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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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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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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5.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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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엘루엘(78)

DUMMY

그란드리아성 인간의 총 숫자는 250여명 정도라고 했고, 6개월에 한 번씩 헤이온왕국에서 식료품과 식수를 비밀리에 들여온다고 했다.

더 이상의 비밀은 누설할 수 없다는 말을 끝으로, 마법의 탑으로 안내한 핫산은 나를 도서관과 비밀의 서재로 안내해 주고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황당한 대접이었다.

쉴 수 있는 방이나 음식조달에 대해선 언급도 없이 내팽겨 쳐진 것이다.

후에 핫산의 제자라는 놈이 식사할 곳과 방을 알려주긴 했지만, 기분 좋은 심정은 아니었다.

비밀의 방에는 온갖 잡다한 저주마법에 관한 서적이 쌓여 있었고, 그 외의 마법까지 망라되어 있는 마법서적의 보고였다.

일천 삼백년이란 긴 세월동안 모아온 마법서적이라고 떠벌리던 핫산의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나의 골방인생이었다.

레나와의 여행이 무산된 지금 여행이라는 큰 타이틀은 사라졌고, 조카가 만든 패밀리길드로 가자던 생각도 뒤로 미루어 버렸다.

s급 퀘스트에 대한 유혹이 더욱 컸던 것이고, 이래저래 골방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에 또 다시 적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나가 게임하는 곳은 어디쯤이지?”

강변으로 소풍을 나왔고 유나가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꼭 아셔야 해요?”

“극비 인거냐?”

유나의 다리를 베고 누워 엄마 새가 새끼에게 주는 먹이를 먹듯 유나가 주는 여러 가지 음식을 받아먹으며 두 손을 놀리고 있었다.

“그렇지는 않지만 아빠도 비밀이잖아요. 저만 가르쳐주면 배 아플 것 같아요.”

결국은 서로 공개를 하자는 말인 것이다.

알려고 한다면 못 알아내지도 않겠지만 강요하고 싶지 않다.

“연아는 어디에 있는 거냐?”

저번 주 토요일에 들러 주말을 보내고는 월요일 꼭두새벽에 사라진 연아였다.

“유럽 쪽에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알아봐 드려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거야.”

좀처럼 말이 없는 유나의 입을 열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쉽지 않다.

신세기에서 봤을 때는 수다쟁이로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거의 묻는 말에나 대답을 할 뿐, 스스로 수다를 떨어 본적이 없는 유나였다.

“유나의 부모님은 어디 사시지?”

“꼭 아셔야 해요?”

어이쿠, 비밀도 많다.

“아. 아파요.”

당연히 아프라고 힘을 줬는데 안 아프면 섭섭하지.

차라리 연아가 옆에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가볍게 한번 안아주고 나니 알아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줄줄이 내뱉고, 직업이며 세상을 돌아다니는 즐거움과 에피소드를 하염없이 내 뱉었다.

‘잘 못 걸렸다.’싶어 찐하게 한번 안아주고는 캡슐 속으로 도망가 버렸었다.

“죄송해요.”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는 나의 의도는 퇴색되어 같지만, 곁에 유나가 있으므로 해서 즐거우니 죄송할 게 무언가 싶고, ‘꼭 알고 싶다’고 한다면 모두 말해 줄 테니 모르는 게 아쉽지도 않다.

“사귀는 남자는 없나?”

“음. 예전에 미친 늙은이 한명 사귀었었죠. 지금은 아빠라는 사람하고 사궈요.”

그냥 조용히 즐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귀찮고 짜증나는 골방생활이 싫어서 현실의 만족도를 높이려다, 되레 기분만 상하는 꼴이었다.

내가 느끼는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나는 그 때의 일을 가슴깊이 세기고 있는 모양이다.

게임처럼, 지나간 과거에 대한 재생 플레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어떻게 했기에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앙금을 남겼을까?

“제가 화나게 했다면 벌을 주세요.”

씁쓰름한 기분이 들며 환상에 들떠 즐거움을 바랬던 마음이 달아나 버렸다.


며칠 후 안 되겠다 싶어, 유나를 잠시나마 쉬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생각만으로 잡아두면 안되겠다 싶은 것이다.

“여행 좀 다녀오면 어떻겠냐?”

