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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535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5.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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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엘루엘(83)

DUMMY

자세히 보기로 확인한 결과는 전의 단약과 내용이 같았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반겨 1km라는 글자만 확대되어 보이는 듯 했다.

웃음이 나왔다.

100미터에서 1킬로라는, 10배에 해당하는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적어도 1년에 한반도의 반 정도 넓이의 땅은 건 질수 있는 것이다.

엘살바르공국의 땅 덩어리는 한반도의 수십 수백 배는 될 테지만 이정도만이라도 어딘가?

크크……. 크하하하…….

기뻐서 웃었다.

웃다 웃다 지쳐서 배를 잡고 천정을 보며 1천년이란 세월을 고생한 마법사들의 고지식에 또 다시 웃었다.

배를 잡고 웃는 나의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소냐을 안고 뒹굴며 또 웃었다.


“그. 그러니까……. 저주를 풀 단약을 만들었단 말인가?”

기쁨을 억누르지 못한 핫산이 나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250여명의 인간 중 혼절하지 않은, 죽지 않은 인간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와 핫산의 주위로 기어왔다.

며칠째 물도 먹지 못하고, 실신 직전까지 간 그들이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이것좀 놓…….지.”

비실 비실대던 놈의 늙은이가 뭔 놈의 힘이 이리 센가?

그러고 보니 이놈의 늙은이가 힘이 센 것이 아닌,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인 비실이었다.

옆에선 도끼눈을 뜬 소냐가 핫산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핫산의 눈에는 보일 리가 없다.

눈에서 나오는 눈물에 주위가 뿌옇게 보일 테니 말이다.

“미. 미안하네…….”

조금이나마 안정이 되었는지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주저 않는다.

“음. 컥……. 자네도 알다시피 성공작이 아닌 실패작일세.”

핫산이 내용을 알고 있을 리가 없지만 도망갈 구멍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일단 실패작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저주를 풀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겠나?”

“그. 그렇긴 하지.”

솔직히 저주를 풀었다고 할 수는 없다. 실패작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단약은 두 개.

젊은 놈이 좋은걸 먹어야 된다는 건 기정사실!

“흠. 흠. 그럼 저주의 단약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겠네.”

두 개의 단약을 양손에 들고 자세하게 대조 설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설명은 이어지지 않았다.

‘저주의 단약(실패작)

-저주에 걸린 남자만 사용가능.

-하루에 열 번 오줌 눈 자리 반경 1km 정사각형의 거리가 저주에서 풀린다.

“???”

뭔가가 이상하다!

하나는 하루 한번이고, 또 하나는 하루 10번이다?

하루 한번에 100미터이고, 하루 10번 1킬로다?

허. 허허……. 또 웃긴다.

왜 웃음이 나오는지 모른다.

크. 크크. 우하하하…….

단약을 양손에 하나씩 움켜쥐고 대전을 굴러다녔다.

미친놈 바라보듯 쳐다보는 수많은 눈들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굴러다녔다.

눈물을 찔끔찔끔 거리고 아픈 배를 쥐어 누르며 구르다 쉬면서, 숨쉬기 하다 또 웃으며 굴러다녔다.


움직일 수 있는 200여명의 인간들이 몰려있었고, 그 중심에는 목내이의 젊은 인간이 서 있었다.

얼굴 근육이라고는 없었지만 잔득 찌푸린 얼굴이란 건 확실했다.

당연히 이유가 있는 찌푸림이었다.

두 단약 중 처음 것은 대공에게, 두 번째 것은 소공에게 먹이고 혹시라도 모를 일에 대비한, 대공을 위해 아끼고 아껴둔, 숨기고 숨겨둔 얼마 남지 않은 식수를 뱉어내게 해서, 소공이라는 목내이에게 모두 먹게 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목내이가 되어버린 소공이 먹을 수 있는 양의 몇 배나 되는 물이었고, 나는 억지로 소공의 입속에 들이부었다.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죽일 듯 노려보며 먹어대는 소공이었지만, 그런 그의 앞에서 실실 웃으며 물을 억지로 먹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그리고 우물을 찾았지만, 성내의 우물 중, 쓸 만한 곳이 없었다.

왜?

저주의 땅이 되어버린 곳에 우물은 무슨 우물인가?

검은 땅의 물들은 검게 변하고 독충이 우글거리며 냄새가 고약했기에 모두 막아버리고 무너뜨려버린 것이다.

그때 소냐가 나서서 우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다면 오줌을 누고, 땅을 파서 물을 구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길 뻔 한 것이다.

