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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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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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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2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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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루엘(81)

DUMMY

공터에는 공중부양의 묘를 보여주듯, 소냐 엘살바르 공녀의 쇼가 이어지고 있었다.

땅이 아닌 공중에서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로 하늘을 누비며 검무를 추는 모습은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 같다고나 할까?

이곳에선 천사라고 해야 하나?

이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의 피부는 뽀얗게 광체를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검에선 검강이 튕겨 나가고 멀어져 갔던 강기로 만들어진 검이 그녀의 주위로 다시금 돌아왔다.

하나인 듯 두 개인 듯, 강기의 검들이 그녀의 몸을 휘감아 도는 듯 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런 광경을 혼자만 본다는 것에 흐믓하기도 했지만 미안했다.

딱히 누구에게 미안한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모든 강기의 검이 하나가 되어 그녀의 발을 떠받치듯 하다가, 빛살처럼 사라져 버렸다.

“???”

막말로 승천이라도 해버린 것일까? 해탈? 또 뭐라고 하지?

이제는 이놈에 게임이 왜 이리 황당한가에도 무감각해졌다.

마나의 파동은 사라졌고, 마녀의 땅은 적막했다.

사방이 성벽으로 가려진 곳이었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성벽에 그어져 있는 검강의 자국을 구경했다.

깊고 얇고, 길고 짧은 선들이 무수히 많았다.

나의 짧은 검술 실력으로는 저것이 검술이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았다.

난잡, 그 자체였던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 숨이 나온다.

과거의 인연이 모두 청산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녀의 땅을 벗어나려 뒤로 돌았을 때,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주. 인. 님?”

너무 놀라 입만 뻐금거렸다.

나의 마법실력은 유저와 npc를 모두 합쳐서, 나보다 뛰어난 마법사는 없다고 자부 할 수 있었다.

미친 듯이 저주의 땅을 헤맬 때 6서클을 마스터 했고, 지금은 7서클 유저다.

이런 내가 바로 뒤에 나타난 그녀의 마나를 느끼지 못했다는 건 경악할 일인 것이다.

처음 소냐를 보았을 때의 위압감이 두렵긴 했지만, 한판 붙어 볼 수도 있겠지 싶었던 그녀였건만, 지금의 소냐는 너무도 평범했다.

소드마스터라는 느낌이, 아니 검을 휘두르는 검사였는지도 의심스럽다.

“주. 인. 님?”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하는 소냐였지만 내 귀에 들어올 일이 없다.

소드마스터 중급과 상급의 차이가 극명하게 들어나 보이는 소냐를 보며 허무함을 느껴 버린 것이다.

8서클에나 올라야 겨우 붙어 볼 수 있는 검사인 것이다.

“안아주세요. 주인님.”

스스럼없이 안겨오는 소냐를 밀쳐냈다.

소드마스터 상급의 인형!

마녀의 땅에 들어오는 모든 남자는 그녀의 주인이었다.

1천여 년을 그렇게 살아온 여인들이었다.

저주가 만들어낸 피해자였던 것이다.

땅에 무릎을 꿇고 발에 입을 맞추며 죄송하다고, 벌을 달라고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그녀였다.

“이제 그만하지. 더 이상 감출 것도 없지 않은가?”

몸을 가늘게 떨고, 한참 후에 몸을 일으킨다.


가제도구라고는 하나뿐인 침대에 앉아, 간단한 원피스를 입은 모습으로 발아래 무릎을 꿇은 그녀의 모습 속엔 천여 년의 무표정함이 있었다.

“저주의 원인 제공자인 가문의 대가 끊겼다. 이후의 저주까지 가문이 책임을 질 일이 없다. 물론 엘살바르가에서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대가 끊긴 마당에 가문에서 해결할 사람이 없으니, 이제 그 굴레을 벗어 버려라. 그리고 나와 이 저주서린 땅을 벗어나는 거다. 어떠냐?”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냐였다.

“그럴 순 없어요. 저 또한 저주의 가문 사람이에요. 제가 살아 있는 한 저주는 계속 될 거예요.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싶지는 않군요.”

