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9,757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7.29 14:14
조회
141
추천
2
글자
13쪽

장안 공략

DUMMY

그들은 진나라에 의해 내지에서 이곳을 개간하기 위하여 강제 이주된 진나라 백성들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북방 훈국의 선우가 직접 군대를 끌고 남하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자

두려움에 떤 진의 백성들 대부분은 어디론가 숨어 있었고, 살만큼 산 촌로들이 죽을 각오를 무릅쓰고 묵돌을 찾은 것이었다.


“소인들도 고향을 등지고 이곳으로 끌려온 사람들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훈국의 선우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떨며 땅바닥에 고개를 쳐 박고 있던 촌로들의 귀에 뜻밖에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러자 묵돌을 따라 주위 장수들까지 다들 그러한 자신들의 모습이 우습다는 듯 크게 웃고 있었다.


“다들 일어나시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전에 진시황에게 빼앗긴 옛 우리 영토를 다시 찾으러 온 사람일 뿐이오.

원래 영토에 있던 백성들을 다스리러 온 사람이지 죽이러 온 사람이 아니니 안심들 하시오.

그대들 역시 이제 우리 영토가 된 곳에 사는 사람들이니 내 백성이 아니겠소.”


그 때서야 겨우 촌로들은 몸을 일으켰다.

훈의 수장인 묵돌을 머리에 뿔이라도 달린 줄 알았던 그들의 눈에 늠름한 자태로 말 위에 올라타고 있던 한 젊은 청년이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한 눈에 보기에도 그는 무뢰배가 아니라 반듯하고 기품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스리는 사람이 백성들이 없이 어떻게 다스릴 수 있단 말이오.

그대들을 해하는 일 같은 것은 없으니 아무 염려 말고 앞으로는 생업에 힘쓰도록 하시오.”


묵돌이 부하 장수들에게까지 절대 이곳의 백성들 누구라도 함부로 해하지 말란 명을 내리고 나서야

사색이 되어 있던 촌로들이 안도하고 있었다.

이후 두려움에 떨던 진나라 백성들은 의외로 묵돌의 관대한 처사에 차츰 숨었던 곳에서 나와 다시 생업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남에는 진나라 백성들 외에도 그 세력이 미미했지만 누번과 백양 같은 유목민들 또한 부족을 이루어 거주하고 있었다.


전국시대에 접어들며 한족 국가들에게 격파당하고 점차 그곳으로 밀려나 있었던

그들은 진나라의 통치를 받기 이전에는 그곳에서 강력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훈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그들 역시 묵돌이 대군을 이끌고 옛 영토를 수복하고 나자 투항의 의사를 비쳤다.

비슷한 습속을 가진 유목민족인 훈과 원래부터 그곳에서 어울려 살았기에 구태여 대적할 이유가 없었는데다가,

그들 또한 강압적인 진의 통치가 싫었던 것이었고, 그들은 이후 훈국에 차츰 동화되어 갔다.



유목 민족이라고 하면 흔히 타민족에게 학살을 일삼는 잔인성을 떠올리기 쉽다.

한족의 의도적인 왜곡에다 특히 징기스칸의 몽고족이 세계 각지를 침범하며 행한 인상 때문이겠으나

전적으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만큼 그렇게 인명을 함부로 다루지는 않는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구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북방의 몽골 초원만 하더라도 황하 일대와 거의 맞먹는 면적인데도 인구는 거의 십 분지 일밖에 되지 않는다.


항상 인구가 부족한 그들에게는 넓은 땅을 유지하기 위해 한 명의 인력이라도 간절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항한 사람은 물론 포로나 약탈한 사람들까지도 잘 회유해

자신들과 같은 일원으로서 대우하는 경우가 역사적 기록에도 다반사로 나온다.


당시 잃어버렸던 고토를 다시 찾아 제대로 통치하려던 묵돌이야 무엇보다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니

함부로 백성들을 해치는 짓을 할 리 만무했다.


백성들 또한 진나라 치하에 있었을 때보다는

오히려 훈국의 통치 하에서 보다 더 자신들의 생업을 안락하게 누릴 수가 있었다.