다 죽어가는 인간들이 무슨 힘이 있어 땅을 판단 말인가?

마녀의 땅 한쪽 구석에 있는 우물.

냄새를 막기 위해 몇 십 개의 천으로 감싸고 덮은 후, 돌로 눌러 놓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우물의 뚜껑을 제거하려 했지만, 일단 대지부터 옥토로 만들고 열기로 했다.

지금 열었다가는 독물이나, 독의 기운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옥토로 변하는걸 보기도 전에 죽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옥토로 변했다고 독물과 독의 기운이 사라질지도 의문이었지만…….

그리고 소공이라는 목내이는 200여명에게 둘러싸여있는 공터의 중앙에서, 엉거주춤해 있었다.

오줌을 누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지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건을 꺼내놓고 오줌을 누어야 한다면 창피한건 둘째 치고 오줌이나 제대로 눌까?

물론 변태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싶지만 꼴에 공국이라는, 대 엘살바르공국의 소공이었다.

몸을 돌리라는 둥, 눈을 하늘로 올리라는 둥, 별의별 명령과 강압, 부탁과 애원에도 불구하고 200여 쌍의 눈들은 소공의 그곳만 주시하고 있었다.

1300여년을 이어온 저주였다.

세기의 대 역사가 다시 쓰여지는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인 것이다.

그의 부모들과 부인들, 가신들과 가신들의 여인들, 그리고 기사라 일컬어지는 신하들과 그들의 부인들…….

정말로 웃기지도 않는 순간인 것이다.

목내이 소공은 주위를 한번 흘겨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바지를 까발리고 목조로 만든 인공 물건 같은 것을 꺼내 찔끔거렸고, 후에 물줄기를 쏟아냈다.

얼마 먹지도 못하는 물을 몇 배나 먹었으니 오줌이 아닌 물이 흐르는 듯 했다.

오줌을 다 준 소공은 옷을 여미고 땅을 보았다.

아니, 오줌을 누면서부터 땅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200여 쌍의 눈도 그의 물건엔 관심 없이, 오줌이 떨어진 땅만 쳐다보았다.

검은 땅. 저주의 땅. 죽음의 땅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황토색을 띠며 퍼져 나갔다.

자신들의 발밑으로 지나가는 황토색의 땅을 따라가던 그들의 눈은 우물로 향했고, 우물을 지나 성벽 밖으로 물러나는 검은 땅을 보며, 누구랄 것도 없이 환호하며 우물로 뛰었고 무겁디무거운 바위를 치우고 천을 잡아 찢었다.

인간의 무의식중 들어나는 힘은 어디까지일까?

장정 두셋이 들어도 힘들 것 같은 바위들이, 힘도 쓰지 못할 것 같은 삐적마른 사내들과 여자들의 손에 힘없이 옮겨졌고, 손톱이 깨져나가는지도 모르게 천들을 잡아 찢었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천년을 이어온 저주의 우물이었다.

이곳에 오면서 격은 바다와 같은 넓이의 늪지며 많은 하천의 늪지, 호수의 늪지를 오며, 구역질나는 냄새와 벌레와 독충들을 보아왔다.

혹시라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천이 모두 찢어발겨져 나간 우물에선 청량한 물내음이 물씬 풍겼다.

원래부터 그랬던 우물처럼 독충이나 벌레 따위가 있는 것이 아닌, 예전부터 청량했던 우물처럼 말이다.

두레박을 내리고 물을 들어 올리는 와중에도 환호는 멈추지 않았다.

물이 올려지고 누군가에 의해 하늘로 뿌려졌고, 또 다시 두레박은 우물로 사라졌다.

몇 번이나 같은 일을 반복하며 환호하는 그들의 눈에는 눈물인지 물벼락에 생긴 물인지 모를 물이 흘러내렸고, 괜스레 나의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천여 년의 저주를 이어온 저들의 기분을, 지금의 나의심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젠장! 나의 호기심과 욕심으로 인한 2년여가 넘는 마법탐구, 울화에 못이긴 마법실험에도, 남의 일 같이, 나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했던 나도, 이리 눈물이 흐르는데…….

스웬이라는 백작이자 총관이 나서고, 기사단장이라는 자가 나서자 환호와 소란은 잦아들었고, 모두에게 물을 마시게 했다.

그래도 위아래는 철저한 듯 대공과 부인들, 소공과 부인들, 그리고 나와 소냐로 이어져 물맛을 보고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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