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를 씹는 맛;에서부터 크레파스 맛;에 이르기까지
각종 무시무시한 형용사를 달고 다니는 카카오 함량 99% 초콜렛을 발견했습니다.
워낙 초콜렛을 좋아하기도 하고, 순간 만용이 발동해서 덥썩 사버렸습니다.
포장을 뜯고 꺼내보니, 이건 뭐 숯검정 모양 시커멓습니다.
한조각 떼서 입 안에 넣어 봤는데. 음.
처음엔 잘 모르겠더니, 이게 굴리면 굴릴수록 쓰더라구요.
나중엔 저절로 찌푸려지는 인상을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쓴 맛이 났습니다.
폐타이어 맛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돈 주고 사먹고 싶지 않은 맛이더군요.
이걸 어떻게 다 먹나 한숨을 내쉬며 포장지를 훑어보니
식품 유형이 '준' 초콜렛입니다.
즉 카카오 함량이 99%나 되면 더이상 초콜렛이 아니라는 얘기였던 겁니다.
문피아에 연재하는 글과는 다른 글입니다만
다른 사이트에서 다른 글을 쓰면서
너무 자기 좋을 대로만 글을 쓰고 있지 않으냐 하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내 글 내맘대로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물론 글쓰는 사람이니 주관은 있어야겠죠.
시청율 좀 좋으니 연장방송하는 일일 드라마처럼
죽을 사람 살리고, 깨질 커플 억지로 이어주는 짓은 해서는 안되겠지요.
하지만 말이죠. 가끔.
내가 아는 것을 남들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내 생각이 그러니까 남들도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내 시각이 이러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내 주관, 내 생각을 가지는 것을 넘어
내 사고를 독자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함량이 99%면 그건 이미 초콜렛이 아니니까요.
제 글의 카카오 함량은 60% 정도만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달콤하지도, 너무 씁쓸하지도 않은, 그런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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