천여 년을 감시와 은둔 속에서도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다.

소드마스터 정도라면 감시의 눈길을 피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고, 지금은 감시라는 말이 무색한 감시였다.

“떠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안타갑군. 도와줄 능력이 되질 않으니 말이다.”

드레곤의 저주를 인간이 풀어 낼 수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천여 년을 이어온 저주에 대한 마법사들의 피나는 노력!

내가 죽을 때까지 연구하고 실험한다고 해도 불가능해 보였다.

s급 퀘스트라고 좋아라. 달려든 내가 한심해 보였다.

몸을 떨며 눈물 흘리면서도 두 손으로 나의 발을 부여잡은 손에 힘이 들어 있었다.

이런다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참 후에 힘이 풀어짐을 느낀 나는, 발을 움직여 돌집을 나섰다.

불가항력이란 말이 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주인님!”

“???”

“안아주세요.”

허…….

달려드는 소냐를 내칠 수도 없었다.


“그럴 수가?”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만큼, 더욱 거세게 일어나는 짜증이고 분노였다.

하루 이틀을 앞둔 상태에서, 와야 할 상단은 오지 않고, 연락용 수정구슬로 보내온 내용이 나를 화나게 했다.

식료품과 식수의 운송이 중단 되었다는 일방적인 짤막한 마법통신을 끝으로 연락 두절인 것이다.

식료품이야 예전부터 아껴 먹었기 때문에 비축분량이 꽤 많았다지만, 식수는 그렇지가 않았다.

6개월간을 250여명이 먹을 정도의 식수를 가져오기 위해선 엄청난 마차와 인원, 용병이 필요했고, 비밀리에 운송하기 위해서 공들인 심혈 또한 컸으리라.

천년을 넘게 이러한 일을 해온 상단이었다.

막말로 충성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친 충성인 것이다.

엘살바루가문에 있던 4대 가신 가문 중 한 개 가문이 만들어낸 역사였고, 기나긴 시간을 저주의 땅에 바쳐온 충성이었지만,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2대, 3대만 지나도 인연이 끝나는 현실로 볼 때,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좋을 시간인 것이다.

이곳의 모든 인간들은 이미 각오가 되어 있는 듯 무표정했고, 억울해 하지도 않았으며 불만을 토로하는 자도 없었다.

모두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단 한번!

이제 떠날 수 있다고, 홀가분해 질 수 있다고 생각 했건만, 여전히 끝이 좋지 않은 것이다.

저주의 땅에서 나의 과거를 털어 버릴 수 있다면 모든 걸, 먼지 한 톨이라도 털어 버리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사람이 열을 받게 되고,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결론을 내릴까?

모르겠다.

그 사람의 그 때 기분에 따라 틀려질 수도 있다.

옆에선 핫산이 무어라고 또 떠들어 댔다.

들리는 말로는 이동 스크롤이 있고, 몇 명이라도 이곳을 떠날 수 있다는 말 이였지만, 스팀을 받을 대로 받은 내겐, 개짓는 소리였고, 소귀에 경 읽기였다.

이동스크롤이야 나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동 스크롤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또 다른 결심을 했다.

이미 열을 받은 상태인데 그냥 떠나기는 너무 억울한 것이다.

250여명이 비축되어 있는 식수로 생활 가능한 기간은 한 달!

한 달 안에 쑈부를 볼 생각이었다.

무슨 쑈부? 당연히 저주다.

불가능한 일기긴 했지만, 열 불난 상태에선 그 무엇도 가능했다.

나를 엿 먹인 그 상단 놈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인 것이다.

저주를 못 푼다면 차선책으로 직접 복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직접 복수를 한다는 건, 쉽지도 않겠지만 귀찮다.

나의 성격으로 직접 복수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알기 때문에 여기서 쑈부를 봐야했다.


실험실에 준비된 모든 실험도구를 사용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런 나를 넉 놓고 보고 있는 핫산이었지만 무시!

