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9,793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7.13 20:05
조회
159
추천
2
글자
9쪽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DUMMY

훈국은 북쪽에서 황하 쪽을 바라보는 형세로 좌우를 나누어 중앙은 선우가 직접,

좌우는 각기 좌현왕과 우현왕이 거의 자치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체제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좌현왕의 임지는 동호와 요하, 멀리는 조선 같은 동방과 접하고 있으며,

우현왕은 월지와 호게 같은 부족이 있는 서방과 접해 있다.


묵돌이 좌현왕의 임지에 도착해 보니 겨우 2~3천기의 군사만이 있었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저번 동호와의 화평으로 인해 해이한 상태로 적당히 방비만 하고 있었다.


또한 두만이 대인회의에서 약속을 했다 하더라도

이후 그 1만이나 되는 군사를 묵돌에게 제대로 보냈겠는가.

천신만고 끝에 귀환한 묵돌에게 상황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해 보였다.



그러나 단지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초원의 야생적 질서가 있었다.


초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증오하는 존재는 늑대다.

자신들이 힘들게 기른 가축들을 먹이로 빼앗기 때문이다.


한정된 먹이를 두고 싸우는 경쟁자로서 가장 증오하면서도 늑대는 또한 그들이 가장 숭배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늑대야말로 가장 강인하고 끈질긴 초원의 지배자였기에 심지어 초원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늑대의 후손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증오와 숭배가 정반대로 교차하는 초원의 지배자인 늑대 무리들에게 있어서 강한 늑대가 추종을 받는 것은 하나의 생존 질서라고 볼 수 있다.

거친 초원에서 다른 동족의 무리들이나 인간과 같은 경쟁자에게 승리하려면 반드시 그런 존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늑대의 후손을 자처하며 거친 초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습성이 있다.


그들은 영웅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영웅이 있어야만 그들 역시 생존할 수 있다는 습성이 몸에 베여 있는 것이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살아 돌아온 묵돌의 명성은 온 부족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후 묵돌과 마찬가지로 선우정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뿔뿔이 흩어졌던 예전의 부하들뿐만 아니라

여러 부락의 젊은 용사들이 좌현왕부로 모여 들고 있었다.


강한 젊은 늑대의 아래로 늑대들의 무리가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좌현왕부의 진영에 배치된 그들은 묵돌의 지휘 아래 전투 훈련을 겸한 사냥과 무예 시합을 통해 결속력을 다졌고,

그곳에 모여든 늑대의 무리들에게는 뭔가 새로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고 있었다.



한편 늙은 우두머리 늑대 선우 두만은 묵돌이 좌현왕부로 떠난 후에도 선우정 깊은 곳에서 한참을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 때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충성스럽던 아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자신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아들이자 충신인 묵돌을 저버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호거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정신이 들고 보니 이렇게 창피하고 망신스러울 데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을 어찌하랴.


좌현왕으로 삼긴 했지만, 그것으로 이전에 있었던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봉합될 수는 없는 문제였다.

묵돌이라고 자신을 해할 목적으로 일부러 전쟁을 일으킨 사실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설사 아버지를 원망치 않는다 한들

자신이 또한 그럴 것이라 여기며 덮어 두기에는, 너무 엄청난 짓을 저질러 버렸다.


이미 부자간의 신뢰는 완전히 깨져 버린 것이었다.

눈 앞이 캄캄했다.

이미 돌이킬만한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후중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던 두만이 결국 자신의 알현을 허락하자 두만의 그런 내심을 파악하고 있던 하후중이 이미 다른 술수를 짜놓고 있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소서.

신들이 알아서 앞으로의 일을 처리하겠나이다.”


이전과는 달리 하후중 저 놈의 꼴이 뵈기 싫어지며, 두만은 침상에 돌아 누운 채로 있었다.


저 밉살스런 놈 때문에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 역시 그 때서야 깨달았기에

생각 같아선 당장 이 자리에서 저 놈을 칼로 두 동강을 내버리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지만,

그 또한 돌이킬 수 없었다.


두만은 이미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질주하고 있는 말 위에 올라탄 격이었다.


“이제 좌현왕까지 되어버린 마당에 뭘 어떻게 알아서 한다는 말이오.”

모두가 보는 앞에서 2인자인 좌현왕이 되어 버린 묵돌을 이제 누구라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좌현왕으로 삼으신 것은 오히려 잘 하신 것입니다.”

“잘 된 일이다?”

뭐가 잘 되었단 말인가.

두만은 여전히 돌아 누운 채로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이제 좌현왕까지 되었으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을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일단 진정을 잘 시켜 놓은 상황이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백성들이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시각이 흐른 후에

부자간에 화해도 할 겸 사냥이나 한 번 하자고 좌현왕을 부르시오소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듣지 않아도 알만 했다.


“과연 묵돌이 순순히 응하겠소이까.”

“좌현왕은 효심이 지극한 분입니다.

적당한 때를 보아 선우께서 찾으시면 분명 응할 것입니다.”


아들의 효심을 이용해 일을 벌이는 것이 어찌 할 짓이겠는가.

두만은 차마 어떻게 하란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런 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하우중은 두만이 더 이상 곤란하지 않도록 매듭을 지었다.


“신, 이미 좌현왕부에 간자를 심어 놓았사오니 너무 염려치 마시오소서.”

이미 일을 벌이고 있음을 알리는 경우,

그만 두라는 하명을 달리 하지 않는 한 그 일을 승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다.


두만이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자,

하후중은 공손히 예를 올린 후 두만의 침상을 나섰다.




그렇게 만리장성 북방에서 후계자 문제로 심각한 골육상쟁이 벌어지고 있을 당시,

만리장성 남쪽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원전 210년 7월.