일반 백성들에게 가장 고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과중한 세금과 눈 앞에 있는 자신들의 생계를 그대로 둔 채 동원되는 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초원을 누비는 유목민들은 화려한 궁궐이나 성곽 같은 것도, 남방의 귀족들처럼 거추장스러운 사치를 부릴 필요도 없었기에

백성들로서는 가장 고역인 부역과 조세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던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이후 황하 일대를 정복한 북방 왕조들에 의해서 여러 차례 반복된다.

근세 들어 청나라 군대가 명나라를 무너뜨린 이자성 군대를 격파하고 진격했을 때

명나라 조정의 지독한 부패에 진절머리가 난 일부 명나라 백성들이 오히려 청군의 진로에서 만세를 부르며 환영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묵돌은 그렇게 고토였던 하남을 거의 무혈로 수복했다.

잃어버린 고토를 수복하리라 그 동안 절치부심한 것에 비해 그 힘들어 보였던 목표를 너무나도 손쉽게 달성해 버린 것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진나라 군대를 상대로 사투를 각오하고 있었던 부하들은 막상 힘 한 번 쓰지도 않고 고토를 회복하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고,

정작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묵돌 조차 아무런 충돌 없이 종결된 결과가 싱거울 지경이었다.


묵돌의 판단력이 또 한번 빛을 발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묵돌의 의도는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처음 부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진나라로 진격했을 때, 겉으로는 진나라를 당장에라도 쳐부술 듯 위세를 부렸지만

묵돌이 노린 것은 단지 저들이 혼란한 틈을 타 한 번 기세를 꺾어 보자는 정도에 불과했다.

저들과 겨루어 일말의 타격을 주는 정도로도 저들에게 쫓겨난 이후의 패배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러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한 번 부딪쳐 본 것뿐이었건만, 뜻하지도 않게 만리장성을 넘어 잃어버린 전 고토까지 일거에 수복해 버린 것이었다.


단지 진나라와의 전쟁을 두려워하는 부하들을 독려하기 위해 몽염이 없는 이상 하남은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빗대어 말한 것이,

실제로 완전히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 때쯤 가서야 훈국의 모든 병사들까지 다들 진나라의 상황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고,

급기야 일선 장수들이 이 참에 곧바로 진나라의 본토인 관중까지 밀고 내려가 수도 장안을 공략하자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고토 수복이 아니라 진나라와의 전면전도 한 번 해볼만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이번에 함께 종군한 동호의 장수들이 쌍수를 들어 그 주장을 환영했다.

남방에 원한이 깊었기 때문이다.


“불가하오이다.”

그러자 좌골도후 수복귀달이 이들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선우. 선우의 용단으로 뜻하지 않게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고토를 수복했사오니,

이만 만족하시고 당분간 내정에 힘쓰시오소서.”

좌현왕 호연록 또한 가세했다.

“좌골도후의 말이 실로 합당합니다. 선우.

이 정도로도 분에 넘치는 성과를 올렸사오니 일단 안정을 취하시오소서.”


그러나 진나라와의 그러한 전면전을 주장하는 장수들이 꼭 예상치 못한 결과로 자만심에 들떠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었고,

곧 대인회의에서 그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진나라의 관중 공략을 주장하는 장수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일단 여기까지 진주한 대군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온전하다는 것이었고,

둘째 관중으로 통하는 길이 예전에는 험한 고원과 산맥으로 막혀 있었으나,

몽염이 하남을 점령하고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이미 큰 길을 놓아 군사들이 진격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셋째 현재 진나라가 동쪽의 반란을 진압하느라 많은 관중의 병력이 동원되어 그곳은 비어 있을 것이니

얼마든지 장안을 포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반대측 주장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첫째 주력군이 너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오래 있을 경우 다른 북쪽 지방의 부족들이 본진을 노릴 수 있으며,

둘째 설사 관중을 점령한다 해도 그렇게 되면 이후로는 진나라를 대신해 훈국이 반란을 일으킨 자들의 표적이 될 것이며,

셋째 또한 저들의 내란에 말려 들어 원치도 않은 전쟁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주저할 때 거침없이 진나라와의 대결을 펼치려 했던 묵돌이 당장이라도 장안으로 진군할 것을 명할 줄 알았건만,

양측의 주장을 경청한 묵돌이 의외로 좌골도후 수복귀달의 주장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나 또한 좌골도후의 생각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우리가 지금 관중으로 내려간다면 저들의 내전에 말려들 것이다. 저들 싸움에 굳이 우리까지 말려들어 힘을 소진할 필요가 있겠는가.”


