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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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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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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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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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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리고 몰락

DUMMY

동호의 사신이 첫 번째로 훈국을 찾았을 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는 한편으로

묵돌은 동호와의 국경을 세밀하게 정탐하라는 지시를 풍비에게 내렸다.


묵돌의 예상대로 동호가 국경에 대규모의 병력을 주둔시켜 놓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풍비의 보고가 올라왔다.

만약 그 때 묵돌이 격노해 군을 일으켰다면 여지없이 동호의 함정에 걸려 참패를 당했을 것이다.


동호의 사신이 두 번째로 훈국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국경에 주둔한 동호 병사들의 상태가 눈에 띄게 해이해지고 있었다.

묵돌이 이전 선우의 종마뿐만 아니라 연지 중의 한 명을 달라는 실로 무례한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다는 소식이 그들에게도 전해졌고,

그들 역시 훈국을 얕잡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동호의 군대가 방심하고 있다는 풍비의 보고를 받은 묵돌은 은밀히 좌현왕부의 호연록에게 군사들을 공격 태세로 갖추도록 명하고,

아우 기환에게도 우현왕부를 수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겨둔 채 드러나지 않게 좌현왕부로 합세하라는 밀명을 내렸다.


훈을 속국처럼 여긴 동호의 왕이 얼마 안가 세 번째로 사신을 보냈을 때

이미 훈군은 동호의 국경 부근에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훈군은 묵돌이 친히 중앙군을 이끌고 도착한 즉시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국경의 동호군 전 진지에 일제히 기습 공격을 감행하였다.

훈국의 공세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하고 해이해져 있던 국경의 동호 군사들은 묵돌이 이끄는 친위대를 비롯한 훈의 주력이 노도처럼 밀려들자 여지 없이 대패하고 말았다.


훈군은 국경에 주둔하고 있었던 대규모의 동호 병력을 와해시킨 이후, 중간 거점을 모두 무시하고 그대로 동호의 왕정까지 전격적으로 진군했다.


훈 군사들의 진군 속도가 거침이 없었기에 동호의 왕은 훈군이 자신의 왕정 가까이까지 진격할 때까지 아무런 보고도 받을 수 없었다.


동호의 왕조차도 이제 곧 훈이 땅까지 바칠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며 신하들과 연일 밤늦도록 잔치를 벌이다 늦은 시각에 일어났을 무렵,

훈군은 이미 가까운 곳에 있는 거점을 차지하고 바야흐로 왕정을 공략하려 하고 있었다.


그 때서야 왕정의 수비병들에게서 보고를 받은 동호의 왕은 난데없이 왕정을 내려다보는 높은 지대에서 곧 들이닥칠 것 같은 훈군의 대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호의 왕정에 있던 부족민들도 갑자기 공포의 도가니에 휩싸임은 물론이거나 그곳을 수비하고 있던 군사들까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묵돌을 떠보며 함정에 빠뜨리려다 오히려 자신이 묵돌의 계략에 말려 들었음을 알게 된 동호의 왕은 왕정의 군사들을 독려해 겨우 진영을 갖추며 훈의 군대에게 맞섰다.


그러나 수적으로나 그 기세로나 확연한 우위를 점한 훈군의 공세를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호왕의 군대는 위기 속에서도 왕정을 사수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펼쳤지만,

왕정의 수비대는 여지없이 격파당하며

어느새 묵돌이 이끄는 친위대가 동호 왕정의 중심부까지 쇄도하고 있었다.


결국 동호의 왕은 묵돌과 마주하는 형세가 되었다.

“이제 그만 항복하라!”

“왕이 어찌 항복한단 말인가!”

이미 대세가 기울었건만, 동호왕은 물러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가 이끄는 친위대 역시 결사항전할 태세였다.


동호의 왕이 자신과 겨루어 승패를 가려 보자는 듯 묵돌의 향해 창을 겨누었다.

묵돌 역시 대결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창을 왕에게 겨누었다.


“선우!”

려군과 풍비가 극구 만류했다.

“아니되옵니다, 선우.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려군이 나서려 했으나 묵돌은 그대로 있으라는 듯 손으로 려군을 가로막았고,

동시에 동호왕와 묵돌이 동시에 말을 달리며 두 왕의 접전이 시작되었다.


동호왕은 불리한 형세에서도 천하의 묵돌을 상대로 의외로 선전했고, 불꽃 뛰는 왕들의 결전이 한동안 이어졌다.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만, 겨우 이 정도냐!”

“이제 조금 몸을 풀었을 뿐이다!”


몇 차례 내상을 입었음에도 동호왕은 끄떡없이 분전하며 동북방의 강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지만, 결국 묵돌의 날카로운 일격에 치명상을 입고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왕의 전사에 이어 그 친위대 역시 끝까지 결사항전하다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동호왕과 그 친위대가 전멸하자 더 이상 구심점을 잃어버린 동호의 군사들은 사기가 한 순간에 꺾인 채 뿔뿔이 흩어지며 도주하거나 항복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동호의 왕정은 훈군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하고야 만다.


젊은 선우가 내분을 일으키며 정권을 잡은 것을 빌미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려던 동호는 역으로 자신들이 재기불능의 처참한 패배를 당한 것이다.