무소불위의 패자 진시황이 자신의 다섯 번째 순행 중 그만 사구에서 병사하게 되자,

갑작스런 진시황의 사망에 그곳에서도 역시 후계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시황은 훈의 두만보다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사망할 때에 이르러

그 즈음 총애하고 있던 호해보다는 맏아들인 부소가 제국을 통치할만한 인물임을 깨닫고 유언장을 남긴다.


자신이 사망한 후 장안으로 돌아와 장례를 주관하고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으란 내용이었다.


당시 맏아들 부소는 진시황이 훈족을 몰아내고 차지한 오르도스 지역을 몽염 장군과 함께 수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수도에 있어야 할 맏아들이 북방으로 간 것은 평소 부친인 진시황에게 선정을 베풀 것을 간언하다 밉보여 일종의 귀양을 간 것이었다.


비록 자신에게 대들기는 했으나

진시황은 부소 같이 어진 아들이 철권통치를 하던 자신의 대를 이어야 인심을 얻고 제국이 대대로 안정될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냥 그대로만 되었으면

진나라는 진시황의 바램대로 2세, 3세 계속 이어져 한나라를 대신해 몇 백 년간 번창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별 희한한 놈이 하나 나타나

하나부터 열까지 일을 완전히 망쳐 놓는 얼토당토 않은 경우가 간혹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환관 조고이다.


뭔가 모자란데다가 사이가 가까운 호해가 황제가 되어야 자신의 권세를 누릴 것을 노린 조고가 진시황의 죽음을 숨기고 유서를 위조해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자고 승상 이사를 끌어 들인 것이다.


승상 이사는 물론 호해까지도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거듭되는 조고의 농간으로 결국 그들 역시 넘어가고, 진짜 후계자인 부소에게는 자결하라는 가짜 편지를 보내는데···


그런데 진나라가 진정 망할 운명이었는지

또 한번의 얼토당토 않은 경우가 벌어진다.


이 부소라는 진시황의 맏아들이 너무 부친에게 순종적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대세가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편지를 받자마자 그대로 자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보아도 이상함을 느낀 몽염 장군이 이 편지가 사실인지 일단 알아보자고 극구 만류했음에도 불구, 부소는 그만 허무하게 자결하고야 만다.


부소가 자결하자 몽염 또한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고,

진시황의 사망을 숨긴 채 장안으로 돌아온 호해가 결국 진나라의 2세 황제가 되는데···


얼마 안가 승상 이사까지 처참하게 처형시킨 후

전권을 손에 쉰 환관 조고가 호해를 허수아비 황제로 내세우고 전횡을 일삼음에 따라

그 막강한 진나라는 삽시간에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만리장성의 남쪽 패자인 진시황의 맏아들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간신배의 농간에 그대로 속아 허망하게 죽음으로써 나라의 쇠락을 전혀 막지 못했지만,


북방 훈국의 맏아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결코 그렇게 허무하게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로 비정한 권력의 속성을 체감한 그는 이미 한 마리의 냉혹한 늑대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냉혹한 늑대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7.15 17:20
    No. 1

    부소는 어리석어 조고에게 이용만 당하나 봅니다.
    좌현왕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한왕의 투항과 반기 21.08.17 102 1 13쪽
33 7부 제국의 대결 - 고립된 마읍성 21.08.14 101 1 12쪽
32 미인과 배신자 21.08.12 114 1 11쪽
31 패현 마피아들의 기적 21.08.10 102 1 12쪽
30 항우, 오만한 자의 최후 21.08.06 121 1 12쪽
29 6부 패공 유방 - 기원전 200년 장안성의 한 사나이 21.08.05 120 1 11쪽
28 또 하나의 제국 21.08.04 139 1 13쪽
27 북벌 21.08.03 127 1 11쪽
26 셀렝카의 대전 +2 21.08.02 139 2 11쪽
25 5부 초원 대륙의 통일 - 대역사의 개막 +1 21.07.30 143 2 7쪽
24 장안 공략 +1 21.07.29 143 2 13쪽
23 만리장성을 딛고 +1 21.07.27 144 2 12쪽
22 묵돌, 진나라로 진격하다 +3 21.07.26 155 2 14쪽
21 동벌서협(東伐西協 동을 정벌하고 서와 협정하다) +1 21.07.23 152 2 13쪽
20 그리고 몰락 +1 21.07.22 150 2 10쪽
19 4부 타오르는 정복전쟁 – 동호의 도발 +2 21.07.21 165 2 12쪽
18 떠오르는 태풍의 눈 +2 21.07.20 159 2 11쪽
17 간신배들의 최후 21.07.19 154 2 12쪽
16 역쿠데타 21.07.16 162 2 12쪽
15 좌현왕부의 친위대 +1 21.07.14 151 2 11쪽
» 3부 초원의 정변 – 돌이킬 수 없는 불신 +1 21.07.13 160 2 9쪽
13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피의 서막 +1 21.07.12 167 2 12쪽
1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1 21.07.09 181 2 13쪽
11 태자 묵돌의 귀환 +1 21.07.08 177 2 10쪽
10 기묘한 전쟁 +1 21.07.07 166 2 11쪽
9 간신배의 농간 +1 21.07.06 173 3 8쪽
8 월지왕의 밀서 +1 21.07.05 191 3 7쪽
7 2부 다가오는 파국 - 영웅과 미녀 +1 21.07.02 231 4 13쪽
6 무전대승(無戰大勝): 전투 없는 승리 +1 21.06.29 245 4 12쪽
5 반간계(反間計): 이간질 +1 21.06.28 258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