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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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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6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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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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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북벌

DUMMY

견곤왕은 저번에 훈의 반간계에 말려 든 것으로 말미암아

당시 훈의 사자로 온 기환에게 특히 원한이 깊었다.


“내 그 동안 이런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견곤왕이 손에 쥐고 있는 활로 기환이 있는 쪽을 향해 겨냥하자

옆에 있던 부장 중 하나가 견곤왕의 화살에 불을 붙여 주었다.


견곤왕이 불화살을 날리며 기환이 지나쳐온 뒤편, 부교 아래를 받히고 있던 뱃머리를 맞히자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는 것이 아닌가.


견곤의 군사들이 몰래 부교 아래를 떠받치고 있던 배 안에 인화물질을 가득 채워 놓았던 것이었고,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던 관계로 우현왕이 보기 좋게 걸려든 것이었다.


뒤편 우현왕의 본대가 불길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게 되었다.


우현왕은 상대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자신의 호위병들과 그대로 부교를 건너 견곤왕과 일전을 벌이려 하였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견곤왕이 다시 불화살을 날리자 기환의 바로 앞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고,

꼼짝없이 기환은 부교 위의 불길 가운데 갇힌 격이 되고 말았다.


“와하하! 네 놈을 이번에 아주 불에 구워주마.”


견곤왕은 통쾌해 하며 기환의 최후를 즐기듯

천천히 다시 불화살을 들며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부교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 꼼짝없이 타 죽을 수밖에 없게 된 기환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다들 물에 뛰어들어라!”

기환과 우현왕의 호위병들은 아슬아슬하게 바로 아래에서 불길이 치솟으려 하는 순간

예니세이 강으로 뛰어 들었다.


“와하하하! 대신 물고기 밥이 되는 것도 괜찮지. 잘 가거라!”

기환이 물에 떠내려 가는 모습을 보며

아주 고소해 하던 견곤왕은 유유히 그곳을 떴다.



“우현왕을 구하라!”

부장들은 강변으로 급하게 말을 달리며 물살에 쓸려 가는 기환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달리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기환은 예니세이강의 물살에 허우적대며

견곤왕의 바램대로 꼼짝없이 호위병들과 함께 물고기 밥이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훈군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에는 그들이 타고 다니는 말에 있다.


몽골초원의 말은 그리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승마감이 편안하고 지구력이 좋아 장시간을 끄떡없이 버티기 때문에

기동력을 앞세운 기마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우현왕의 종마가 함께 물에 떠내려 가면서도

제 주인을 알아 보았는지 그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기환은 겨우 말의 갈기를 잡았다.

“너희들도 이쪽으로 오너라!”

부하들도 안간힘을 다해 말의 고삐나 안장 같은 것에 들러 붙어 버티고 있었다.


말은 수영을 잘 하는 동물이다.

일단 부력이 좋은 데다가 긴 다리로 노처럼 휘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마리 당 많은 사람들이 들러붙게 된 관계로

말까지 뭍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버둥대고 있었다.


“우현왕!”

그 때 강 어귀에서 누군가가 우현왕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호거의 외가인 로가 부락의 이관이었다.


기환이 로가 부락에 숨어 지낼 때 의기투합한 이후

호거의 복수를 위해 하후씨 일가를 처단할 때 누구보다 앞장섰던 맹장으로 선우 묵돌이 일으킨 여러 정복전쟁에서도 항상 선봉에 서곤 했다.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험한 강어귀의 수풀을 헤치고 우현왕을 따라잡았던 것이다.

힘이 장사였던 그가 황급히 밧줄을 던져 우현왕과 호위병들이 매달려 있는 종마를 뭍으로 끌어당겼다.


다행히도 그렇게나마 떠내려 가지 않고 버텨준 덕에 우현왕은 천신만고 끝에 뭍으로 나올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종마를 붙들고 겨우 버티고 있던 다른 호위병들 역시 로이관이 악전고투를 벌인 끝에 겨우 구출될 수 있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선우 묵돌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선우. 아우가 불에 굽힐 뻔 하다가 물고기 밥이 될 뻔까지 하였는데, 뭐가 그리 우스우시오.”

