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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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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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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작성
06.06.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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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엘루엘(91)

DUMMY

“주인님의 종이자 노예이며 노리개이자 장난감인 유나가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오늘도 절 많이 귀여워해 주세요.”

이건 또 뭐하자는 스토리래?

아침부터 신경성 스트레스가 생길 판이다.

“우선 아침 운동부터 하세요. 식사준비 해 놓을게요. 아빠.”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서있는 내게 입맞춤을 하고는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는 유나였다.

이 상황에서 운동이라고?

난 부엌으로 유나를 따라 들어갔고, 앞치마만 두르고 흥겹게 요리를 하는 유나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유나!”

“아빠. 운동부터 하세요. 금방 부를게요.”

“뭐하자는 짓이야!”

내 발 앞에 무릎 꿇고 사죄만 되풀이하는 유나를 보며 지금 이 상황이 게임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아니, 예전의 설아가 했던 모습이었고, 유나가 떠나기 전 했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끝내고 싶은 모습이었다.

도대체 70대 늙은이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제대로 옷 좀 입고 이야기하자. 식사는 그 후에 하기로 하자.”

나는 가스레인지를 모두 끄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그럼에도 유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유나!”

“네? 네. 옷을 입을게요. 금방 입고 올게요.”

으……. 머리야!

유나가 내려오기 전 커피 두 잔을 탔다.

검은 투피스 정장을 입은 유나는 거실로 내려온 후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뭐해?”

“네? 네…….”

거실의 소파는 폼이었고, 나의 무릎 옆에 무릎을 꿇는 유나였다.

또 다시 짜증이 확 올라왔다.

예전의 설와와 유나를 답습하는 것이었다.

내가 변태 짓을 하긴 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늙고 싶은데 도움이 안 된다.

“유나. 소파에 앉아라.”

“네…….”

길게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게임에 한시라도 빨리 접해야 했기 때문이다.

“네가 원하는 게 정말 나의 노리개로 사는 것이냐?”

“그. 그게…….”

“이 늙은이의 돈을 바라는 것이냐? 아니면, 회사를 바라는 것이냐?”

“그.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그 행동은 뭐지? 예전처럼 날 미친놈 취급하고 싶은 거냐?”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흐흑…….”

“그럼 왜 이곳엘 다시 온 거지? 지금이라도 네가 원한다면 그 전의 네 직업을 얻게 해 주마. 내게 그 정도의 힘은 있을 거다. 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전 그냥 여기서 살고 싶어요. 아빠의 여자가 되어서 살고 싶어요. 그 외에는 바라는 거 없어요. 흐흑…….”

“네 나이는 이제 30이고 내 나이는 70이다. 삼류 영화라도 찍자는 건 아니겠지?”

“죄. 죄송해요. 그냥 아빠 옆에서 살게만 해주세요. 나이는 상관없어요. 엉. 엉…….”

도대체 왜?

어쩌면 이것도 나의 복이겠지. 아니면 화일테고…….

“그래. 이제 뭐라고 하지 않으마. 대신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말자. 알겠니?”

잠간의 침묵이 흘렀고, 유나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 그렇지만…….”

“말해라.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마.”

“일주일에 한번, 아니 한 달에 한번만이라도 절 안아주세요. 네?”

헉!

이 바뀌지 않는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이제야 선명해지는 듯 했다.

설아와의 긴 전쟁이 끝난 후, 가끔의 냉전에 써먹던 나에 대한 설아의 애교석인 화해의 말이었고, 게임 속 소냐의 레퍼토리였다.

이제는 유나까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설아의 귀신이 나에게 붙은 것일까?

아니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그쪽으로 가는 것만 같다.

이러다가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밥 먹자.”

난 귀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점을 보는 어머님이나 누님의 말에 조심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귀신이란…….

또 다시 나의 눈치를 보며 옷을 벗는 유나였다.

미치겠다. 혹시 이것도 유나의 복수에 일환이 아닐까?