소량씩 사용하던 재료들을 마음대로 퍼다 부었고, 이를 말리는 핫산도 무시!

실험대가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본 핫산의 한숨소리도 무시!

모든 걸 무시하며 나의 인벤과 배낭에 든 쓸 만한 재료를 모두 쏟아 부었고, 그런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핫산도 무시해가며 열을 올렸다.

수백 수천가지나 되는 실험 목록을 일지에서 찾아가며 실험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저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드레곤의 저주!

엘살바르 가문과 가문의 땅에만 국한된 저주였다.

그렇다면 엘살바르 가문의 저주만 풀린다면 땅의 저주는 자연스럽게 풀리는 곁가지일 것이다.

누나인 마녀의 축복과 그의 동생인 목내이의 저주.

누나가 동생의 영양분을 모두 먹어치우는 저주.

생각하면 간단하다.

둘의 영양분을 합쳐 중성적인 입장의 영양분을 만들어 내면 된다.

이것이 주된 결론이었지만, 천여 년 간 성공한 적이 없다.

이 간단한 방법의 저주에, 곁가지로 생산된 수백 수천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간단하게 둘의 피를 섞는 방법에서부터, 수십, 수백, 수천가지의 재료를 섞는 방법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방법 또한 수백 수천가지였다.

나는 간단한 방법을 택했고, 쉬운 것부터 처음부터 파헤쳤다.

피와 피를 섞어 중간의 영양제를 만들 순 없었고, 일기에 들어있지 않은 재료를 퍼 부으며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탑에 구비된 재료와 나의 배낭 속에 있던 재료들이 동이 났다.

몇 십 가지의 방법도 못해보고 시간과 재료를 날려먹은 것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또 다른 재료를 흩어보며 흐뭇했고, 그 재료들은 어서 써 달라고 유혹하는 듯 했다.

쓸모없는 재료를 낭비한 것이 기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느낌이 좋았다.

핫산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무시하고 저주의 마물들인 포션병들을 흩어 보았다.

1천여 년 간 저주를 연구하며 만들어낸 저주시리즈가 유혹하듯 손짓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반대편의 선반에 축복받은 포션병들이 즐비했다.

저주와 축복은 종이 한 장 차이?

맞다.

저주의 물건이나 포션등을 만들어 내면 역작용에 의한 축복이 생긴다.

축복에는 생기지 않는 역작용이 저주에는 생기는 것이다.

왜?

왜 이런 재료들을 저주의 재료로 쓰지 않았을까?

저주의 부작용으로 나온 재료는 재료가 아닌, 완성품들 이였기 때문이란, 핫산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완성품이면 어떻고 재료면 어떤가?

나의 몰지식한 상식으로는 모든 게 재로로만 보였으니, 핫산의 눈에는 내가 미쳐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랑의 묘약’

남자나 여자에게 먹이면 잠을 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보이는 이성에게 사랑을 느낀다.

삼류 소설에나 나오는 레퍼토리 묘약이었다.

‘대지의 축복’

독이나 오물들에 오염된 대지에 뿌리면 옥토가 된다.

저주 걸린 대지에는 꽝이다.

‘꽃의 축복’

한 겨울에도 한 여름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지속시간이 그때뿐이다.

‘씨앗의 축복’

씨앗을 뿌리고 축복을 내리면 하루사이에 열매를 맺는다.

그만큼 빨리 자란다는 뜻이다. 단! 하루만…….

웃기는 다양 각색한 포션과 단약들이 즐비했다.


‘저주 켄슬 포션-모든 저주를 풀어주는 포션(믿거나 말거나)’

흐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마녀의 피와 저주의 피를 넣고 저주 켄슬 포션을 부었다.

부글부글 잘도 끓는다.

하루를 보글보글 끊는데 지켜보는 나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물의 고갈로 탈진해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한단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지켜본 시간이 이틀째로 접어들었다.

“꽝”

실드를 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실험실이 난장판이 되었고, 폭파의 여파로 실험실 벽에 처박힌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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