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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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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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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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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DUMMY

황하 유역에서 무려 5백년이나 이어진 춘추전국 시대의 분열을 끝낸

최초의 황제, 진시황의 도시 장안성.


당시 함양으로 불렸던 진의 수도 장안은 통일 제국을 호령하던 진시황에 의해

웅장하고도 화려한 세계 최고의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제국의 위용을 만방에 과시하고자 하는 대규모의 토목 공사에 이어 전국 각지 12만 호에 달하는 부호들을 강제로 이주시킴으로써,

천하의 모든 대소사가 정해지고 있던 그곳은 수많은 사람들과 온갖 재화까지 넘쳐나며 번창하고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진시황은 천하의 중심이라 여겼던 그곳,

장안에서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아방궁을 짓고 불로장생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불로장생은커녕 그로부터 불과 20년 후.


장안성 안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는 장락궁.


당시 조정의 모든 대소 신료들이 좌우로 배석해 제국의 정무를 보았던 그 곳,

장락궁에서도 마치 온 사방을 내려다보듯 높이 솟아올라 진시황이 제국을 호령하고 있을 법한 바로 그 자리에는

그 출신이나 성장한 배경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듯한 한 사나이가 앉아 있었다.


태어나기를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셋째로 태어났다.

글공부니 학문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 주제에 오히려 식자들을 우습게 여겼다.


그렇다고 농사라도 짓든지 아니면 장사라도 해야 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는 건달이었다.


건달이 먹고 사는 법이야 정해져 있지 않은가.

비슷한 인간들과 패거리나 지으며 어딘가에 빌붙어 돈이나 뜯어내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높으신 관가에서는 해결 못하는 이런저런 일들을 뒤치다꺼리나 해 주고 돈 푼이나 받으며

동네 주막에서 공짜 술이나 얻어먹고 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래도 협객 행세를 하며 제법 위세가 있었던지 따르는 무리들도 많았다.


장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말단 관직을 하나 얻어 노역장으로 인부들을 통솔하던 중 그만 기일을 못 맞추게 되었고,

당시 진나라의 엄한 형벌이 두려워 결국 산속으로 도망쳐 도둑이 되고야 말았다.


그때가 불과 10여년전.

길다면 긴 시간이라 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도무지 그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누구라도 생각했겠는가.


그러나 그는 대권을 거머쥐었고,

제국을 다스리는 바로 그 자리에 지금 앉아 있었다.


패현 출신이라 패공이라고 불렸던 유방.

한나라를 창업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세운 한나라야 말로

황하 일대를 주무대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들 민족을 '한족'이라 하고,

그들의 글자를 '한자'라 하고,

그들에게 동화되는 것을 '한화'라고 하는 등등

이후의 모든 것은 그 한나라라는 이름을 본 따 성립된 개념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 건달 유방은 황하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한족의 시조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해가 기운지 오래된 늦은 시각의 장락궁.

신하들은 모두 자신들의 처소로 물러나고

주위에 몇몇 시중드는 환관들 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은 그곳은 언제 그렇게 온갖 세상의 일들과 많은 사람들로 붐볐냐는 듯이 적막했다.


그 동안 오랜 전란으로 피폐해졌던 장안성은 이제서야 겨우 수도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갖추게 되었고,

웅장한 황궁의 용상 위에 혼자 떡 하니 앉아 사방을 내려다 보고 있으니 실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곳과는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동쪽 패현,

아무런 배경도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건달 출신의 한 사내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황제의 자리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사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시절, 우연히 먼발치에서 진시황의 순행 장면을 목격하며 그렇게 호기를 부리기는 했지만,

그 웅대한 행차를 보고 누군들 그렇지 않았겠는가.


진나라에 엄한 형벌 때문에 망탕산으로 도망쳐 산적 신세가 된 후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격동의 세월 속에서 겪은 그 파란만장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황제 유방은 깊은 회한에 잠겼다.


한번씩 예전의 감회가 밀려올 때마다

어김없이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 함께 오지 못한 부하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부하가 바로 자신을 대신해 죽음을 맞이했던 기신(紀信)이다.


형양성에 포위당해 오도가도 못하고 식량도 다 떨어져 가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신은 자신의 의복을 대신 입고 항복하는 것처럼 성문 밖을 나서서 상대의 주의를 돌렸고,

그 틈을 타 겨우 자신은 다른 쪽 성문을 통해 측근들과 달아날 수 있었다.


기신은 불에 타 죽었고,

그뿐만 아니라 함께 형양성을 지키던 종공(樅公)은 성이 함락된 이후에도 투항을 거부한 채 목이 베였고,

주가(周苛)는 사로잡힌 후에도 3만호를 주겠다는 상대의 회유에도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뜨거운 물에 삶겨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들을 대신해 그 가족들에게 후한 대우를 해 주긴 했으나 지금 이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한 애석한 마음이야 어찌 가실 수 있겠는가.


유방의 두 눈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곧이어 자신의 충성스런 부하들에게 그런 비참한 죽음을 선사했던 장본인이자,

제국의 패권을 두고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벌였던 상대가 떠오르자 유방은 소름이 끼쳤다.


얼마 전 마지막 해하 전투에서 이중 삼중으로 포진한 자신의 30만 대군과 대장군 한신의 용병술에 말려들어 휘하의 군사들 대부분을 잃고 쫓기다 결국 자결함으로써

그 기나긴 쟁투의 막이 내렸음에도 여전히 그에 대한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 자에게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겪었던가.