동호의 왕정이 훈군에 의해 진압된 후, 좌현왕이자 장인 호연록이 묵돌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선우, 이제 선우께서는 한 나라의 지존이시오.

지존께서 그리 몸을 움직여 나서는 것은 온당치 못하니 앞으로는 아래 사람을 대신하게 해야 할 것이오.”


묵돌 역시 자신이 그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좀처럼 자제가 되지 않았다.

“좌현왕의 말씀이 실로 합당합니다. 선우, 이제 그런 일은 신들에게 맡기시오소서.”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차마 꺼내지 못했던 호위대장 려군과 다른 제장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알았습니다. 장인 어른. 앞으로는 장인 어른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젊은 늑대의 전투적인 기질은 어지간해선 멈출 수가 없었다.


패배에 몰리면서도 끝까지 당당하게 겨룬 왕의 호기가 마음에 들었던 묵돌은 부하들에게 동호왕과 그 친위대원들의 시신을 잘 수습하게 했다.



곧이어 동호의 패잔병들을 쫓던 부장 중 한 명이 급하게 전갈을 보내 왔다.

왕정을 도망친 동호왕의 처첩들과 일가들이 선우정 근처에 있는 한 요새로 피신해 있다는 것이었다.


묵돌은 풍비를 보내 상대편 왕의 처첩들이니 안전하게 데리고 올 것을 명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풍비 역시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감감했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묵돌이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그곳에 당도해 보니

아니나다를까 풍비와 상대편 한 장수가 한창 결투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풍비의 무예가 보통이 아니었건만, 상대편 장수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벌써 두 차례나 결투를 벌였는데도 승부가 나지 않아 다시 결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풍비가 당도하기 이전부터 훈의 군사들이 겹겹이 포위는 하고 있었으나

산자락에 있는 조그만 요새를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편 왕의 처첩들이라 활이나 여타 다른 무기들을 사용해 마구잡이로 공세를 할 수 없기도 했거니와,

얼마 되지도 않은 병사들을 이끌고 입구를 가로막은 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젊은 장수가 보통 호락호락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풍비와 상대편 장수의 현란한 창술이 연달아 이어지며 군사들은 넋을 놓고 그들의 결투를 지켜 보고 있었다.

한 눈에 그 승부가 여간해선 가려지지 않을 것임을 알았던 묵돌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두 무장을 제지했다.


“그만하라!”

그 때서야 선우가 당도했음을 알게 된 풍비가 물러서며 결투가 중단되었다.


“전쟁은 끝이 났으니 그만 항복하거라. 그러면 네 목숨을 보전해 주마.”

그러나 상대는 절대 굴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찌 장수된 자가 목숨을 아까워하겠는가!”

그 무예뿐만 아니라 무시무시해 보이는 묵돌의 친위대가 당도했음에도 전혀 두려워 않는 것이 예사 놈이 아닌 것 같았다.


“이 분은 훈의 선우시다. 예를 지키지 못하겠는가!”

풍비가 그렇게 이르고 나서야 그는 방금 자신에게 일갈한 사람이 다름아닌 훈의 선우라는 사실을 알고 주춤했지만,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신하된 자가 주군의 일가를 지켜드림이 마땅하지 않소이까.”

이미 전쟁에 패배했는데도 불구하고 모시던 주군의 일가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그의 충정이 가상했다.


“네 뜻은 알겠다만, 이미 네가 모시는 왕은 전사했다. 그만하면 네 할 바를 한 것이니 이제 그만 투항하거라.”

그러나 그는 결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왕을 제대로 모시지도 못했는데, 어찌 그 소임까지 저버릴 수 있으리까.”

융통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꽉 막힌 친구였다.


“내 더 이상 두 말하지 않겠다. 자비를 베풀 테니 어서 항복하거라.”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미 가버린 왕이 내린 소임일망정 끝까지 따르려는 그 충정이 가상하긴 해도, 이쯤 되니 묵돌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아깝기는 하나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마냥 지체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묵돌은 려군에게 눈짓을 보냈다.

훈의 최정예무사들로 구성된 호위 부대를 이끌고 들이닥치면

제아무리 무예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 할지라도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더 이상 맞설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때였다.

동호의 장수 뒤로 한 여인이 모습을 비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바로 일전에 묵돌의 연지라 하여 동호에 보낸 일가의 여인이었다.


“소녀, 선우를 뵈옵니다.”

그녀가 묵돌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묵돌에게 예를 올렸다.


“아니, 네가 어찌된 일로 여기에 있는 것이냐?”


일가의 여인에게 상대방 적국에 희생양 삼아 보낸 것이 못내 미안했던 묵돌은 전쟁이 끝나는 대로 합당한 상을 내리려 그녀를 찾았건만 행방이 모연했다.


혹시나 전쟁통에 잘못 되었나 염려하던 차에 뜻하지 않게 그녀가 멀쩡한 모습으로 동호왕의 일가와 함께 피신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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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7.23 11:36
    No. 1

    여인들을 모두 살려주는 조건으로 항복하면 될 듯.
    아니라면 결사항전, 그리고 영웅적인 전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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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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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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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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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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