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542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5.25 00:58
조회
5,846
추천
5
글자
10쪽

엘루엘(77)

DUMMY

마법사용 로브를 입은 자까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5,6서클은 되어 보인다.

싸움이 일어난다면 무조건 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느낌에 성루에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마법사라고 하셨는데 검을 차고 계시는군요?”

나중에 나타난 중무장한 중년인이 말을 건넨다.

“마법사라고 해서 근접전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소?”

“마법사라시면 플라이 마법으로 성곽을 넘을 수 있었을 텐데?”

“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엘 허락 없이 들어간다는 것은 도둑에 지나지 않소. 사람이 살고, 문이 있으니 당연히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소?”

“흠. 마법사라시면 자신 있는 마법 몇 가지만 보여주시구려.”

저놈들이 미쳤나?

마법사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여행가라고 밝혔으니 들이면 들이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것을 마법사라는 걸 꼭 확인하려드니 왠지 찜찜하다.

마법사와 원한이 많다든지 떠돌이 마법사를 실험재로로 쓴다든지…….?

그러고 보니 여긴 저주의 땅이었다.

저들이 진짜 인간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식은땀이 흐른다.

이곳 사방 5천키로 내외에는 타왕국이 있을 리 없고, 식수 또한 구할 길이 없는데…….

너무 들떠 안일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천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밝혀지지 않은 도시였다.

“좋다. 너희들이 확인하자고 했으니 후회하지 마라. 파이어레인, 기가라이트닝, 헤이스트.”

마법을 날리고 헤이스트를 걸고 도망쳤다.

‘퍼퍼퍼펑’

슬쩍 뒤돌아보니 성루에 있던 마법사가 실드를 쳤지만 성문근방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도시가 보이는 언덕위로 도망을 친후, 검은 먼지가 가라앉으며 보이는 성문의 문이 열리고, 기사들과 마법사가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니 암담했다.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온 곳으로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도시를 돌아서 도망가기에는 너무 위험했으니 말이다.

성문을 나선 기사와 마법사가 잠시 실랑이를 하는 것 같더니, 마법사 혼자 언덕을 향해 오고 있었다.

실드를 치는 것으로 보아서는 5서클 유저나 마스터였다.

실력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 마법사였지만, 사람 흉내를 내는 몬스터라면 또 다른 비밀 무기가 있을 것이다.

주위에 수십 개의 윈드커터를 만들어 위협을 가하고 말을 걸었다.

“너는 인간인가 몬스터인가?”

말을 하고도 이상한 질문이었다.

다가오던 마법사도 나의 질문에 황당한 듯 그 자리에 멈춰 나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희를 몬스터로 생각하고 마법을 날린 거요?”

“무슨소리? 마법을 보여 달라고 한건 너희들이지 않은가? 어디에 마법을 날리던 내 자유다.”

말도 안 되는 언변을 날리고 있는 나였고, 더욱 황당해 하는 마법사였다.

따지고 보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허. 저희는 몬스터도 아니고 유령도 아닌 인간들이요.”

“당연히 인간으로 행세하니 인간이겠지.”

조롱하듯 말했지만 넘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 믿겠소?”

“목을 따보면 붉은 피가 흐르겠지?”

“허…….”

너희들도 믿지 못하고, 나도 너희들을 믿지 못한다.

그럼 피를 봐야하는 건 당연하다.

인간만이 붉은 피를 흘리니 말이다.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마법사는 품에서 포션병을 꺼내고, 단검을 꺼내 손가락을 긋고는 포션병에 피를 받아 내게 던졌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말하는 마법사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인 것이다.

포션병을 열어 피의 냄새와 맛을 보았고, 인간임에 확실한 피였지만, 그래도 의심을 접을 수는 없었다.

흠. 방법이 없을까?

인벤과 가방을 뒤져보았다.

스미스당단에서의 연금술연구로 가방이나 배낭 등에는 나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는 이상야릇한 아이템들이 많았다.

물론 성공작도 있지만 실패작들이 더 많았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지니고 다니는 것이다.

오호. 이런 것도 있었네?

가방 속에는 설사약 종류의 포션이 있었다.