그 때마다 부하들의 기지와 죽음을 불사른 희생으로 겨우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자의 그 무시무시한 무력을 생각하니 아직도 아찔하다.


서초패왕 항우.


앞으로 그런 인간이 과연 세상에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사실상 진시황의 사후 황하 일대를 단숨에 제압한 것은 그였다.


진나라의 폭정에 맞서 6국의 후예를 자처하는 자들이 우후죽순처럼 각지에서 거병했지만,

막상 진나라가 반격에 나서기 시작하자 누구 하나 제대로 맞서지 못한 채 무너져 갔었다.


우매한 2세 황제 호혜와 간신 환관 조고가 국정을 혼미하게 하긴 했으나

진나라는 여전히 6국을 병합한 저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장군 장한의 지휘 아래 진나라 군대는 최초의 농민 반란군인 진승의 군대를 격파한 후 위나라를 항복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 옛 조나라의 부흥을 꿈꾸던 세력들을 연이어 패퇴시키며 거록성에 몰아 넣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제나라와 초나라의 구원군마저 패전하고 말았는데,

무엇보다 가장 세가 강력했던 초나라 부흥 세력의 중심이었던 항연이 전사함에 따라

그 타격은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20만에 달하는 진나라 군대에 포위된 거록성은 간신히 구원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을 뿐,

함락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곳마저 무너진다면 황하 이북의 상황은 다시 진시황의 시절로 돌아가는 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 등장한 자가 바로 항우였다.



옛 초나라 장수 항연의 후예이자 전사한 항량의 조카로 함께 거병했던 그가 진나라와의 일전을 벌이기 위해 황하를 건넌 것이다.


황하를 건넌 헝우는 타고 온 배와 밥을 짓는 솥을 모두 부수어 버렸다.


이른바 파부침주(破釜沈舟),

돌아갈 길을 아예 끊어 버리고 단 3일치만의 식량으로 적과 죽기를 각오하고 정면 대결을 벌이겠다는 의미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 참으로 미련한 행동일 수도 있었지만, 누가 그것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다른 제후국들도 그 전투에 지원군을 보내 함께 참여했으나

막강한 진나라 군대와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한 채 다들 주위에서 관망만 하고 있었을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었고,

실제 전투에 임한 것은 항우 직속의 초나라 군대뿐이었지만 그는 그 역시도 상관하지 않았다.


초나라의 군대가 그런 식의 정면 대결로 나오자

진나라 역시 시간을 끌 필요 없이 전면전으로 나섰다.


노련한 장한 휘하의 유능한 진나라 장수들이 지휘하고 있었고, 수적으로도 월등한 우위였음은 물론

각지의 반란군을 격파하며 기세가 한껏 올라 있었던 진나라 군대로서는 상대가 그런 식으로 나오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모든 상황으로 봐서도 초나라의 지원군은 완전 열세였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전투의 결과 역시 이전과 별 다를 바 없이, 아니 이전보다 더 손쉽게 진나라 군대의 승리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항우를 몰랐다.


바로 초나라 군대에 항우가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상황은 뒤집어졌다.


그 수에서 훨씬 열세였던 항우의 군대가 막강한 진나라의 군대와 정면으로 대결을 펼쳐

파죽지세로 격파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항우가 최선두에 서서 돌격하는 초나라 군대는 무려 9번을 승리하며 진나라의 대군을 궤멸시켰다.

소각, 섭간 같은 진나라의 용장들이 전투 중 전사했고, 주장이었던 왕리는 사로잡혀 포로가 되고 말았다.


왕리가 누구인가.

진나라의 6국 병합에 혁혁한 공을 세운 군인 명가의 후손이었다.

부친인 왕분은 위나라와 연나라를, 그리고 조부인 왕전이 바로 초나라를 멸망시킨 장본인이다.


그 왕전이 초나라를 공격할 때 맞서서 최후까지 분전하다 전사한 장수가 바로 항우의 조부인 항연 장군이었으니,

바로 손자 대에서 그 복수를 한 셈이 된 것이다.


기원전 207년.

항우가 소수의 병력으로 진나라의 주력군을 무참하게 패배시키며 진나라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이 전투가 거록대전으로,


삼국 시대 이후 황하 일대를 잠시 석권한 바 있었던 전진의 부견이 일으킨 비수대전(서기 383년),

명나라 주원장의 파양호대전(서기 1363년)과 함께 황하지역 3대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항우에게 완패당하며 후퇴한 장한은 조정에 원군을 요청하려다 거절당하고

간신 조고의 의심과 문책이 있을 것 같자

결국 모든 것을 단념한 채 항우에게 투항하고야 만다.


회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던 진나라는 그 전투로 인해 완전한 패망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세상이 뒤집힌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순전히 항우가 갖고 있던 무력 하나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주위에서 보루를 높이 쌓고 전투의 성패를 관망만 하던 다른 제후국 장군들은 항우가 진나라의 군대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목격한 후,

전투를 끝낸 항우가 그들을 진영으로 부르자

다들 무릎을 꿇은 채로 기어가 항우를 자신들의 상장군으로 추종했다고 한다.


그 전투 한 번으로 우후죽순이던 반란군들은 일거에 항우 아래 통합되었다.


그런 자가 항우였다.



유방 자신은 그 보다 더 처참한 지경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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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3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1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19 1 12쪽
»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27 북벌 21.08.03 125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7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3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8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5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5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8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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