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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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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eelbrush
작품등록일 :
2021.06.21 16:06
최근연재일 :
2021.07.10 18:57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2,920
추천수 :
7
글자수 :
373,867

작성
21.07.0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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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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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2) 방문 - 봉인(하)

DUMMY

꾸욱.

법진은 입을 꽉 다물며 기진이 봉인에 저항하는 힘에 버텼다.


봉인을 행하는 자.

그리고 그 봉인에 저항하는 자.


“으아아아아악!”

기진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투둑.

투둑.

몸을 옭아매던 기운들이 하나둘 끊어졌다.


“으윽······.”

법진의 다문 잇새로 피가 흘러나왔다.


“망할! 누님! 버텨요! 도대체 저 영감탱이 그동안 무슨 짓을 얼마나 어떻게 했으면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 건지. 크윽!”

무진은 신음을 흘리며 남은 힘을 짜내어 법진에게 보탰다.

법진은 무진의 기운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진은 대체······. 무지막지하군요. 흐윽.”

미간을 찌푸리며 집진이 강하게 법진을 향해 말했다.

“법진님. 버티세요.”

자신의 기운을 끓어 법진에게 보냈다.

법진은 두 손을 교차하며 더욱 진법이 흩어지지 않게 집중했다.


“기진을 막는 건······.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어.”

의진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의 기운을 법진에게 건넸다.

세 명의 금천의 힘이 법진의 주위를 에워쌌다.


‘여기서 기진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간다. 법진누나 힘내요.’


이호의 등에 내린 진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법진을 바라보았다.


팽팽한 고무줄이 당겨지듯 법진과 기진의 기운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아직 남아있는 괴린들은 이호가 쳐내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진호는 기진의 중심으로 기운의 흐름이 급격하게 몸속에서 뭉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모두 조심해요! 이호! 삼접!”

진호의 외침과 동시에.


“으아아아아악!”

기진이 괴성을 질렀다.


-진호님! 꺅!

날개를 펼치며 보호하기 위해 법진을 향해 다가가던 삼접은 폭발과 함께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진호!

다행히 이호의 거대한 몸이 아슬아슬하게 진호를 감쌌다.


콰과과과광!

동시에 기진의 몸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했다.


기의 소용돌이가 폭발하듯 쏟아지는 힘의 폭풍에 막을 새도 없이 법진과 세 명의 금천은 고스란히 그 기운을 그대로 온몸에 받았다.


털썩.


“크으억!”

무진은 제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무진의 두 개의 검 중 하나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한 손에 남은 검이 무진의 몸을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주었다.


움찔.

“으윽!”

집진역시 바닥을 구른 채 쓰러졌다.


“의진!”

진호는 서둘러 폭발에 날아가 떨어진 의진의 몸을 붙잡았다.


“정신 차려! 의진!”

“······.”

이미 정신을 잃은 의진은 대답이 없었다.


“미치겠네. 정말이지·····.”

의진의 몸을 바로 높이고 진호는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크에에에엑! 쿨럭!”

기진역시 자신의 힘을 과도하게 썼는지 크게 기침을 했다.


“······.”

기진의 앞에 꿈적도 없이 법진은 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기진은 기침을 멈추지 못한 채 웃었다.

“크·····큭. 쿨럭. 내가 이 정도로 너희들에게 봉인될 것 같아?”

“······.”

법진은 곳곳이 선채 기진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아직 진법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많이 약해져 있었다.

스으윽.

기진은 몸을 조금씩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기진에게 묶여있는 빛줄기가 약해지며 기진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했다.

기진은 빛줄기에 묶여진 채로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디뎠다.


쿵!


“기회를 주마. 법진. 아니 너희 금천들. 나와 함께 신이 되자.”

“·····.”

“우리가 신이 되어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면 되는 거야. 왜 그렇게 너희들은 날 막으려는 거냐.”

“······.”

“내가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진화를 위해 발전하는 것이야.”

“·····.”


법진은 차가운 얼굴로 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발전에 수많은 영혼이 네 도구로 쓰였지. 그게 잘못인 거야.”


“금천은!”

기진이 화를 냈다.

“금천은 신이 될 수 있는 선택받은 자들이야!”

“······.”

“왜 인간을 신처럼 모시려고 하나! 법진!”

기진의 노란 눈이 법진을 향해 바라보았다.


“잘못 알고 있군. 우린 인간을 신처럼 대한 적 없어.”

칼에 지탱한 채로 버티던 무진이 기진의 말에 끼어들며 말했다.

“퉤. 망할 영감탱이. 우리가 언제 인간을 신처럼 모셨나? 모든 건 자연의 하나야. 우리도 선택되기 전에도 선택된 후에도 같은 존재였다. 왜 그걸 잊어 버린 거지? 기진.”

무진은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기진을 바라보았다.


기진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니들은 도태된 거야.”

“······.”

“나는 계속 연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렇게 발전한 것이고.”

“그게 정말 발전이라고 보나? 그 괴물과 같은 모습이?”

기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나의 노력을 괴물로 치부해 내다니. 너희는 여전히 편협된 사고에 벗어나지 못하는군.”

“······.”

“더는 권유는 하지 않겠다.”

“······.”

“너희들이 말하는 똑같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라. 나는 신이 될 테니.”

기진은 법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 웃음에 섬뜩함이 지나갔다.


“기진·····.”

악문 잇새로 무진은 기진을 노려보았다.


투둑.

툭.

기진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옭아매던 봉인의 실들이 조금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흐음·····.”

법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지다 못해 하얗게 변했다.


“젠장! 움직여!”

무진은 간신히 칼에 의지한 채 앉아있는 자신의 몸에 화를 냈다.


