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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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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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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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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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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엘루엘(74)

DUMMY

“이놈에 늪지는 뭐가 이렇게 넓어?”“그러게요. 러시아에 있다는 호수보다도 큰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하기야 끝도 보이지 않는 바이칼은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까운 호수였다.

정확한 지도라도 있다면 가까운 거리를 확인 할 수 있으련만…….

“음. 그러고 보니 호수가 아니라 강일수도 있네요.”

“강?”

“네. 이쪽위로 올라가면 소렌토제국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오리온왕국이 있죠. 소렌토제국은 모르겠지만 오리온 왕국 북쪽으로 저주의 땅에 영향을 받은 영지가 버려져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주의 땅에서 흘러오는 검은 강물들로 대지가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럴 수도 있겠다.

저주의 땅이라고 비가 안 오는 것도 아니다.

비가 오면 흘러내리는 곳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게 강이라면 위로 올라가 봤자 헛고생이 아닌가?

“이거 참! 이런 난관이 있었군.…….”

몬스터가 나나타면 잡던지 튀면 되지만 늪지로 변한 강이라니…….도무지 건널 방도가 없다.

혼자라면 플라이마법으로 건너갈 수도 있겠지 싶지만, 로렌까지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훗. 뭘 그리 걱정하세요. 엘루엘님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할 것 같은데…….”

“내가 대리고 왔는데 책임도 못 진다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나?”

“걱정 마세요. 처음부터 죽을 각오로 왔으니까요. 두 명에서 저주의 땅을 횡단한다는 게 말이나 되요? 자살하기는 좀 그렇고, 한방에, 고통 없이 죽여주는 마법으로 해 주세요.”

“뭐?”

이런 얼빵한 여자를 봤나?

아무렴 파티였던 동료를 짐이 된다고 죽여 버리라니…….

말이 되냔 말이다.

“혹시 아는 마을 중에서 좌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곳이 있나?”

“좌표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처음 저주의 땅을 횡단하려고 한 것은 여행에 대한 기대와 현실성 도피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아무것도 없고, 검은 땅으로 뒤덥힌 죽음의 땅에 뭐 볼 것이 있고 즐거움이 있겠는가?

마음의 정리도 할 겸 택한 여행에 걸려든 로렌이었다.

또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하는 여행이었고, 아쉽긴 하지만 돈 걱정 또한 하지 않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이동 스크롤로 날으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고급용 장거리 이동스크롤이 비싸긴 하지만 죽는 것보다 났지 않은가?

죽으면 소지하고 있던 최상의 고급 아이템을 떨어뜨리니 말이다.

로렌이 알려준 좌표를 고급스크롤에 적고 건네주었다.

“이거 비싼 거잖아요?”

놀란 모습의 로렌을 보며 우월감에 졌어든다.

예전엔 생각지도 못하던 씀씀이였고 여유였다.

“허허. 동료를 버리고 가기도 그렇고, 죽이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도 아니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 지금껏 힘겹게 따라와 주어 고맙네.”

아깝긴 하지만 인벤에서 검을 하나 꺼내어 건네주었다.

“선물일세. 나중에라도 인연이 있다면 만나겠지. 부담은 갖지 말게.”

검을 받아들고 또 한 번 놀라는 로렌이었다.

“이. 이건. 저. 전…….”

눈물을 글썽이며 할 말을 못하는 로렌이었지만 못 받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미스릴로 만든 레어급 아이템을 못 받겠다고 버팅길 수 있는 유저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런 놈이 있다면 절대 주고 싶지 않다.

재수 없는 놈이기 때문이다.

“후후. 퀘스트라고 생각하게. ‘저주의 땅을 횡단하는 미친 늙은이 말동무하기’퀘스트 어떤가?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허허…….”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검을 품에 안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로렌이었다.

“지킬 수 없겠다 싶으면 아예 꺼내지도 말게. 인간들의 욕심은 이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말일세.”

“네. 네.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허. 이제 떠나게…….”

“엘루엘님 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허. 미안한 말이지만, 먼저가게. 플라이마법으로 늪지를 날아가다 떨어져 죽는 꼴을 보인다면, 그 얼마나 뭐 팔리는 일이겠는가?”

“풋.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다음에 만난다면 꼭 보답할게요.”

“허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또한 대단한 인연인 게지. 가보게…….”

“그럼, 부디 저주의 땅을 횡단하시길 기도해 드릴게요.”

스크롤을 찢자 환한 빛과 함께 로렌이 사라졌다.

저급스크롤과는 다르게 1,2초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로렌이 서있던 썰렁한 곳을 말없이 응시했다.

퀘스트 보상치고는 너무 큰 선물이었나?