“아. 아빠!”

“내가 네게 몹쓸 짓을 했다는 걸 안다. 기억에 없다지만 너의 행동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표현하는데 모를 수는 없겠지. 지금도 네게는 고역일 수도 있을 테고.”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짓는 유나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여태 혼자서도 잘 지내왔고, 얼마간 네가 없다고 해서 굶어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떠냐?”

“네……. 그렇게 할게요. 정말 죄송해요. 흐흑…….”

유나가 나간 널따란 거실이 더욱 커져보인다.


유나가 떠난 자리는 컸고, 정에 길들여진 만큼 외로움은 한없이 커졌지만 유나의 빈자리를 아는지, 연아가 들락거렸지만 나는 게임에 몰두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유나였다.

나나 연아는 유나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고, 연아마저 자신의 일에 치여 오는 횟수가 뜸해졌다.

그럴수록 더욱 게임에 몰두했고 폐인처럼 변해갔다.

세 달이 넘어가자 예전의 나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모든 걸 잊어갔다.

가끔씩 찾아와 진찰을 하는 연아와의 사이도 서먹해졌고, 육체관계까지 뜸해졌다.

성욕이 일어나질 않는데, 육체관계가 다 뭐란 말인가.

예전과 같이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저주마법과 육체를 다듬었다.

게임으로 폐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형제들과 조카들이 찾아와 잠시나마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이제는 예전의 생활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일장춘몽이라고 했던가?

레나와의 만남 후 꾸었던 꿈은 깨진 것이다.

1년이 넘는 게임속의 케릭도 저주만을 파헤치며 폐인이 되어있었다.

저주마법을 배우고 익혔는데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접속해서 배운 마법이 적었던 만큼, 자동인식 프로그램이 배운 스킬은 많아졌지만, 무엇을 배웠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무더위가 꺾여 서늘함이 다가오는, 유나가 떠난 지 4개월이 넘어가는 어느 날에, 캡슐을 나와 거실로 향했던 나는, 부엌에서 와이셔츠만 걸치고 음식을 장만하고 있던 유나를 보았다.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뒤돌아보며 활짝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지만, 왠지 거리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럼 떠날까요?”

웃음을 머금은 체 간단하게 대답한다.

“이제 예전처럼 혼자서 생활 할까 한다.”

“훗. 죄송하지만 전 아빠의 근접경호 비밀요원이라고요.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체가 귀찮게 하는 거다.

“유나야…….”

“정말 제가 떠나길 원하세요?”

내가 원하는 게, 정말 원하는 게 혼자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또 다시 정에 이끌리기는 싫다.

설아를 보냈을 때에도 그랬지만, 유나를 떠나보냈을 때의 아픔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미안하구나.”

“죄송해요. 이제는 원망 같은거 안하고 모실 자신이 있었는데, 제가 너무 이기적이였나봐요.”

2층으로 올라가 배낭하나를 걸치고 내려온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나에겐 긴 시간인 듯 했다.

“이제 다시는 못 보겠군요.”

“뭐?”

“훗. 임무에 실패한 요원은 폐기처분이거든요. 그렇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근사한 새로운 일자리 하나 꿰차던지,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하나 꼬셔서 결혼하죠, 뭐. 이 얼굴에 남자하나 못 꼬시겠어요? 청첩장 보낼 테니 축의금이나 많이 해 주세요. 그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떠나가는 유나였다.

애걸복걸이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제 할 일 다 끝났다고 홀가분하게 떠나간다.

이제야 내 생활로 돌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잔잔한 호수에 돌을 끼얹은 격이었다.

그리고 무심하게 따나가는 것이다.

이것도 복수의 하나일까? 마지막 복수!!!

허. 허허……. 끈질긴 구석이 있는 유나였다.

현관문을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를 향해 돌아선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었어요. 좀 더 빨리 오고 싶었지만……. 죄. 죄송해요. 나의 주인님…….”

무엇인가 가슴에서 벅차오른다.

잡고 싶다. 남아달라고, 같이 있어달라고 붙잡고 싶다.

현관문이 닫히고 적막한 거실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나는 없는 듯했다

천천히 한발 두발 현관을 향하는 걸음이 왜 이리 더딘지…….

문을 열었지만 인적이 없다.

뜨거운 태양만 산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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