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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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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4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7.20 19:29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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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떠오르는 태풍의 눈

DUMMY

묵돌이 명을 내리자마자 아무런 주저함 없이

좌현왕부의 군사들이 이름이 거명된 대인들을 막사 밖으로 끌어냈고,

곧바로 막사 밖에서 그들의 비명과 함께 목이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대사를 전횡했던 자들이 순식간에 저승길로 사라지게 되자,

공포에 질린 대인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덜덜 떨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장가의 대인이었다.

그 역시도 모두가 알고 있는 하후중 패거리에 속했기에 곧바로 목이 달아나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묵돌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자 그는 이제 자기 차례로구나 하는 생각에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풍비는 어서 부친을 모시도록 하거라.”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묵돌의 부하들 뒤편에서 자신의 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나마 아들 덕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님, 빨리 일어나십시오.”

저승 문턱에서 겨우 벗어난 장대인은 목을 쓸어 내리며, 아들의 손에 이끌려 그 길로 아주 먼 곳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기어이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좌현왕부의 군사들에 의해 사냥터에 세워 놓은 자신의 막사 안에 도리어 감금당한 채

선우 두만은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선우인 자신이 이곳에 격리되어 있고 실권자인 하후중 패거리들이 이미 몰살당한 이상

선우정은 거의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지금쯤이면 묵돌이 이끄는 군사들이 다 장악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애꿎은 목숨들까지 모두 비명에 갔을 것이다.


참으로 허망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손바닥 뒤집어 지듯 뒤집어져 버리지 않았는가.


막상 이런 결과를 맞이하고 보니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겠거늘,

왜 그 때는 한 치 앞을 내다 보지 못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충성을 다했던 맏아들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기만 했었어도

이런 비극 없이 모두 다 무탈하게 좋은 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건만.


간신배 하후중을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모든 것이 다 얄팍한 욕심에 사로잡혀 진실로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들을 저버린 자업자득이었다.


자신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태자를 버리지 말라고 애타게 호소하던 아들 호거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윽고 주위를 지키고 있던 묵돌의 호위대장 려군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려군은 공손하게 예를 올리고 술잔이 올려진 쟁반을 탁자 위에 놓았다.


“고통이 없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미 모든 것을 내려 놓았기에 두만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애비라는 사람인 자신의 아들을 상대로 먼저 인륜을 저버렸는데 무엇을 기대하겠으며,

또한 이렇게 된 이상 구차하게 더 끌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려군이라고 하였더냐?”

“그러하옵니다. 선우.”

“너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 부족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출신이냐.”

머리를 뒤로 매고 길게 늘어뜨린 모양새나 입고 있는 의복이 자신들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조선에서 왔습니다.”

두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이라··· 아주 먼 곳에서 왔구나.”

원래 려군은 조선에서 그곳으로 자주 왕래하던 상단을 호위하던 무사였다.


그렇게 먼 곳으로부터 온 이방인이 낯선 이 곳에 남을 정도로 자신의 아들 묵돌에게는 사람들이 따를만한 포용력이 있었다.


모든 것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두만에게 단 한가지 미련이 남는 것이 있었다.

“려군아. 내 마지막으로 묵돌을 한 번 만나 보고 싶은데 되겠느냐?”

지금 이 판국에 어찌 그런 대면이 있을 수 있겠는가.

주군의 명을 따를 뿐이었던 려군은 묵묵부답, 어찌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럼 묵돌에게 네가 대신 전해 다오.”

“하명하시오소서.”


두만은 무엇보다 회한에 남는 일이 있었다.

“내 월지에서 있었던 일은 미안했다고 전하거라. 그 후로 정말 많은 후회를 했느니라.”

그 일만 아니었어도 부자간의 관계가 이런 파탄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마지막으로 애비로서 하는 말이라고 하거라.

묵돌은 현명한 아이니 그럴 리는 없겠으나 부디 이 애비처럼 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전해다오.”

마지막 순간 두만은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분명히 그대로 전해 올리겠습니다. 선우.”

"그래, 고맙구나. 이제 그만 나가 보거라."

"송구합니다."

려군은 공손히 다시 예를 올리고 막사 밖으로 나섰다.



선우의 정식명칭은 탱리고도선우로 ‘탱리’는 하늘, ‘고도’는 아들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하늘의 아들, 그는 천자였던 것이다.


최초의 선우로 훈을 통합한 눈부신 업적을 쌓은 영웅으로서 또 한 명의 천자, 북방 최초의 천자로 등극했던 ‘만인의 우두머리’ 두만은

말년에 괜한 욕심으로 누가 봐도 지당한 순리를 억지로 거스르다 그만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채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묵돌의 호위대장 려군이 대인회의가 열리는 막사 안으로 들어와 묵돌의 귀에 대고 뭔가를 말하자,

곧이어 그들 앞에 기어이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선우께서 하후중의 잔당들에게 급습을 당하시어 방금 돌아가셨다고 하오.”

대인들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며 침묵이 흘렀다.


두만 선우의 죽음이 하후중 일당의 소행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 엄청난 골육상잔의 정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들은 혼란스러웠다.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묵돌이 그들에게 반문했다.

“이 보시오 대인들. 그러면 내가 그냥 죽으란 말이요?”

막상 대인들은 아무런 이의를 달 수가 없었다.


두만을 등에 업은 하후중이 태자를 언젠가는 노릴 것이라는 것도 다들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묵돌이 무엇을 잘못했던가.

그저 충성을 바칠 뿐이었던 그를 사지로 내몬 것은 또 누구였던가.

묵돌의 입장에서야 아무 이유도 없이 죽임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는가.


“그대들은 도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들을 하셨소이까!”

곧바로 묵돌이 대노하여 그들에게 일갈했다.