유나는 비밀요원이었고, 그전엔 나의 근접경호요원이었고 팀장이었다.

설아와의 관계는 뻔히 알고 있을 것이고, 도청을 안했다고도 할 수 없었다.

아니면, 미쳐있을 때 내 스스로 말해 줬을 수도 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유나의 복수든 유나 스스로 선택 하에 행동하는 노리개든, 살만큼 살았고 늙은 후이긴 했지만 즐길 만큼 즐겼다.

죽음이 무서워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앞치마를 걸치고 식탁에 음식을 차리는 유나였다.

얼굴이 여위긴 했지만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유나가 무엇을 바라고 저런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즐기기로 했다.

식탁을 차린 유나가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유나의 등 뒤로 다가가 앉았다.

주는 떡도 못 받아먹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네가 원한다면 나도 내가 원하는 만큼 즐겨 주리라…….


외성의 성문으로 향해 다가오는 상단의 횡렬은 끝이 없었다.

100여명이 넘는 용병인 듯 한 자들을 선두로 일만 여명이 넘는 듯 한, 노예들과 그 주위에서 책직을 들고 노예들을 독촉하는 용병들…….

그 뒤로 말과 소가 이끄는 마차엔 돼지와 닭, 염소, 토끼, 등 가축이 실려 있었고, 그 뒤로는 거대한 짐을 실은 마차가 끊임없이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어느새 성문 밖으로 나갔는지 스웬과 기사단장을 비롯한 수십 명의 엘살바르 기사단원들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내성으로 향해 출발했다.

지루한 행렬의 끝이 성문을 통과하고, 남아있던 기사가 한숨을 쉬며 성문을 닫았다.

“굉장하군 그래!”

“아! 대공을 뵙습니다.”

“난 허례허식 따위는 싫다네. 어떤가? 소감이.”

황송한 듯 고개를 숙이는 기사였다.

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거의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그들에게 보인 모습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인이 아닌, 괴팍하고 성깔 더럽고 무지막지한 마법사였기에, 보기만 해도 피해 다니던 그들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친근하게 대화하는 내가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가. 가슴이 떨립니다.”

“허. 나도 이런 광경을 처음 본다네. 가슴이 떨리더군. 허허…….”

이미 대화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난 기사의 어깨를 두들겨 주곤 어슬렁거리며, 상단의 끝을 따라 걸었다.

기사의 떨림이 심해지는 걸 느끼곤 그가 실신이라도 하지 않을까 염려 되었다.

손님들이라고 칭해지는 용병들은 근위기사단이라는 실력도 미천한 자들을 따라 황성으로 들어갔고, 남은 노예들은 스웬의 거창한 일장연설을 듣고는 몇 명의 인솔자를 따라 또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전과 다른 것은 그들이 직접 가축들과 짐마차를 끌고 갔다는 것이다.

스웬의 연설은 간단했다.

‘너희들은 이제 자유다. 노예가 아닌 평민으로써 엘살바르제국의 국민이 된 것이다.

엘살바르제국이 싫다면 떠나도 좋다.

단. 저주의 땅을 횡단하려면 많은 물과 음식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한 달 반 정도의 여정동안, 저주의 땅에 대한 상황을 각인한 그들이 떠날리 만무하고, 옥토로 변한 영지를 본다면 떠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가족들이 경작해 먹고 살아도 충분한 토지를, 가지고 싶을 만큼 갖게 해주고, 세금도 싸게 해주며, 배움으로 인한 신분상승까지 할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된 땅에서 떠날 노예들은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노예근성에 졌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의 영지에서 사는 인간들에겐 평등하게 대하고 싶다.

물론 내가 나서서 한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스웬의 연설을 끝까지 남아 듣고 있던 용병들은 끼리끼리 쑥덕거리며, 근위기사들의 독촉에 황성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마을의 광장은 텅 비어 버렸다.

황성으로 들어가야 할까?

아니면 나의 영지민(?)들을 따라가야 할까 고민했다.