묵돌 뿐만 아니라 친위대의 려군과 풍비 모두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예니세이 강의 차가운 수온에 오한이 들어

물에 빠진 새앙쥐 마냥 부하들과 함께 짐승 가죽을 덮어 쓰고 있는 기환의 모습이 그야말로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보시게, 우현왕.”

“예, 선우.”

“이제 왕까지 된 사람이 그런 경우는 먼저 척후나 날랜 부하들한테 좀 맡기시게.

무턱대고 나서다가 이게 무슨 꼴인가 그래.”

그러나 먹잇감을 눈 앞에 둔 늑대의 호전성이 좀처럼 자제가 되지 않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선우까지 되신 분이 전쟁만 났다하면 맨 앞에서 티격태격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그러시오.”

묵돌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알았네. 앞으로는 나부터 자중하겠네.”


겨우 웃음을 참은 묵돌은 오한이 든 기환과 호위병들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거나하게 술을 하사한 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현왕과 부하들을 구한 로이관에게 큰 상을 내렸다.



묵돌은 기환을 비롯한 측근들을 대동해 예니세이 강변을 찾았다.


“견곤왕이 만만치가 않구나.”

“그렇소이다. 미리 강 건너편으로 인력과 물자를 보내 놓고는,

그곳에서 치고 나올 때를 노리는 것이 분명하오.”

오한이 가시지 않은 기환은 여전히 짐승 가죽을 덮어쓴 채 몸을 데우기 위해 술병을 벌컥대고 있었다.


“송구하오이다. 내 조금만 빨랐어도 일이 쉽게 되었을 것을···”

기환은 간발의 차로 대업을 놓친 것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북부 연합군이 대파당하고 정령이 굴복하긴 했으나,

견곤왕은 강 저편에서 전열을 재정비한 후 원정을 온 상대가 틈을 보일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특히 겨울이 다가오면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한 자신들이 유리할 것이고,

신려와 혼유 등 저번 셀렝카의 대전에서 별 타격을 입지 않은 강 저편 부족들과 다시 연합할 경우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 생각 마시게. 처음으로 초원을 통일하는 대업일세.

어디 그렇게 우리 뜻대로만 될 일이겠는가.”

묵돌은 자책하는 아우 기환을 위로한 후, 부하 장수들에게 새로운 명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누가 싸워서 이기는가가 아니라

누가 빈틈을 보이지 않고 버티는가에 달려 있다.”


묵돌은 비록 상대가 강 저편에 있다손 치더라도

항상 진영을 정연하게 갖출 것을 우현왕과 부장들에게까지 엄히 지시한 후,

점령한 정령의 왕정으로 귀환했다.


강 저편으로 도주해 버린 북서쪽 견곤의 정벌을 차후로 미룬 후,

묵돌은 우선 다른 북동쪽 배후에 있던 굴사 부족을 먼저 도모할 것을 논의했다.


초원의 통일이라는 대업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각 부락과 가문의 장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서기 바빴으나,

묵돌은 저번 셀렝카의 대전에서 좌현왕을 도와 분전하며 굴사 부족을 쫓아낸

동호 출신의 장수들에게 1만5천의 군사를 주어 이를 일임했다.



먼 동쪽 아무르강 유역에 거주하던

굴사 부족은 저번 초원의 대전에서 대세가 기울자 누구보다도 먼저 군사들을 물렸기에,

북부 연합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입은 피해는 미미했다.


또한 그저 전리품의 획득을 위해 참여했을 뿐

멀리 떨어진 훈국과는 달리 원수진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란 관계로

셀렝카에서 돌아온 후 지난 일은 모두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 먼 곳까지 훈국의 군사들이 들이닥치자

크게 놀란 굴사의 왕은 황급히 1만여의 군사들을 모아 대적했다.

