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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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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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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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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DUMMY

항우가 진나라의 본대를 치기 위하여 황하를 건너 북상하던 당시,

유방은 서쪽으로 야금야금 진입해 먼저 장안성에 입성하며 진나라의 항복을 받아 내었다.


그러나 거록대전에서 제후국들의 군대를 통합하며 군세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항우의 위세에 눌려

유방은 항우와 회합한 홍문의 연회에서 겨우 죽을 고비를 넘기고 파촉 지방으로 쫓겨난다.


그 때만 해도 항우에게 분봉된 먼 파촉 지방의 제후에 불과했던 유방은 얼마 안가

그곳을 기반으로 재기해 다시 옛 진나라 땅을 병합한 후 동쪽으로 나왔고,

항우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여러 제후 세력들을 대거 규합한다.


그 여세를 몰아 당시 제나라의 반란을 진압하러

출정 중이던 항우의 본거지 팽성까지 손쉽게 점령하게 되는데•••



수도인 팽성까지 빼앗고 나자

다들 이제는 항우에게 완전히 승리했다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유방 편에 가담한 제후국들의 병력은 56만에 달했고,

항우는 제나라와의 전장터에서 발목이 묶인 채 근거지까지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반란을 일으킨 상대는 좀처럼 진압되지 않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등 뒤에는 엄청난 대군이 자신의 근거지까지 점령해 버린,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누군들 항우의 몰락을 예상하지 않았겟는가.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부하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제나라를 계속 포위하고 있으라 지시한 후

직접 단 3만의 군대를 이끌고 항우가 팽성에 나타났다.



먼저 팽성 부근의 호릉에서 맞선 번쾌의 3만 대군이 전멸했다.


유방과는 사적으로 동서 사이가 되는

백정 출신 번쾌는 그 용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패현에서 처음 거병할 때부터 항상 옆을 지켰으나,

그런 번쾌조차도 항우에게 만큼은 불가항력이었던 것이다.


연이어 팽성을 수비하는 외성인 소성에서

조참, 관영, 위표 등이 몇 배나 되는10만의 군대를 이끌고 나섰으나

항우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궤멸당하고 만다.


그러자 이전 항우의 부하였던 동예와 사마흔이 동요하며 반란을 일으켜 다시 항우에게 투항했고,

팽성이 함락된다.


다급해진 유방은 제후국들의 병력을 모두 동원해 자신이 직접 맞서지만

그 또한 결과는 다를 바 없었다.


수십만에 달하는 대군이 십 분지 일도 안되는 항우가 이끄는 군사들에게 제대로 된 싸움 한번 못해본 채

그야말로 도끼로 장작 패이듯 격파 당한 후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기 바빴고,

초나라의 군대는 이들을 추격해 닥치는 대로 살육전을 벌인다.


동쪽으로 도망치다 사수에 가로막힌 한나라 병사들 10만이 몰살당했고,

남쪽으로 도망치다 수수에 가로막힌 한나라 병사들 10만이 또한 또한 도륙되었다.


당시 두 강에는 한나라 군의 시체가 쌓여 물이 흐르지 않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거의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기원전 205년.

항우가 이끄는 단 3만의 군대에게 56만의 군대가

패배한 정도가 아니라 무참히 살육을 당한 그 전투가 바로 팽성 대전이다.


유방은 가족까지 내버려 둔 채 천신만고 끝에 겨우 몸만 피해 형양성으로 달아났고,

이후 제후들은 대부분 배신하고 다시 항우의 편으로 돌아섰다.


또 다시 항우의 무력 하나만으로

일거에 천하 정세가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절대 그는 유방 자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정면 대결을 펼쳐 승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후인, 기원전 202년.


양자강의 한 지류인 해하 유역.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결코 내가 싸움을 잘하지 못한 죄가 아니다.”


생을 마감하기엔 아직 젊은 한 장사가

적에게 포위당한 채 끝내 자결하고야 말았다.


서초패왕으로 한 때 천하를 호령했으며

10여년 가까이 벌어졌던 황하일대의 치열한 내전 가운데 한 축이었던 그의 몰락과 함께

초한전쟁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된다.


곧이어 자결한 그의 시체를 둘러싸고

한나라 군사들 간에 서로 죽고 죽이는 칼부림이 벌어진다.

그 결투 와중에 여러 갈래로 토막 난 그의 사체 중 하나라도 차지한 자들은

그에 대한 포상으로 이후 열후에 봉해진다.


그만큼 그는 상대에게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역발산 기개세, 서초패왕 항우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죽는 순간 하늘을 탓하며 자신의 허물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했으나

그가 과연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의 말대로 싸움만 잘한다고

어찌 천하를 경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정치도 백성도, 심지어 자기 사람조차 간수할 지 몰랐다.


시대가 이미 변한 줄도 몰랐기에,

정치야 주나라 천자 행세나 하며

자신에게 고분고분한 사람들을 왕으로 삼아 땅이나 하사하면 그만이었고,

그나마도 공평하지 않아 곧 이어 반란이 줄을 이었다.


백성들이란 그저 대들면 밟아 주기만 하면 되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기에,

반란을 진압한다며 가는 곳마다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기가 일쑤니,

이래도 죽으나 저래도 죽으나 마찬가지인 백성들은 그에게 죽기로 맞서게 된다.


자기 사람이라도 잘 챙겼으면 모를까,

패자가 된 자가 자신만 다 잘났고

다른 사람들의 공을 도무지 인정할지 모르니 곁에 누가 남겠는가.