나의 영지를 다스리는 자들에게 특별교육을 시키기는 했지만 미덥지 않은 건 당연했다.

혹시나 노예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킨다면 5명의 관료(?)들은 순식간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세 명이 기사라는 허울을 쓰고, 소냐의 특별채용으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1만여 명이 넘는 노예를 상대하기란 바위에 계란치기였다.

세상만사 세옹지마. 될 때로 되라…….

황성의 연병장엔 짐마차를 풀어 헤치는 인간들로 정신이 없었다.

얼마 만에 보는 새로운 먹거리 이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고, 근심만이 가득해 보였다.

근위기사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실력보다 못한 용병이 없고, 그 숫자만 3천여 명이었다.

황제와의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한 시간? 아니, 몇 분 사이에 죽어 없어질 팔자인 것이다.

소드마스터상급의 황녀?

웃기는 소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 작성자
    Lv.29 광염소나타
    작성일
    06.06.02 02:22
    No. 1
  • 작성자
    Lv.99 도도리표
    작성일
    06.06.02 02:59
    No. 2

    zzzzzzzz !!!!!! ㅎㅎㅎㅎ ㅋㅋㅋㅋㅋ

    자기만족이라 헐

    좋군요ㅛㅛ.^^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데카다
    작성일
    06.06.02 03:31
    No. 3

    ㅋㅋ.. 이시간에 왠지 무제님 글 올라와 있을꺼 같아서 들어왔는데
    역시 올라와 있군요..^^ 역시 부지런 하신 무제님..
    제가 본 무제님 글은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마치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길을 꼬부랑꼬부랑 가는 것 같긴하지만
    충분한 흡입력이 있어서 글이 시원시원하게 잘 넘어갑니다..^^
    이때까지 읽으면서 한번도 지겹단 느낌을 받은적 없고요.
    그러니까 충분히 재미있단 말일까요?^^:
    하하..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영달
    작성일
    06.06.02 04:48
    No. 4

    분량도 많다면서 광참으로가죠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생민e
    작성일
    06.06.02 05:45
    No. 5

    함 상 젬 게 보고 있어요^^ 걍 보구 아 제미 구나 하는 정두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北天孤星
    작성일
    06.06.02 08:28
    No. 6

    몫이라고 써야맞고
    새옹지마라고 써야맞는대요..
    변방의 늙은이란 뜻의 새옹이 맞는답니다..
    작가님처럼 쓰면 변방의 영웅쯤 되겠는대요. ㅎㅎㅎㅎ
    텨~!!! 후다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노브
    작성일
    06.06.02 08:36
    No. 7

    작가님...

    개인적인 만족에 글을 쓰신다지만...

    전 벌서 중독이 되었습니다... 연중이라는... 말은 제발... 하지말아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Friday
    작성일
    06.06.02 09:15
    No. 8

    ~_~
    애초에 기사단 들 생각은 없었으니 뭐:::

    설아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난건데 주작신검 나중에 찾게 될지..아니면 캐릭터도 죽은셈이니 날아간건지..궁금해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LOMBARD
    작성일
    06.06.02 09:36
    No. 9

    잘 보고 있읍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데몬핸드
    작성일
    06.06.02 09:57
    No. 10

    그냥 자기가 만족하거나 의도한데로 쓰나가시길 바랍니다..

    손보는건 완결 지어놓고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에고이스트
    작성일
    06.06.02 10:45
    No. 11

    그냥 쓰고 싶은데로 쓰세요~
    연중하면 미워할 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파랑색
    작성일
    06.06.02 10:55
    No. 12

    세웅지마 <--- 세옹지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sia님
    작성일
    06.06.03 15:43
    No. 13

    -ㅁ-; 정력짱.. 색골 ~

    쿨럭 변태 늙은이는 색녀를 싫어하는건가

    이런 진짜 변태 늙은이!! 순결한 자만 원하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파란솜
    작성일
    06.08.22 09:50
    No. 14

    즐겁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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