초원의 통일이라는 대업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굴사 부족은 별 소득도 없는 이곳까지 몰려와 사력을 다하는 훈국의 군대에 의해,

아무르 강까지 밀려나며 결국 투항을 결정한다.


굴사왕은 앞으로 훈의 선우정에서 열리는 대인회의에 왕이 직접 참석할 것과,

훈의 전쟁에 군사들을 지원할 것을 약조했다.


그에 대한 증표로 자신의 아들을 훈국에 볼모로 보내기로 하자,

묵돌은 굴사왕의 지위를 그대로 보전해 주며 동맹국의 수장으로 예우해 주었다.


이로써 서북방의 견곤과 그 주위 부족을 제외한

모든 몽골초원 대륙과 그곳의 부족들은 묵돌의 훈국 아래 복속된다.



초원에서만큼은 아무런 배후의 위협도 없어지자

선우 묵돌은 우현왕 기환과 함께 각기 1만5천과 1만의 병력으로 정령과 견곤의 옛 왕정에 주둔한 채

나머지 병사들에게는 철군 명령을 내린다.



견곤왕은 여전히 묵돌과 우현왕이 정예병을 이끌고 요지에 주둔하고 있다고는 해도

원정군의 많은 군사들이 철군한 이상 점차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전사에서 원정군이 가장 곤란을 겪는 문제는 바로 보급인 바,

상대적으로 유목민 군대는 보급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식량이 되는 가축들을 전장터에 함께 몰고 다니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1인당 말을 몇 필씩 데리고 전장을 나서는 훈군은 정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여분의 말을 식량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유목민일지라도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역시 보급의 문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사들은 자칫 한끼만 걸러도 전투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견곤왕의 입장에서는 장기전으로 버틸 경우,

아직 2만5천이나 남아 있는 군사들의 보급에 언젠가는 어려움을 겪게 될 훈국이 스스로 군사들을 물리거나 동요가 일어날 때

한 번 승부를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수세에 몰린 견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 볼만한 시도였으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이전보다 몇 배나 강력해진 훈의 국력은 이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거뜬히 원정군의 보급을 해결하고도 남았다.


후방으로 물러난 좌현왕 호연록과 하남왕 수복귀달이 별다른 차질 없이 군량을 조달함은 물론

정령과 굴사와 같은 새로이 점령된 지역에서 현지 조달까지 무리 없이 이루어짐에 따라

원정군은 주둔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었다.


또한 타지에 원정을 나간 군사들의 경우,

시간이 흐르며 자칫 군기가 해이해질 수도 있건만,

병사들의 전열 역시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정령의 왕정을 임시 선우정으로 삼은 선우 묵돌부터

그곳에서 나라 전체의 정무를 일말의 차질 없이 수행함은 물론,

용병에 능한 묵돌이 때만 되면 무술 시합에다 훈련을 겸한 사냥으로 사기를 북돋우었고,

무엇보다 훈국에서는 이제 말단 병사들과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초원의 통일이라는 대의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북방을 평정하고 초원을 통일하자!”

모든 장수와 병사들이 눈 앞에 닥친 초원 대륙의 통일이라는 대업을 대뇌이며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여름에 전쟁이 시작되어 겨울이 다가오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전투도 없이 대치하는 소강상태가 계속 이어졌건만,

상대가 회군할 기미도, 그렇다고 전혀 빈틈을 보이지도 않고 있자

먼저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쪽은 대치하고 있는 반대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첫 번째 조짐이 드디어 발생했다.

정령의 왕정에 주둔하고 있던 묵돌의 진영에 어느 날 뜻밖에 일이 벌어진다.


광활한 시베리아의 타이가 삼림지역으로 도망친 정령왕이 붙잡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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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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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0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99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3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1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19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7 1 13쪽
» 북벌 21.08.03 126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7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1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3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1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49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3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2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1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0 2 11쪽
14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59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6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0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5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2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29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4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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