다.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도 유력 부족의 태자를 볼모로 잡아 두게 된 월지왕의 입장에서야 뜻밖에 횡재라 할 수밖에 없었고,

상대국의 태자라는 신분에 맞게 묵돌을 잘 예우해 주었다.


또한 묵돌의 무용이 월지에서도 소문이 자자했기에 많은 무장들도 찾아와 교류를 하였는데,

비록 볼모가 된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격조있게 행동하는 묵돌에게 그들도 점차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계속 흘렀는데도 부친이자 선우인 두만은 묵돌을 부르지 않았다.



감정에 사로잡힌 인간처럼 어리석은 동물은 없다.

이성은 물론 당연한 순리나, 더 나아가 인륜까지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두만은 변해 있었고,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선우가 총애하는 막내 아들을 태자로 추대하려는 하후중의 술수가 웬만해선 대인들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자

결국 두만이 직접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

월지를 향해 군사를 일으킨 것이었다.


월지와는 이전의 일로 우호적인 분위기였기에 새삼 전쟁을 벌일 상황이 아니었건만,

이유는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월지와 전쟁이 벌어진다면

지금 그곳에 있는 태자 묵돌은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의 손에 친자의 피를 묻히기는 싫으니

월지에게 대신 그 일을 하게 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었다.


또한 다른 장수들을 시키지 않고 본인이 군사를 이끌고 직접 나선 것은 월지를 그만큼 자극하려는 것으로,

기어이 묵돌을 제거하려는 의도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묵돌이 살아 있는 한 막내 아들이 자신의 후계자가 되는 길은 결코 순탄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국에 볼모로 보낸 자신의 태자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는,

누가 보아도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려 하는데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하게 밀어 부치는 선우 두만과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하후씨 패거리들의 위세를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두만이 군사들을 이끌고 월지를 향해 선우정을 나서려는 순간,

두만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선우!”

바로 호거와 기환이었다.


묵돌이 월지로 간 후 묵돌을 따르던 아우들과 다른 장수들도 모두 한직으로 밀려나

선우정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으나

그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선우. 어찌 지금 월지를 치려 하시는 것입니까?”

아버님이자 선우인 두만이 설마 이러리라고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두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두 아들을 냉담하게 외면했다.

“부족의 일이니 너희들이 나설 곳이 아니다.”


호거와 기환은 말 위에 오르려는 두만의 바로 앞으로 황급히 다가와 두 무릎을 꿇었다.

“제발 군사를 멈추시오소서.

정말 이대로 태자를 버리려 하시는 것입니까?”

“부족의 일이라 하지 않았느냐. 썩 물러서거라.”


두만이 상관 않고 그대로 말 위에 오르려 하자

호거가 손으로 두만의 한쪽 바지저고리를 움켜 잡으며 필사적으로 가로막았다.

“선우! 묵돌 태자를 버리시는 것은 우리 부족의 앞날을 버리시는 것입니다. 제발 고정하소서.”

“이 놈이, 당장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그러나 호거는 마치 바로 여기가 죽을 자리나 되는 듯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선우! 묵돌 태자는 선우의 아들이자 충신입니다.

지금 이리 하시면 부족민들이 선우를 어찌 보겠으며 누가 진정으로 선우를 따르겠습니까.”


“뭐야, 네 이놈!”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던 두만은 발로 호거의 가슴팍을 걷어 찼고,

고통스런 소리를 내며 호거는 뒤로 쓰러졌다.


“네 따위 놈 주제에 감히..”

두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호거가 천한 출신의 소생이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목도한 기환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들들에게 하나 같이 관대하고 인자했던 부친이 이제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환이 쓰러진 호거를 부축하며 하소연했다.

“선우. 호거형에게..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그 동안 그다지도 충성을 바쳤건만,

그들의 부친은 아집에 사로잡혀 이미 눈이 뒤집힌 지 오래였다.

“이 놈들이 오냐오냐했더니 다 한 패거리가 되어서 대드는구나.”


그러나 호거는 아버지에게 쓰러진 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절하게 호소했다.

“간신배들에게 현혹되지 마소서!

저들이야말로 우리 부족을 망치는 자들입니다. 선우!”


“에잇!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저놈들을 쫓아 내라!”

호위병들이 몰려 와 호거와 기환을 끌어 내고 있었다.

“아니됩니다. 선우!”

“아버님!”

두 아들은 끌려 나가며서도 애타게 부친이자 선우인 두만을 만류했건만

두만은 그대로 외면한 채 선우정을 나섰다.



훈의 군대가 국경을 향하자 월지쪽의 반응은 두만의 예상대로일 수밖에 없었다.


훈족이 자칫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었던

지난 전쟁에서 진나라에게 밉보이기까지 하며 도움을 주었건만,

오히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이런 배은망덕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곧바로 그에 대한 격한 화답이 월지측으로부터 왔다.