마침 풍비가 풀어 놓은 간자들 역시 귀환하여

동쪽의 반란이 좀처럼 진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반란군들의 기세 또한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계속 올리고 있었다.


“남방을 경영하는 일은 잠시 미루도록 하자.

저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관망한 후에 때를 노리는 것이 우리에게 백 번 유리하다.”

장안 공략이라는 대사가 무산된 것이 실로 아쉬웠지만, 그를 주장한 장수들 역시 묵돌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때 묵돌이 그대로 장안으로 밀고 들어왔으면 아마도 유방과 항우는 진나라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훈국의 묵돌을 상대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묵돌에게는 그보다도 갑작스럽게 차지한 넓은 영토를 맡을 적임자가 문제였다.

남쪽으로는 진나라와 접경을 이루고 있었고,

훈족뿐만 아니라 같은 유목 민족인 누번과 백양, 그리고 진나라 백성까지 함께 섞여 사는 이곳의 통치가 그리 녹녹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우, 이 사람에게 한 번 맡겨 주시오소서.”

좌골도후 수복귀달이 나섰다.

“신, 혹시나 살아 생전에 고향을 보지 못할 줄 알았사오나,

선우께서 이렇게 다시 고향 땅을 밟게 해주셨사오니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며 뼈를 묻을까 합니다.”


가장 오래 전부터 하남에 터를 잡고 있었던 수복 가문은 그곳 사정에 밝았던 연유로

전 선우 두만이 훈을 통합할 때 큰 역할을 했었고, 여러 부족의 백성들과도 관계가 좋았다.

그간 보여준 경륜이나 평판 또한 그만한 적임자가 없었기에 묵돌은 수복귀달을 하남왕으로 봉하여 그곳의 통치를 맡긴 후,

고궐을 비롯한 만리장성의 몇몇 지역의 요새를 북방 초원과 그곳 하남을 교통하는 거점으로 축조한다.


훈을 막아 놓기 위해 세운 만리장성이 도리어 그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통로로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동방의 동호, 서방의 월지에 이어

다시금 남방 하남의 일을 성공적으로 일단락시킨 묵돌은 군사들을 이끌고 다시 초원의 본진으로 회군한다.


동호의 정복 못지 않게 이번 하남의 수복 또한 엄청난 성과였고,

고토를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훈국의 백성들은 선우 묵돌을 금의환향했다.


“우리 선우께서 당도하시니 진나라 군사들이 다들 도망다기 바빴다네.”

“선우께서 칼 한번 안 쓰시고 예전의 땅을 다 찾으셨다네.”

기쁨에 들뜬 백성들은 실제보다 몇 배나 부풀려 자신들 선우를 찬양하고 있었고,

선우정에서는 진나라 몽염에게 패배하며 빼앗긴 고토를 회복한 것을 기념하는 큰 잔치가 몇 일간이나 벌어졌다.



이제 훈국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묵돌이 선우로 즉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영토와 인구가 몇 배나 늘어난 격이 되었다.


묵돌이 동호를 무너뜨리고 하남을 수복함에 따라

이제 몽골초원 대륙은 하나의 훈국과 북부 지역을 차치하고 있는 여러 부족들이 남북으로 양분하는 형세가 되었고,

훈국의 국력 또한 그들 나라들 전체에 맞먹을 만큼 강력해지고 있었다.


동호와 하남을 정복한 것에는 자신의 지략과 판단력 외에도, 운 또한 크게 따랐음을 잘 알고 있었던

묵돌은 자만하지 않고 이후 몇 년간 더 이상의 정복 활동을 중단한 채,

갑자기 늘어난 영토와 백성들을 경영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젊은 우두머리 늑대의 야심이 결코 그 정도에서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전까지 몽골초원은 그저 여러 부족들이 자연 지형에 따라 주어진 각자의 영역에서 사소한 다툼을 벌이고 있었을 뿐,

전 초원 대륙의 통일이라는 관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바야흐로 동호와 하남을 병합한 훈국의 선우 묵돌이 이전에는 있어본 적이 없는 초원 대륙의 통일이라는 그 원대한 포부를 최초로 펼치기 위해

북부 지역의 여러 부족들을 공략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초원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1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4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2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20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27 북벌 21.08.03 126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8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 장안 공략 +1 21.07.29 142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2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3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2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6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