“으윽.”

누워있는 집진은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진호는 붓을 꼭 쥐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법진은 봉인의 힘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의진은 의식을 잃었고, 집진과 무진은 전투는커녕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다.


‘방법이······. 방법이 없나. 법진누나의 진법으로 봉인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무리였나.’

진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절로 나오는 탄식에 진호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그때였다.

진호의 장신구에 달린 구슬이 움직였다.


‘이게 왜 갑자기?’

진호는 장신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아앗!

미처 진호가 꺼내기도 전에 장신구 안에 있던 구슬이 튀어나왔다.


옅은 하얀빛에 가까운 하늘빛을 띠는 구슬.

진이 이 세계를 떠나기 전 한 방울의 눈물로 만들어진 진의 마지막 의지가 담긴 조각.

진의 구슬이었다.


“구슬이 왜?”

진호가 당황스러워하며 구슬을 바라볼 때였다.

진의 구슬은 점차 짙은 푸른빛을 내뿜었다.


-고맙다. 진호.

구슬의 말이 진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진.”

진호는 당황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아!”

법진의 창백한 안색이 편안한 얼굴로 변했다.


무진과 집진은 스스로 일어나 빛을 뿜어내는 구슬을 향해 다가섰다.

둘의 눈에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구슬을 향해 바라보았다.


누워있던 의진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진의 조각을 바라보았다.


-내가 저 아이를 봉인하겠다.

진의 의지가 모두의 머릿속에 울렸다.


구슬은 사라지고 푸른빛의 덩어리가 수천 가닥으로 흩어지며 천천히 진법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법진이 만든 하얀 빛줄기로 이루어진 진법이 푸른빛줄기로 변했다.


“뭐! 뭐냐!”

주변의 기운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음을 느낀 기진은 몹시 당황했다.


스스슷.

기진은 자신의 몸을 묶던 것 빛줄기가 다시 강하게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느끼며 당황했다.


“으아아아아악!”

기진이 몸을 꿈틀거리며 크게 버둥거릴수록 몸을 감싼 빛은 더욱더 억세게 조여 왔다.


“대체 왜! 어째서!”

분노한 기진은 몸을 거세게 흔들며 크게 외쳤다.


“당신마저도 날 질투하는가! 내가 신이 되겠다는 것이 그렇게 안 될 일인가!”

기진은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외쳤다.


“이미 너에게 여러 번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걸 외면한 건 너였어. 기진.”

어느새 기진 곁에 다가온 의진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기진을 바라보았다.


“의진!!!!”

기진은 노랗게 번뜩이는 눈으로 의진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의진의 뒤에 서 있는 진호를 향했다.


“네가! 나의 모든 계획을 다 망가트렸구나! 그때 널 먼저 없애야 했었어!”

“······.”

진호는 그런 기진을 향해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남 탓하지 말고 영원히 죗값 잘 치르길.”


‘너로 인해 많은 영혼이 얼마나 상처받고 사라졌는지.’

진호는 그동안 자신의 눈앞에 지나갔던 일들을 떠올렸다.


법진은 자신의 진법을 마무리하기 위해 두 눈을 감고 집중했다.


“안돼! 아아아아악!”

자신의 온몸을 누르며 봉인하는 것을 느낀 기진은 크게 비명을 질렀다.



-이로써 너희 금천에게 진을 온전히 맡긴다.


진의 목소리와 기진의 비명이 끊어졌을 때,


파아아아앗!

기진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푸른빛기둥이 생겼다.


기진은 그대로 법진의 진법과 진의 마지막 남은 힘에 의해 봉인되었다.


“······끝났나?”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호는 푸른빛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러게요. 끝났네요.”

진호의 질문에 집진이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가에는 씁쓸함이 맴돌았다.


“진을 이루는 다섯 기둥의 금천······인데, 영감탱이 정말 기둥이 되어버렸군.”

무진은 푸른 빛기둥을 보며 말했다.


“진의 의지가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실패 했을지도 몰라.”

의진 역시 기둥을 바라보며 말했다.


“······.”

복잡한 눈빛으로 법진은 기둥을 바라보았다.

직접 봉인을 해야 했을 그녀의 마음은 그 누구도 헤아리기 어렵겠지.


“이제 우린 괜찮은 건가요?”

“그 무서운 괴물은 이제 없는 거죠?”

숨어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왔다.


법진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위험은 없어요. 그러니 안심해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으윽. 엄마.”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안도의 소리를 질렀다.


“우리도 이제 집에 가서 쉬죠?”

“그래 앞으로 할 일도 있으니.”

“·····.”

“·····.”

훗!

하하!

피식.

누가 먼저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푸른 하늘은 몹시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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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만남 - 작은 준우 21.07.09 34 0 11쪽
59 (59) 만남 – 우화등선 21.07.09 32 0 11쪽
58 (58) 조짐 - 숙박 21.07.08 38 0 12쪽
57 (57) 조짐 - 새로운 사실 21.07.08 35 0 12쪽
56 (56) 조짐 - 불균형 21.07.08 35 0 11쪽
55 (55) 방문 -보은 21.07.07 40 0 11쪽
54 (54) 방문 - 모녀 21.07.07 32 0 10쪽
53 (53) 방문 - 재회 21.07.07 37 0 11쪽
» (52) 방문 - 봉인(하) 21.07.06 37 0 10쪽
51 (51) 방문 - 봉인(상) 21.07.06 37 0 10쪽
50 (50) 방문 - 탄생의 비밀 21.07.06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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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방문 - 동굴입구 21.07.06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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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방문 - 현천산 21.07.05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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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혼돈 – 살리는 약(상) 21.07.02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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