월지의 영역을 침범한 두만의 진영 쪽으로 그에 맞서려 나온 월지쪽 진영에서 주인 없는 말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말의 생김새와 안장이 바로 묵돌이 항상 타고 다니던 말이 분명했고,

또한 말 안장에 걸려 있던 활과 화살, 그리고 창까지 모두 묵돌이 지니던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무장에게 있어서 타고 다니는 말과 무기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격노한 월지쪽 장수가 두만을 향해 일갈했다.

“우리는 이웃 나라들 간에 신의를 지키려 했으나

그대들이 그것을 어겼으니 이것은 다 그대들의 잘못이오!

시신이라도 찾고 싶으면 어디 와서 한 번 찾아가 보시오!”


전투를 자극하기 위해 이보다 더한 도발이 없었건만 월지쪽에서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바탕 큰 전투가 벌어지기는커녕 상대편에서 오히려 군사를 물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기만책인가 싶어 아무리 살펴보아도 두만의 군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두만은 원래부터 월지와 싸울 생각이 없었고,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월지와의 가짜 전쟁에서 귀환한 두만은 월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그 와중에 태자 묵돌이 무도한 저들의 만행에 의해 사망했음을 부족민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오매불망하던 새로운 태자로 막내 아들을 책봉하는 일은 그리 서두르지 않았다.

너무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태자를 잃은 애도 기간은 최소한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묵돌이 없는 마당에 급히 서두를 이유가 없었기에, 억지로 태자를 책봉하는 것보다는

다소 시일이 걸릴지라도 여러 대인들의 정식 추대를 받는 모양새가 좋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애도기간이 흐른 후

이쯤이면 사랑하는 막내 아들을 태자로 추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적당히 완료되었다고 판단할 무렵 대인회의가 소집되었다.


새로운 태자를 책봉하는 일인만큼

그 동안 하후씨 일족의 전횡에 불만을 품고 이런저런 핑계로 불참했던 일부 대인들도 모두 참석은 하였고,

큰 잔치를 벌일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선우정 주위로 많은 부족민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두만은 주위에 도열한 많은 대인들의 앞에서 일장 가시적인 연설을 늘어 놓았다.

“그대들도 아시다시피,

내 사랑하던 맏아들이자 태자인 묵돌이

저 간악한 월지놈들에 의해 안타깝게도 그만 비명에 가고 말았소이다.

저들을 마땅히 응징하는 것이 급선무이겠으나

그 전에 무엇보다 지금 비어있는 태자 자리를 그대로 둘 수 없기에 그대들을 이렇게 청했소이다.”


이미 하후씨 일족과 야합한 몇몇 대인들이 두만을 거들었다.

“선우의 처사가 실로 합당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선우. 태자의 자리는 나라의 기본이온데 어찌 잠시도 비워 둘 수 있겠습니까.”


속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인데다가 뭐라고 해본들 통하지도 않았을 것이었기에

대부분의 대인들은 다들 일언반구도 없었다.


선우 두만을 등에 업은 저 간악한 하후중과 그 일족들이 태자를 애도하는 기간에도

물밑에서 자신들이 권세를 장악하는 일에 방해가 될만한 존재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조금도 멈추지 않고 있었고,

이후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들 생각이 나와 같으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겠소이다. 하면 누가 묵돌을 대신해 태자가 되는 것이 좋겠소이까.”


응당 하후중이 나섰다.

“신들이 어찌 감히 그것에 대해 논하겠습니까.

그것이야 말로 오로지 선우의 뜻대로 처리하심이 참으로 합당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이미 각본은 모두 짜여져 있었기에 일은 일사천리였다.

“다들 다른 생각은 없으신게요.”

대인들의 여전한 침묵하고 있었으나 형식적으로나마 대인들의 의견을 구했으니

두만은 모든 절차를 마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하면 내 이전부터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 그대들에게 전할까 하오.”



이제 사랑하는 막내 아들을 태자로 삼겠다는 두만의 하명만이 남아 있던 순간.

갑자기 대인회의가 열리는 막사 바깥에서 큰 함성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함성 소리는 점점 격해지며

온 부족민들이 모두 기쁨에 들떠 뭔가에 열렬히 환호하고 있었다.


두만은 계속 하려던 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게 무슨 소란인가?”


선우정의 대인회의가 열리는 막사 주변에 가득 몰려 있던 있던 부족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그 한 가운데로 길이 열렸고, 늠름한 자태로 말 위에 올라탄 누군가가 막사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입구 바로 앞에서 타고 있던 말에서 내린 후

대인회의가 열리는 막사 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다름아닌 죽을 줄로만 알았던 태자 묵돌이 아닌가!


묵돌은 공손히 한쪽 무릎을 꿇고

선우이자 부친인 두만에게 예를 올렸다.

“선우. 소자 월지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였습니다.”


“오-“

모든 대인들이 감탄사를 연발했고,

두만은 숨이 멎는 듯한 놀라움으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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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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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8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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