“신하라는 사람들이 되어서 마땅히 주군이 옳은 길을 가도록 보좌해야 하거늘,

간신배들이 저렇게 주군의 눈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망치려 드는 것을 다들 어찌 보고만 있었단 말이요!”

묵돌의 책망에 대인들은 부끄러움으로 다들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에는 자신들도 책임 역시 지대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병을 핑계로 불만을 품은 몇몇 대인들이 선우정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정도였을 뿐,

사실 대부분 하후중의 세력에게 어찌될까 두려워 수수방관하거나 동조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래 가지고서야 우린 부족이 어떻게 앞으로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단 말이요!”

계속되는 묵돌의 일침에도 대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아무런 토를 달지 못하였다.


그들이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느끼는 이유 외에도 내심 이번 정변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군사들에 의해 감금된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그들 또한 그 동안 선우 두만의 처사와 간신배들의 전횡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좌현왕부의 나머지 군사들까지 묵돌의 기별을 받고 속속 선우정으로 합세하고 있었기에 이제 누가 나서본들 이 상황을 돌이킬 수도 없었다.


비록 무력으로 정변을 일으키긴 했어도 원래부터 후계자는 묵돌이었다.

그 동안의 공과나 백성들의 신망으로 볼 때도 응당 묵돌이 뒤를 잇는 것이 순리였거늘, 어린 막내 아들을 내세워 무엇하겠다는 말인가.



부족의 대인들이 다들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자 묵돌의 정변은 간명하게 결론이 나 버렸다.


부족 백성들은 정변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선우 두만과 그가 총애하던 연지와 막내 아들은 어딘가에서 조용히 독배를 마셨고,

하후씨 일족들과 그에 빌붙은 몇몇 대인들만 제거되었을 뿐 그 외 별다른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선우 두만의 장례가 그 동안 그를 따랐던 많은 대신들의 참석 하에 부족민들이 보는 앞에서 치루어졌고, 그 때서야 부족민들은 선우의 갑작스런 사망을 알게 되었다.


내내 비통한 모습을 보이던 묵돌은 장례가 끝난 후 아예 막사에 드러누워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대인들이 막사에 틀어박혀 있는 묵돌을 찾아 선우 위에 오를 것을 간곡히 상주하고 나서야 묵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원전 209년. 우여곡절 끝에 결국 태자 묵돌이 훈국의 선우로 추대된다.


만리장성 남쪽에서 전국을 순행 중이던 무소불위의 패자 진시황이 사망한 때와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시기,

그 북쪽에서는 정변에 성공한 젊은 늑대 묵돌이 훈의 선우로 즉위하게 되는데,


진시황의 사망과 훈국 묵돌의 즉위,

그것은 곧 한 시대가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와 국제 질서가 열리는 엄청난 격변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진시황의 사후 만리장성 남쪽은

진승 오광의 난을 필두로 전국시대 왕가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이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일어나 결국 진나라는 붕괴하고야 만다.

이후 항우와 유방이 패권을 두고 지리하고 피곤한 공방전이 벌이는 초한쟁패의 시기.


만리장성 북방에서는 한 영웅이 나타나

그들의 그 지리한 공방전과는 달리 호쾌한 기상으로 초원 대륙 전체를 평정하는 전쟁에 돌입한다.



묵돌이 훈족의 한 막사에서 태어났을 때,

맹렬한 초원 대륙의 겨울 날씨가 돌연 온화해지더니 촉촉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그친 후 무지개 저편에서 갑자기 수천 수만이나 되는 초원의 야생마 무리들이 그곳 주위에 나타나 갈기를 휘젓고 소리를 지르며 크게 요동을 치더니 온 사방으로 흩어졌다고 한다.


부족의 무당이 부들부들 떨며 사람들에게 신점을 일러 주었다.

“지금 태어난 이 아이는 장차 온 천하를 발 밑에 두고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만방의 족속들까지도 두려워할 나라를 세울 것이다.”


실로 그가 세운 나라는 자신의 당대에 천하를 지배함은 물론

이후 그 후손들은 지난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속에서 당시 인류의 가장 거대하고 찬란했던 두 개의 문명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야 만다.



몽골초원 대륙을 세계사의 태풍을 일으키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의 훈족이 서방으로 이동해 로마를 몰락시키고 서양의 중세를 촉발시켰으며,

이후 돌궐 또한 서방으로 이동해 중동을 정복함에 따라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고, 근대 유럽의 빈까지 쳐들어 간다.

설명이 필요 없는 몽고 제국은 세계를 그야말로 뒤흔들어 놓고야 마는데···



북아시아 초원 대륙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부족들을 통합하여 그곳에서 최초의 통일 제국을 건설함으로써,

이후 세계사의 근본 지형을 몇 차례나 바꾸게 되는 그 엄청난 태풍을 불러일으킨 시원이 된 사람이 바로 묵돌이다.


그 태풍의 눈, 묵돌이 바야흐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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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7.21 19:11
    No. 1

    혹시 묵돌이 초원의 패자, 테무친 인가요?
    ㅗㅠㅇ노족이라 거리가 넝 것 같고...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Yourinn
    작성일
    21.07.21 19:35
    No. 2

    그 보다 훨씬 이전의 일입니다. 테무진은 몽골 12세기 사람이고, 묵돌은 그보다 1,400년 전인 기원전 2세기 경 사람입니다.
    사실 그 지역에서 테무친의 업적을 최초로 실현시킨 사람이 묵돌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테무친과 그 후예들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보다 우여곡절은 있었습니다만, 묵돌과 그 후예들이 끼친 영향력이 더 지대하다고 봅니다.
    항상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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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북벌 21.08.03 125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7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3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8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2 2 12쪽
»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5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5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8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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