물론 실패작이긴 하지만 설사약이라는 데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는 것이 실패작이다.

마법사에게 포션병을 던지고 한마디를 건넸다.

“자네가 인간이라면 생명에 지장이 없음을 보증하겠네.”

이런 말을 한다고 대뜸 먹을 인간이나 지능을 가진 몬스터가 있겠는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난센스였다.

“당신의 피를 보여주시오.”

“나의 피는 고가품이라 한 방울도 흘릴 수가 없다네.”

‘상대는 피를 보냈는데 왜 보내지 않는가?’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사람의 피는 연금술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피는 저주의 재료 중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재료인 것이다.

주직업이 마법사이고 부직업이 연금술사인데, 스스로 피를 뽑아 건네주는 행위는 ‘나를 죽여주시오’라고 목을 내놓는 것과 같다.

그래서 상대방이 건네준 포션병의 피가 인간의 피가 맞는다고 하더라도, 상대 마법사의 피라고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혹시 저주마법에 대해 아는 것이 있소?”

저주 마법?

썩을. 배워 봤어야 알지.

마법의 종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4대 원소마법이 근간을 이룬다지만, 말이 좋아 4대 마법이지 그 외의 마법종류도 엄청나게 있는 것이다.

다만, 4대 원소마법을 쓰는 마법사가 많기에 유명한 것 뿐이었다.

저주 마법에 속한다는 홀드나 슬립 같은 마법은 전쟁이나 싸움 등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마법이기에, 거의 모든 마법사가 배우는 마법이지만, 그 외의 저주 마법을 배운 적이 없다.

배우기도 힘들고 까다롭지만, 배워 놓고도 배척받는 마법인 것이다.

“저주 마법을 익힌 마법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사소한 것 이외에는 익힌 적도 본적도 없네.”

사실이긴 했지만 마법사에 저주까지 언급하는 것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정확한 이유가 뭘까?

“저주 마법을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소?”

당연한 걸 묻는 저의가 뭐냐?

익힐 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익힐 수만 있다면 익히고 싶은 게 마법이다.

저주 마법이면 어떻고 소환 마법이면 어떤가.

“무슨 뜻으로 묻는 것인가?”

“저주 마법을 가르쳐주겠소. 이 늙은이 보다 고서클이신 것 같은데, 저주 마법이라면 당신보다 뛰어나다고 장담할 수 있소.”

말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물론 주는 게 있으면 받고 싶은 것도 있겠군?”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마법사였지만 선뜻, 받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다.

“이곳의 저주를 풀어주시오.”

빙고! s급 퀘스트다.

그런데 기계음이 들리지 않는 이유가 뭐냐?

역시나 저놈들은 인간들이 아니었나?

“그 포션병에 든 액체를 마셔라, 너희가 인간인지 믿을 수가 없다.”

포션병을 돌려가며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맞아보며 오만 인상을 쓰는 마법사였지만, 마실 생각은 없을 것이다.

“정말 인간에게는 피해가 없는 것이요?”

“솔직히 말한다면 물론 피해가 있긴 있다. 그렇다고, 인간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얼마간의 시간동안 고민을 하던 마법사는 결심이 선 듯 말했다.

“나의 부탁은 어떻게 하겠소?”

“허. 나는 여행가이자 모험가라 할 수 있네. 천년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영광이 눈앞에 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네. 자네도 알다시피 마법사의 탐구욕은 죽음도 불사 한다네.”

“좋소.”

결정을 했는지 실패작 설사 포션을 망설임 없이 화끈하게 마시는 마법사였고, 그 경과가 어떨까 궁금한 나였다.

설사 포션을 마시고도 이상증후를 보이지 않는 마법사였다.

완전한 실패작인가?

“아무렇지도 않은가?”

“설사약?”

엥? 어떻게 알아냈지?

“실패작이긴 하지만 확실한 약이구려. 먹자마자 바로 나오니 말이요.”

허. 먹자마자 바로 나온다면 성공작인거야. 실패작인거야?

“흠. 흠. 괜찮은가?”

“지금 약 올리는 거요?”

“허허…….”