주고 나니 아까워지는 레어급 검이었다.

아자!!!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에 연연하지 말자.

제정신을 찾고 이곳까지 여행한 파티이자 동료이지 않은가?

저주의 땅을 말없이 따라온 특별한 동료인 것이다.

‘플라이’

마나가 빠져나가며 주위를 감싸고 몸을 띄운다.

마나가 빠져나가는 만큼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그에 따라 마나 또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삼분지 일 정도의 마나가 빠질 때 쯤 늪지의 끝이 보였고, 반 정도의 마나을 쓰고는 땅에 내려 설 수 있었다.

마나 회복율이 높기는 하지만 플라이마법으로 날아다니는 것은 위험한 짓이었다.

공중으로 떠올라 고정되어 있는 것쯤은 일도 아닌데 말이다.

헤이스트를 걸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랄까?

이젠 뒤쳐져 숨을 헐떡이며 쫒아와 줄 로렌도 없는 것이다.


케릭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달리기를 뒤로하고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을 나오면 항상 보이던 유나가 없었다.

거실에도 부엌에도 보이지 않았고 2층에도 보이지 않았다.

외출이라도 한 것일까?

샤워를 대충하고 밥을 대충 챙겨 먹고는 운동을 할 겸 마당을 거닐었다.

거의 7개월간을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는 생각에 봄기운도 돌고 하니 외출이라도 좀 해야겠다.

이왕 살아있는 것, 좀 즐기면서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었다.

죽은 설아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유나의 고생도 심하니 위로도 할 겸 말이다.

집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유나였다.

근접경호라는 임무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외출? 아니면 임무에 대한 회의로 전근?

항상 근처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고 나니 허전하다.

허. 외로움이겠지 싶다.

든 자리는 티가 나지 않는다지만 난 자리는 크다고 했는데, 지금의 내 심정이 그 짝이었다.

멍하니 흐르는 강을 보며 허전함에 치를 한번 떨고는 게임으로 들어가려다, 봄꽃을 한 아름 들고 비탈길을 올라오는 유나를 보았다.

개나리 진달래를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탈진 곳을 올라오고 있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화도 났다.

온다 간단 말도 없이 사라진 것도 그렇고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그랬다.

삶에 메말라 외로움을 모르고 있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정에 메마른 지금의 심정은, 부쩍 커져버린 허전함과 외로움에 허덕이고 있는 것 같다.

“주인님!”

온 몸이 땀에 절고 숨을 헐떡이며, 무거운 물건인 듯 꽃을 든 손을 내미는 유나였지만, 나의 손은 꽃을 든 손으로 향하질 않았다.

‘짝’

소리와 함께 ‘이게 아닌데’ 하며 움찔하는 나와 허무하게 쓰러지는 유나였다.

귀하게 부모님 밑에서 자라난 아이일 것이고, 성공한 케이스의 여성이었을 유나는, 그렇게 흐느끼고 있었다.

가슴이 아리고 쓰라렸다.

지금의 행동이 뭔 짓인가 싶으면서도 달래주거나 사과하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설아였다면? 하는 생각에 또 다른 분노가 가슴 밑에서 치고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 유나의 행동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꽃을 손질하고 화병에 담아 거실 탁자에, 나의 방과 베란다 한 쪽에 꽃이든 꽃병을 놓고는 나의 무릎 곁에 앉았다.

“맘에 드세요?”

“아니!”

“죄. 죄송해요. 바로 치울게요.”

탁자의 화병으로 뻗은 손을 잡았고, 나를 바라보며 또다시 눈물을 흘리는 유나의 입술에 입술을 포겠다.

긴 입맞춤이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유나처럼 아름답고 향기 나는 꽃이 여기 있는데 굳이 또 다른 꽃이 필요할까?”

닭살 돋는 말에 온몸이 근질거리는 듯했다.

분명히 늙어서 노망난 것이리라.

아니! 설아처럼 해준 것 없이 잃고 싶지 않았고, 나에 대한 원망을 담고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더한다면 더 이상의 외로움에 지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의 고지식한 느끼한 멘트가 효과를 발휘하는 걸까?

멀뚱멀뚱한 눈으로 쳐다보며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지만 기쁜 것인지 처량맞은 얼굴인지 모를 일이다.

“주인님. 엉엉…….”

헉! 눈물과 콧물을 나의 옷에 부비는 유나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랬다간 영원히 놓칠 것 같은 예감이랄까? 걱정이랄까?

한참을 나의 품에 안겨 울던 유나의 소리가 차츰 적어질 때 나의 손이 유나의 몸을 더듬었다.

“변태!”

큭! 연기였나?

나를 밀치고 몸을 일으킨 유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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