정치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백성의 인심도 잃었으며,

자기 사람들도 예우해 주지도 않는 자가 어찌 천하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


그가 보인 압도적인 무력으로 말미암아 가려지곤 하지만,

냉철하게 따지고 보면 항우란 자는 그렇게 몰락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결점투성이었고,

단지 그가 갖고 있는 무력 하나만으로 그것들을 버텨내고 있었던 뿐이었다.


그의 그러한 모든 결점은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록대전에서 진나라의 주력을 9차례나 격파한 후 천하의 패권을 잡았을 때가 불과 그의 나이 25세.

명가의 후손으로서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단지 혼자만의 무력으로 천하를 굴복시켰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어찌 천하를 무력 하나만으로 경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일시적인 패자가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통치자는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항우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도

유방은 자신이 그에게 잡혀 죽는 일만 없다면,

결국 승리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건달 출신 유방은 굴러먹은 인생 속에서 세상 굴러가는 이치를 체득한 경륜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을 보고 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경륜과 사람으로 그 무지막지한 상대에게 마침내 승리하여

통일 제국을 다스리는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여하튼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그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지도 꽤 시간이 흘렀건만,

그 당시 보여준 가공할 무력만큼은 지금까지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고,

그런 무지막지한 인간에게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 또한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었든

그 괴인은 자신에게 패했고, 지금 세상에 없다.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장 거대한 적이 사라지고 대권을 거머쥐었다고 해서 절대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함을 유방은 잘 알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이룬 자신의 제국이 진시황의 진나라나 항우의 초나라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면,

주구장창 앞으로 유씨의 천하가 되게 하려면

앞으로 제국의 통치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바로 이성 제후들이다.

항우를 몰락시킨 자신 또한 그의 제후들 중 한 명이 아니었던가.


왕이란 칭호를 받으며

거의 한 개의 나라라 할 정도의 넓은 지역에서 백성들과 군사들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들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자신이 항우를 물리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들이다.

그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실로 비정하지만 정치는 그런 것이다.


이른바 토사구팽.


항우가 사라진 이후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용병의 대가인 초왕 한신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한신은 진평의 계략으로 초왕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회음후로 강등되어

자신의 곁에 붙잡아 두고 있다.


한신은 결코 반란을 벌일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한 때 거의 천하의 삼분지 일을 발 밑에 두었고

자립하라는 주위의 참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무공에 따른 분봉을 받고 제후의 반열에 오르는 것에 만족했던 것이다.


또한 그야말로 항우를 제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팽성대전에서 패한 후 열세에 몰린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하여

북벌에 나선 한신이 위나라, 조나라, 연나라, 제나라를 차례로 무너뜨렸고,

항우가 죽은 마지막 해하전투도 그의 용병에 의한 승리였다.


실로 아까운 인물이었으나

제국을 다스리는 누구라도 겨우 몇 만의 군사로 북방 지역을 모두 평정한 바 있는 저런 뛰어난 용병술을 가진 존재가

독자적인 영토와 군사를 보유하는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패권을 노릴만한 야심이 없다면

차라리 소하나 장량, 진평 같은 측근들처럼 처신하면 되었을 것을,

눈치도 없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것을 보면

한신은 용병에만 능했지 정치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위인이다.


가장 위협이 되는 한신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갖다 놓았고,

한신 외에 다른 이성 제후들쯤이야 큰 위협이 되지는 못할 위인들이니

자신이 나서서 하나씩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급박한 시간들이 지나며

여유가 생긴 마당에 찬찬히 돌아보니

요즘 들어 그 동안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눈에 밟히는 것이 자꾸만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바로 아내인 여씨와 처가 일족들이다.

자꾸만 아내인 여씨가 보면 볼수록 보통내기가 아닌 것이

자신이 없을 경우 뭔가 큰 사단을 낼 것만 같은 느낌이다.


건달 출신인 자신에게 시집와서 어려운 시절에 온갖 고초를 겪은 조강지처라는 것은 인정하나

외척이 설치는 것도 이성 제후들 못지 않게 내부의 큰 위협이니

그것도 미리 미리 방비를 좀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방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

결국 유방의 사후에 아내인 여태후에 의해 큰 사단이 나는데,

유방은 그것을 예감했는지

죽기 직전 측근 중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번쾌까지 처형시키려 했다.


개국공신이자 조정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번쾌는 아내 여태후의 여동생과 혼인했고,

백정 출신이라 아무 집안의 내력도 없었기에

사실상 여씨 집안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무지막지한 상대를 물리치고 겨우 황제에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막상 황제가 되고 보니 또 머리가 아픈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자리는 그 영광만큼이나 항상 사방을 주시하고 모든 이들을 의심해야 하는 힘들고 고독한 자리다.



다음 날 유방은 생각할수록 많아지기만 하는 골칫거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오랜만에 패현 시절 동지들과 장안성을 끼고 도는 위수 가를 찾았다.


위수(渭水)는 서쪽 조서산(鳥鼠山)에서 발원해 곧바로 동쪽으로 직진해서 황하로 이어지는 강줄기로,

까마득히 오래 전 시절

강태공이 그곳에서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다 주 문왕을 만난 것으로 유명하다.


황궁을 벗어나 탁 트인 위수 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예전부터 서로 잘 알고 지냈던 고향 동지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니,

유방은 실로 오랜만에 편안한 기분이 들며

근엄한 황제 노릇을 하느라 그 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끼가 모처럼 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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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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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0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3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2 1 12쪽
»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20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27 북벌 21.08.03 126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8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3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6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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