마법사 근방에 야영스킬을 활성화 시키고 투명마법을 펼쳤다.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기사들이 뛰어 왔지만 윈드 커터와 파이어 레인을 만들어 자제시켰다.

“마법사는 무사할 테니 그곳에서 기다려라.”

믿을 놈이 없겠지만 무턱대고 뛰어오는 놈들도 없을 것이다.

딱 보기에도 여기에 있는 마법사는 저들에게도 상당한 지위를 가진 상관인 듯 했으니, 잘못 건드려 정말 죽는 경우까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배낭 속에 남아있던 물이든 가방을 던져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같이 늙어가는 남자의 몸을 보는 건 혐오스럽다.

“정말 탐나는 아이템이군요.”

가방 속에서 물을 꺼내 샤워를 하며 말하는 마법사였지만, 뒤돌아보기가 꺼려졌다.

“재료만 있다면 만들어 줄 수 있다네.”

“인첸트 마법사?”

“허. 말했지 않은가? 여행가라고. 이것저것 되는대로 주어 배우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흠……. 이제 됐소.”

로브로 온 몸을 가리고 서 있었다.

“미안하게 됐네.”

“미안할 것 까지 있겠소? 서로 못 믿을 판에 이정도면 양호한 거요.”

야영스킬과 투명화스킬을 켄슬하고 기사들 쪽으로 걸어가자, 중년인이 검을 거두어 들였다.

“앞으로 같이 생활하게 되실 모양이니 인사나 나눕시다. 전 스윈 마르쿠니 백작이라 하오.”

“엘루엘.”

“허. 그러고 보니 내 소개도 하지 않았소. 핫산 미드리안 백작이요. 물론 마법사고 저주를 연구하고 있소.”

“음…….”

저주의 땅에 백작이 둘씩이나 있다는 건?

대공도 살아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말없이 성문을 향했고, 결국 저주의 땅 중심인 엘살바르공국의 수도인 그란드리아성에 입성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루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3 엘루엘(103) +10 06.06.09 4,734 5 9쪽
102 엘루엘(102) +9 06.06.09 4,720 3 7쪽
101 엘루엘(101) +11 06.06.08 4,891 5 12쪽
100 엘루엘(100) +26 06.06.08 5,136 6 10쪽
99 엘루엘(99) +10 06.06.07 5,090 5 14쪽
98 엘루엘(98) +8 06.06.06 5,053 5 6쪽
97 엘루엘(97) +13 06.06.06 5,019 6 9쪽
96 엘루엘(96) +9 06.06.06 5,132 5 9쪽
95 엘루엘(95) +14 06.06.05 5,333 6 7쪽
94 엘루엘(94) +8 06.06.04 5,344 6 9쪽
93 엘루엘(93) +15 06.06.03 5,326 6 7쪽
92 엘루엘(92) +10 06.06.02 5,270 6 9쪽
91 엘루엘(91) +14 06.06.02 5,393 6 9쪽
90 엘루엘(90) +8 06.06.01 5,407 5 8쪽
89 엘루엘(89) +9 06.05.31 5,442 6 10쪽
88 엘루엘(88) +9 06.05.31 5,587 6 7쪽
87 엘루엘(87) +10 06.05.30 5,520 6 6쪽
86 엘루엘(86) +14 06.05.30 5,573 6 9쪽
85 엘루엘(85) +30 06.05.29 5,588 6 7쪽
84 엘루엘(84) +15 06.05.29 5,592 7 11쪽
83 엘루엘(83) +15 06.05.28 5,681 6 8쪽
82 엘루엘(82) +6 06.05.27 5,607 6 8쪽
81 엘루엘(81) +5 06.05.27 5,724 6 11쪽
80 엘루엘(80) +6 06.05.26 5,720 6 10쪽
79 엘루엘(79) +13 06.05.26 5,789 5 9쪽
78 엘루엘(78) +8 06.05.25 5,868 6 8쪽
» 엘루엘(77) +8 06.05.25 5,847 5 10쪽
76 엘루엘(76) +7 06.05.24 5,904 5 7쪽
75 엘루엘(75) +11 06.05.24 6,016 6 12쪽
74 엘루엘(74) +12 06.05.23 6,056 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